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23
* * *
“응?”
마모스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빅 카우들을 사냥하던 유원에게서, 갑작스레 익숙한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다.
‘마기?’
마나와 마기는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다.
근본적으로 보면 비슷하지만, 마기란 마나와는 달리 훨씬 파괴적인 속성을 지녔다.
그것은 악마들의 고유한 힘이었다.
마치 천사들의 신성력처럼.
‘아니겠지?’
콰아앗-!
유원의 마나포가 마지막 남은 빅 카우들을 불태웠다.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한 번쯤은 착각이라 생각하고 넘길 수 있지만 그게 두 번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마…… 진짜로?”
마모스는 눈을 부릅뜨고 유원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스스, 스-.
유원의 몸에서 제어되지 않은 마기가 넘실거렸다.
보통 사람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겠지만 마왕의 핏줄인 그는 확실히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유원에게서는 분명, 마기가 흐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마나와 마기.
두 가지 힘을 모두 가진 플레이어가 있다니.
인간과 악마의 혼혈이라도 되는 걸까?
아니, 그건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피는 섞이기 마련이고, 더 강한 피를 이어받은 쪽의 힘을 타고나게 되니까.
아직까지 다른 팀은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지 시험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마모스는 유원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두서없는 질문이었지만 유원은 무슨 질문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악마족인 마모스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나도 잘 모르겠다.”
“모르겠다니요?”
“새로 스킬을 얻었더니 이렇게 됐다.”
유원의 대답에 마모스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스킬? 스킬로 마기를 다루는 게 가능해요?”
“그러게 말이다.”
당황스럽기는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마기.
설마하니 이걸 스킬을 통해 얻을 수 있을 줄이야.
[악마지체]# 랭크 : S-
# 숙련도 : 0.00%
# 악마족의 몸. 마기를 다룰 수 있다.
# 악마족 전용 스킬 획득 가능
# 마기 20 상승.
[마기 : 20(특수)]# 레벨 업을 통한 상승 불가.
# 모든 스킬에 적용 가능.
스킬과 스탯을 확인한 유원은 헛웃음을 지었다.
뭐 이런 스킬이 다 있는지.
‘새로운 스탯을 형성하는 스킬. 처음 보는 종류의 스킬이다.’
마기는 악마족만이 다룰 수 있는 힘이다. 그 정도는 어느 정도 탑의 생태계를 알고 있는 랭커라면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리고 그건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스킬은, 터득하는 것만으로도 마기를 생성해 냈다.
‘레벨 업을 통해서는 스탯을 올릴 수 없다. 숙련도에 따라 스탯이 상승하는 건가?’
천살성은 완성도에 따라 스탯이 올라갔다. 어쩌면 악마지체 역시 같은 방법으로 스탯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두 가지 스탯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숙련도를 올리는 방법인데…….’
스킬을 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을뿐더러, 아직 마기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괜한 욕심이었다.
일단은 여기서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끝내자. 이 정도면 원하던 건 얻었으니까.”
“예? 뭘요?”
“뭐긴.”
유원은 지금껏 모은 포인트를 확인했다.
[포인트 : 24355]“이 시험이지.”
* * *
“허억, 헉-.”
“끝났…… 끝났다.”
“후아-. 죽는 줄 알았네.”
이어진 13번째 스테이지가 끝나고.
맥클의 팀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부상자가 한 명 생겨났다.
“다음번엔 진짜 빡셀지도 모르겠는데?”
“젠장, 이번 시험도 글렀나.”
“아직 포기하긴 이르지 않아? 이쪽도 이번엔 포인트를 많이 모았으니까.”
“아, 그건 그렇지.”
희망은 있었다.
다른 때보다 많이 소환된 빅 카우로 인해, 소환에 필요한 포인트를 많이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번에는 다른 때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의 빅 카우를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다른 팀도 상황은 비슷하겠지?”
“그렇겠지. 아직 떨어진 팀도 없는 것 같고…….”
“혹시 약속 어기고 포인트를 아끼는 놈들은 없으려나?”
“뒤에서 호박씨 깐 건 우리도 똑같지 않나?”
“하긴. 그건 그렇지.”
쓰지 않고 모아 둔 포인트는 아직도 제법 있었다. 김유원이 있는 팀을 떨어뜨리고 난 후, 다른 팀을 공격하기 위해 남겨 둔 포인트였다.
하지만 한 번 위기를 느끼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맥클은 아껴 둔 포인트를 모두 사용했다.
“다들 아끼지 말고 이번에 다 사용해. 다음은 없다 생각하고.”
“예.”
“알겠습니다.”
“저희도 지치긴 마찬가지거든요.”
팀원들 또한 모든 포인트를 투자했다.
아마 다음 스테이지에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빅 카우들이 소환될 것이다.
“넌 이제 끝났어.”
이번에야말로 김유원의 팀을 떨어뜨릴 수 있다.
맥클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런데.
[열네 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웅, 웅웅-.
새하얗게 생성되는 빛 무리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이번 시험에서만 벌써 열세 번이나 봤던 광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차이는 분명했다.
“뭐야……?”
“몇 개나 나타나는 거야?”
[‘빅 카우’가…….] [‘빅 카우’가…….] [……] [……]정신없이 떠오르는 메시지.
그리고 수도 없이 생겨나는 빛 무리와 어마어마한 숫자의 빅 카우들.
그때에서야 비로소 그들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막연하던 불안감이 눈앞에 나타난 순간이었다.
음머어어어-!
쿵, 쿵쿵쿵쿵-.
수백 마리의 소들이 대지를 흔든다.
불과 방금 전, 열세 번째 스테이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숫자였다.
족히 그 세 배.
아니, 네 배는 되어 보였다.
