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45
“소교주……?”
대체 누굴 말하는 걸까.
말하는 언어를 보니 무림계의 사람 같았다. 풍기는 분위기나 기세는 그가 랭커라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눈에 불이 켜진 걸 보니,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
“대체 누굴 말하는 거요?”
“우리 소교주님 말이다, 소교주.”
“소교주라면…….”
“본인은 천마신교의 권천주, 풍백림이라 한다.”
풍백림의 소개에 월록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천마신교라니.
아래층의 세계이긴 하나, 무림계는 다른 층과는 달리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길드 무림은 무수히 많은 랭커와 한 명의 하이랭커를 보유하고 있었다.
천마신교.
바로 그곳의 교주가 무림계의 하이랭커로 알려진 자였다.
그리고 그곳의 권천주라면 분명, 천마신교를 상징하는 네 명의 랭커 중 한 명이었다.
‘오랫동안 잠잠하던 그들이 최근 활발히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하니 다른 층인 이곳에까지 올라올 줄이야.
하지만.
“자네들 소교주를 왜 여기서 찾는 것이오?”
“이곳에 오라는 명을 들었다.”
대뜸 소교주를 왜 찾는 건가 했는데 직접 명을 받았다니.
“이곳으로……?”
“그래. 분명 우리에게…….”
“권천주.”
풍백림의 말을 끊으며, 누군가 뒤로 다가왔다.
유원이었다.
고개를 돌린 풍백림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하하핫! 여기 계셨습니까?”
“엉뚱한 사람 붙잡고 있어서 서둘러 왔다.”
둘의 대화를 듣던 월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소교주라고?’
월록의 시선이 유원에게로 향했다.
그가 천마신교의 소교주.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다.
‘소교주라면…… 교주 다음가는 위치 아닌가?’
당장 눈앞에 있는 권천주가 그를 깍듯이 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김유원.
그가 천마신교의 2인자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너만 온 건 아닐 텐데.”
유원의 물음에 풍백림이 씩 웃었다.
“아무렴. 누구의 명이신데, 설마 저 혼자 왔겠습니까?”
풍백림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어, 유원의 시선이 함께 돌아갔다.
척, 척, 척-.
수많은 발소리.
그리고 멀리 보이는 수많은 인파.
설마 하는 얼굴로 월록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개척을 위해 숲에 들어온 수많은 브리튼의 병사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한다.
수천.
아니, 어쩌면 수만.
당장 이번 개척대에 참여한 병사들의 숫자의 몇 배나 되는 숫자가 유원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척-.
그들 모두가 유원의 앞에 무릎을 꿇고 복명한다.
“위대한 소교주께!”
“위대한 소교…….”
“그만.”
풍백림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려는 천마신교의 무인들 사이로, 유원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낮고 작음에도 분명하게 들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장내는 소리를 칼로 자른 것처럼 조용해졌다.
유원은 자신의 눈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수만 교도들을 바라보았다.
천마신교 소교주.
천마신교의 모든 이들에게 절대적인 명령권을 가지는 칭호.
얻은 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던 칭호였다.
하지만 지금.
유원은 처음으로 그 칭호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천마신교의 소교주로서 명한다.”
분명, 이번 시험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제한이 걸려 있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처음 정해져 있던 개척대의 기사와 병사들뿐.
그 외에는 오직 유원이 지닌 능력만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험이었다.
그리고 ‘천마신교 소교주’의 효과는 분명 유원이 지닌 능력이었다.
“지금부터 여기 있는 개척대를 도와…….”
유원은 월록을 비롯한 개척대의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숲을 개척한다.”
팡-.
명령이 떨어지자, 풍백림이 자신의 손바닥을 주먹으로 세게 두드렸다.
“존! 명!”
그리고 다음 순간.
존! 명!
쩌렁쩌렁한 수만 교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천마신교의 교인들은 대부분 플레이어였다.
천산에서 태어나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똘똘 뭉쳐, 탑을 오르고 플레이어가 되어 천산으로 돌아온 자들.
또한 이곳에 모인 교인들은 전부, 25층의 위까지 올라본 적이 있던 자들이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랭커의 숫자도 제법 되는군.’
그들 가운데에서는 탑을 정상까지 오른 랭커도 더러 섞여 있었다.
괜히 천마신교가 무림의 전력의 반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게 아니었다.
하이랭커인 천마를 제외하고도 그들은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모두가 정예로 이루어진 플레이어들.
거기다 권천주 풍백림만이 아니라 창천주 백무강까지 합류한 상태였다.
유원은 새삼 천마신교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 보름 정도면 끝낼 수 있으려나.’
현재 천마신교에서 온 인원은 개척대 인원의 5배에 달했다.
랭커의 숫자는 물론, 개개인의 랭킹 역시 마찬가지.
개척대는 원탁의 기사들을 제외한 일반 평기사들과 병사들이지만, 지금 이곳에 온 천마신교의 교인들은 천마신교의 정예들이었던 것이다.
‘천마신교가 합세한 무림은 거대 길드의 끝자락에 들어섰다. 교인들도 다시 탑을 오르는 추세고.’
플레이어가 탑을 오른다는 건 뜻 깊은 의미를 지닌다.
그들 한 명, 두 명이 랭커가 되고 실력이 높아짐에 따라 길드의 전체적인 전력이 높아진다.
더구나, 호전적인 성향이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그 천마신교였다.
새삼 실감이 됐다.
지금까지 잊고 있던, ‘천마신교 소교주’라는 칭호의 힘이.
하나의 세력을 부릴 수 있다는 건, 이렇게나 큰 힘을 지니는 일이었다.
“……나중에 잠깐 인사라도 해야겠군.”
