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06
* * *
스사노오의 유물이 발견된 건, 지금으로부터 몇백 년이 더 흐른 후였다.
삼귀자(三貴子)중 아마테라스와 츠쿠요미는 줄곧 스사노오의 마지막 유물을 찾아 헤맸다. 그가 남긴 유물을 찾아야, 비로소 삼신기를 완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삼귀자는 오래전부터 탑을 함께 오른 전우이자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같은 삼귀자인 스사노오의 유물이라면 설령 그게 썩은 나뭇가지더라도 찾아야 할 이유로는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점심이지.’
유원은 한때 유행했던 한 생존 전문가의 명언을 떠올리며 가볍게 발을 움직였다.
웅-.
떨리고 있는 바닥.
아니, 실제로 떨리는 건 아니었다.
토츠카의 검조각이 스사노오의 유물과 반응해 유원에게만 떨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지.
‘삼귀자는 조각을 가지고 있지만 유물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토츠카의 검을 가지고 여기 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몇백 년이었지.’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들인 노력을, 유원은 한 가지 꼼수로 뛰어넘었다.
‘시계태엽이 좋긴 좋아.’
삭-.
유원은 반으로 부러진 검조각을 역수로 쥐었다.
그다음, 조각이 반응하는 자리를 향해 바닥에 조각을 꽂아 넣었다.
푸욱-.
“…….”
처음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아직 제법 날이 잘 드는지, 조각은 바닥에 날카롭게 박혔을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뭔가 잘못됐나?’
설마 하는 생각에 불안해하던 때, 메시지가 울렸다.
[히든 던전 – ‘스사노오의 유물’을 발견하였습니다.] [자격을 검증합니다.] [자격을 충족하였습니다.] [입장을 시작합니다.]화아아악-!
바닥에 박힌 토츠카의 검 조각을 중심으로 주위의 풍경이 하얗게 변했다.
색을 잃어버린 시야.
그 직후, 하얗게 변한 세상 위로 다시 색이 입혀진다.
사아아-.
스아아아아-.
빠르게 물감을 입고 색을 되찾은 세상은 처음 유원이 있던 허허벌판이 아니었다.
새빨간 황무지. 하늘로 높게 솟은 거대한 타워.
사방에 퍼져 있는, 붉은 털을 가진 하이에나들.
[타워를 공략하십시오.] [숨겨진 스사노오의 유물을 획득하십시오.] [‘열쇠’를 찾으면 던전을 나갈 수 있습니다.]아이러니하게도 던전은 한 번 들어오면 마음대로 나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애초에 들어오는 문과 나가는 문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푹-.
유원은 바닥에 꽂아 넣은 조각을 뽑아 회수했다.
이건 싸울 때 쓰는 물건이 아니었다. 다른 조각을 찾아 완전한 검이 되지 않으면 토츠카의 검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르르르-.
컹, 컹컹컹-!
황무지에 흩어져 있던 하이에나들이 유원을 보며 짖어 대기 시작했다.
벌써 군침까지 흘리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배가 고팠던 모양이었다.
‘열쇠나 유물은 아마 저 안에 있을 거고…….’
유원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타워를 올려다보았다.
구름에 닿아 있는 높이에, 한 층 한 층이 콜로세움만 한 넓이를 지닌 타워.
어지간히도 큰 던전이었다.
‘던전의 위치는 알지만, 내용까지는 다 알지 못한다.’
스릉-.
유원은 검을 뽑아 쥐었다.
모여든 하이에나의 숫자가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생긴 것만 하이에나지, 덩치는 호랑이나 마찬가지다.
40층에서나 출몰하는 괴물.
흡혈 하이에나들이었다.
‘종족이 다른 생명의 피를 먹고 전투력이 강해지는 녀석. 무리생활을 하는 습성이 있어…….’
“경험치가 아주 쏠쏠하지.”
유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파지지지지-!
퀴네에서 터져 나오는 마나.
‘지옥’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부터 시작될 건, 싸움이 아닌 일방적인 학살일 테니.
* * *
[천살성의 완성도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0.001% 상승합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오르지 않는 완성도.
아쉬움은 없었다.
