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30
* * *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마력과 마기.
함께 있을 수 없는 두 가지 기운이 함께 공존하다니.
[‘마력검’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감각지대’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화안’의 효과가…….]마기를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유원이 사용하던 스킬의 효과가 덩달아 상승했다.
하하지만 마력과는 달리, 마기 스탯은 고작 20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스탯이 낮은 만큼 고갈되는 속도도 빠르다.
더군다나 마기는 마치 마력이라는 또 다른 힘에 지지 않겠다는 듯, 부족한 스탯에 비해 매서운 화력을 내며 불타고 있었다.
부족한 체력에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겠군.’
길어야 1분 남짓.
역시 아직 20밖에 되지 않는 스탯으로 더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나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을 테니까.
“시간 없기는 피차 마찬가지인 것 같으니…….”
하늘 위에 떠오른 검.
화안에는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막대한 마나의 흐름이 보였다.
25층에서, 그것도 플레이어를 상대로 이만한 규모의 마나를 사용한다는 건 죽음을 각오한 것과 다름없었다.
1층에서 만난 크리세스도 그랬지만, 트할은 그보다도 훨씬 더 무리를 하고 있었다.
“얼른 서두르자고.”
콰지지-!
발에 실리는 힘이 확실히 강해졌다.
내디딘 지면이 움푹 파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강해졌다.
쾅-!
지면을 박차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 순간, 롤릿은 방패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이윽고.
쩌어어엉-!
유원의 검과 롤릿의 방패가 부딪쳤다.
“윽……!”
성처럼 거대한 방패가 흔들렸다.
만약 스킬을 발현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방패가 튕겨져 나갔을지도 모를 만한 충격이었다.
쾅-!
팔이 후들거린다.
최강의 방패에 서서히 균열이 생겨나고, 팔에 힘이 빠지며 서서히 방패가 흔들렸다.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
지금 이 상태로도 무리를 하고 있었지만.
치지지지-.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뚫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끄아아아!”
패널티를 감수한 채,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단지 방어를 하는 것뿐이지만 탑의 의지는 그것을 플레이어와의 ‘전투’라고 받아들였다.
방패는 더 견고해졌지만 패널티는 덩달아 강해졌다.
하지만 결국-.
“이제 됐다.”
트할의 스킬이 모두 발현될 때까지, 막아 낼 수는 있었다.
콱-.
역수로 쥔 트할의 검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늘 위에 떠 있던 거대한 검이 따라 움직인다.
“이제 끝났어.”
방패를 두드리던 유원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거대한 마력이 뭉쳐져 만들어진 검.
그것은 마치 하늘 위에서 내려오는 신의 심판처럼 보였다.
[‘원탁의 심판’이 강림합니다.]쿠구구구-.
연무장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매서운 마나의 흐름.
얼마나 패널티를 끌어다 쓴 건지, 방패 너머로 보이는 트할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지금 당장 쓰러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정도.
원탁에 앉을 정도의 기사가 이만한 패널티를 감수하고 발현한 스킬이라면, 그 위력이 무시무시할 것이다.
‘저건 위험하다.’
저것을 무시한 채 계속 방패를 뚫어 낼 수는 없는 노릇.
‘우선 막아 내야…….’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있을 때.
[‘화안’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화안’이 길을 읽습니다.]화륵-.
검을 바라보던 시야가 달라졌다.
단단하게 뭉쳐 있던 마나의 흐름이 풀어져 보였다.
본질을 꿰뚫는 시야.
그 속에서 유원은 지금껏 볼 수 없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가령 예를 들어.
‘보인다.’
트할이 만들어 낸, 저 거대한 검의 약점이라든가.
스으으-.
아직까지 마기는 충분히 남아 있었다.
앞으로 한두 번쯤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콱-.
이렇게 되면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
‘부딪친다.’
파지지지-!
퀴네에에서 마력이 터져 나왔다.
