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37
오도독, 오독-.
뼈를 씹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듣지 좋지 않았다.
괴물이 다른 괴물을 씹어먹거나, 사람을 씹어먹을 때 나는 소리.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광경은 그보다도 훨씬 괴이했다.
‘오로치를 먹어치울 때와는 느낌이 다른데.’
그것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느낌만이 아니었다.
덩치가 큰 오로치보다 지금이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치 더 많은 음식을 먹는 중이라, 씹어 삼키고 소화를 시키는 데 시간이 드는 것처럼 보였다.
“아껴 먹기라도 하는 건지.”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물론 그와 별개로,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잠시 후.
오도독-.
마지막 남은 뼛조각을 끝으로 랜슬롯의 몸은 완전히 알에 소화되었다.
그 순간.
[‘?의 알’의 부화율이 상승합니다.] [부화율 : 68.29%]부화율의 상승.
오랫동안 먹은 덕분일까?
오랜만에 알은 배부름을 이야기하며 만족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의 알’이 배를 두드립니다.] [‘?의 알’이 노래를 부릅니다.] [‘?의 알’이…….]잔뜩 신이 난 듯 떠드는 녀석.
이제 알의 부화율인 70퍼센트에 근접했다. 확실히 부화율이 오르는 속도는 오로치의 머리 하나를 먹어치웠을 때보다 높았다.
‘조만간 부화시킬 수 있겠어.’
이름 모를 알은 분명 아우터와 관련이 있다.
또한, 그들을 먹고 자라며 부화율이 높아진다.
처음에는 어디서 부화율을 높일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은 몇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이제 조만간이다.
그때, 신이 나 떠들어 대는 알의 메시지 속으로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배신과 탐욕의 랜슬롯’을 처치하였습니다.] [브리튼의 국왕이 공석으로 변경됩니다.] [신규 국왕 선출식이 열흘 남았습니다.]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브리튼의 국왕’ 칭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민첩이 2 상승하였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20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갑작스레 떠오른 메시지에 유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시험을 통과한 것도 아니고, 괴물을 사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레벨이 오르고 포인트를 얻다니.
‘오로치의 머리처럼 보스로 인식되어 있었던 건가? 이건 처음 안 사실인데.’
이름도 그냥 ‘랜슬롯’이 아닌, ‘배신과 탐욕의’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아우터에게는 각자 그들만의 성질과 특징을 딴 이름이 존재했다.
탑의 혼란과 멸망을 바라는 어리석은 혼돈과 하늘을 닫는 절망, 늪에 빠진 좌절, 탄생하지 못한 자.
그리고 ‘배신과 탐욕’이라는 이름은 랜슬롯에게 꼭 어울리는 수식어였다.
녀석에게는 분명 어리석은 혼돈이 뿌려 놓은 씨앗이 심어져 있었다.
아마도 탐욕과 관련된 씨앗이었겠지.
‘탑에 들어와 있는 아우터에는 시스템이 설정되어 있다.’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앞으로도 아우터와는 몇 번이고 부딪칠 예정이었다.
어리석은 혼돈과도 마찬가지.
그 녀석들을 잡을 때마다 레벨이 오르고 보상을 얻을 수 있다면, 성장에도 더 가속이 붙게 될 것이다.
[이름 : 김유원] [레벨 : 97] [근력 : 99] [민첩 : 95] [체력 : 99] [감각 : 99] [마력 : 102] [보유 포인트 : 1547600]이번에 얻은 포인트를 더해, 포인트는 150만을 넘어갔다.
꽤 높은 수치.
거기다 레벨은 100까지 고작 3개밖에 남지 않았고, 민첩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99에 도달했다.
‘성과는 나쁘지 않다.’
슬슬 포인트를 한 번 사용해야 할 때.
다른 무엇보다 해신석을 이용해 만들 아이템의 재료를 구해야 했다.
“그건 뭐였지?”
유원은 고개를 돌려 멀린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등장한 후부터 줄곧 구경만 하고 있던 그였다.
처음엔 도움을 줄 것처럼 하더니, 랜슬롯의 팔을 베는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유원을 바라보는 멀린의 눈빛이 바뀐 것이.
“보통 녀석은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저 녀석과 똑같은…….”
멀린의 시선이 랜슬롯이 있던 자리로 향했다.
땅에 흘린 핏자국.
멀린은 곧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아니지. 저 녀석보다 훨씬 더 큰 괴물을 가지고 있었군.”
“그렇게 보였습니까?”
“그래. 말해 보게. 랜슬롯, 그놈은 또 뭐고 아까 그건 또 뭔가?”
“탑 밖에서 온 존재.”
“……?”
“아우터(Outer).”
바깥.
그 짧은 단어 하나 외에, 달리 그들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대충 그렇게만 알고 계십시오. 자세한 건 사실 저도 잘 모르니까.”
아우터가 대체 뭐냐고 묻는다면 유원도 아는 게 많지 않았다.
탑의 벽이 무너지고 밖에서 들어온 존재.
이 세계‘들’을 모두 멸망으로 몰아넣고, 경계를 허문 존재들.
유원은 그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런 것보다…….”
쿠르르-.
유원은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보았다.
“안심하기에는 아직 다 끝난 게 아닙니다.”
“무슨 소리냐?”
멀린의 시선이 유원을 따라 올라갔다.
짙게 깔린 먹구름.
그것은 멀린이 사용한 스킬과는 관련이 없었다.
비라도 내리려는 걸까?
하지만 그런 것치고, 구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한 발.”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
대기 중에 퍼져 나가는 따가운 전류와 마력.
낯익은 현상이었다.
“한 발이 떨어질 겁니다.”
“한 발이라니?”
아직까지 멀린은 상황을 다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다만, 무언가 심각한 낌새는 눈치챈 것처럼 보였다.
