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19
* * *
시험에 참가한 유원은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자칭 김유원이라…….’
유명인을 사칭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었다.
지금의 경우가 그랬다.
아마 유원이 오랫동안 시험에 도전하지 않아 나타난 사칭범인 모양.
‘제법 닮긴 했네.’
얼굴은 스킬을 통해 바꾼 건지 자신과 거의 완벽할 만큼 비슷했다. 머리 스타일까지 따라 할 순 없는지, 머리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쯤은 의심할 사람이 얼마 없을 것이다. 게다가 녀석은 자신이 얼마 전까지 사용하던 ‘불주술의 옷’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상관은 없나.’
사칭범이 있든 없든, 유원은 그런 거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녀석이 탑을 오르며 나쁜 짓을 저지르는 건 곤란하지만 그게 꼭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탑을 오르다 보면 결국 올림포스의 시선이 녀석에게 모여들 터.
결국 사칭범이 가짜라는 게 밝혀지기 전까지 유원은 조용히 탑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에 도플갱어를 찾았다?’
평범한 사칭범이라 생각했던 녀석에게 조금 관심이 생겼다.
‘무슨 수를 쓴 거지?’
도플갱어는 결코 찾기 쉬운 녀석이 아니었다.
악마 계열의 괴물인 녀석을 찾기 위해서는 운 좋게 팀 내에 빛 속성의 마나를 다루는 플레이어 가 있거나, 도플갱어를 다 찾을 때까지 서로를 의심하고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번 시험은 빠를수록 좋을 게 없으니.
그런데.
‘생각보다 잘하네.’
하루 동안 지켜봐 온 사칭범은 꽤 능숙했다.
표정 연기도 예술이고, 목소리도 떨지 않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딱 사람들이 생각하는 ‘김유원’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도플갱어를 잡을 때를 보니 실력도 제법 있어 보였다.
하긴, 그러니까 이런 짓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거겠지.
확실히 녀석은 ‘김유원’을 연기하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취해 가고 있었다.
아마 이번 시험만 잘 끝내면 김유원을 영입하기 위해 거대 길드가 다시 움직일 테지.
흡사 어린애 재롱을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재롱도 어디까지나 선을 넘지 않았을 때나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이건 뭐, 등신도 아니고…….’
똑똑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유원은 자신에게 겨눠진 칼끝을 잡았다.
* * *
“김유…… 원?”
제발, 아니길.
사칭범의 눈빛과 목소리가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멀리 온 상황이었다.
“넌 나중에 보자.”
화르륵-.
화안이 빛났다.
그 순간.
[‘화안’이 진실을 드러냅니다.]쩍, 쩌저적-.
유원을 사칭한 남자의 얼굴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다.
“아, 아아, 아아아악!”
얼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피부가, 아니 그 위를 뒤덮고 있던 얇은 가죽이 깨어져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투둑, 투두두둑-.
얼굴이 드러난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황당한 상황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플레이어들은 모두 얼이 빠져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그, 그럼 저건 가짜였던 거야?”
“김유원은 없는 거고?”
“아니지. 저쪽이 진짜 김유원이라는 거 아니야?”
“아, 맞네…….”
상황을 파악하던 중, 바닥에 엎어졌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이 새끼가 가짜다!”
쩍쩍 갈라진 얼굴.
그 속에는 창백한 얼굴의 어린아이가 있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마나가 그의 주위를 감돌았다.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한 마나는 확실히 주위에 있는 어느 플레이어들보다도 뛰어났다.
“내가 진짜야, 내가 진짜……!”
“그래라, 그래.”
번쩍-!
남자의 눈앞에 별이 펼쳐졌다.
쩌억-!
유원의 발이 남자의 얼굴을 걷어찼다. 비틀거리던 남자의 눈이 반대로 뒤집혀 하얗게 변하고, 힘없이 아래로 쓰러진다.
털썩-.
“너 해라. 그 이름.”
“…….”
“…….”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한 방이었다.
발에 얻어맞은 남자와 마찬가지로 주위에 모여든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어느새 유원이 가까이 다가가 발로 그의 머리를 걷어찼다는 것만 뒤늦게 인지했을 뿐이었다.
“이쪽은 대충 정리됐고…….”
유원은 곧 바닥에 쓰러진 남자에게서 관심을 돌렸다.
잠깐의 소란이 있었을 뿐.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다.
“도플갱어가 누군지 찾고 있었지?”
유원의 시선이 방금 전, 가짜 김유원이 죽이려 했던 플레이어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유원의 시선을 받고는 몸을 움찔거렸다. 살 수도 있다는 희망과 이대로면 정말 죽겠다는 위기감이 동시에 떠올랐다.
“저, 저는 정말 아닙니다! 진짜로요!”
“저도 아니에요! 도플갱어라니, 그게 뭔지도 모른다고요!”
“증명해 볼게요!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제 이름은 마일이고요, 출신 고향은…….”
“저는…….”
수많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말들이었다.
유원은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걸음을 옮겼다.
저벅-.
유원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멎어 들었다.
이대로 죽는 걸까.
하지만 그들의 걱정은 곧 다른 방향으로 돌아갔다.
“……어?”
“어디 가는 거야?”
사람들 무리 틈을 지나쳐간 유원은 반으로 나누어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로 향했다.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는, 팀을 가진 플레이어들.
유원은 그 중, 라인하르를 향해 다가갔다.
“또 보는군.”
“아, 네.”
라인하르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그는 유원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딘가 김유원과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옷이 달라 설마하니 진짜 김유원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당신이 진짜 김유원이었습니까?”