남아 있는 마기를 모두 쥐어짜, 검 끝에 모았다.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검.
그에 비해 유원의 검은 마치 점처럼 보일 만큼 작았다.
콰아아아-.
그렇게 두 개의 검 끝이 서로 충돌하는 순간.
번쩍-!
연무장 중앙에 강렬한 빛이 뿜어졌다.
* * *
콰아아아아-!
후웅, 훙, 후우웅-.
두 개의 마력이 부딪쳐 연무장을 뒤집었다. 강렬한 바람에 날아가는 걸 버티기 위해 롤릿은 또다시 방패에 힘을 주어 몸을 보호해야 했다.
“트할! 괜찮나?”
대답이 없었다.
옆을 힐끔 돌아보니 트할은 어느새 무릎을 꿇고 바닥에 검을 박아 넣은 채 주저앉아 있었다.
의식이 없다.
설마 하는 생각에 롤릿은 트할의 코에 손을 가져갔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다.
“후우-.”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롤릿이 자리에 쓰러지듯 앉았다.
트할 만큼은 아니더라도 패널티로 인해 몸이 넝마가 된 건 롤릿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몸의 핏줄이 터져 피가 줄줄 흐르고, 팔다리에는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제는 일어나는 것조차 버겁다.
그래도…….
‘어떻게 이기긴 했군.’
유원에게서 느껴지던 마력과 마기는 분명 위협적이었다.
두 가지의 힘을 함께 사용한다면 같은 수치의 스탯이더라도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제아무리 그래도 이번만큼은 격차가 상당했다.
‘하지만 이래서는 국왕 폐하를 살해한 배후가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됐군.’
말하자면 반쪽짜리 복수인 셈.
그리 속이 시원한 결판은 아니었다.
물론.
‘그래도 단서는 있다.’
짧은 싸움이었지만 명확한 단서를 하나 찾을 수는 있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절대 가질 수 없는 힘.
마기.
그 어디에서도 스킬을 통해 마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기를 다루는 플레이어라니,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마기는 악마들의 전유물과도 같은 바.
롤릿은 유원의 뒤에 악마족이 있음을 확신했다.
“좀 더 알아봐야겠군.”
“뭘 말이지?”
어지럽게 휘감기는 마나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롤릿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곧, 금방 다리에 힘이 풀려 중간에 볼품없이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털썩-.
“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한 손으로 다리를 치며 힘을 줘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고개를 들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유원이 보였다.
“대체 어떻게……?”
“위험하긴 했지.”
뚜둑-.
유원이 뻐근한 듯 손목을 꺾었다.
충격이 제법 셌던 모양.
“실제로 아프기도 했고.”
하지만 큰 부상은커녕, 피도 흘리지 않는 모습에 롤릿은 충격을 받았다.
설마 그걸, 정말 정면으로 받아낼 줄이야.
“젠장!”
퍽-!
롤릿은 무릎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일어나야 한다.
퍼억-!
이대로 주저앉아 있다가는 자신도, 트할도 끝이었다.
“으아아아!”
“쇼 하냐?”
무릎을 부서져라 내리치던 롤릿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유원이 보였다.
유원은 어느새 검을 집어넣고, 끌어올렸던 마력을 모두 갈무리한 채였다.
“그러다 무릎 상한다. 그만 해라.”
“……?”
롤릿은 이제 무슨 상황인가 싶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싸움이 끝났으니 자신들의 목이 날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끝을 보지 않는 거냐?”
“죽여 달라고?”
“그게 보통 아닌가?”
“뭐, 그렇긴 한데…….”
싸움보다 귀찮은 게 바로 이런 거다.
의미 없는 해명.
하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기사왕의 죽음과 관련이 없다. 오해에서 시작했으니 굳이 죽일 필요까지야.”
유원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트할에게로 향했다.
“게다가…….”
-죽이지 마라. 절대로!
유원은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울려 대는 아서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 몇 번이나 알겠다고 했음에도 아서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트할과 롤릿.
