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4
* * *
최재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이런 게…… 가능해?”
유원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 그는 원 안에 서서 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차례대로 베어 냈다.
그다음, 유원이 바깥으로 나온 순간.
“으, 으아아…….”
“사, 살려 줘-!”
“아아악!”
유원을 공격하려던 사람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대체 민첩 스탯이 몇인지, 유원은 한 걸음에 달려와 그들의 목을 베어 냈다. 그렇게 열 명 정도를 더 베어 냈을 무렵, 겁 없이도 유원의 정수를 건드리는 사람이 나타났다.
스걱-.
“아아악!”
유원은 망설임 없이 달려와 그의 팔을 베어 냈다.
아수라장이었다.
단 한 명에 의한 학살.
보고도 못 믿을 일이었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
최재원은 자신이 꽤 이 세계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기본 스탯부터 꽤 높은 편이었고, 사냥을 통해 레벨을 빠르게 올린 만큼 남들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했다.
오산이었다.
개인이 다수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부터, 자신은 아직 이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푸욱-.
유원의 칼이 선을 넘어온 남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자신을 향해 칼을 빼어 들고, 정수를 빼앗기 위해 달려들던 ‘적’들을 향한 유원의 학살이 끝난 것이.
“……주위가 엉망이군.”
유원은 박스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미련 없이 박스를 들고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바닥에 흐른 핏물 위를 밟으며 유원은 망설임 없이 게이트 근처로 걸어갔다.
마치, 처음부터 원래 그 자리를 생각하고 있었던 듯이.
[02 : 04 : 18]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유원은 다시금 자리를 잡고 바닥에 원을 그렸다.
유원이 자리를 잡은 곳은 게이트 바로 앞이었다.
웅, 웅웅-.
게이트가 울리기 시작했다.
투명하던 게이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동요했다.
이제 더 이상 유원에게 덤빌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저 앞이라면 정수를 구입한 뒤 바로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내가 가진 게 43개니까, 그럼 700포인트만 있으면…….’
‘어떻게 하지? 지금 가진 게 200포인트밖에 없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사겠습니다.”
최재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깜짝 놀란 두식이 최재원의 앞을 가로막았다.
“형님!”
“왜?”
“정말 살 겁니까? 형님에게 포인트가 어디 있다고…….”
“아까 심부름꾼에게 물어봤다. 이거 팔면 500포인트 준다더라.”
최재원은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흔들어 보였다.
1,000포인트에 구입한, 최재원이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무기 중 비싼 아이템이었다. 며칠 쓰지도 않았는데 가격이 반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잘 생각해라, 두식아.”
“예?”
“여기서 누굴 죽여서 정수를 빼앗으려 하면, 어떻게 될지.”
최재원의 말에 두식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답답해진 최재원은 한숨을 푹 쉬고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저 녀석이 가지고 있는 건, 누구에게 빼앗은 게 아니라 전부 사냥으로 구한 거다.”
“그걸 어떻게 압니까?”
“저 녀석이 저기까지 강해지는 데 대체 몇 마리의 괴물을 사냥했을 것 같냐?”
최재원의 물음에 두식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상상이 되질 않았다.
대체 얼마만큼의 괴물을 사냥해야 저만큼 강해질 수 있을지. 지난 3일 동안 유원이 사냥한 괴물의 숫자가 몇이나 될지.
이제야 유원이 어떻게 저 많은 정수를 모아 올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
그만큼 많은 수의 괴물을 잡아 레벨을 올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녀석…….’
최재원은 장사를 하겠다고 게이트 앞에 원을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유원을 바라보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으면서도 방금 죽인 녀석들 걸 빼앗지 않았다.’
명분 때문이었다.
유원의 지금 행동에는 결국 남의 걸 빼앗아 파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거래’가 아닌 ‘강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설득해 정수를 팔기 위해서라도 유원은 다른 사람이 모은 정수를 빼앗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방금 전, 유원은 자신의 실력을 보여 줌과 동시에 자신이 모은 정수가 오로지 사냥에 의한 것임을 증명해 냈다.
“여기서 먼저 누구 죽여서 남의 걸 빼앗겠다고 나대면, 표적이 되기 딱 좋아.”
이 튜토리얼은 무법지대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아무리 법이 사라진 세상이라 해도 진정한 무법지대란 존재할 수 없었다. 사람이 세 명 이상 존재하는 곳에는 어떤 식이든 법과 규칙이 만들어지기 마련이었다.
‘이 세계의 법과 규칙은 강자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유원이야말로 바로 그 강자였다.
저벅, 저벅-.
최재원은 유원에게 다가갔다.
유원은 손을 쓰지 않았다.
정수를 구매할 의사를 표한 최재원은 유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7개.”
유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재원의 손을 잡았다.
[7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첫 번째 거래가 성사되었다.
유원은 박스에서 7개의 정수를 꺼내 최재원에게 건넸다.
50개의 정수를 모은 최재원은 게이트 너머로 건너갔다.
그 이후.
“나, 나도!”
“나도……!”
“난 7개!”
“난 10개……!”
“혹시 포인트 남는 사람 있어요? 다음 튜토리얼에서 꼭 갚을…….”
유원의 주위는 시장판이 되었다.
* * *
[7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4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1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
유원은 박스 안에 있는 정수를 셈하여 건넸다. 사람들은 저마다 심부름꾼을 불러내 자신이 구입한 아이템을 팔기에 바빴다.
