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95
097화
굴드란 악어가 서식하는 늪지대.
이건 월벤에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텔르흐렌 이후의 도시. 레벨 70~90 사이의 유저들이 가는 도시들에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아오. 굴드란 악어 이 X새끼들. 진짜 뚝배기 다 깨버리고 싶네.
-그럼 가서 깨버리면 되잖아.
-늪지대에서 안 나오잖아. 나오기만 하면 깨버리는데.
-그럼 네가 들어가.
-그 순간 내 뚝배기가 깨지는 거라서….
놈들은 늪지대에 서식하면서 특이하게 굴드란 이라는 풀을 먹는다.
애초에 늪지대에서만 자생하는 풀인데, 그걸 먹으면 피부가 굉장히 딱딱하게 된다.
늪지대를 자유자재로 헤엄쳐 다니면서, 방어력은 튼튼한 악어.
그게 굴드란 악어였다.
“저희 둘이서 괜찮을까요?”
컵라면이 불안한 표정으로 언럭키를 보며 물었다.
일단 자신은 카메라맨이라서 따라오기는 했는데, 가면 갈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다.
“굴드란 악어는 탱커와 원거리 딜러 조합이 기본입니다. 그게 아니면 힘들어요.”
늪지대에서는 행동에 제한을 받는다.
근거리에서 싸우는 유저들은 온 몸을 잠식해오는 늪에 저항해야 하는데, 그러면서 전투까지 수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최소 유니크 직업 쯤 되는 엄청난 실력자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힘든 것이다.
그나마 탱커는 고기 방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니 방패 들고 앞에서 어그로만 끄는 것이다.
악어가 물어댈 동안 원거리 딜러가 뒤에서 공격하는 전략.
유저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다.
“우리한테는 탱커도 없고 원거리 딜러도 없잖습니까.”
컵라면의 말에 언럭키가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올마스터 직업군 중에는 궁수도 있긴 하다. 그걸 골랐으면 여기서 조금 더 편하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이제 궁수랑 사제 두 개 남았군.’
검사, 암살자, 마법사, 궁수, 사제. 올마스터는 총 5개의 직업을 한 달마다 고를 수 있었다.
앞에 3개는 해봤고 이제 남은 건 두 개 뿐.
아직 뭔지는 모르지만 궁수와 사제도 필시 보통 직업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벨라님을 데려오시지 그랬어요. 그 분은 탱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실 수 있잖아요.”
“그렇긴 한데, 벨라님은 할 일이 있으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각자 용무를 보자고 한 뒤로 그녀는 신나서 쌩하니 가버렸다.
‘내가 준 재료랑 걸맞은 것들을 사고 싶다고 했지.’
헤탄에게 먼저 받은 유니크 재료 아이템. 다크 와이번 대장의 가죽.
그것과 어울리는 재료 아이템들을 사기 위해 그녀는 여기까지 따라왔다.
솔직히 사냥이 그닥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대장장이 직업군이라면 아이템 제작만 해도 레벨이 팍팍 올라가는데 당연히 그럴 테지.
‘부럽다….’
새삼 다시금 그녀가 부러웠지만 언럭키가 고개를 흔들어 질투의 감정을 털어냈다.
다시금 늪지대에 집중했다.
침침한 주변의 분위기는 괜히 피부에 소름을 오싹 돋게 만들었다.
늪지대를 보면 굴드란 악어들이 눈만 빼꼼 내놓고 있었는데, 솔직히 잡으러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럭키님. 진짜로 들어가시게요?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늪지대는 한 번 빠지면 다시 나오기가 정말 힘들다고…”
“저 안 들어갈 겁니다. 그러니 그렇게 걱정 안하셔도 되요.”
언럭키가 손을 까딱였다.
“해골 기사 소환, 해골 병사 소환, 해골 궁수 소환.”
새카만 마력이 땅으로 퍼져나가더니 바닥에서 검은 뼈의 소환수들이 몸을 일으켰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두 눈두덩이에서 시뻘건 빛을 활활 태우고 있는 해골들.
