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24
“저게 원탁의 기사들?”
마모스는 흥미로운 표정이었다.
백색의 갑옷과 말.
그것은 분명 길드 ‘원탁’의 상징과도 같았다.
“전부는 아니고.”
유원은 그중 가장 앞장서 다가오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한 명은 그렇지.”
한 명.
적어도 저기 있는 한 명은 분명 원탁에 앉을 자격을 가진 랭커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 의자에 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원탁에서 가장 강한 100인에 속해 있다는 뜻이 된다.
다그닥-.
다가온 말들.
유원은 그중, 가장 앞장서 있는 기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누구더라…….’
어렴풋이 떠오르는 얼굴.
최소한 한 번 이상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기억을 더듬자, 이름이 떠올랐다.
‘기사 퍼시벌. 원탁의 서른한 번째 기사.’
그가 왜 여기에 직접 온 걸까.
거리는 금방 가까워지고 퍼시벌은 말에 올라탄 채 입을 열었다.
“그대들이 이번에 시험을 통과하고 올라온 자들인가?”
원탁의 기사가 직접 묻는다.
평범한 플레이어는 꿈도 못 꿀 위치에 오른 자.
무엇보다 ‘멋’에 있어서 원탁만큼 동경 받는 길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예!”
“투알이라 합니다.”
“오른입니다.”
“전 앨리 로자먼드예요. 순혈 출신으로…….”
그들은 앞 다투어 자신을 소개하기 바빴다.
당연한 욕심이었다.
‘여기서 원탁의 기사의 눈에 들기만 하면…….’
‘나도 원탁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원탁 출신의 랭커가 되면 거대 길드까지는 금방이야. 게다가 원탁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길드도 없으니, 여차하면 여기서 평생 있어도 되고.’
나름대로 꿈을 꾸는 사람들.
하지만 정작 원탁의 기사는 그들에게 별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자네들은?”
유원과 마모스에게로 향하는 관심.
이렇게 대놓고 묻는데 대답을 회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김유원입니다.”
“마모스다.”
둥글둥글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마모스는 딱딱하게 대답했다.
퍼시벌은 그런 마모스를 잠시 바라보다 말에서 내려왔다.
“난 퍼시벌이라고 하네. 반갑군.”
퍼시벌은 그렇게 말하며 25층에 올라온 플레이어들을 향해 인사했다.
정중하고 예의 바른 자세.
탑을 정상까지 오른 랭커 중에서는 드문 모습이었다. 특히, 원탁처럼 큰 규모의 길드에 속한 랭커라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원탁의 기사들에게는 당연한 자세였다.
기사도 정신.
그것은 브리튼의 초대 국왕인 아서의 정신이기도 했다.
“퍼시벌?”
“들어 본 사람 있어요?”
“원탁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랭커예요. 몇 번 들어 봤어요.”
“오…….”
아래층의 플레이어들에게까지 이름이 알려진 걸 보면, 원탁 내에서도 어느 정도 입지가 있다는 뜻.
그의 눈에만 띄면 당장 원탁에 가입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다들 반갑군. 이제 막 여기까지 올라와서 그런지, 모두 풋풋한 느낌이야. 하하핫.”
호탕하게 웃은 퍼시발이 열 명의 플레이어들을 둘러보았다.
“난 국왕 폐하의 명령으로 왔네. 이번에 들어오는 플레이어 들 중, 원탁의 빈자리를 채울 사람을 구하시더군.”
원탁의 빈자리.
그 말은 플레이어들의 눈을 뒤집기 충분했다.
‘원탁의 빈자리면…….’
‘설마 원탁의 기사?’
‘길드의 유망주를 뽑겠다는 건가? 이 중에서?’
‘어차피 김유원은 어떤 길드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어쩌면 내가…….’
모두의 생각은 비슷했다.
원탁은 유원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겠지만 이번에도 허탕을 칠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를 자신이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원탁에 속하기만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권력을 손에 쥐는 것이다.
“뭐,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은 이제 막 시험을 끝내고 와서 피곤하지 않나? 멀지 않은 곳에 브리튼이 있네만. 함께 가지.”
“좋습니다!”
“저도, 저도요!”
“꼭 한 번 브리튼에 와 보고 싶었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꼭 원탁에 들어가려는 게 아니더라도 마찬가지.
브리튼은 세계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25층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런 브리튼에 방문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제안을 마냥 반기지 않는 건 단 두 명뿐.
“형은 어쩌실 거예요?”
그중 한 명은 마모스였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을 꽤 미심쩍어했다.
“어쩐지 구린내가 나는데.”
“일단은 가 봐야지.”
“형을 살살 긁어서 꾀어내려는 것 같은데요? 속이 너무 빤히 보이는데.”
랭커가 직접 나서서 플레이어를 안내한다.
제아무리 기사도 정신을 중요시하는 원탁이라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어떤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플레이어의 영입이라든가.
“꾀어 낸다라…….”
유원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파시벌을 바라보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질문 공세를 받으며 친절히 대답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세간에 흔히 알려진 ‘원탁의 기사’에 가까웠다.
원탁이 자신을 길드로 영입하려 하는 건 별로 이상할 건 없었다. 실제로 원탁보다 훨씬 큰 길드에서도 유원을 영입하려 했으니까.
“글쎄. 과연 어떨지.”
하지만 마냥 그렇게 단순히 생각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곳은 너를 잡기 위한 거대한 ‘덫’이니까.”
하르간은 브리튼을 조심하라고 했다.
가능하다면 25층에 올라간 후에도 브리튼에는 방문하지 말고 바로 26층의 시험에 응하라고, 그렇게 충고했다.
