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22
* * *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마모스는 그것을 많이 봐 왔다.
마왕 벨리알.
그의 아버지이자 어머니. 그를 탄생시킨 존재.
그리고 그런 벨리알의 주위에 있는 수많은 악마들.
랭커의 힘은 마모스에게 있어 그리 대단할 게 없었다. 그는 보통의 플레이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을 보고 자라왔다.
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랭커, 그리고 하이랭커들이었다.
‘이게 가능해?’
화르르륵-.
퍼어엉-!
또다시 한번.
마나포에서 거대한 불길이 뿜어지며 달려 들어오던 빅 카우 무리의 몸을 까맣게 불태웠다.
불길에 휩싸인 빅 카우들은 잠시 몸부림치다 금세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놀랍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바로 유원의 주위에 생겨난 마나포의 숫자였다.
화륵-.
또 하나가 더해졌다.
벌써 서른두 개째.
이 정도면 어지간한 하이랭커들도 만들어 내기 어려운 숫자다.
물론, 위력 자체는 하이랭커들에 비할 수 없었지만.
‘마나 컨트롤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건가?’
마나포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조건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마력의 절대적인 수치. 즉, 스탯의 높음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마력 자체를 다루는 컨트롤 능력.
첫 번째 마력 스탯이 높다면 하나의 마나포를 만들더라도 엄청난 위력을 뿜어 낼 수 있다.
그것은 시간을 들여 레벨을 올리고, 시험을 통과해 탑을 오르다 보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마력 컨트롤 능력은 다르다.
그것은 오로지 플레이어가 갈고닦는 수밖에 없다.
절대적으로 높은 마력 스탯은 컨트롤 능력마저 능가하지만, 유원은 오히려 그 반대를 보여 주고 있었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군.”
마모스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자신을 보며 느끼던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압도적인 재능이었다.
화륵-.
서른세 개째의 마나포.
유원은 천천히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마나포들.
마치 거대한 반딧불이 무리, 혹은 도깨비불 무리를 보는 것만 같았다.
‘서른셋.’
처음 마나포를 만들어 사용할 때만 하더라도 스무 개 정도가 한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려 서른세 개라니.
‘괜히 S+랭크가 아니라는 건가.’
똑같은 마력 스탯이라 하더라도 마력 컨트롤에 따라 위력과 활용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마나의 주인’은 바로 그 마나 자체를 다루는 능력을 극대화시켜 주었다.
마나에 대한 감응력과 지배력.
마치 마나가 스스로 자신을 따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손발을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몸의 일부를 쓰는 감각이 되는 것이다.
‘마력 스탯과 스킬이 합쳐지면…….’
화르륵-.
마지막 하나.
총 서른네 개의 마나포가 만들어졌다.
‘실질적인 효과는 더하기가 아닌 곱셈과 같다.’
우우웅-.
서른네 개의 마나포가 일제히 마나를 뿜어낸다.
마지막 남은 빅 카우들을 향해 마나포들의 세례가 쏟아지고.
콰아아아아-!
펑, 퍼퍼퍼펑-!
빅 카우들의 비명 소리가 소음에 묻혔다.
몸에서 마나가 쭉 빠져 가나는 게 느껴진다.
마나포의 개수를 확인해 보고 싶은 욕심에 무리를 한 탓이었다.
‘열 개 정도면 충분하겠군.’
서른네 개씩이나 되는 마나포는 사치였다.
마나포는 개수가 늘어날수록 집중력을 빠르게 갉아먹고 그만큼 마나의 소모가 큰 기술이었다.
광범위한 범위로 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방금 전 유원의 행사는 확실히 과한 데가 있었다.
마나포의 개수를 줄인 유원은 쏟아지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빅 카우’를 처치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0.001% 상승하였습니다.] [‘빅 카우’를 처치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빅 카우’를 처치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상승하지…….]빅 카우들을 처치해도 오르는 완성도는 미미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한 번씩 미세하게 오르는 수치에 희망을 품던 차.
