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0
‘됐다.’
마나의 흐름이 안정되었다.
마나포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스킬로도 등록이 되었다는 건 확실하게 마나포가 완성되었다는 걸 뜻했다.
웅, 웅웅-.
주먹만 한 크기의 마나포는 어서 힘을 풀어 달라고 아우성쳤다.
역시, 아직까지 확실한 제어는 되지 않는다.
‘그래도…….’
유원은 다가오는 괴물들을 향해 손바닥을 겨누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우우우웅-.
손바닥 안의 주먹만 한 크기의 마나포가 빛을 발하는 순간.
화악-!
유원을 중심으로 강렬한 빛이 앞으로 뿜어졌다.
* * *
후둑, 후두둑-.
지하철역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무너졌다.
유원을 향해 달려 들어오던 괴물들의 머리가 날아가고, 몸통은 터지고 짓이겨져 바닥을 굴러다녔다.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다.
하지만 위력만큼은 상당했다.
‘아직까지 컨트롤은 어려워.’
유원은 밑 깨진 독 안에 든 물처럼 쭉쭉 빠져나가는 마력을 느꼈다.
마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아직까지는 마력을 전부 쏟아 내야 겨우 마력포 하나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스탯이 오르고,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야 쓸 만하겠는데…….’
튜토리얼이라면 모를까 탑으로 올라가면 마력포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 중 하나가 된다.
사용하자의 마나를 한 점에 집중해 쏘아내는, 지극히 단순하고 무식한 기술.
그렇기에 마나포는 사용자의 마력과 마나 컨트롤 능력의 척도가 되는 기술이기도 했다.
“역시, 내 스타일은 아니란 말이지.”
분명 이 마나포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유원은 마나포를 만들고 사용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전투에 적극 사용하지는 않았다.
툭, 투둑-.
데구루루-.
바닥에 두 개의 정수가 떨어져 굴렀다.
모든 괴물에게서 정수가 나오는 건 아니었다.
열 마리의 괴물을 사냥해야 하나 나올까 말까.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런 것치고, 지금까지 유원은 꽤 운이 좋은 편이었다. 벌써 이만한 개수의 정수를 모았으니.
유원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정수를 챙겨 인벤토리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마나포의 위력에 주춤거리는 괴물들을 보며, 칼을 꺼내 들었다.
“뭐야.”
저벅-.
유원은 계단을 내려갔다.
“왜 겁을 먹고 그래?”
3번 튜토리얼은 사냥의 무대였다.
남은 시간은 72시간.
유원은 그 시간을 허투루 쓸 생각이 없었다.
* * *
3번 튜토리얼이 시작되고 이틀이 지났다.
튜토리얼이 시작되고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튜토리얼은 1번 튜토리얼이었지만, 비율로 따지면 가장 많은 사람이 죽어 간 건 바로 이 3번 튜토리얼이었다.
1400명가량의 사람들 중 이틀이 지나갈 무렵에 살아남은 사람의 숫자는 고작 400여명 정도.
3번 튜토리얼의 생존율은 3할도 채 되지 않았다.
“너무 깊게 들어온 거 아니야?”
“그러게. 여기 좀 으스스한데.”
“어쩔 수 있냐. 여기라도 들어와서 숨어야지. 그런데 홍대역이 원래 이렇게 넓었나? 기억나는 사람?”
“몰라. 세상이 뒤집혔는데 여기도 같이 뒤집혔나 보지.”
세 명의 사람들이 홍대역으로 들어왔다.
한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
그중 뒤쪽을 살피며 걷던 여인, 주연이 입을 열었다.
“야, 야! 저기.”
“뭐가? 어?”
“편의점?”
세 사람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렇지 않아도 챙겨 온 식량이 거의 다 떨어져 가서 걱정이었는데, 마침 편의점이 나타난 것이다.
“라면도 있겠지?”
“끓는 물도 없는데 라면은 무슨.”
“생으로 먹으면 되잖아.”
“얼른 들어가자. 그렇지 않아도 배고팠는데.”
세 사람은 서둘러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이번 기회에 인벤토리 주머니에 식량을 잔뜩 보급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가장 앞장서 달리던 남자의 머리 위로, 무언가 떨어졌다.
툭-.
스스스-.
“아아악!”
“준호야!”
그것은 녹색 빛을 띤 거대한 거미였다.
머리가 거미에게 덮여진 남자는 괴로운 비명을 지르더니, 그 자리에서 옆으로 쓰러졌다.
머리는 녹아내렸는지 독과 살점이 뒤섞여 바닥에 흘러내렸다. 그 광경에 주연은 손에 든 칼을 꺼내 들고, 옆에 있던 남자 성찬은 큼지막한 망치를 손에 쥐었다.
