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14
* * *
지이익-.
퀴네에의 눈이 닫혔다.
손등이 욱신거렸다. 역시 아직까지는 통증이 제법 있었다.
무리해서 지옥을 쓴 탓이다.
‘그래도 이제 꽤 견딜 만하군.’
처음에는 몇 번 쓰지도 못하고 탈진했던 스킬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법 힘을 사용해도 견딜 만했다. 스킬을 뒷받침할 만큼 스탯이 높아진 덕분이었다.
-진짜 죽은 건가?
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건 대략 90층부터였다.
아마 그쯤부터였던 것 같았다.
퀴네에의 능력을 알아차렸던 게.
“이미 죽어 있긴 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영혼과 육체를 끊어 놓은 겁니다.”
-그, 그런가?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말하지 마십시오. 죽었던 놈도 다시 살아날까 봐 무섭습니다.”
-그, 그래.
유원은 아서에게 중요한 경고를 남기고는 보상을 확인했다.
‘영혼과 유물, 그리고 칭호라…….’
유물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보상이었다. 예상 못한 보상은 영혼과 칭호였다.
‘퀴네에가 영혼을 흡수한다라…….’
예상 못한 변수였다.
아서 때에는 시스템에 의해 퀘스트가 만들어졌으니 그럴 수 있다 싶었다.
애초에 아서와 관련된 퀘스트인 만큼, 그의 영혼이 자신에게 붙어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영혼이 보상으로 나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군.’
물론 보상을 받는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대단한 보상이 될 수도 있었다. 네크로맨서 관련 스킬이 있다면 스사노오를 언데드로 부릴 수도 있으니, 그건 탑 아래 그 어떤 아이템 부럽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당장 유원은 그런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유원은 다른 보상으로 관심을 돌렸다.
‘유물은…… 저쪽인가.’
스사노오가 처음 앉아 있던 거대한 의자.
그 위쪽으로 하나의 상자가 놓여 있었다.
시스템에 의해 던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정해진 탑의 법칙이며, 스사노오는 던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층에 보상을 준비해 놓아야 했다.
유원은 상자를 향해 걸어갔다.
상자는 꽤 컸다.
사람 한 명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정도.
유원은 잔뜩 녹이 슬고 먼지가 묻어 검게 변해 버린 상자를 열었다.
끼이이-.
곱게 눕혀져 있는 검 한 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쿠사나기의 검.’
스사노오의 유물이 무엇인지는 전부터 알고 있었다.
삼귀자의 삼신기(三神器) 중 하나인 쿠사나기의 검은 스사노오가 야마타노 오로치를 쓰러뜨리고 얻은 보상이었다.
스사노오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탓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아이템. 하지만 쿠사나기의 검은 훗날, 삼귀자를 대표하는 아이템이 된다.
하지만…….
‘나랑은 안 맞아.’
쿠사나기는 귀검(鬼劍)이다.
당장은 사용자를 강하게 만들어 주지만 장기적으로 힘과 생명을 갉아먹는 검.
주인을 잡아먹는 이런 검에 의지해야 할 만큼 유원은 약하지 않았다.
스윽-.
유원은 쿠사나기의 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유사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쿠사나기의 검은 쓰임새가 따로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원은 칭호를 확인했다.
[죽은 자들의 왕]# 구분 : 칭호
# 등급 : S
# 죽은 자들이 우러러보는 자. 그들의 무게를 견뎌 왕이 되리라.
# 마력을 소모해 죽은 자의 영혼을 부릴 수 있다.
# 마력을 소모해 죽은 자의 영혼을 육체에 불어넣을 수 있다.
# 마력을 소모해 죽은 자의 육체를 소환할 수 있다. (보유 시)
# 원한을 사용해 죽은 자의 육체에 더 강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칭호의 효과를 확인한유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잠깐, 이거 설마…….”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게다가 효과 역시 네크로맨서와 관련된 능력.
“하데스의 스킬이 여기서 나온 거였나?”
올림포스에서는 그들을 대표하는 하이랭커들을 여러 이름으로 불렀다.
해신 포세이돈, 사신 하데스, 천신 제우스.
