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47
* * *
“갑자기 개척지대에 가더니, 또 얼마나 지났다고 빨리도 돌아왔군.”
보고를 받아 유원이 있는 장소를 알고 있던 멀린은 신기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족히 며칠은 오고가야 하는 거리를, 유원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동해 온 것이다.
“근두운 덕분인가?”
“타고 오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유원은 잠시 그간 있던 일을 이야기했다. 국왕 대행으로서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던 멀린은 잠시 머리를 식히고, 개척대에서 있던 일들을 들었다.
“천마신교에 빚을 졌군.”
“크게는 무림이라고 봐야죠.”
“하긴, 지금 무림은 그 둘을 따로 볼 수 없으니.”
무림과 천마신교가 손을 잡은 건 이제 꽤 널리 알려진 사실.
이제 무림은 높은 랭킹의 하이랭커를 보유한 데다, 웬만한 거대 길드 못지않은 숫자의 랭커를 보유한 길드가 된 상태였다.
세간에서는 이미 무림을 거대 길드의 반열에 놓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나중에 빚은 꼭 갚도록 하지.”
“원탁은 좀 어떻습니까?”
“말도 마라. 아스가르드에서 한바탕 뒤집어 놓은 후, 몇 명은 아예 길드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지금도 언제 누가 나갈지 몰라.”
원탁은 브리튼을 유지하는 근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브리튼을 대표하는 랭커들이었고, 또한 국왕을 모시는 충직한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브리튼에는 아서도, 랜슬롯도 없는 상태.
더 이상 모실 자가 없는 기사가 떠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랜슬롯 그 미친 자식이, 그런 일까지 꾸미고 있을 줄이야…….”
“정확히는 올림포스죠.”
유원의 말에 멀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뱉었다.
올림포스.
그것은 천하의 멀린조차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큰 파도에 휘말린 느낌이다. 그것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금세 잠잠해질 겁니다.”
그것은 단순히 막연한 위로 같은 게 아니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확신에 찬 유원의 말에 멀린은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
다른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면 아마 비웃었을 것이다. 하물며 하이랭커가 해도 웃기는 소리라며 넘길 말일 텐데, 상대는 이제 막 25층에 올라온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멀린은 그를 비웃을 수 없었다.
실제로도 그는 이 브리튼을 며칠 사이 완전히 뒤집어 놓았으니까.
아니.
정상으로 돌려놓았으니까.
“……오냐. 부디 그러길 바라마.”
대강 이야기를 마친 멀린은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용건은 이거였지? 냉큼 가지고 올라가기나 해라.”
스스스스-.
허공에 길고 면적이 코트가 생겨났다.
검푸른색의 코트는 유원의 위에 떠올라, 아래로 떨어졌다.
푹-.
앞으로 내민 손에 떨어진 코트.
츠츠-.
동시에 손에 찬 퀴네에가 반응했다.
해신석을 이용해 만든 아이템.
그것의 형태는 다름 아닌 코트였다.
“나머지 하나도 반드시 구하라면서, 이름을 트라이앵글이라 지었다더군. 네가 갑옷보다는 주로 몸에 편한 옷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형태를 그렇게 했고.”
“딱 좋습니다.”
트라이앵글.
아마 헤파이스토스가 말한 나머지 하나는 ‘천신석’일 것이다.
아이템의 형태는 나쁘지 않았다.
코트라면 다른 갑옷 종류에 비하면 편하게 입을 수 있고, 그리 걸리적거리지도 않는 편이다.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면적이 넓은 것도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가벼웠다.
장갑으로 차고 있는 퀴네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만큼.
‘퀴네에가 아다만티움을 응축한 거라면, 이건 반대로 부피를 늘린 건가.’
한정된 재료로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모양.
그래도 다른 불순물을 섞는 대신, 아다만티움만으로 아이템을 만든 건 역시 대단하다 싶었다.
만약 그랬다면 해신석의 힘을 이끌어 내는 데 방해가 됐을 테니까.
이제 중요한 건 아이템의 효과였다.
[트라이앵글]# 진(眞) 해신석과 아다만티움이 만나 만들어진 옷이다. 바다의 기운을 품고 있다.
