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42
* * *
“이중에서 과연 누가, 과거로 돌아갈지.”
회의가 시작되었다.
요약된 후보는 세 명이었다.
기간토마키아의 영웅, 헤라클레스.
제천대성(齊天大聖)이자 투전승불(鬪戰勝佛)이라 불리는 하이랭커, 손오공.
그리고 아무런 업적도, 소문도 없이 어디선가 뚝 떨어진 하이랭커.
김유원까지.
이어지는 회의 끝에 정해진 사람은 유원이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옛날에 뭐가 어쨌든, 가장 많은 아우터를 죽인 녀석이 가야지.”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이유.
외신과의 싸움을 위해 돌아가야 하는 거라면, 가장 많은 외신을 죽인 자가 돌아가야 했다.
이미 돌아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윤곽이 잡힌 상황.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스르르르-.
그리고 그와 함께, 화안의 공명을 통해 비춰지던 세상이 사라졌다.
욱신-.
눈이 아려 왔다.
[‘화안’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화안금정과의 공명 때문일까.
화안의 능력이 이렇게 극대화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덕분에 숙련도가 크게 상승하고, 오랜만에 화안의 부작용도 느낄 수 있었다.
유원은 욱신거리는 눈을 손으로 덮으며 말했다.
“대충, 그런 이야기다.”
“너…….”
이쯤 되니, 손오공도 모를 수가 없었다.
“미래에서 왔군.”
“그래.”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의 통증은 서서히 나아졌다.
“브리튼의 일도,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였다. 랜슬롯은 나중에 엄청난 사고를 치니까.”
“이게 다, 너희가 짠 그 계획이라는 건가?”
“그래.”
“진전은 얼마나 됐지?”
“얼마라고 표현할 수도 없을 만큼 조금. 지금은 단지, 독에 난 구멍을 막는 단계일 뿐이니까.”
유원의 말에 손오공은 한숨을 쉬었다.
이미 한 번 멸망한 미래.
그리고 바꿔야 하는 현재.
“확률은 얼마나 되지?”
“이길 확률?”
“그래.”
“글쎄. 지금으로서는 1푼쯤 되려나 모르겠군.”
“그거밖에 안 돼?”
“확률이라는 게 생겼다는 게 중요한 거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은 겨우 깨진 구멍을 막은 정도니까.”
“에이, 씨. 복잡한 건 딱 질색인데.”
얼굴을 구긴 손오공이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이럴 때 본체가 있었으면…….”
아쉬운 듯한 중얼거림.
그때.
“그 본체, 지금 40층에 있지?”
손오공이 화들짝 놀랐다.
그거라면 아직, 아는 사람이 없어야 하는 정보였다.
“네가 어떻게 아냐?”
“……어째 분신은 더 멍청한 것 같네. 어떻게 알 것 같냐?”
“아, 맞다. 넌 알겠구나.”
유원은 미래에서 왔다.
더군다나 방금 전, 손오공은 유원이 어떤 과정을 거쳐 돌아왔는지 알게 됐다.
탑을 지배하던 여러 하이랭커들.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가, 유원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오싹-.
그것을 확실히 깨닫는 순간, 유원을 바라보던 손오공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단순히 가진 힘만 놓고 보면 아직 분신 중 하나인 자신에게도 한참 못 미치지만…….
‘이놈의 머릿속에는, 대체 뭐가 그려져 있는 거지?’
그는 사실상 수많은 하이랭커들이 다 함께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완성체나 다름없었다.
“왜 그러지?”
“아니, 됐다.”
손오공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때 날 도와준다고 했지?”
“그래.”
“혹시 그럼 그것도 본체의 상황을 알고 있어서 한 말이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었다.
손오공이 아닌 자신이 선택된 가장 큰 이유.
그것은 손오공이 과거로 돌아온다 해도, 결국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오행산에 갇혀 있지.”
“젠장. 이걸 안 믿을 수도 없고.”
손오공은 불사의 존재다.
그를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최소한 이 탑 안에는 없었고, 손오공과 싸우던 천계에서는 결국 그를 봉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제천대성의 실종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천계 내에서도 극소수일 뿐.