“늪지대에는 얘네만 들어갈 겁니다.”
“…뭐. 네크로맨서니까 그렇게 하셔도 되겠네요.”
컵라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냥 찝찝한 목소리였다.
그도 여기까지 오면서 언럭키의 해골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분명 봤지만, 늪지대에서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움직임이 제한되는 늪지대에서까지 잘 싸울까?’
“가라.”
그 때, 언럭키가 손을 까딱이자 해골 기사와 병사들이 거리낌없이 늪지대로 뛰어들었다.
첨벙 소리가 나면서 그들이 서서히 늪지대를 나아갔다.
그 와중에도 해골마를 타고 있는 기사는 무릎 위로 젖지 않았다.
[굴드란 악어]-레벨 : 76.
적의 침범에 가만히 있던 굴드란 악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늪지대를 가로지르는 놈들의 눈빛이 적의로 번뜩였다.
-핑! 핑! 핑!
선빵을 날린 건 해골 궁수였다.
언럭키의 옆에 나란히 서있던 궁수들이 악어들을 보며 시위를 당겼다.
-푹! 푹!
‘확실히 언럭키님의 해골은 강하구나.’
컵라면이 다시금 감탄했다.
네크로맨서는 그리 인기가 없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환수 해골들은 약했다.
처음부터 높은 등급의 특수한 소환 스킬을 사용하던가 좋은 장비를 입혀줘야 제 몫을 했는데, 언럭키의 해골은 그런 것 없어도 강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컵라면은 회의적이었다.
강맹하게 쏘아진 해골 궁수의 화살은 굴드란 악어의 가죽을 뚫지 못했다.
단단한 가죽이 장기였기에, 약간의 흠집은 냈을지언정 큰 데미지는 입히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는 화염 속성의 마법사나, 아니면 눈알 같은 약점을 핀포인트로 맞출만한 실력의 궁수가 필요해.’
당연히 언럭키의 해골 중에는 그런 놈들이 없었다.
악어들은 약간 움찔거렸을 뿐, 여전히 해골 기사와 병사들을 노리고 다가왔다.
그리고 곧.
“크아아-!”
입을 쩍 벌리고는 한입에 깨물 듯 돌진했다.
그 빠른 속도에 컵라면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오히려 가상의 카메라를 조정해 더욱 자세히 찍었다.
차라리 잘됐다.
너무 성공 가도만 달려왔던 언럭키였으니, 이번에는 인간적으로 실패한 모습을 영상에 담아…
‘뭐?’
그 때, 컵라면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콰직!
-푹!
해골 기사와 병사들이 검을 휘둘러 싸우는데, 늪지대에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빨랐던 것이다!
심지어 요리조리 이동하는 속도도 그렇게 느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진형을 갖춰 악어들을 압박하는데, 전투의 흐름이 확 넘어왔다.
“어, 어떻게?”
컵라면이 깜짝 놀라 언럭키를 쳐다봤다.
언럭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른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크 배리어.”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해골들의 뼈 위에 미세한 장벽이 생겨났고.
“쪼그라드는 근육, 체력 약화, 둔화.”
왕홀을 휘젓자 악어들이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해골들은 마음껏 악어들을 후드려 팼다.
그걸 계속 지켜보던 컵라면은, 문득 알아챘다.
“아! 저항력을 덜 받는구나!”
해골들은 인간과 달리 근육과 지방이 없었다.
뼈밖에 없는 몸뚱이. 당연히 늪지대의 저항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몸 사이로 진흙이 숭숭 통과하니 말이다.
-콰직!
-까드득!
그럼에도 굴드란 악어는 강했다.
무식하게 단단한 가죽을 믿고 커다란 입을 벌려 해골들을 씹어댔다.
한 번 걸리는 순간 해골들은 치명상을 입었다.
“다크 힐.”
물론 언럭키는 그걸 좌시하지 않았다.
한 차례 회복의 빛이 내리쬐자 금세 멀쩡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전투에 참여했다.