‘거의 다 왔다.’
완성도가 거의 끝에 다다랐다.
[완성도 : 99.994%]천 마리.
엄청난 숫자였다.
이번 시험을 가능한 길게 끌고 간 건, 단지 시험의 성적 때문만이 아니었다.
천살성.
튜토리얼에서 수르트라를 처치하고 얻은 스킬.
A+라는 높은 등급만큼 기대가 큰 스킬이었다. 완성도가 오를 때마다 얻는 스탯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스킬은 어디까지나 ‘미완성’인 스킬일 뿐이다.
완성 이후에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브리튼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만큼 유원은 최대한 전력을 끌어올리고 싶은 생각이었다.
‘앞으로 0.006퍼센트.’
이제 정말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았다.
유원은 가득 쌓여 있는 포인트를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걸 사용하기만 하면 이 시험은 이제 끝이 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
‘다들 열심히 해 달라고.’
유원은 자리에 서서 다음 스테이지를 기다렸다.
남은 0.006퍼센트의 완성도.
가능하다면 이번 시험에서 모두 채워 버리기 위해서였다.
* * *
“쉽군.”
“어. 이번에도 완전 여유야.”
“이 시험, 너무 거저먹기 아니야?”
1팀의 사기는 그야말로 최고조에 올라 있었다.
벌써 12번째 스테이지였다.
출몰하는 빅 카우의 숫자는 점차 늘어나 어느새 50여 마리 정도.
처음에 비하면 조금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막아 내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빅 카우는 덩치만 클 뿐, 사냥하는 게 그리 어려운 괴물은 아니었다.
“그래도 20번째까지 가면 힘들겠어.”
“그 전엔 결판이 나겠지.”
“하긴. 아무리 김유원이라고 해도 그건 무리지.”
“팀장이 이런 쪽으로 머리는 진짜 좋아. 여기서 김유원 팀부터 먼저 떨어뜨릴 생각을 다 하고.”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1팀의 팀장, 맥클이었다.
그는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에 다른 팀에게 접촉해 한 가지를 제안했다.
바로 김유원이 있는 팀을 먼저 떨어뜨리자는 것.
“어차피 올라갈 수 있는 팀은 하나뿐이니까. 가장 강한 경쟁팀을 떨어뜨리는 건 당연한 거지.”
자신을 띄워 주는 말에 맥클은 어깨를 으쓱이며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했다.
200포인트.
스테이지 추가 포인트에 16마리의 빅 카우를 쓰러뜨리고 얻은 포인트였다.
맥클은 잔머리뿐만 아니라 24층의 플레이어 치고 꽤 실력도 있었다.
‘이제 슬슬 나가떨어질 때가 됐어.’
제아무리 김유원이라고 해도 체력이 무한하지는 않다.
이번 시험은 한 차례씩 스테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점점 많은 숫자의 괴물을 막아 내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막아 낸 괴물을 처치하고 획득한 포인트는, 또다시 더 많은 괴물이 되어 다른 팀에게 되돌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각 스테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괴물을 상대해야 하는 2팀.
제아무리 김유원이 대단하다 해도 이걸 다 막아 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12번째 스테이지.
그동안 김유원의 팀은 다른 팀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 공세를 지금껏 받아 낸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열세 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오 분의 휴식 시간이 지났다.
휴식 시간치고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
하지만 휴식 시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았다.
그럴수록 김유원이 있는 팀은 더 피가 마를 테니까.
“그럼 어디, 포인트를 쓸어담으러 가 볼…….”
그때였다.
[‘빅 카우’가 소환됩니다.] [‘빅 카우’가 소환됩니다.] [‘빅 카우’가…….]연달아 수십 번씩 울리는 메시지.
맥클을 비롯한 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빅 카우를 소환할 수 있는 건 자신들만이 아니었다.
김유원이 있는 팀도 마찬가지.