“번개의 권좌.”
화르륵-.
붉게 변한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삼신(三神)이 올 겁니다.”
“삼신이면…….”
구름과 전격.
그것을 상징하는 삼신은 한 명.
멀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아서가 언데드가 되어 돌아왔을 때만큼이나 놀란 표정이었다.
“제우스 말이냐?”
아니나 다를까.
[캐멀롯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10분 후, 캐멀롯에 ‘벼락’이 떨어집니다.] [벼락을 막아 내십시오.]돌발적으로 떠오른 시험.
갑작스럽기도 갑작스럽지만 시험의 난이도는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결국 이렇게 나오는 건가.”
랜슬롯의 몰락 이후, 어떤 식으로든 리액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렇게 빨리, 그것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이루어질 거라고는 유원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캐멀롯을 통째로 날려 버리려 하다니.
‘시험으로 등록된 걸 보면 관리자와는 이야기가 끝났다는 건가. 패널티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군.’
제아무리 제우스라 해도 25층에 이만한 영향력을 끼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한둘 개인도 아니고 무려 수십만에 달하는 인구를 지닌 캐멀롯을 통째로 지워 버리는 일이다. 굳이 벼락을 막아 내는 걸 시험으로 등록한 건, 패널티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제우스인가?”
“맞을 겁니다. 이 탑에 저만한 위력의 벼락을 뿌릴 수 있는 건, 그자밖에 없으니까요.”
그 말에 멀린은 더 이상 이 시험이 제우스에 의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구름 아래로 느껴지는 막대한 마력.
그것은 하이랭커 중에서도 제법 높은 랭킹을 기록한 멀린조차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만한 힘을 가진 전격 속성의 하이랭커.
그것도 단 한 발의 전격만으로 도시를 지워 버릴 존재는 이 탑에 한 명밖에 없었다.
“대체…… 왜?”
“말했잖습니까? 랜슬롯의 뒤에 올림포스가 있다고.”
“그 이유만으로?”
“브리튼이 목적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죠.”
“말도 안 된다. 캐멀롯의 멸망이라면 올림포스에서 감수할 패널티도 엄청날 거다. 그리고 이 일이 밝혀지게 되면 아스가르드와 척을 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네, 바로 그겁니다.”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가르드.”
올림포스와 함께 탑 전체를 통 틀어서도 손꼽히는 세력이며, 가장 많은 랭커를 보유하고 있는 길드.
또한.
탑 최강이라 손꼽히는 하이랭커, 오딘이 있는 길드이기도 했다.
“천하의 올림포스도 아스가르드는 두려운 거죠. 오딘이 있으니까.”
“……무슨 소리지 대체?”
아스가르드가 두렵기 때문에 캐멀롯을 지우려는 거라니.
그 말대로라면 올림포스는 절대 캐멀롯은 건드려선 안 되는 거였다.
파지지지-.
시간은 많지 않았다.
10분.
아니, 잠깐 사이 시간은 1분 정도가 더 지나갔다.
저게 떨어지는 순간, 캐멀롯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한가하게 수다나 떨 시간은 없겠군.”
우우웅-.
멀린이 위로 손을 뻗었다.
웅, 웅웅, 웅웅웅-.
원형의 마법진이 허공에 떠올랐다. 십여 미터의 지름을 가진 마법진은 순식간에 수백 수천 개로 늘어났다.
하늘을 가득 메우기 시작하는 마법진들.
유원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오랜만에 보네.’
그는 마법에 있어서는 이 탑에서 누구보다 통탈한 존재였고, 가지고 있는 스킬의 개수는 그 어떤 랭커보다도 많았다.
만 개의 스킬을 배우고 익혔으며, 만 개의 스킬을 스스로 창조해 낸 자.
대마법사.
멀린의 그 칭호는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겠지.”
제우스의 벼락은 이 탑에 존재하는 모든 스킬을 통틀어도 한 손에 꼽히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모든 마력을 한 점에 집중해도 간신히 막아 낼 수 있을까 말까인데, 그런 제우스의 벼락을 이렇게 마력을 분산시켜 막아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5분 후, 캐멀롯에 ‘벼락’이 떨어집니다.]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멀린은 이를 악물었다.
“뭔가 방법이 없느냐?”
“방법이라…….”
파지직, 파직-.
유원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속에서 번쩍이는 벼락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커져 갔다.
잠시 생각하던 유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있으면 뭐든 해 봐라. 얼른!”
“방법이 저한테 있는 건 아니라서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쿠르르르-.
구름이 번쩍였다.
유원은 여전히 그 속을 보고 있었다.
“그걸 보고만 있다고 해서 답이 나오기라도 한다는 게냐? 저 빌어먹을 벼락이…….”
“아닙니다.”
화륵-.
유원의 눈이 구름 속을 살폈다.
“벼락을 보고 있는 게, 아닙니다.”
[‘화안’이 공명합니다.]이미 메시지를 들은 건 며칠이나 된 일이었다.
그때는 정말이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뻔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과연 지금도 괜찮은 걸지.
“제가 보고 있는 건…….”
고민하던 끝에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4분 후, 캐멀롯에 ‘벼락’이 떨어집니다.]저 녀석에게는 도무지 모르는 척, 연기를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3분 후, 캐멀롯에 ‘벼락’이 떨어집니다.]하지만 이래서는, 그럴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잠시 말끝을 흐리던 유원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2분 후, 캐멀롯에 ‘벼락’이 떨어집니다.]시험이 시작되고, 결심을 굳히기까지 걸린 시간이 7분.
“거기, 보고 있지? 우리 좀…….”
유원의 눈이 비로소 구름 속에 있는 녀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도와줘라.”
[‘제천대성(齊天大聖)의 열두 번째 눈’이 당신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