그르르르-.
쮜악, 짝-!
괴상한 울음소리.
편의점 근처에 있던 괴물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좀비가 하나에 이끼거미가 둘, 식인쥐가 셋이었다.
“숫자가…….”
“뭐 이리 많아?”
그렇지 않아도 동료를 하나 잃어버린 상태.
‘이길 수 있을까?’
주연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이틀 동안, 그녀를 비롯한 세 사람은 꽤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바깥의 좀비와 괴물들을 사냥하고,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겼다.
레벨도 꽤 올랐다. 세 사람 모두 이틀 동안 10레벨이 넘었고, 덕분에 스탯도 이전보다 월등해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눈앞의 괴물들을 사냥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생각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금방 눈앞에 있던 세 마리의 식인쥐들이 달려들었으니까.
쮝, 캭-!
찌익-!
큰 진돗개만 한 덩치를 가진 식인쥐들은 지하철 안에 등장하는 괴물 중 가장 민첩했다.
주연은 달려드는 식인쥐를 향해 다급히 칼을 휘둘렀다. 200포인트에 심부름꾼에게 구입한 무기였다.
“이익!”
쉬익, 쉭-.
칼은 식인쥐들을 베어 내지 못했다.
움직임이 느린 좀비라면 모를까, 식인쥐들은 영리하게도 주연의 칼을 이리저리 피해 냈다.
동료의 머리를 독으로 녹여 낸 두 마리의 이끼거미 역시 마찬가지.
녀석들은 빠른 속도로 바닥을 기어 와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저, 저리가!”
“성찬아!”
주연은 식인쥐들을 떨쳐 내려 애썼다.
콱-!
서걱-.
한 마리의 식인쥐에게 물리고, 다른 한 마리의 식인쥐를 베어 냈다. 그리고 그 사이, 두 마리의 이끼거미와 좀비를 상대하던 성찬이 뒤로 좀비에게 물려 비명을 질렀다.
“아악!”
“안 돼-!”
세 명이면 모를까, 두 명이서 여섯 마리의 괴물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3번 튜토리얼까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조금만 더 발버둥 치고, 살아남고 싶었는데…….
그렇게 잠시, 성찬에게 눈이 쏠린 사이.
짜악-!
“헉!”
식인쥐 한 마리가 위로 뛰어올라, 주연의 얼굴을 덮쳐왔다.
그리고 그 순간.
쉬이익-!
퍼억-!
무언가 날아와, 날아들던 식인쥐의 몸을 풍선처럼 터뜨렸다.
“……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터져 나간 식인쥐의 파편과 핏물이 머리와 몸에 튀었다. 하지만 그것이 불쾌하거나 더럽게 느껴질 겨를도 없이, 주연은 편의점으로 고개를 돌렸다.
끼익-.
깨어진 문이 삐거덕거리며 열렸다.
“자고 있었는데 시끄럽게…….”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깼잖아.”
* * *
유원은 잠시 잠을 청했다. 아무리 스탯이 올랐다고 해도 며칠씩이나 잠을 자지 않고 움직였다가는 피로가 쌓이고, 몸이 둔해지기 마련이었다.
1번과 2번 튜토리얼까지 합쳐, 꼬박 사흘만의 수면이었다.
잠을 청한 곳은 지하철역 안쪽 편의점 창고였다.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이유는 하나.
바로 ‘무취 가루’ 덕분이었다.
유원은 새로 바뀐 심부름꾼에게서 100포인트에 무취 가루를 구입했다. 무취 가루는 가루가 묻은 주위의 냄새를 지우고, 코가 예민한 괴물들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난 유원은 먼저 시간을 확인했다.
[22 : 58 : 12]남아 있는 시간은 23시간 정도.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여섯 시간쯤 지났나.’
유원은 길게 하품하며 일어났다.
여섯 시간.
피로를 풀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다. 조금 더 자고 싶다는, 피로와는 상관없는 욕구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하긴. 너무 무리했어.’
사흘.
아무리 그래도 너무 사냥에 욕심을 부렸나 싶었다.
초반 튜토리얼에서의 레벨 업, 특히 3번 튜토리얼이 끝나기 전까지 레벨을 충분히 올려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를 한 탓이었다.
더 자고 싶다.
그 생각이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아아악!”
“준호야!”
시끄러운 소리.
유원은 금방 수면욕을 떨쳐 냈다. 저 소리 때문에 잠시 고개를 불쑥 들이 밀었던 졸음도 사라져 버렸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이상의 수면은 괜히 몸을 나른하고 둔하게 만들 뿐이니.