애초에 이런 녀석들을 잡는다고 그동안 오르지 않던 완성도가 갑자기 오를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으니까.
‘0.003퍼센트 정도인가.’
뚝-.
검에서 떨어진 핏방울에 유원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후두두둑-.
핏물이 황무지 위로 가지런히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깔린 하이에나들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기며, 유원은 천살성의 완성도를 확인했다.
[완성도 : 99.546%]영 오르지 않는 완성도였다.
그나마 20층의 시험에서 씨 터틀을 잡고, 0.5퍼센트가 오른 게 다행이었다.
내심 그때 완성도를 충족시킬 수 있기를 기대했었는데.
‘아직은 이른가.’
스탯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면서부턴가 천살성의 완성이 더 기대되기 시작했다.
천살성은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스탯이 하나씩 오르는 스킬.
만약 완성만 된다면, 부족한 스탯을 매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이름 : 김유원] [레벨 : 80] [근력 : 90] [민첩 : 80] [체력 : 83] [감각 : 87] [마력 : 100] […….]레벨이 오르고, 천살성의 숙련도가 끝에 다다르며 스탯은 꽤 많이 오른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씨 터틀을 잡고 올린 레벨까지, 딱 80레벨.
다른 스탯들도 높은 편이지만 감각 스탯은 특히 가파른 성장을 보여 주고 있었다.
[감각 : 87]가장 낮았던 스탯이 어느새 세 번째로 높은 스탯이 되어 있었다.
원래도 스탯이 낮은 만큼, 레벨이 오를 때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오른 스탯이었다.
스탯은 본디 높으면 높을수록 잘 오르지 않는 법이니까. 그건 영약을 통한 스탯 상승뿐만 아니라 레벨업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마력 스탯은 100에서 완전히 멈춰 있었고.
‘감각지대 덕분에 오른 스탯이 일곱 개. 잘하면 다른 스탯보다 감각이 제일 먼저 세 자릿수에 도달할지도 모르겠어.’
눈앞에 보이는 타워는 거대했다. 아마 안에 서식하고 있는 괴물의 숫자도 상당할 것이다.
인벤토리에 식량과 식수도 넉넉히 챙겨 왔고, 가능하면 이 던전에서 100레벨을 달성하고 싶었다.
저벅-.
입구는 2미터 남짓한 높이의 문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애초에 스사노오는 이곳에 거인족이 들어올 경우는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끼이이-.
시간이 오래 흘러 잔뜩 녹이 슨 철문을 열자, 매캐한 먼지가 올라왔다.
유원은 1층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작디작은 문과는 달리 천장은 높았다. 한 10미터, 이게 한 층의 높이었다.
물론 모든 층의 높이가 동일하리라는 법은 없었다. 유원은 좌우를 돌아보았다.
‘높이에 비해 좌우 폭은 그리 넓지 않다. 미로 형식의 던전인가?’
그렇게 던전 내부를 확인하려던 순간.
[‘스사노오의 던전’에 입장합니다.] [100층에 도달하십시오.] [‘스사노오의 시험’을 통과하십시오.]각 층의 시험처럼 스사노오의 유물에도 일종의 시험의 걸렸다.
목표는 두 가지.
100층까지 오르는 것과, ‘스사노오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다.
‘꼭 탑을 작게 축소시켜 놓은 것 같다.’
유원은 스사노오를 만나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를 아는 다른 동료들의 말을 통해, 어렴풋이 그가 어떤 자인지는 알고 있었다.
“스사노오? 그 새끼만 한 쓰레기도 없지.”
“최악. 말이 더 필요한가?”
“싸워 보고 싶었다. 칼을 예술로 쓴다더군.”
“이 탑에서 가장 많은 인간을 죽인 자가 있다면, 그 녀석일지도 모르지.”
스사노오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
오딘이나 헤라클레스처럼, 확실한 정의관을 가진 자들은 그를 경멸하듯 이야기했다.
아수라는 스사노오를 떠올리며 투기를 불태웠고, 크로노스는 꽤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스사노오.
그의 강함만큼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저벅-.
유원은 스사노오의 던전을 향해 한 발자국 발을 내디뎠다.
끼이익, 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유원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돌아갈 생각도 없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스오오오-.