또한 제우스는 하늘의 권좌나 올림포스의 왕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중, 유원이 알고 있는 하데스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이것이었다.
죽은 자들의 왕.
유원은 그것이 단순히 하데스를 연상케 하는 이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건 던전을 공략한 보상이 아닌 건가.”
아마도 퀴네에를 일정 이상 다루게 되었을 때 생기는 보상인 모양.
그제야 유원은 퀴네에를 내려다보았다.
아서.
그리고 스사노오의 영혼.
‘그럼 이 영혼도……?’
스사노오의 영혼을 보고 네크로맨서 관련 스킬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 관련 스킬은 제아무리 유원이라도 얻기가 상당히 힘들뿐더러 스사노오의 영혼 정도를 다룰 정도의 랭크를 가진 스킬은 더더욱 희귀했다.
하지만 이 칭호의 힘이면, 이게 정말 죽은 자들의 왕, 하데스가 다루던 힘이라면.
어쩌면 정말, 스사노오의 영혼으로 만들어 낸 데스나이트를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 이상인데.”
스사노오의 유물이 어떤 것이든 눈에 들어오지 않을 지경.
구구구구-.
던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30분 후에 던전이 붕괴된다더니, 그 전조 현상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서둘러야겠군.”
칭호의 효과는 나중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우선은 이 답답한 던전을 나가기로 했다.
“귀환.”
* * *
저벅-.
인적이 드문 숲.
1층의 세계, 그중에서도 세상 끝과 가장 가까운 숲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 태양마차를 타고도 도시에서 한참을 이동해야 하는 만큼, 이곳에는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
‘장소는 여기가 딱이군.’
보는 사람 없고, 어떤 일이 벌어져도 피해 볼 사람도 없다.
아마 이 정도 거리면 관리자나 심부름꾼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죽은 자들의 왕]유원은 새로운 칭호를 주목했다.
쿠사나기의 검이야 당장 쓸 수 없다지만 칭호는 이야기가 달랐다.
이 칭호는, 사용하기에 따라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라…….’
뜻하지 않은 수확.
그 때문에 관련된 능력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
‘일단 몸으로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나.’
유원은 손을 들었다.
퀴네에.
이 아이템에 아서와 스사노오의 영혼이 저장되어 있었다.
웅-.
눈을 감고 집중하자, 퀴네에가 잘게 떨렸다.
-오싹한 느낌이 드는군.
아서의 목소리.
-이 녀석 때문인가?
사아아아-.
아서의 말대로, 정말 오싹한 느낌이었다.
세상의 모든 원한을 독차지한 것만 같은 절규. 스사노오의 영혼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유원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츠츠츠츠-.
최상위 하이랭커의 영혼.
스사노오는 당장 유원이 감당할 만한 영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녀석은 유원보다 훨씬 오랜 시간 동안 영혼을 다뤄 온 네크로맨서였다.
‘이 녀석은 당분간 못 다루겠군.’
다룰 수 없는 언데드는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불확실한 아군일 뿐이다. 지금은 조금 더 확실한 아군을 만드는 게 낫다.
‘어떻게 하는 거지?’
퀴네에를 찬 손을 들어 올려다봤지만 당장 방법은 알 수 없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스킬이나 칭호를 얻게 되면 사용하는 방법을 깨우치기 마련이었다.
‘메시지도 뜨지 않고…….’
-뭘 하려고 그러는 거지?
아서의 물음.
집중이 깨진 유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네크로맨서 관련 칭호를 얻었습니다.”
-칭호를?
“예. 그런데 이걸 어떻게 쓰는 건지 감이 안 와서요.”
-언데드는 영혼과 육체로 이루어진 존재지.
아서의 목소리에 유원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 생각이 스쳤다.
육체와 영혼.
그중, 유원이 보유하고 있는 건 ‘영혼’ 하나뿐이었다.
# 마력을 소모해 죽은 자의 육체를 소환할 수 있다. (보유 시)
너무 당연한 걸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주위에는 네크로맨서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없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낯설기 그지없는 능력이었다.
“육체를 구해야 한다는 겁니까?”
-그래. 영혼을 불어넣는 방법이야 아마, 내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테지.