“스탯 하나에 100포인트면…… 잠깐, 기다려 봐. 음…….”
“감각 3포인트. 이거면 300포인트 맞지?”
유원은 정수를 판매하며 주위에 나타난 심부름꾼의 거래를 살펴보았다.
튜토리얼의 참가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의 기능에는 ‘되팔기’ 기능이 있었다.
사용하던 아이템을 다시 상점에 되팔아, 소모한 포인트를 채울 수 있는 기능이었다.
심부름꾼들은 이렇게 다시 구입한 아이템을 다음 튜토리얼 참가자들에게 판매했다. 그것은 일종의 순환이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참가자라면 이 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심부름꾼들은 대부분 완전 양아치였으니까.
-아이템이 조금 손상되었네요. 300포인트 드릴게요.
-그 아이템은 사실 비인기 상품이라…… 200포인트밖에 못 드려요.
“뭐? 그런 게 어디 있어!”
“이거 순 사기꾼 아니야!”
심부름꾼들이 제시한 가격에 참가자들은 역정을 냈다.
원래는 1,000포인트에 구매한 아이템이 3, 400포인트로 바뀌거나 혹은 200포인트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었다.
심부름꾼들은 철저한 장사꾼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상점을 이용하는 참가자들, 심부름꾼들은 바로 그들의 생명을 담보로서 거래했다.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
포인트가 절실한 참가자들은 결국 아이템 대신, 가지고 있는 스탯을 팔아 포인트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탯 하나에 100포인트.’
그 거래야말로 진짜 의미의 바가지였다.
‘완전 못할 거래군.’
스탯은 장기적으로 포인트보다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는 상점에는 여러 능력을 지닌 아이템들이 존재하지만, 아무리 포인트가 많다고 해도 그걸로 스탯을 구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심부름꾼은 튜토리얼 참가자들의 스탯을 포인트로 구매했다.
그것도 꽤 헐값에.
‘그래도 지금 당장에는 감각 스탯이나 체력 몇 개 없다고 큰 문제는 없을 테지만…….’
그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꽤 손해였다.
당장 탑을 몇 층만 오르다 보면 초반에 잃어버린 몇 개의 스탯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도 여기서 죽는 것보단 낫겠지.’
유원은 남아 있는 정수의 개수를 확인했다.
스탯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경쟁하듯 정수를 사들였다.
그렇게 3번 튜토리얼을 완료하여 밖으로 나간 사람이 벌써 50명이 넘었다.
“저, 저 스물네 개만 주세요.”
꽤 큰 손님이었다.
유원은 찾아온 손님의 행색을 살폈다.
10대 중반의 어린 남자애.
가지고 있는 무기도 없고, 모은 정수가 많이 없는 걸 보면 레벨도 낮을 것이다.
‘이 녀석은 올라가긴 글렀군.’
아이템도 없고, 스탯도 형편없다. 원래라면 3번 튜토리얼도 통과하지 못하고 죽었어야 할 녀석이었다.
더욱이 스탯을 몽땅 팔아 겨우 포인트를 구했으니, 빈약한 스탯은 점점 무겁게 발목을 잡을 것이다.
“여기 있다.”
판매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끝까지, 계속.
[보유 포인트 : 167,400]포인트를 확인한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 2번 튜토리얼에서 맘 웜을 처치하고 얻은 포인트에 정수를 팔아 번 포인트가 합쳐진 결과였다.
‘3번째가 끝날 때 10만 정도를 얻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튜토리얼은 예상보다 더 나은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16만 포인트.
이 정도 포인트라면 탑에서도 상당한 거금이었다. 이건 애당초 튜토리얼에서 얻을 수 있을 만한 포인트가 아니었다.
‘가능하겠어.’
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연이 물었다.
“이제 가시려고요?”
유원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옆에는 성찬이 있었다. 둘 모두, 유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안 가고 있었냐?”
“함께 가고 싶어서요.”
주연과 성찬은 하루 동안이지만 유원과 함께 움직였다.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고민할 여지도 없었다.
“난 여기서 동료를 구할 생각이 없는데.”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번처럼 장기 말로 쓰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쓸모가 없다고 생각 들거든 버려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장기 말을 자처한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유원은 픽 웃었다.
확실히 이번 사냥에서는 둘의 덕을 조금 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둘이 자신이 가려는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냐면, 그건 아니었다.
‘턱도 없지.’
유원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다.
어지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고서는 유원과 함께 걷는 건 둘째치고, 뒤따라오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당연하게도 눈앞에 있는 주연과 성찬도 마찬가지.
둘 정도라면 어떻게든 튜토리얼을 넘어 탑에 도달할 수야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유원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탑의 꼭대기,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있었으니까.
“아쉽지만 여기까지다.”
“그래도…….”
“아까 죽은 녀석한테도 한 말인데, 누구에게 기대려 하지 마라. 그랬다간 오래 못 가.”
유원의 말에 주연과 성찬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 점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아쉬움이 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
유원은 두 사람의 표정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리고 같이 가고 싶어도 못 가. 난 안 갈 거니까.”
“네?”
“안 가다니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주연과 성찬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원은 가지고 있는 인벤토리 주머니를 뒤집어 보였다.
인벤토리에서는 먼지 한 톨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게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