“내가 널 도와주마. 대신, 너도 날 도와.”
유원의 말에 손오공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이미 난 한 번 널 도와줬는데?”
“그 정도로는 셈이 안 되지.”
맞는 말이었다.
천계에 의해 봉인된 손오공을 구해 주는 것과, 제우스의 벼락을 한 번 막아 내는 건 분명 엄청난 차이였다.
계산이 맞지 않는 건, 손오공도 알고 있었다.
“그러려면 일단 40층까지 올라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지.”
“이제 막 25층에 온 걸로 아는데.”
“금방 올라간다. 걱정 마라.”
자신만만한 말에 손오공은 고개를 저었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모를까, 유원에게 40층 정도는 그리 어려운 난이도가 아니었다.
당장 유원은 웬만한 랭커보다 더 나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뭐, 그거야 그렇다 치고…….”
제아무리 빠르게 올라간다 하더라도 40층이면 아직 먼 이야기였다.
각 층에는 여러 세계가 있었고, 그 사이에 유원이 해야 할 일들은 무수히 많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럼, 이다음은 이제 뭐지?”
“다음은…….”
쿠르르르-.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흔들린다.
진동하는 땅과 움직이기 시작하는 하늘. 그 현상을 발견한 유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침 딱 맞게 왔군.”
쩌어어-.
하늘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아래로, 수많은 군대가 내려온다.
키히히히힝-!
다그닥-.
하늘을 밟으며 내려오는 수많은 백마(白馬)들.
“오, 저건…….”
“원탁의 후견 길드.”
새하얀 백마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올 만한 길드는 이 탑에 하나밖에 없었다.
“아스가르드.”
오래전, 아서는 아스가르드의 후원을 받아 길드를 설립했다. 그때부터 원탁은 아스가르드의 손과 발이 되었고, 빠른 속도로 25층의 세계에 브리튼을 건국할 수 있었다.
두 길드의 성향은 꽤 비슷했다.
정의와 질서, 평화를 위하는 아스가르드.
기사도 정신을 내세우는 원탁.
둘은 오랜 공생 관계였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었다.
“그런데 아스가르드에서는 왜?”
“랜슬롯이 올림포스와 접촉했으니까.”
“고작 그런 이유로 발키리들이 온다고?”
고작이라 말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아스가르드는 엉덩이가 무거운 걸로 유명했다.
그들이 움직일 때는, 탑의 질서가 무너질 만한 일이라 판단될 때였으니까.
“단순히 올림포스로 줄을 갈아탔다…… 라는 거였으면 움직이지 않았겠지.
“그럼?”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
처음 듣는 단어에 손오공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여기서 시작될 예정이었다.”
-“라그나로크의 시작이 아마, 원탁과 거인족의 싸움에서 시작됐지?”
-“여기 원탁 출신 랭커 있어?”
라그나로크.
아스가르드를 멸망으로 이끌었던 사건.
악마와 거인, 그리고 아스가르드 사이에 벌어졌던 전쟁은 터무니없게도 아스가르드의 산하에 있던 원탁으로부터 시작된 사건이었다.
원탁이 악마족 거인들을 공격했고,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 큰 싸움으로 번졌다.
-“원탁은 왜 거인족을 공격했던 거지?”
-“그때 원탁의 길드장이 랜슬롯이었으니까.”
-“그게 왜?”
-“올림포스. 설명이 좀 됐나?”
-“아, 그 새끼들이 또…….”
아스가르드는 올림포스의 가장 큰 경쟁 길드 중 하나였다.
또한, 평화와 질서를 내세우는 유일한 길드이기도 했다.
그런 아스가르드가 눈에 밟히는 건 당연지사. 올림포스는 그런 아스가르드를 몰락시키기 위해 ‘라그나로크’를 계획했다.
‘랜슬롯을 이용해 원탁과 악마족, 거인족을 싸우게 만든다. 그 싸움에 아스가르드가 개입하면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진다.’
그 전쟁으로 인해 사라진, 수많은 아스가르드의 랭커들과 악마족 랭커들, 거인족들.
그 거대한 전쟁으로 인해 탑의 전력이 일할이 넘게 줄어들게 된다.