# 구분 : 갑옷
# 모든 바다를 다스릴 수 있다.
# 마나의 물 속성 변환
# 바다 소환
# 물 속성 마나에 대한 저항력 50% 상승
# 물 속성 마나의 증폭률 30% 상승
# 물 속성의 마나 소모율 30% 감소
# [바다의 가호] 적용.
특별히 효과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제한)이 붙어 있던 효과가 사라진 것과, ‘바다의 가호’라는 새로운 옵션이 달린 정도.
유원은 트라이앵글에 달린 스킬을 확인했다.
[바다의 가호]# 등급 : S
# 구분 : 패시브
# 바다의 힘이 해로운 힘으로부터 항시 몸을 보호한다.
짧고 굵은 설명.
설명만 봐서는 그리 대단한 스킬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킬의 등급 자체는 S로, 상당히 높았다.
이래서는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스윽-.
트라이앵글을 몸에 걸친 유원은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멀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너 지금 뭐 하는 거…….”
슈욱-.
멀린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다짜고짜 칼을 빼어든 유원이 그대로 자신의 팔을 내리쳤다.
퍼억-!
둔탁한 소리.
“뭐 하는 거냐, 대체!”
깜짝 놀란 멀린의 외침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요.”
“뭐야?”
“효과를 좀 확인해 봤습니다. 방어력은 어떤지, 아이템에 붙어 있는 스킬의 효과는 어떤 건지.”
“그걸 확인해 보려고 자기 팔을 베어?”
“안 베어졌잖습니까?”
유원은 검을 다시 집어넣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래 보여도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갑옷입니다. 작정하고 베려고 해도 쉽지 않은 물건이죠.”
“허어…….”
어이가 없다는 표정.
그래도 그렇지, 방금 전 유원은 정말로 팔이라도 자를 것처럼 검을 휘둘렀다.
옆에서 보던 멀린의 입장에서는 자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마, 이게 종이로 만들어졌다 해도 크게 베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건 또 뭔 소리냐?”
“보호받고 있거든요.”
옷을 베어 내려 했을 때 났던 소리.
“무언가에.”
그것은 단지 트라이앵글이 가진 방어력 때문에 난 소리가 아니었다.
팔을 베어 내겠다며 마음을 먹는 순간, 검을 밀어내던 부력이 느껴졌다.
그것도 상당한 힘으로.
의식하지 않아도 몸을 보호하는 힘.
바다의 가호.
그것이 바로 트라이앵글이 지닌 최고의 기능이었다.
다음으로 이어.
“잠깐 떨어져 계십시오.”
츠츠츠-.
유원은 트라이앵글에서 느껴지는 마나에 멀린을 돌아보았다.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니.”
“뭐?”
쏴아아-.
귓가로 소리가 들려왔다.
파도를 닮은 소리였다.
순식간에 푸른 물결이 유원의 주위를 뒤덮었다. 멀린을 비롯한 방 안의 풍경이 사라지고, 유원의 눈앞에 하얗고 불투명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몸…… 인가?’
그는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마치 앞을 보일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처럼.
지금과 같은 현상은 처음 겪는 게 아니었다.
처음 흑신석을 얻고, 아다만티움으로 제련된 퀴네에를 손에 찼을 때.
보석의 힘에 잠재되어 있던 힘이 아이템의 힘을 빌려 밖으로 나오던 순간, 유원은 어떤 존재의 ‘눈’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유원은 그 존재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츠츠츠-.
트라이앵글을 통해 낯익은 흐름의 기운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알이 깨어났다.
[‘?의 알’이 환호합니다.] [‘?의 알’이 입을 벌립니다.]녀석은 탐욕스럽게 힘을 집어삼켰다.
그러는 동안, 유원은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물었다.
“넌 뭐냐?”
[…….]“이름도 없고, 이번엔 말도 못하나? 괴물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한 아이템도 아니야, 넌.”
자의식이 있는 아이템은 이 세계에 얼마든지 존재했다.
그것을 가리켜 ‘에고 아이템’이라 불렀는데, 희귀한 경우긴 해도 아주 볼 수 없는 아이템도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존재는 그것과는 분명 달랐다.
그렇기에 유원은 알고 싶었다.
“넌, 대체 뭐냐?”
츠츠츠츠-.
눈치 없게도 알은 빠르게도 힘을 집어삼켰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알이 포식을 끝마칠 즈음.
