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85
087화
“준비 다 됐네요. 예고 넣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 주세요.
컵라면과 이용승이 통화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래 이런 건 상의 없이 진행한다.
이용승이 편집을 완료하면 컵라면이 타이밍 맞춰서 영상을 업로드 하는 것.
그게 보통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대룡 미디어. 업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영상 상단 구석에 조그맣게 송출되는 이 광고 이미지 때문이었다.
“대룡 미디어라니. 이런 대기업에서 광고를 받아오실 줄은…. 언럭키님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컵라면이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예전 같았으면 역시 대기업 소속! 이라고 생각하며 그러려니 했을 텐데, 언럭키가 자신은 대기업 소속도 아니고 금수저도 아니며 따로 후원 회사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건 순수하게 받은 광고라는 뜻인데, 대룡 미디어 정도의 기업이 이런 작은 스트리머에게 광고를 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글쎄요. 저도 그게 참 신기하네요.
대답할 수 없는 건 이용승도 마찬가지였다.
언럭키. 백현이 밝히지 않는 이상 그의 정체를 발설할 수는 없었다.
빚쟁이 신세에 감금되어 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로써도 신기한건, 이 광고를 무슨 수로 따냈냐는 것이었다.
‘내가 알기로 이런 건 정말 괜찮은 스트리머이거나, 아니면 인맥을 잘 타야만 가능한 걸로 아는데….’
물론 언럭키는 미래가 탄탄하다 못해 아주 유망한 스트리머이긴 했다.
하지만 현 시점 최고의 기업이 광고를 부탁하는 건 말도 안됐다.
그리고 로비를 했다는 건 더욱 말이 안 된다.
요즘은 자금 사정이 꽤 괜찮다고 알지만 그래봤자 아직 빚쟁이 신세. 돈이 어디 있어서 로비를 하겠는가.
‘그리고 대룡 미디어 같은 초거대 기업이 개인의 로비를 받아준다는 것도 이상하고.’
로비도 어느 정도 급이 맞고 체급이 되는 사람들끼리 진행되는 거지. 언럭키가 대룡 미디어에게 로비를 하려 했다면 단박에 까였을 것이다.
오히려 반감만 샀겠지.
“음.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이유가 아니니 의문은 이만 접어두죠.”
-예. 알겠습니다.
컵라면의 말을 이용승도 동의했다.
지금은 언럭키의 수완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당장 앞으로 송출될 영상이 중요했으니 말이다.
“그럼…하겠습니다.”
-예.
두 사람이 함께 내린 결론.
오늘의 영상은 모르긴 몰라도 꽤나 화제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를 함께 조율했다.
그리고 마지막 최종 점검까지 끝난 뒤, 컵라면이 영상 예약 업로드를 시작했다.
***
-띠링!
[NEW!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등록되었습니다.] [제목 : 광신도들의 마을 전세 냈습니다.] [3시간 뒤에 최초로 공개됩니다.]언럭키의 채널을 구독해놓은 사람들에게 알림이 갔다.
하루에 2개의 영상이 올라온 적도 있던 언럭키 채널이었지만 요즘은 조금 뜸했다.
카메라맨으로 따라다니던 컵라면이 없었기에 1인칭 액션캠으로만 영상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건 자주 올리면 지겨워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약간의 텀을 뒀다.
텔르흐렌 부터는 슬슬 사냥터에 줄서는 문화가 사라진다.
도시의 크기는 더 커지는데 유저는 분산되면서 적체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신도들의 마을만큼은 예외.
몬스터 난이도가 낮은데 수는 많고 경험치도 많이 줘서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구독자들의 기대 아래 3시간은 금방 흘렀고, 영상이 시작되었다.
-띠링!
[스트리머 언럭키 채널에서 최초공개가 시작되었습니다.]영상의 도입부.
가장 먼저 나온 건 광고 멘트였다.
[대룡 미디어. 업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대문짝만한 게 나온 기업 로고는 조그맣게 변하더니 상단 구석에 틀어박혔다.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은 누구나 시선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이라도 알건 다 안다.