‘그래도 이걸로, 한숨 넘긴 건가.’
아직 악마족과 거인족까지 정리한 건 아니니 라그나로크를 완전히 막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기폭제가 될 만한 장치는 처리한 셈.
랜슬롯이 있던 성에는 오래전부터 원탁회의에 언급된 악마족과의 분쟁과 관련된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거기에 더해, 올림포스와 내통하며 오고 간 무수히 많은 아이템들까지도.
‘똑똑한 녀석이니 다음은 알아서 하겠지.’
오딘은 유원이 아는 그 누구보다 똑똑한 자였다.
이 정도까지 해 줬다면 아마,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은 알아서 할 것이다.
유원은 몸을 돌렸다.
방향은 발키리들이 오고 있는 곳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뭐야, 아스가르드 놈들은 안 만나냐?”
“여기서 할 일은 끝났으니까. 지금 당장 아스가르드랑 얽힌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올림포스랑 싸우려던 거 아니었냐? 좋은 기회일 텐데.”
“싸움이 벌어지면 뭐하냐. 거대 길드간의 싸움이 아래층에서 벌어질 것도 아니고.”
“……하긴.”
현재 유원은 25층까지 오를 권한을 획득한 상태였다.
만약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전쟁이 시작된다 해도, 지금 당장 유원이 거기에 참전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아마, 전쟁은 안 벌어질 거다.”
“왜지?”
“확실한 명분이 있어도 아스가르드는 섣부르게 전쟁을 벌이지 않아. 최소한의 피해로, 최소한의 대가를 받고 끝내려 하겠지. 설령 전쟁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그건 몇 년, 길게는 십 년 후의 일일 거고.”
“그럼 결국 벌어진다는 뜻이잖아?”
“아니.”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무너뜨릴 거다.”
이미 균열은 시작됐다.
아스가르드는 자신의 적이 누구인지 확인했고, 올림포스가 쌓아 놓았던 공든 계획은 무너지고 있었다.
해신석을 빼앗긴 포세이돈은 제우스와 반목하며 올림포스의 중심인 삼신(三神)은 서로를 견제하기 바빴다.
많은 게 달라졌다.
이제 정말 첫 걸음을 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멀린과의 재회는 반가웠지만 여기 언제까지 머물 수는 없는 노릇.
쉴 만큼 쉬었고,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이젠 다시 위로 올라갈 때였다.
“그런데 오늘 시험이 있나?”
“없을 거다.”
“그럼?”
유원은 텅 빈 연무장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위로 올라가는 방법이 꼭 그것 뿐만은 아니지.”
쿠구구구-.
연무장의 바닥이 흔들렸다.
하늘에서 아스가르드의 발키리들이 등장했던 것처럼, 땅이 함께 갈라진다.
[관리자와의 독대를 요청합니다.]대기를 진동시키는 마나의 흐름.
이 느낌은 낯이 익었다.
“관리잔가.”
일찍부터 알아차린 손오공의 눈이 갈라진 공간 속을 바라보았다.
[1,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관리자가 고민합니다.] […….] [관리자가 독대를 승인합니다.]꽤 늦은 결정.
하긴.
천 포인트면 25층의 관리자를 만나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군.’
이번 일로 관리자는 유원에게 크든 작든 빚이 있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경우는 또 처음이군. 고작 천 포인트에 독대 요청이라…….”
쿵-.
약간은 허름한 복장을 한 거구의 남자가 갈라진 공간 밖으로 걸어 나온다.
그는 함께 있는 유원과 손오공을 번갈아보더니, 멀리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는 아스가르드의 발키리들을 돌아보았다.
“제천대성에 발키리까지, 난장판이 따로 없군.”
확실히 25층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관리자는 곧 관심을 거두었다.
지금 자신을 부른 건, 손오공이나 발키리들이 아니었으니까.
“뭐, 아무튼 좋다.”
관리자의 시선이 마침내 유원에게로 향했다.
“날 부른 용건이 뭐냐?”
그 질문에, 유원이 답했다.
“시험.”
정해진 시험을 거치지 않고 탑을 오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
“당신에게 직접 보고 싶습니다.”
어차피 모든 시험은, 관리자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