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94
096화
어쌔신 부단장 이아손은 언럭키를 자신들의 주인에게로 안내했다.
도시 정 가운데를 통과하는 루트였는데, 언럭키와 그 일행들은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두바르. 와 본 사람이 거의 없는 도시일 텐데, 잘 찍어서 편집하면 조회 수는 제대로 뽑겠군.’
여기 오는 길에 한번씩 월벤에 들어가 두바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일반 도시들 말고 숨겨진 도시가 있다더라 하는 카더라 정도 뿐.
이제는 완전히 PD 마인드를 갖추게 된 컵라면은 계속해서 카메라에 주변을 담았다.
이 도시의 풍경 하나하나가 조회 수 올라가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반면에 언럭키는 다른 쪽에 집중했다.
상점에서 파는 무구와 방어구, 잡화점에서 취급하는 몬스터의 재료들 같은 것들 말이다.
‘굴드란 악어의 가죽, 저건 화난 바람 정령의 정수….’
알려지지 않은 도시라고는 하지만 등장하는 몬스터까지 완전히 새롭지는 않았다.
굴드란 악어, 화난 바람 정령. 둘 다 레벨 75~80 언저리의 몬스터였다.
짧게 지나가면서 보느라 더 자세히는 확인 못했지만 아마 이외에도 더 많은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언럭키는 반쯤 확신했다.
‘여기는 텔르흐렌 다음 도시들과 같은 수준이야. 레벨 70~90 사이의 유저가 머물 수 있게 설계된 곳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언럭키의 레벨은 이미 73.
심지어 여기까지 오면서 경험치를 조금씩 쌓아왔기에 74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반면에 텔르흐렌에서 최대로 올릴 수 있는 경험치는 70정도였는데, 만약 두바르가 텔르흐렌과 같은 급이라면 상황이 난처해지는 것이다.
도시에서 아무리 사냥을 해도 레벨을 올릴 수가 없으니 최대한 퀘스트만 하고 빠져나와야 하는데…
‘후. 하마터면 시간 낭비 엄청 할 뻔했네.’
그게 무슨 쓸데없는 짓이겠는가.
내심 걱정이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이아손은 커다란 건물 앞에서 말했다.
“안에 들어가시면 로드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두바르는 영주가 이런 곳에서 머무르나?”
언럭키가 궁금해져서 물었다.
큰 건물이기는 하다만, 영주가 머무른다고 보기에는 너무 작았다.
처음에는 도시 귀족이었던 호르헤른이 살던 저택도 이것보다는 컸다.
그렇다고 영주성처럼 보이는 건물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저 멀리, 도시 중앙 쪽에 커다란 영주성이 있었다.
일반 도시들처럼 화려하고 한 눈에 알아챌만한 건물이었다.
“으음…. 아마 로드께서 말씀해 주실 겁니다.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민감한 내용이라….”
별 생각 없이 한 질문인데 이아손은 곤란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알겠다.”
언럭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
이아손은 어쌔신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 주인이라는 놈이 머무는 공간 또한 거의 대부분은 어두웠다.
빛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어둠.
어쌔신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무대다.
아마 언럭키가 적이었다면 이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공격이 날아왔겠지.
물론 언럭키는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정말 실력 좋은 어쌔신이라면 굳이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을 테니까.’
암살자 계열의 직업이 갖는 이점은 의외성이다.
생각지도 못한 때에 기습을 가해 선공의 이점을 취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잘 하면 전투 없이 한 방에 처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라면 필시 누구나 경계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기습의 이점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정말 실력 있는 어쌔신이라면 아예 밝고 깨끗한 공간으로 구성했을 것이다.
설마 이런 곳에서 공격이 오겠어? 라고 방심한 틈을 노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내 집에 온 걸 환영하오.”
그가 머무는 곳은 밝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공간이었다
“어쌔신 로드. 웨인 네르빌이라고 하오. 편하게 웨인으로 부르시게.”
웨인은 인상 좋아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였다.
그러나 언럭키는 되려 그 앞에서 긴장했다.
자신을 어쌔신 로드라고 칭할 정도에 이런 주변 공간이라면, 분명 실력이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언럭키의 말투도 조금은 공손해졌다.
“언럭키입니다.”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리바 델 레이에서 오셨나?”
“?”
갑작스런 웨인의 말에 언럭키는 순간 저게 무슨 뜻인가 싶었다.