두 사람이 오래전, 아서의 오랜 수하였던 탓이었다.
‘지금 그러고 있잖습니다.’
속으로 불평하듯 대답한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다. 더 설명해 봤자 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고.”
“아직까지도 넌 절대 아니라는 건가?”
“그래. 너희가 한 일에 대한 죗값은 나중에 따로 재판을 열어 받든가 해라. 브리튼의 법대로 집행하자고.”
법대로 하자는 당당한 말에 롤릿은 할 말을 잃었다.
순간, 정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럼 국왕께서 거짓말을?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면 아스가르드에서 거짓 정보를 흘린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랜슬롯에게서 받은 정보와 유원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
그 사이에서 좌우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못하고 갈등이 들었다.
그때였다.
“그래. 좋은 말이지. 법대로.”
정신을 잃은 트할과 롤릿.
두 사람의 뒤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롤릿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그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커졌다.
“폐, 폐하!”
“난장판이 됐군.”
연무장을 죽 둘러보며 중얼거리는 녹색 머리의 남자.
유원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듣던 대로의 얼굴이었다.
‘랜슬롯. 배신의 기사.’
원탁의 하이랭커이자, 브리튼의 국왕.
또한, 아서의 핏줄을 죽인 자.
배신의 상징과도 같은 랭커가 눈앞에 나타났다.
“죄송합니다.”
롤릿은 가까이 다가온 랜슬롯에게 겨우 무릎을 꿇었다.
저 상태로 무릎을 꿇고 예를 차리다니. 유원은 국왕을 대하는 기사의 정신력이 새삼 대단하구나 싶었다.
랜슬롯은 바닥에 쓰러진 트할과 진이 다 빠진 롤릿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그래.”
그 어느 때보다도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할 만도 하지.”
“……예?”
“감히 이따위 짓으로 브리튼과 원탁의 이름에 먹칠을 한 죄.”
“……!”
유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어서 다음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스캇-.
“사형에 처한다.”
롤릿의 목에 그어진 얇은 핏빛 선.
그는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랜슬롯을 올려다보았다.
“왜……?”
퓨숙-!
롤릿의 머리가 날아가고, 피분수가 위로 솟아올랐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트할 역시 마찬가지였다. 몸이 반으로 베어진 트할은 롤릿처럼 ‘왜’라는 짧은 말조차 남기지 못했다.
찰나간의 순간에 벌어진 일.
“쯧. 나라 망신은 제 놈들이 다 시키는군.”
마치 역겨운 벌레를 내려다보듯 두 사람의 시체를 바라본 랜슬롯이 어느새 꺼내든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달칵-.
“괜찮은가? 많이 놀랐나 보군.”
랜슬롯은 얼굴 가득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그 직후.
-랜…… 슬로오옷!
아서의 목소리가 사자후처럼 유원의 머릿속에 울렸다.
강렬한 사념이었다.
그는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스스로 랜슬롯의 앞에 나타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유원은 랜슬롯의 인사를 무시하고 몸을 돌렸다.
어차피 그는 지금 당장 자신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트할과 롤릿의 습격은 랜슬롯과 무관한 게 아니게 될 테고, 관리자의 징벌을 받게 될 테니까.
‘참으십시오.’
유원은 아서의 영혼을 억눌렀다.
이대로라면 정말, 제멋대로 밖으로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 같아서였다.
그가 얼마나 분노할지는 안다.
트할과 롤릿은 유원에게는 적이었을지언정, 아서에게는 충직한 수하들이었다.
어리석음에 의한 대가가 죽음이라면 그건 탑에서 흔하게 있는 일.
하지만 그들을 죽일 사람이 최소한 랜슬롯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은, 참으십시오.’
등을 돌린 이 순간까지도 느껴진다.
이걸로 확신이 들었다.
[‘?의 알’이 이빨을 드러냅니다.]랜슬롯.
그의 몸에는, 외신(Outer god)이 깃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