보랏빛의 안개가 입구에 나타났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마나가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보고 있노라니, 이상하리만치 등골이 오싹해졌다.
야마타노 오로치를 마주했을 때도 느껴 보지 못했던 느낌이었다.
‘마력도, 악마들의 마기도, 아우터 갓의 힘도 아닌…….’
유원은 익숙한 지금의 느낌을 떠올려 보다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냥, 살기인가.’
보랏빛의 안개는 한동안 한군데 뭉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유원의 인벤토리 속, 조그만 붉은 연기가 빠져나왔다.
스스스-.
토츠카의 검 조각에서 빠져나온 연기.
붉은 연기와 보라색의 연기는 한데 뒤엉켜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은 질량과 기운을 가지지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 큰 살기로 뭉쳐진 ‘무언가’였다.
-이게 뭐야.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보라색 인형.
꼭 심부름꾼처럼 보이는 허리에 검을 찬 사무라이었다. 녀석은 눈을 뜨고는 곧장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긴 어디지? 작은 탑인가?
작은 탑.
그것은 ‘삼귀자’에서 스사노오의 던전을 부르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아무래도 그 이름이 눈앞에 있는 작은 사무라이에게서 처음 나온 모양.
그렇다는 건…….
‘이 녀석이 스사노오인가?’
설마 하는 생각이 함께 들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능성이 제일 컸다.
그래야만, 온몸이 저려 오는 이 살기를 납득할 수 있다.
-맞아. 난 죽은 거군.
스사노오는 잠시 멍하니 있다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시선을 유원에게로 옮겼다.
작디작은 몸체.
손바닥으로 한번 툭 치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덩치도 작고, 느껴지는 기운도 아예 없었다.
그저 연기가 뭉쳐진 게 전부.
하지만 그의 사념에서 느껴진 살기는 유원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토츠카의 검을 가지고온 게 너냐?
“그래.”
-그래?
스사노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래 봤자 작은 인형이 인상을 쓰는 게 전부였다. 어마어마한 살기가 뿜어졌지만, 애초에 이 정도 살기는 여러 번 경험해 본 유원이었다.
견딜 만하다. 심지어 눈앞에 있는 조그만 사무라이가 인상을 쓰자, 웃기기까지 했다.
무서울 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누군지 모르나 보군. 난…….
“이름 스사노오. 삼귀자의 일인. 검술의 달인이자 사령술사이며 네크로맨서. 탑에서 알아주는 살인마. 살아생전 랭킹은 57위.”
유원은 스사노오에 대한 정보를 줄줄이 읊었다.
“야마타노 오로치와 싸우던 중, 사망.”
-…….
“아무튼 대단하신 분이시지. 그런데 그따위로 살아 놓고 존대를 받고 싶은 건지 묻고 싶군.”
유원의 말에 스사노오는 잠시 멍하니 있다 곧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그렇게 나온다라…… 이것 참. 죽고 보니 별일이 다 있군.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아마 살아생전 스사노오였다면 단칼에 유원을 베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
그는 지금, 형체만 겨우 갖춘 사념일 뿐이었으니까.
-존대는 됐다. 그런 거 바라고 이렇게 사념을 남긴 건 아니니. 그래도 네가 말한 것 중, 하나는 정정하지.
과거를 회상하듯, 스사노오는 유원의 눈앞에 나타나고 가장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그 ‘따위’가 아니다. 내 삶은 최고였으니까.
“많이 죽인 게 자랑이라…….”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듣던 대로였다.
“일찍 죽은 게 다행이군”
만약 스사노오가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그는 유원이 죽여야 할 랭커 중 당당하게 첫손에 꼽혔을 것이다. 57위에 달하는 최상위 하이랭커가 한 명 더 적으로 있었다면 꽤 피곤했을 것이다.
-그런데 너, 우리 쪽 랭커는 아닌 것 같은데. 어디 녀석이냐?
“어느 쪽도 아니다.”
유원은 플레이어 키트를 들어 숫자를 보였다.
“물론, 랭커도 아니고.”
-……뭐야.
숫자를 확인한 스사노오의 눈에 실망감이 어렸다.
[21]-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