“얼마 전 자네들의 분타가 도시 놈들에게 털렸다는 소식은 들었지. 아, 놀리자고 하는 말은 아니야. 그 쪽 사람들은 몇 명 아니까. 반오 사제와는 한두 번 만나본 적도 있고.”
“…반오 사제를 아십니까?”
“그리 친한 건 아니지만, 자네 쪽 분타의 책임자라서 이야기 나눠본 적은 있네. 아마…자네는 리바 델 레이의 생존자 같은데. 맞나?”
언럭키는 웨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이해했다.
검은 뼈를 다루는 네크로맨서.
그렇기에 그는 자신을 리바 델 레이에서 살아나온 사제로 오해한 것이다.
-띠링!
[사이드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레벨업!]꽤 차올라있던 경험치가 한 번에 올라, 레벨 75가 되었다.
언럭키가 주먹을 꽉 쥐었다.
눈앞의 놈이 위험하건 말건, 보상은 확실했다.
퀘스트 보상 항목에서 말하는 대량의 경험치. 역시 그건 놓칠 수 없는 것이다.
곁눈질로 옆을 보니 컵라면과 벨라의 몸에서도 빛이 번쩍였다.
같은 파티라서 퀘스트를 함께 받은 것인데, 심지어 컵라면은 레벨이 낮아서 몇 번 더 번쩍임이 있었다.
이 빛은 NPC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우선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겠네. 분타가 기사 놈들에게 그렇게 싸그리 망할 줄이야. 우리도 추후에 조사를 한 번 나간 적이 있었는데, 도대체 그 대결계는 어떻게 없앴을까 싶더군.”
“음….”
언럭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내가 안에서 배신을 때려서 대결계를 유지하던 구슬을 깨트렸어요’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안 좋은 기억을 건드렸나 보군. 사과하지. 뭐, 어쨌거나 내가 자네에게 하고 싶은 본론은 따로 있네.”
언럭키의 표정이 굳어진걸 보자 웨인은 화제를 돌렸다.
“자네가 이 도시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는 모르겠다만….”
“거의 모릅니다. 돌아가신 반오 사제님은 도시에 대해 말씀해 주신 게 없었으니까요.”
“흠. 그런가. 그러면 일단 이것부터 알려줘야겠군. 지금 두바르는 전쟁 중일세. 이 전쟁의 승자가 차기 영주가 될 것이고.”
얼마 전 두바르의 영주가 죽었다.
범죄자들이 모여드는 도시이기에 영주의 후계자가 평화롭게 그 직위를 계승하는 일 같은 건 없었다.
힘 좀 있다는 자들이 모두 다 영주 자리를 노리고 들고 있어섰다.
치열한 전쟁이 펼쳐졌고 딱 두 명 남았다.
그 중 한 명이 눈앞에 있는 어쌔신 로드, 웨인 네르빌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를 도와줄 수 있나?”
“도와 달라면….”
“리바 델 레이의 사제 출신이라면 그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 실제로 처음 자네에게 실수했던 어쌔신들에게 들으니 전설상에 나오는 네크로맨서라더군. 자네가 나를 돕는다면 전쟁에서의 승산이 높아지겠지. 그에 대한 보답은 섭섭지 않게 하겠네.”
웨인의 말이 끝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연계 사이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사이드 퀘스트 : 올라가자.]-퀘스트 등급 : X.
-퀘스트 설명 : 도시의 2인자인 웨인 네르빌은 이제 그만 1인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를 도와 영주 자리에 올려주자.
-퀘스트 보상 : 대량의 경험치, 웨인 네르빌의 보답.
언럭키가 차분하게 내용을 읽었다.
그리고는 고민에 잠겼다.
‘전쟁이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언럭키를 웨인은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천천히 고민해보라는 듯.
잠시 후, 언럭키가 입을 열었다.
“저는….”
***
언럭키와 컵라면, 벨라가 두바르의 대로를 걷고 있었다.
지하 도시임에도 빛을 뿌리는 광원이 여기저기에 많아서 그리 어둡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언럭키님.”
걸어가면서 컵라면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 퀘스트는 왜 거절하신 건가요?”
그렇다.
언럭키는 웨인의 퀘스트를 거절했다.
컵라면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 자가 이 곳의 영주가 된다면 저희들은 굉장히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그야 그럴 것이다.