눈앞을 가득 메운 빅 카우들을 보며 맥클은 허탈한 듯 중얼거렸다.
“이게…… 아닌데?”
* * *
쓰러져 있는 빅 카우의 시체들.
유원은 그 위에 앉아 메시지를 기다렸다.
이윽고.
[1팀이 탈락하였습니다.] [4팀이 탈락하였습니다.] [7팀이…….]기다리던 메시지가 시작되었다.
‘각각 200마리씩. 한 팀 정도는 버텨 내려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르간이나 마모스 정도 수준의 고위 순혈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입증된 플레이어가 속한 팀이라면 막는 게 불가능한 수준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 한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10팀이 탈락하였습니다.]다른 팀들보다 훨씬 늦게 하나의 팀이 시험에서 떨어졌다.
아마도 몰려들어오는 빅 카우들을 막아 내던 중, 다음 스테이지까지 생각이 미쳤을 것이다.
‘이번을 막아 내도 다음은 있다. 그다음도, 또다시 그다음도…….’
다른 팀들이 탈락한 가운데.
한 개의 팀으로서 다른 아홉 팀의 공세를 받아 내던 유원의 팀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이리라.
[24층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5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추가 54,36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구름걸음’을 획득하였습니다.]시험 통과 메시지.
보상에는 그리 눈이 가지 않았다.
추가로 획득한 포인트는 유원이 획득한 누적 포인트의 두 배 만큼이었다.
합치 10만 포인트가 조금 넘는 정도.
나쁘지 않긴 해도, 이어진 보상이 별로였다.
‘구름걸음. 사용 시 순간적으로 발을 가볍게 하고 허공에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드는 스킬.’
유원은 한숨을 뱉었다.
‘헤르메스의 발걸음의 하위 개념 스킬이다. 오히려 마력만 잡아먹지.’
언젠가 한두 번쯤은 쓸 날이 올지 모르나, 필요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사용하는 게 나을 것이다.
결국 24층의 시험에서 얻은 건 10만이 넘는 포인트 뿐.
애초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25층으로 이동합니다.]스으으-.
시험을 통과한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흐릿해져 갔다.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눈에는 마치 풍경이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시험을 통과한 플레이어에게 다음 층으로 향할 자격이 부여되어,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스아아아-.
탑을 올라가는 기분은 언제 겪어도 신기했다.
그것은 마치 멀리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과 비슷했다.
작은 마을과 도시에 살던 어린아이가, 더 넓은 세계를 알게 된 것처럼.
그것은 스스로가 인지하고 발을 뻗을 수 있게 된 세계의 ‘확장’과 같았다.
“오…….”
“여기가 25층인가?”
“브리튼이 관광지로 그렇게 유명하다던데.”
“여기가 브리튼 아니야?”
“그런가?”
처음 25층에 도착한 플레이어들은 방금 전까지의 시험은 잊은 듯,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선은 지나온 어느 층보다도 맑고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끼어 있는 눈처럼 하얀 구름, 맑고 상쾌한 공기.
멀리 보이는 초록빛의 산과 새들의 지저귐.
그야말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세계였다.
플레이어들이 도착한 장소는 어느 제단의 위쪽이었다.
그리고 그 제단 위에는 브리튼을 상징하는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오…….”
“이게 그 유명한 원탁의 기사들인가?”
“멋지긴 하네.”
제단을 둘러싼 150개에 달하는 동상.
브리튼을 대표하는 백오십 명의 기사들이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랭커였으며, 브리튼을 수호하는 검이자 방패였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동상이 있었다.
“저 동상…….”
마모스는 가장 눈에 띄는 하나의 동상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 ‘아서왕’인가요?”
찬란한 검, 엑스칼리버를 위로 치켜들고 있는 위대한 기사.
노란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새하얀 백마에 올라탄 남자는 단지 동상일 뿐인데도 위엄이 느껴졌다.
새삼 실감이 났다.
아서.
기사들의 왕이라 불린 자.
이 브리튼을 세우고 다스린 위대한 원탁의 주인.
그는 지금…….
-맞다. 저게 내 몸이었다.
퀴네에 속에서 여전히 새로운 몸을 갈구하고 있었다.
‘아직 미련 안 버렸습니까?’
-미련이 아니다! 최소한 좀 사람 같은 몸을 달라는 게, 그게 그렇게 힘든 게냐?
‘아까 사냥한 소도 괜찮으시다면야…….’
-크흠.
금방 입을 다무는 아서.
아무리 그래도 사족보행을 하는 괴물보다는 이족보행이라도 하는 오크가 나은 모양이었다.
“맞나 보다.”
“지금 브리튼의 국왕은 랜슬롯이라고 들었는데, 아직 동상은 안 바뀌었나 보네요.”
“그는 아직 임시 국왕일 뿐이니까.”
아서가 사라진 이후.
공석으로 남겨진 브리튼의 국왕 자리는 랜슬롯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서가 돌아올 때까지 임시로 맡아 둔 것일 뿐.
브리튼은 지난 천 년 동안 줄곧 국왕이 공석으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궁금하긴 하네요.”
마모스는 어떤 세계보다도 아름다운 브리튼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악마족으로 태어난 그는 이토록 아름다운 세계가 있다는 걸 지금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세계를 만든 아서도, 천 년간 다스린 랜슬롯도 어떤 인간들일지…….”
“어렵지 않지.”
“네?”
다그닥, 다각-.
요란한 발소리.
제단으로 이어지는 길의 끝으로 유원의 시선이 돌아갔다.
“곧 보게 될 거다.”
세 마리의 백마.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무거운 중갑을 입은 기사들.
그들은 시끄러운 말발굽 소리를 내며 새로 자신들의 세계를 방문한 플레이어 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아는 원탁은 엉덩이가 그리 무겁지 않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