만약 유원이 혼자 개척대에 합류했다면 이번 시험을 통과하는 데에만 족히 반년은 걸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천마신교 교인들의 합류로 인해, 최대한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25층의 개척지대로 지원. 가능한 많이 부탁합니다.
천마에게 보낸 문자.
그 이후 며칠 만에 이만한 숫자의 교인들이 모였다.
칭호의 힘과 천마의 후계자를 향한 교인들의 충성심.
그것으로 인해 만들어진 모습이었다.
‘통과는 처음부터 확실했고…….’
쿵-.
높게 솟아오른 나무 위로 튀어나온 머리.
마치 거인족을 보는 듯, 큰 키를 지닌 검은 피부의 오크였다.
“문제는 이제, 얼마나 빨리 끝나는진가.”
그르르-.
녀석은 이빨을 드러내며 유원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덩치도 덩치거니와, 가죽을 뒤덮고 있는 마나의 흐름도 심상치 않았다. 저것을 뚫어내려면 가죽을 덮고 있는 마나보다 더 날카롭고 강한 마나가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
파지지-.
유원의 손에는, 딱 맞는 게 쥐어져 있었다.
번쩍-.
콰릉-!
눈부신 노란빛이 괴물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이어서 귀를 멍하게 만들 만큼 커다란 천둥소리가 들려오고, 괴물의 가슴팍이 까맣게 태워졌다.
갸아아-.
입을 쩍 벌린 채 괴물의 몸이 비틀거리고.
몸을 뒤덮고 있던 가죽과 살이 익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몸이 서서히 기울어진다.
쿵-.
육중한 몸체가 쓰러지며 땅이 울렸다.
유원은 곧장 다음 한 발의 벼락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눈빛.
“……오.”
풍백림은 앞으로 뻗던 주먹도 잊어버린 채, 유원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 *
세계의 개척이 시작되고 열흘이 흘렀다.
개척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천마신교가 합류한 이후, 개척 속도는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인원 탓에, 천마신교는 급하게 만든 천막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 속에서, 유원은 멀린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어디 갔나 했더니, 그쪽에서 일하고 있었느냐? 뭐? 개척대? 아니, 천마신교가 거기에서는 왜 나와?
처음 용건은 개척대에 참여한 천마신교 교인들에 대한 보상안이었다.
천마신교의 교인들, 그중에서는 랭커도 더러 섞여 있는 상태.
그들의 노동력은 결코 값싼 게 아니었다. 유원은 가능하면 그들에게 적당한 값을 지불하고 싶었다.
물론, 남의 돈으로.
-지금 나라 사정도 개판인데…… 많이는 못 챙겨 준다.
멀린은 랜슬롯이 죽은 후, 브리튼의 국왕 대행을 하고 있었다.
인맥 덕에 그렇게 천마신교의 교인들은 적당한 양의 포인트를 챙겨 받을 수 있었다. 그래 봤자 하루에 몇십 포인트 정도였지만, 용돈벌이 정도로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꼬박 열흘이 됐을 때.
-완성된 게 언젠데, 뭐 하느라 또 이렇게 늦어?
-이번엔 안 봐 준다. 올 때, 머리 깨질 각오하고 와라.
하필 시험이 장기화되면서 아이템의 수령 시기를 놓쳐버렸다.
‘……조금 더 챙겨 드려야겠군.’
다행히 헤파이스토스는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멀린에게 아이템을 맡겨 놓고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아이템을 완성했으니 더 이상 브리튼에 남아 있을 용건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개척이 시작되고 보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날.
[‘세계의 개척’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5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시간에 따른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15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다음 추가 보상이 지연됩니다.] [26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세계의 개척이라는, 원래였다면 족히 1년은 걸렸을 장기 시험.
그런 만큼 얻을 수 있는 포인트도 덩달아 높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였다면 20만 포인트도 아쉬웠을 테지만, 짧은 시간 안에 끝내서 그런지 아쉬움은 없었다.
그렇게 시험이 끝난 후.
개척이 끝난 숲의 가운데에서, 유원이 풍백림과 백무강을 불렀다.
“권천주. 창천주.”
“예!”
“예.”
유원의 부름에 풍백림과 백무강이 그의 앞에 다가와 포권했다.
“그간 수고했다. 수하들과 나눠 쓰도록.”
[50,000포인트를 사용하였습니다.] [50,000포인트를 사용하였습니다.]유원은 두 사람에게 각각 5만 포인트씩, 도합 10만 포인트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 모인 천마신교의 교인들은 두 사람을 따라온 자들.
숫자가 숫자인지라, 그리 큰돈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하룻밤 신나게 먹고 마시는 데에는 충분한 돈이었다.
“이 많은 돈을…….”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래라면 5만 포인트 정도로 끝날 시험이었다. 1년에 달하는 긴 시간, 거기다 난이도 자체도 상당히 높은 시험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시험이 이렇게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천마신교의 도움 때문.
‘주머니를 아끼는 상사만큼 꼴불견도 없지.’
사실은 제 몫을 반이나 남긴 것이지만, 이 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10만 포인트라면 무림계에서 하나의 큰 문파를 세울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
백무강과는 달리 풍백림은 어딘가 많은 생각을 하는 얼굴이었다.
유원은 그런 풍백림의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
“왜 그러지?”
유원의 물음에 풍백림의 표정이 몇 번 뒤바뀌었다.
그리고 이내.
“……이것이 이번 일에 대한 포상이라면, 전 다른 걸로 받고 싶습니다.”
결심을 굳힌 듯, 그 말과 함께 풍백림의 눈빛이 돌변했다.
투기로 번들거리는 눈.
그와 함께 풍백림의 몸에서 투쟁심 가득한 마나가 스멀스멀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어 주십시오, 소교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