대룡 미디어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서 초특급 스트리머들만 광고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언럭키 채널에서 이걸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반대로 극성 언럭키 팬들은 환호를 터트렸다.
언럭키의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라이브로 볼 정도의 사람들이다.
당연히 언럭키의 팬들이었는데,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대기업의 광고를 받았다는 걸 뿌듯해했다.
한바탕 광고 얘기로 시끌시끌하던 와중에, 본격적으로 영상이 시작됐다.
“이단이다! 이단을 처치하라!”
“회개할 때까지 저 놈을 마구 쳐라!”
두 눈을 시뻘겋게 뜬 채 달려드는 인간형 몬스터. 광신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체력이 낮고 공격력, 방어력도 낮지만 무시하면 안 된다.
놈들은 적게는 7~8명에서 많으면 수십 명이 뭉쳐 다닌다.
잘못했다가는 둘러싸여 순식간에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럭키는 아주 쉽게 놈들을 학살하고 다녔다.
사신극검을 휘두르고 먼 거리의 놈은 투척으로 맞춰대는데, 픽픽 쓰러지며 경험치가 계속 올랐다.
언럭키는 폭풍처럼 사냥터를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수급했다.
평범한 유저들은 보여줄 수 없는 신위.
그렇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리 만족을 느끼게 했다.
다만 이 때 함께했던 빅드래곤 길드원들과의 대화나 헤탄의 모습 등은 편집하면서 다 날렸다.
언럭키의 요청이 있기도 했고 굳이 다른 사람을 영상에 넣어서 집중력을 흐트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언럭키는 사냥에 집중했기에 그들의 분량은 거의 없어서 편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 대장장이 벨라의 모습이 등장했다.
마치 실수인 척. 하지만 이용승과 컵라면이 합의해서 짧게만 등장했는데, 크게 비중은 없었다.
사냥 도중에 언럭키가 잠깐 찾아가 뭐 도와줄 것 없냐고 물어보는 모습이었는데, 철목을 도끼로 패고 있던 벨라는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노림수는 제대로 통했다.
얼굴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월드 사가이기에게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은 수두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쁜 얼굴에 눈이 안 갈 수가 없었다.
남자건 여자건 아름다운 사람은 시선을 끌기 마련.
하물며 벨라의 미모는 그렇게 커스터마이징 해서 예쁜 사람들보다 한 차원 위에 있었다.
그런 그녀가 커다란 도끼를 들고 나무를 후려패고 있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쏠리게 만들었다.
아주 잠깐 뿐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빛나는 외모!
발광하는 시청자들. 하지만 영상은 언럭키가 조금 더 전투를 하다가 레벨업을 하는 것을 끝으로 가차없이 끝났다.
언럭키의 레벨업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최초 공개가 끝날 때까지 댓글창은 이런 내용으로 한가득이었다.
심지어 그게 끝난 후에도 월벤으로 몰려간 시청자들이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이용승과 컵라면조차 예상하지 못할 만큼 화젯거리가 되었다는 걸 빼면, 성공적인 업로드였다.
***
대룡 미디어의 컨텐츠사업팀 담당자 이혜미.
그녀는 처음에 언럭키에게 광고 제의를 보내란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의아해 했었다.
‘도대체 이런 스트리머한테 왜?’
유망주라는 것은 조금만 살펴봐도 알 수 있었다.
영상 속에서 보여주는 실력이 훌륭한 것은 물론이고, 좋은 편집자를 구했는지 퀄리티도 괜찮았다.
채널을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성장세면, 1년 안에 이름 있는 스트리머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 그 때 가서 계약하면 되지. 왜 벌써부터 대룡 미디어가 광고 제의를 한단 말인가?
지금도 대룡 미디어의 광고를 하고 싶어 하는 스트리머는 많았다.
그만큼 ‘대룡’이라는 이름값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통했다.
그래서 이혜미는 언럭키가 팀장님 친척인 줄 알았다.
회장님 직계라는 소문이 파다한 정신찬 팀장.
그가 직접 언럭키에게 광고 제의를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으니 그렇게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첫 광고를 달고 영상이 송출된 후, 그녀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팀장님. 이번에 스트리머 언럭키님 첫 영상 나갔습니다.”