아마 그건 칭호의 힘으로 어떻게든 될 것이다.
문제는 영혼을 불어넣을 육체.
잠시 생각하던 유원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꼭 네크로맨서 선배님이라도 되는 것 같습니다. 도움 감사합니다.”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난 아서다. 기사왕 아서. 네크로맨서라니, 그런 질 낮은 자들과는 달라.
툴툴거리듯 말하긴 했지만 어딘가 의기양양한 느낌이었다.
“그럼…….”
유원은 그런 아서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는 숲 안으로 들어갔다.
“앞으로도 계속, 도움 부탁드립니다.”
아서는 유원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대답했다.
-그러지.
* * *
“이게 대체 뭐냐!”
잔뜩 쉰 듯한 목소리.
까끌까끌한 음성과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뼈로 이루어진 괴상한 덩어리.
오크의 시체가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첫 번째 망자를 소환하였습니다.] [이름을 붙이시겠습니까?]메시지가 떠올랐다.
성공이다.
“아서.”
[‘아서’를 등록하였습니다.]유원이 가지게 된 첫 번째 언데드 소환수.
꽤 흡족했다.
결과물은 썩 좋지 않았지만 어쨌건 칭호의 효과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던전에 두고 온 잔해들이 아까운데.’
스사노오가 사라짐에 따라 던전이 붕괴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만약 이 자리에서 살아생전 아서의 육체가 있었다면, 정말 든든한 아군을 얻게 되는 걸 텐데.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기사왕 아서.
상위 랭커였던 그는 이 정도 육체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 줄 것이다.
영혼을 담는 그릇인 육체는 차차 보완해 나가면 될 터.
물론.
“당장 내 몸을 가져와라!”
유원과는 달리, 아서에게는 최악의 결과물이었다.
그 긍지 높던 기사왕이 한낱 오크의 몸뚱이에 들어와 있게 된 것이니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
“없습니다.”
“뭐?”
“보스로 설정된 스사노오를 사냥한 후, 던전이 사라졌습니다.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죠.”
“그럴 수가…….”
그에게 표정이 있다면 아마,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일 것이다.
유원은 이 상황에 속으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당장은 그 몸으로 만족하십시오. 지금은 달리 구할 몸이 없으니.”
털썩-.
기어이 아서는 한 평생 꿇어 본 적 없던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마 그에게 눈물이 있었다면, 펑펑 울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런 아서의 반응은 유원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유원은 퀴네에를 활짝 펼치고는 말했다.
“슬슬 나오지?”
꿈틀-.
퀴네에에서 나오는 빛이 강해졌다.
그 순간, 스사노오의 영혼을 구속하던 퀴네에의 영향력이 약해졌다.
-더러운 기분이군.
한 평생 타인의 영혼을 가지고 놀아온 그였다.
그 반대 입장이 되자, 스사노오는 생전 느껴 보지 못한 꺼림칙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약속은 지켜야지?”
스사노오와의 내기.
아직까지는 그의 영혼을 묶어 두는 정도가 한계지만, 내기가 성립된 이상 원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들을 수 있었다.
-궁금한 게 많나 보군.
“하나 궁금한 건 있지.”
-저 머저리와 관계된 건가?
“으아아아아!”
아직까지도 절절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아서.
유원은 계속 그를 무시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말해 봐라.
“기사왕을 죽이라고 부탁한 게 누구지?”
들을 수 있는 대답은 하나.
유원은 스사노오가 아서를 죽인 게 우연이 아니라 확신한 상태에서 물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그 대답은 못해 주겠군.
“왜지?”
-나도 뭐 하는 놈인지 모르거든.
유원의 미간이 구겨졌다.
이건 예상 못한 대답이었다.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건 확인했는데,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가 없다니.
-하지만 보여 줄 방법은 있지.
스스스-.
퀴네에에서 뿜어진 안개가 유원의 몸을 뒤덮었다.
그 순간.
츠츠츠츠-.
‘이건…….’
수만의 언데드 군대.
그 속에 형형색색의 용포를 입고 앉아 있는 누군가의 시야가 보인다.
검게 덮인 안개를 통해, 스사노오의 기억이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