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고를 나오자, 편의점 입구에서 두 명의 사람들이 괴물들과 싸우는 게 보였다.
앞의 목소리는 셋이었는데, 바닥에 한 명이 쓰러져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죽은 모양이었다.
“……나머지도 그냥 두면 죽겠군.”
저 인원으로 어쩌자고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가능하면 지하철역 입구에서 사냥을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쪽이라면 처음 유원이 정리한 입구를 제외하면 괴물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바깥의 상황이나 알아볼까.’
유원은 주위를 살폈다.
편의점 안쪽, 가장 가까운 곳에 눈에 띄는 건 묵직한 캔 음료수들이었다.
유원은 캔 음료 두 개를 꺼내 손에 쥐었다.
[‘원숭이의 눈’이 활성화됩니다.]숙련도가 올라간 스킬의 힘은 언제 경험해도 신비로웠다.
눈이 활성화되자, 온몸의 감각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소리가 선명해지고, 방향이 명확해졌다.
발걸음 소리, 기척, 숨소리, 그리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식인쥐들의 움직임까지도 선명하게 보였다.
유원의 팔이 움직였다.
손에 들고 있는 캔을,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슈와악-!
차앙-, 퍼억-!
날아간 캔이 문을 깨뜨리고, 식인쥐의 몸에 적중했다. 그렇게 캔이 터져 나가며 식인쥐의 머리도 함께 터져 나갔다.
후두둑-.
털썩-.
유원은 하나의 캔을 집어 다시 던졌다.
퍼억-!
남자의 몸을 물어뜯던 좀비의 머리통도 마찬가지로 터져 나갔다.
대충 급한 불은 꺼졌다.
유원은 쌓여져 있는 다른 캔을 집어 들고는 편의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자고 있었는데 귀찮게…….”
유원은 주연과 성찬을 번갈아보았다.
“깼잖아.”
휘익, 툭-.
유원은 음료수 캔을 위로 던졌다 받았다.
그 직후.
퍼억-!
어느새 유원의 손에서 날아간 캔이 또 다른 식인쥐의 머리를 터뜨리고.
스걱, 서걱-.
퍼억-!
식인쥐 한 마리와 이기거미가 베어지고, 또 다른 이기거미의 몸이 유원의 발에 짓밟혀 터져 죽었다.
치이이-.
이끼거미의 몸에서 흘러나온 독이 잠시 바닥에 흘러 부글거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주연은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음료수 캔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잡은 거야? 괴물을?’
웬만한 칼질에도 잘 죽지 않는 녀석들이었다.
더군다나 식인쥐는 몸놀림이 워낙 빨라, 가까이서 칼을 휘두르는 것으로도 베어 내기가 쉽지 않은 녀석.
그런 괴물들을 유원은 캔을 휘둘러 맞춰 잡고, 동시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칼을 휘둘러 다른 괴물들을 베어 냈다.
아무리 레벨이 생기고, 스탯이 생겨난 세상이라지만…….
‘가능한 거야? 이런 게?’
머릿속에 의문이 떠오른 것도 잠시.
주연은 목숨을 구해 준 것에 대해 아직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으으…… 고맙…….”
성찬은 좀비에게 물린 상처가 아픈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유원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연고를 꺼내 휙 던졌다.
툭-.
“일단 그거부터 발라라. 그래도 약이 효과는 꽤 있으니까. 체력 스탯은 몇이지?”
“예? 지금…… 17정도…….”
“그럼 죽지는 않겠네. 물린 팔은 앞으로 못쓸지도 모르지만.”
“예, 예에?”
“그러니까 빨리 발라라.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팔을 못 쓸 거라는 말에 성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서둘러 연고를 물린 자리에 발랐다. 주연은 한숨 돌렸다는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고는 물었다.
“계속 여기서 사냥하시고 계셨던 거예요? 지하철은 위험할 텐데.”
지하철은 위쪽의 사람들에게 일종의 금지 구역이었다.
괴물의 출몰 빈도가 잦고, 간혹 출몰하는 ‘지하뱀’은 몇 명의 참가자들이 모여도 사냥하기 어려울 만큼 위험했던 것이다.
“계속 여기 있었던 건 아니지.”
유원의 대답에 주연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하긴, 지하철 안에 서식하는 괴물의 숫자가 몇인데 여기에 계속 있었을 리가 없었다.
유원의 말이 이어진 건 그다음이었다.
“여긴 휴식터다. 식당으로 쓰기도 하고.”
“네?”
휴식터라니?
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사냥터는 따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