[이제…….]잠자코 있던 누군가가 고개를 돌렸다.
[두 개째인가.]그와 동시에.
화아악-!
유원의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물결이 사라지며, 다시 원래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유원은 방금 전, 고개를 돌렸던 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런데.
‘어떻게 생겼지?’
분명 얼굴을 봤다.
그런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단순히 기억력이 나쁘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하얀 도화지처럼 얼굴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정말, 얼굴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얼굴이라도 봤으면 찝찝한 건 덜하겠는데 말이지.’
어차피 아는 얼굴이 아닌 이상, 생긴 모습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가 왜 아이템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외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였다.
‘두 번째라고 했나.’
다행히 기억나지 않는 건 얼굴뿐, 그가 한 말은 문자를 본 것처럼 기억이 났다.
아마 두 번째라는 그의 말은 흑신석에 이은 해신석을 뜻하는 것일 터.
그는 분명 마지막 세 번째 조각인 천신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 번째를 모으면 알 수 있다…… 이런 뜻인가?’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운 좋게 얻은 흑신석이나 누구의 것도 아니던 해신석과는 달리, 천신석은 제우스의 손에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것도 제우스를 상징하는 아이템인 ‘벼락’이 바로 천신석으로 만들어진 아이템인 것이다.
‘어렵게 됐군.’
그렇게 유원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사이,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의 알’의 부화율이 상승하였습니다.] [부화율 : 95.94%]전보다 부화율이 오르는 폭이 더 적었다.
조각이라고 해도 모두 크기나 힘이 같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부족한 4퍼센트 남짓.
외신을 만난 기회가 많지 않으니, 가능한 이번에 부화율을 다 채울 수 있기를 바랐는데 조금 부족하게 됐다.
‘그래도 남은 부분을 채울 방법은 있으니까.’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유원은 그때를 생각하며 아쉬움을 뒤로했다.
“그건…… 뭐였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멀린은 헤파이스토스와 마찬가지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금방이라도 유원의 주위에 나타난 기운을 향해 마법을 퍼부으려던 모양이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뭐냐니까?”
“저도 모릅니다. 좀 알고 싶네요.”
이 말은 진심이었다.
유원의 대답에 멀린은 그를 더 추궁하지 않았다.
이런 대답의 의미는 둘 중 하나였다.
정말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말하고 싶지 않거나.
어느 쪽이든 멀린은 더 캐물을 생각이 없었다.
“하기야. 이 탑에 어디 이해 안 되는 게 한두 가지겠냐만…….”
상대의 비밀을 캐려고 하지 말 것.
스탯과 레벨과 마찬가지로 이 탑의 비밀은 혼자만이 알고 있는 게 정상이었다. 너무 많이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 다니다간, 일찍 죽기 딱 좋았다.
멀린은 굳이 말하려 하지 않는 유원의 비밀을 계속해서 캘 생각이 없었다.
“됐다. 네놈이 특이한 거야 이미 알고 있었으니.”
코트를 몸에 단단히 걸친 유원은 다시 자리에 앉지 않았다.
멀린은 자리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유원을 보며 물었다.
“이제 갈 거냐?”
“네.”
“정말 하루도 안 쉬는구나. 뭐가 그리 급한 건지…….”
짧게 혀를 찬 멀린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찻잔을 들어 올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 되면 나중에 다시 한번 들려라.”
다시금 서류 더미에 앉으며, 멀린은 말을 이었다.
“그땐 아마, 네 동상도 세워져 있을 테니까.”
* * *
시험의 보상은 관리자들의 회의 끝에 결정되었다.
스킬과 스탯. 두 가지 선택지 중, 유원은 스탯을 선택했다.
애매한 몇 개의 스킬보다는 하나의 스탯이 훨씬 낫다는 이유였다.
두 개의 스탯이 올랐다.
이로서 근력과 체력, 둘 모두 100스탯을 달성했다.
26층.
유원은 곧장 다음 시험에 도전했다.
[26층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2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최대한 빨리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게 목표였던 유원은 서둘러 시험을 치렀다.
26층, 그리고 27층…….
30층.
다섯 개의 층을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보름 남짓.
유원은 계속해서 탑을 올랐다.
그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