심지어 언럭키나 벨라는 여기에 목적이 있어서 찾아왔다.
언럭키는 헤탄의 퀘스트인 리바 델 레이 본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벨라는 자신이 하다가 막힌, 마법사용 아아템을 만드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둘 다 발품 열심히 팔아아 햘 것들이지만, 영주가 도와준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도시의 영주에게 은혜를 입히는 일입니다.”
“그렇죠.”
언럭키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여기가 평범한 도시였다면 말입니다.”
“예?”
“두바르는 무법자들의 도시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눈빛을 좀 보시죠.”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들처럼 대로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몇 있었다.
하나같이 눈빛이 퀭하고 음침했다.
“이런 곳에서 영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전투입니다. 당연히 엄청나게 위험할거고, 성공 후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월드 사가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이 속에서 살아가는 NPC는 정말로 이세계의 주민같다.
자기들만의 판단력과 계산 능력은 어떨 때 보면 유저들 이상이었다.
‘무법자의 도시에서 함부로 누구 편에 섰다가는, 길에서 칼침 맞고 죽기 딱 좋지.’
웨인과 적대하는 쪽의 세력이 무슨 공격을 해올지 모른다.
괜히 나대다가 엮이지 말고 조심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다.
“그렇군요.”
컵라면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럭키가 벨라를 쳐다봤다.
“그러니 벨라님. 벨라님도 용무가 있으면 보고 오세요. 그 후에 다시 만나죠.”
“…네”
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그녀는 곧장 상점가를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그 후에 언럭키는 컵라면 쪽을 쳐다봤는데, 그는 슬쩍 웃어보였다.
“저야 뭐. 여기서는 혼자 할 것도 없는데 언럭키님 따라다니겠습니다.”
“그래요.”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뭐 하실 건가요?”
컵라면의 질문에 언럭키는 잠시 뜸을 들였다.
얼마 전이었다면 바로 이 곳의 정보상부터 찾아가자고 말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리바 델 레이 본부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굳이 빨리 퀘스트를 할 필요가 있을까?
‘이 도시에 들어와 본 유저는 거의 없을 거야.’
어쩌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원래였으면 유저들로 붐볐을 사냥터나 던전이 텅텅 비어 있을 거라는 얘기!
‘그건 못 참지.’
일단 하나씩 돌아다니면서 싹 다 털어주고, 그 다음에 퀘스트를 좀 해보자.
가장 먼저 갈 곳은….
“굴드란 악어의 늪지로 갑시다.”
레벨 75~80 수준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굴드란 악어의 늪지부터 가볼 생각이었다.
***
어쌔신 로드 웨인 네르빌.
그는 의자에 앉아 한쪽 손에 턱을 괸 채 고민에 잠겨 있었다.
“특이하군.”
“아까 그 남자 말씀이십니까?”
“그래.”
웨인의 말을 받은 건 이아손이었다.
“왜 거절했을까? 네가 봤던 것에 의하면 그 자는 분명 전설의 ‘네크로 엠페러’일 텐데. 그런 자가 싸움을 피할 리는 없는데 말이야.”
웨인도 전설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
그저 가끔 리바 델 레이 사제들에게 흘려들었을 뿐.
그래도 그 종교의 사제들이 얼마나 호전적이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언럭키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닐 거라는 게 유추 가능했다.
실제로 가볍게 부딪쳐봤던 이아손의 말을 들어보면 더더욱 그러했고.
그 순간이었다.
“로드. 보고입니다.”
어쌔신 한 명이 어둠 속에서 등장하더니 땅에 부복했다.
“뭐지?”
“로드께서 말씀하신 그 자가 지금 굴드란 악어의 늪지로 갔습니다.”
순간 웨인의 눈빛이 흥미로 물들었다.
옆에서 이아손이 놀랐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로드. 굴드란 늪지라면…”
“그래. ‘놈들’의 비밀 아지트가 있는 곳이지.”
“…….”
자신과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거기로 이동하다니?
이건 미리 알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들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된 건데, 이제 막 도시에 도착한 남자도 알고 있을 줄이야.
“정보력이 어마어마하군.”
“정보력도 정보력인데, 행동력도 장난 아닙니다. 어째서 거기로 간걸 까요? 혼자서 아지트를 처들어갈 것도 아닐 텐데….”
“글쎄….”
웨인의 눈이 번뜩였다.
“그건 기다려보면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