“아. 오늘이 그날이군요. 반응이 어떤가요?”
정신찬 팀장의 물음에 이혜미가 몇 가지 자료를 보여 주며 대답했다.
“예상을 웃도는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생각보다 월벤에서 저희 기업 언급도도 높고, 언럭키님에게 발급한 추천인 코드로 그룹사 제품 구매도도 상당히 올랐습니다.”
“호오.”
정신찬이 빙긋 웃었다.
빅드래곤 길드를 운영하면서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지만, 이런 소식이 있기에 한 번씩 웃을 수가 있었다.
“잘 됐군요.”
“네. 솔직히 이렇게 반응이 좋을 거라고는…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겠죠. 혜미씨 말고 다른 팀원들도 다 그랬으니까요. 어떤 분은 저한테 언럭키님이 제 친척이냐고 묻던 거 있죠? 하하.”
“…….”
이혜미는 차마 자기도 같은 생각이었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광고 효과가 좋은 이유가 뭔지는 분석했나요?”
“일단 생각 외로 언럭키님의 주목도가 월벤에서 좋았습니다. 그리고…영상에 잠깐 어떤 여성 유저분이 등장했는데, 그것 때문에 관심도가 많이 올라갔고요.”
그러면서 이혜미는 벨라가 나왔던 부분을 스크린샷 해서 보여 주었다.
정신찬이 한 번 더 웃었다.
벨라와 언럭키 둘 다 그가 길드원으로 데려오고 싶어 하는 인재들이다.
그런 두 사람이 자신의 회사에 도움을 주니 어찌 이뻐보이지 않을까.
“기분이 좋군요. 아무래도 언럭키 님에게는 추가 보상을 드려야겠죠? 일종의 보너스 개념으로요.”
“네?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을까요?”
잘 됐다고는 하지만 이것 역시 계약의 일부다.
굳이 더 챙겨 줄 필요는 없었다.
“후후. 건수 하나 제대로 잡았으니까요.”
그러나 정신찬은 이번 기회로 언럭키와 조금 더 가까워져볼 생각이었다.
마침 명분도 좋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친해지면 나중에 자신의 길드에 들어올지도 모르지 않나.
“다만 뭘 해줘야 그 분이 마음에 들어 할지 고민이군요.”
단순히 돈을 더 주는 건 노골적이기도 하고 좀 없어 보인다.
조금 더 빅드래곤에 관심을 갖게끔 해주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정신찬은 기분 좋은 고민에 빠졌다.
***
퀘스트가 끝난 뒤, 언럭키는 헤탄 일행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도시로 함께 돌아가고 싶었는데, 아쉽군.”
“어쩔 수 없지요.”
언럭키는 도시로 돌아갈 수 없다.
네크로 엠페러라는 직업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지금이야 카르마 수치가 그리 높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을 테지만, 나중 일은 모른다.
갑자기 경비들이 들이닥쳐서 네크로 엠페러랍시고 잡아간다면 곤란하다.
그럴 바에는 아예 이 직업일 때는 도시 바깥에서 머무르는 게 나았다.
“나중에 또 연락하지. 지금은 호르헤른 님께 빨리 돌아가 이번 대승을 알려야 해서 급하군. 그 분께 보고를 다 끝낸 후에 자네를 다시 찾아오겠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아, 참.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던전을 하나 발견했었는데, 자네가 필요하다면 위치를 알려 주겠네.”
“예?”
언럭키의 눈이 번뜩였다.
던전이라니. 도시 바깥에서 발견한 던전이라면 찾은 사람이 임자다.
혼자서 독점할 수 있는 것이다.
“역시 믿고 있었습니다 헤탄님! 알려 주십시오!”
언럭키가 헤탄을 끌어안았다.
이 놈의 NPC는 끝도 없이 퍼주는 은인인가보다.
‘리바 델 레이의 그 짠돌이 놈과는 너무나 다르군.’
역시 귀족과 악신의 사제와의 차이는 뚜렷했다.
‘충성 충성!’
호르헤른에 대한 언럭키의 충성심이 한층 더 높아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