그동안은 단지 한 번도 빅 카우가 소환된 적이 없어서 잊고 있었을 뿐이다.
‘공격을 시작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 긴 시간 동안 김유원의 팀은 한 번도 빅 카우를 소환하지 않았다.
어째서?
‘지금까지는 다른 팀들이 공격받고 있던 건가?’
빅 카우를 처치하면 한 마리에 5포인트를 얻는다.
10포인트를 소모하면 한 마리의 빅 카우를 소환할 수 있다. 지금껏 포인트를 쓰지 않고 모아두기만 한 거라면 대체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모았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젠장.”
조금 마음이 급해졌다.
다행히 소환된 빅 카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략 사십여 마리 정도.
이 정도면 막아 내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쫄지 마! 오히려 잘됐어!”
쾅-.
맥클은 등에 매고 있던 거대한 도끼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저놈들을 잡고, 더 많은 괴물을 소환하면 된다. 그럼 다음번에야말로 진짜 끝나는 거야!”
저 정도 숫자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맥클은, 그리고 다른 모든 팀은 그렇게 생각했다.
* * *
‘이 정도면 못 막지는 않겠지.’
각 팀에 40마리씩.
추가로 소환된 빅 카우의 숫자였다.
그렇게 소환된 빅 카우는 저들에게 또다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 스테이지에는 더 많은 숫자의 빅 카우가 소환될 것이고.
“다 썼어요, 포인트.”
소환을 마친 마모스가 유원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갑자기 왜요? 처음에만 해도 포인트를 쓰지 말고 모으라더니. 난 또 한꺼번에 모아서 공격하려는 건줄 알았는데.”
“그래야 저쪽에서도 반격을 하지.”
“무슨 반격이요?”
유원은 고개를 까닥였다.
어느새 새하얀 빛 무리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빅 카우들.
반격이란, 바로 저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설마…… 더 많이 소환하라고?”
“다음 스테이지부터는 아마 소환되는 숫자가 더 늘어나겠지.”
“지치지도 않아요?”
“아직은.”
유원은 몰려들어오는 빅 카우를 향해 다가갔다.
“조금 무리하더라도 끝까지 가 봐야지.”
[완성도 : 99.999%]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한끝을 채우지 못하고 끝이 난다면 여간 아쉬운 게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유원은 이 시험을 최대한 이용하고자 했다.
팟-.
유원은 몰려들어오는 빅 카우 무리를 향해 뛰어올랐다.
얼핏 보기에도 천은 넘어 보이는 빅 카우들.
유원은 그 속으로 뛰어듦과 동시에 마나포를 만들어 냈다.
웅, 웅웅웅-.
십여 개의 마나포.
광역으로 빅 카우를 사냥하기에는 역시 이만한 게 없었다.
콰아아아-.
음머어어-!
불길에 휩싸인 빅 카우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빅 카우들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유원은 한 손으로는 마나포를 조종하는 한편, 다른 한 손을 움직여서는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빅 카우’를 처치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빅 카우’를 처치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상승하지…….]아쉬운 메시지들의 연속.
지난번 스테이지에서는 0.001퍼센트의 완성도도 오르지 않았다.
99.999퍼센트에서 멈춰 있는 완성도.
‘역시 안 되는 건가?’
사냥이 이어질수록 기대는 점점 옅어졌다.
어쩌면 남은 완성도는 이런 녀석들을 사냥하는 걸로는 채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퍼엉-!
빅 카우들의 한가운데 파고들어 마나포를 쏘아대던 유원의 이마에도 조금씩 땀이 흘렀다.
대체 이번 시험에서 몇 마리나 죽인 걸까.
삼천? 사천?
얼마나 되는지 헷갈렸다. 이 정도쯤 했으면 역시 안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때였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0.001% 상승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천살성’이 삭제됩니다.] [‘악마지체’를 획득하였습니다.] [신규 스탯 ‘마기’가 추가됩니다.] [마기 스탯이 20 상승하였습니다.]기다리고 있던 메시지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