그 와중에도 해골 궁수의 화살은 계속해서 쏘아졌다.
휘몰아치는 해골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럭키는 마음에 안드는지 혀를 찼다.
“쯧. 다음 번에는 방어력을 떨어트리는 디버프 스킬도 하나 구해야겠군요.”
굴드란 악어의 단단한 가죽 때문에 일반 병사나 궁수의 공격은 거의 안통했다.
그나마 기사가 한 번 칼을 휘두르면 꽤 큰 데미지를 입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사냥이 너무 오래 걸렸을 것이다.
한참 진행되던 전투는 결국 기사들에 의해 굴드란 악어들이 모두 죽으며 끝이 났다.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네크로 엠페러’ 특성으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합니다.]‘그래도 경험치는 마음에 드는군.’
***
언럭키는 늪지대 지역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지역 전체가 늪은 아니고 단단한 흙으로 된 곳도 많았는데, 보통 그는 거기에서 전투를 지휘했다.
다만 원래 하던 것처럼 쉴 새 없이 전투를 지속하지는 못했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갈까요?”
“네.”
언럭키의 말에 컵라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얌전히 따라다니기만 하는 입장이었기에 언제 쉬든 별로 상관 없었다.
그러나 정작 이 말을 뱉은 언럭키의 얼굴에는 짜증이 한가득이었다.
‘효율이 별로 안 좋네.’
늪지대의 악어들을 잘 처리하고 있긴 한데, 생각했던 것만큼 속도가 나지 않았다.
‘놈들이 너무 단단해.’
악어들은 과연 듣던 대로 그 피부가 굉장히 단단했다.
일반 해골들의 공격은 제대로 통하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그 날카로운 이빨로 깨무는 반격도 뼈아팠다.
꾸준히 디버프와 배리어, 힐을 사용해야 했는데, 그러면서 언럭키의 마나도 쭉쭉 닳았다.
180이 넘는 마력 수치임에도 사냥 도중에 마나를 회복하기 위에 중간 중간 쉬어줘야 하는 것이다.
이게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나마 레벨 대비 줄어드는 경험치량이 많아서 이러고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에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그것도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나 고민 중이었고.
‘역시. 사전 조사를 못했더니 그 단점이 여기서 드러나는군.’
원래라면 어떤 도시에 갈지 정해진 즉시 월벤을 탈탈 털어 자료를 조사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왔다.
그러나 두바르는 알려지지 않은 도시.
맨몸으로 부딪치며 알아가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저가 없는 도시이니 던전 같은걸 발견하면 오히려 이득이겠지만…그런걸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런 게 팍팍 튀어나왔으면 자신이 닉네임을 언럭키로 짓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파앗!
언럭키가 벌떡 일어났다.
“왜 그러세요?”
옆에 앉아 조금 전까지 찍던 영상을 확인하던 컵라면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언럭키는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컵라면님! 갑시다!”
“네? 어딜요?”
“따라오세요!”
설명할 시간도 아까웠다.
저 빛이 혹시나 사라질까봐 재빨리 움직였다.
‘파란색이라니!’
빨주노초파남보의 다섯 번째. 파란색 빛의 기둥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언럭키는 혹여나 이 변덕스러운(?) 능력이 사라질까봐 재빨리 그 곳으로 향했다.
거기 있는 건 얼핏 보기엔 평범한 늪지대 같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늪지대 가운데에 있는 나무 둔턱 중간이 뻥 뚫려 있었다.
사람 한 명 정도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공간. 빛은 거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첨벙.
언럭키가 처음으로 늪지대에 들어갔다.
소리에 반응해 주변 악어들이 곧 몰려올 테지만 소환수를 믿었다.
언럭키는 재빨리 나무 등치에 다가가 손을 짚었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두바르 총령의 비밀 아지트를 발견하셨습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입니다.] [48시간 동안 던전 내에서의 경험치 획득량과 골드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예쓰! 최초 발…견?”
좋아하다 말고 언럭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바르 총령의 비밀 아지트?
이거 던전 이름이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