분명 브리튼은 유원을 잡기 위해 덫을 깔아 놓았다.
어쩌면…….
“마모스.”
“네?”
“만약에 말이다…….”
유원은 몇 가지 경우를 떠올리다 든 생각에 말했다.
“에이, 설마요.”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음…… 알았어요. 일단 기억은 해 둘게요.”
마모스는 의아한 얼굴로 안내를 시작한 파시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렇게 졸렬할까 싶지만.”
* * *
또각, 또각-.
유원과 마모스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세 마리의 말을 따라 걸었다.
브리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애초에 시험에서 통과하고 올라온 플레이어들이 도착한 곳은 브리튼과 다른 국가의 경계 지점이었던 것이다.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브리튼의 수도, 캐멀롯.
몇 시간을 걸어 도착한 성벽은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줄을 지어 지키고 있었다.
“도착했네.”
키히히힝-.
파시벌은 말머리를 돌려 멈추고는 마모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네만…….”
마모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한 박자 늦게 파시벌이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물었다.
“나?”
“그래. 자넬세.”
무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하는 마모스에게 파시벌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안타깝게도 브리튼은 악마족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네. 그중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악마족은 출입이 어렵지.”
“뭐? 시대가 어느 땐데, 지금 이거 종족 차별 아니야?”
마모스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래 봤자 10대 어린아이의 얼굴일 뿐이지만, 감정이 상한 마모스에게서는 심상치 않은 마기가 새어 나왔다.
함께 따라온 플레이어들은 마모스가 싸우는 걸 지켜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마모스가 한 번 화를 내기 시작하자 몸을 움츠렸다. 혹시라도 싸움이 벌어진다면, 근방에 있다간 자신들도 무사하리란 확신이 없었다.
“브리튼에 그런 법도 있었습니까?”
유원도 처음 듣는 종류의 법이었다.
실제로 탑에서는 전쟁과 같은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타 종족을 배척할 수 없었다. 만약 그랬다가는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브리튼이 다른 종족을 먼저 나서서 배척하다니.
적어도 유원이 기억하기로 그런 법은 없었다.
“브리튼의 초대 국왕께서 갑작스레 실종되신 이후에 논의된 법안일세. 민감한 사안인 만큼 그대가 양해해 주게.”
그렇게 말한 파시벌은 은근한 눈으로 유원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대가 저자를 보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지.”
“확, 씨! 야, 너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생긴 대로 애다 싶은 말이었다. 랭커에게 실력 행사는 안 되니 배경과 출신을 들먹이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원탁의 기사 중 한 명.
웬만한 배경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자였다.
“당연히 모른다. 하지만 그대 아버지가 누구든 브리튼의 법이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아빠가 벨리알이야, 인마!”
씩씩거리는 벨리알의 외침에 파시벌은 처음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짓의 군주 벨리알.
거대 길드 ‘마왕’을 이끄는 일곱 마왕 중 하나.
또한, 100위권 안에 드는 하이랭커로서 그가 지닌 세력은 원탁과 비견할 만했다.
그런 벨리알의 아들이라니.
“그런데 감히 내 신원을 따져?”
“그건…….”
“아빠한테 이른다? 어?”
유치하기 짝이 없다.
듣고 있던 유원은 괜히 자신이 다 창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마모스를 상대하고 있는 파시벌은 곤란함에 땀을 흘렸다.
그 ‘아빠’라는 사람이 일곱 마왕 중 하나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걱정하던 신원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만.”
유원의 말에 파시벌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런 것 같군.”
“그럼 이만 들어가지요. 따로 제가 보증을 설 필요는 없는 것 같으니.”
“……그래. 그러지.”
잠시 머뭇하던 파시벌은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이래서는 더 이상 검문이 의미가 없었다.
만약 여기서도 계속 종족을 문제 삼아 마모스를 핍박했다가는 거짓의 군주와 원탁의 싸움으로 번질지도 모르는 일이니.
드드, 드드드-.
성문이 서서히 위로 올라간다.
안쪽으로 브리튼의 수도, 캐멀롯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성문이 올라가는 사이.
위잉-.
유원의 플레이어 키트가 울렸다.
옆을 돌아보니, 손가락을 움직여 마모스가 유원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형이 말 한 대론대요? 아버지 이름 파니까 꼼짝도 못하네.
유원은 플레이어 키트를 두드려 답했다.
-그러게 말이다.
-설마 진짜 형 말대로 종족을 걸고넘어질 줄은 몰랐어요. 와, 나. 진짜 열이 뻗쳐서…….
어지간히도 화가 났는지 문자를 두드리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데 형은 이럴 거 어떻게 알았어요? 뭐 브리튼 법학, 이런 거 공부라도 해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법이다. 공부해 봤자 안 나와.
-네? 진짜요? 하긴. 종족을 차별한다니, 그걸 알면 죽은 아서왕이 뒷목 잡고 무덤에서 일어날지도 모르죠.
-……그래.
-그럼 어떻게 알았는데요?
-그냥 감이다.
두루뭉술하게 대답한 유원은 곧장 플레이어 키트를 다시 품 안에 집어넣었다.
성문이 완전히 열렸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게 보였다. 빼곡히 자리 잡은 건물들과 함께 저 멀리 하늘과 닿을 것처럼 높게 솟아 있는 성이 보였다.
바로 여기였다.
브리튼의 수도, 캐멀롯이.
저벅-.
그렇게 유원은 ‘브리튼의 심장’이라 불리는 캐멀롯에 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순간.
[‘?의 알’이 이빨을 드러냅니다.] [‘?의 알’이 허기를 호소합니다.]유원이 지닌 아우터 갓 레이더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