“내가 누구든, 시험에 중요한 건 아니지.”
유원은 고개를 돌려 라인하르와 그 주위의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붉게 변한 눈동자.
라인하르는 그 눈을 마주하자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온몸이 발가벗겨져 자신의 모든 걸 드러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왜 그런 눈으로 보십…….”
“넌 누구지?”
“예?”
라인하르는 순간 그게 무슨 질문인가 싶었다.
하지만 곧, 유원이 묻는 바를 깨닫고는 웃음을 지었다.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도플갱어라고?”
그는 자신의 다른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이거 당황스럽군요. 내가 누구냐, 얘들아?”
“우리 팀장이죠.”
“저희가 보증합니다. 팀장은 아니에요.”
“시험이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으니까 확실합니다.”
“맞아요.”
팀원들의 보증.
이보다 확실한 증거도 없었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시험을 통과하려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모여 있었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도플갱어를 두둔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팀이 있으니 도플갱어일 리 없다라…….”
유원은 라인하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과연 그럴까?”
슈욱-.
라인하르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뒷걸음질을 치는 라인하르는 화들짝 놀랐다.
분명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유원의 손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콱-.
유원의 손이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숨통이 죄어져왔다. 이대로는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그 순간.
툭-.
라인하르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이성이었고, 동시에 그의 몸에서 폭발적인 힘이 뿜어졌다.
눈을 번뜩인 라인하르의 주먹이 뻗어졌다.
슈악-.
꽝-!
라인하르의 주먹이 유원의 옆을 때렸다.
주먹에 맺힌 마나가 허공을 두드리자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유원은 손을 놓았다.
라인하르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꽝, 쩌저정-!
연달아 쏟아지는 주먹.
마나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주위에 있던 다른 팀원들이 당황했다.
“어, 어어?”
“팀장?”
“팀장이 이렇게…… 강했나?”
그를 잘 아는 만큼, 팀원들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혹시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대체 무슨 이유로?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설마…… 진짜 도플갱어?”
하얗게 뜬 눈.
심상치 않은 마나의 흐름.
점차 하얗게 변해 가는 피부.
“이상하지 않나?”
유원은 그의 주먹을 피해 내며 그의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부터 계속 같이 있었다면서?”
“그거야 그렇긴 한데…….”
“그, 그럼 설마 그때부터 계속 도플갱어였던 건가?”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자신들의 팀장은 시험이 시작되기 전부터 함께했을 텐데.
도플갱어로 바꿔질 만한 상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이건 나도 처음 알았군.”
슈악-.
유원의 검이 라인하르의 팀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플레이어를 모방한 도플갱어는, 스스로조차 속이는 건가.”
푸욱-.
“허억!”
“탈리아!”
팀원의 머리를 꿰뚫은 검에 주위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못 믿길 상황이 눈에 보였다.
캬아아아-!
주르르륵-.
꿰뚫린 검에 괴로워하는 비명 소리.
그리고 물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피부와 새하얀 피.
“……어?”
“타, 탈리아?”
또 다른 그들의 팀원이 도플갱어의 시체로 변해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슬슬 드러내지그래?”
유원은 칼에 묻은 도플갱어의 투명한 핏물을 바닥에 툭툭 털어 냈다.
“도플갱어‘들’아.”
그 순간이었다.
“키릭-.”
“캬르르륵-.”
“캬아아아-!”
라인하르를 비롯한 그의 팀원들이 괴상한 울음소리를 터뜨리며 얼굴에 투명한 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한 것이.
도플갱어.
타인의 삶을 잡아먹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 껍질을 차지하는 괴물.
아니, 악마.
21층의 시험은 바로 ‘악마’라는 존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시험이었다.
‘그만큼 사망률도 높지만 말이지.’
화륵-.
[‘화안’이 본질을 파악합니다.]유원의 눈에는 보였다.
누군가를 잡아먹고 그들의 삶을 통째로 집어삼킨 도플갱어의 본모습이.
그들은 사람으로 변한 후, 스스로 도플갱어라는 자각조차 잊어버리고 이 시험에 임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악마족이라지만 고작해야 하급 도플갱어 몇 마리.
이 시험이 이렇게까지 길어진 건, 저기 있는 가짜 때문이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유원이 도플갱어 사이에 나타났다.
“이제 슬슬 이 시험도 끝내자고.”
스걱-.
[천살성의 완성도가 0.001% 상승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0.001% 상승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연달아 울리는 메시지.
스사노오의 던전을 오를 때에는 뜨지 않던 메시지였다. 완성도가 아예 오르지 않아 더 이상 성장이 멈춘 건가 했는데,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이미 죽은 자인 언데드를 또 죽여서는 천살성을 완성시킬 수 없다.
“저, 저기!”
“수, 수정이!”
시험장 한가운데 위치한 수정.
그곳을 향해 맹렬히 달려드는 몇 명의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악마의 상징인 마기(魔氣)를 줄줄 흘리며, 눈이 하얗게 뒤집어진 도플갱어들.
도플갱어는 라인하르와 그의 팀원들이 끝이 아니었다.
“캬하악-!”
혼란을 틈타 수정을 노린 도플갱어 하나가 수정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수정이 파괴되는 순간, 도플갱어를 찾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다.
그것으로 시험은 실패하게 되는 것이니까.
그런데.
콱-.
수정을 향해 다가가던 도플갱어의 손이 무언가에 붙잡혔다.
보라색 불길로 일렁거리는 불확실한 형체의 무언가.
[천마령]화르르륵-.
푸확-!
수정을 지키고 있던 유원의 천마령이 도플갱어들의 몸을 사정없이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