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5
툭-.
유원은 이제 필요 없다는 듯, 인벤토리 주머니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깜짝 놀란 주연은 유원이 떨어뜨린 인벤토리 주머니를 주워들어 보았다.
주머니에서는 정말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지, 진짜예요?”
당연히 자신의 몫은 따로 빼 두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주연과 성찬은 잔뜩 놀란 표정이 되었다.
“어, 어떻게 하려고요?”
“50개는 따로 남겨 뒀어야죠!”
유원은 어깨를 으쓱였다.
“난 안 간데도.”
반복된 유원의 말에 두 사람은 깨달았다.
유원이 말한 안 간다는 의미는, 다음 튜토리얼로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대체 어떻게 하려고…….”
“여기 있다간…….”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유원은 텅 빈 박스와 마지막까지 유원에게 정수를 구입하지 못한 남아 있는 사람들을 번갈아보았다.
“그러니 얼른 넘어가라. 여긴 곧 아수라장이 될 거니까.”
유원의 말에 주연과 성찬은 잠시 망설이더니 곧 게이트를 넘어갔다.
장사를 접은 유원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1시간 반 정도가 남아 있었다.
‘다음 튜토리얼이 디펜스였나.’
튜토리얼이 괜히 튜토리얼이 아니었다.
탑을 올라가기 위해 겪을 여러 미션에 비해 튜토리얼은 꽤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첫 번째는 생존.
두 번째는 경쟁.
세 번째는 사냥.
그리고 네 번째는 ‘방어’였다.
‘이쪽에서 넘어간 사람이 꽤 될 테니…… 다음 튜토리얼은 그리 어렵지 않겠어.’
그리고 그 4번 튜토리얼은 함께하는 참가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득이 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수를 구입하느라 스탯이 몇 개씩 빠져 있겠지만, 숫자가 숫자인 만큼 난이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저…… 정수는 다 팔렸습니까?”
뻔히 눈에 보이는 게 없는데도 누군가 유원에게 다가와 물었다.
알이 작은 안경을 쓴 중년 남자였다.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 끝났습니다.”
유원의 대답에 남자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유원은 그들을 잠시 지켜보다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곧 시작되겠군.’
남아 있는 사람의 숫자는 20명 남짓.
그들은 아마 서로를 공격하며 정수를 빼앗으려 할 것이다.
저들 중 절반은 살아남고, 절반은 죽을 것이다. 유원은 그 싸움에 개입해 그들의 생사를 결정할 생각이 없었다.
유원은 자리를 비켰다.
무리 한가운데 있던 거인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시간은 1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상점.”
쩍-.
유원의 말에 허공에 균열이 생겨났다.
튜토리얼의 심부름꾼이 나타날 때의 현상.
하지만 그 균열은 유원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크게 일어났다.
구우우우-.
쩍, 쩌저적-.
‘설마…….’
설마는 사실이었다.
큼지막한 균열 속에서 나타난 건, 익숙한 모습을 한 덩치 큰 거지.
바로 튜토리얼 관리자였다.
“불렀냐?”
“당신을 부른 건 아니었습니다.”
유원이 필요한 건 상점이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심부름꾼의 도움이 필요했다.
탑에서라면 모를까, 이 튜토리얼 안에서는 심부름꾼의 도움 없이 상점을 이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심부름꾼은 어디 가고, 당신이 왔습니까?”
“새로 애들을 뽑고 있는데, 인력이 좀 많이 줄어서 말이다. 아직 더 줄여야 하기도 하고.”
“많이 솎아 냈습니까?”
“세 놈들 중 하나 정도는 연관이 있더군. 많이들 해 먹었어, 아주.”
심부름꾼들에게 관리를 맡긴 후, 꽤 오랫동안 튜토리얼에 관여하지 않았던 관리자였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아마 관리자는 꽤 오랫동안 직접 발로 뛰게 될 것이다.
“게다가 네놈 덕분에 꽤 많은 애들이 여기에 시간을 쏟아서 말이야. 다른 쪽 진행이 조금 느려졌어.”
“그게 왜 저 때문입니까?”
“너랑 거래하기 위해 백 명이 넘게 동시에 상점을 이용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 구역에 살아남은 참가자들이 동시에 상점을 이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나 유원이 있는 홍대 구역은 다른 구역에 비해 생존자가 유독 많은 구역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많은 생존자들이 동시에 상점을 이용하니, 심부름꾼 인력이 부족해졌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좋은 거 아닙니까? 그만큼 장사도 잘되는 거고.”
“뭐, 그건 그렇지.”
“그런데 그 정도로 인력이 없습니까? 고작 상점 하나 이용하는 데 직접 나오시고.”
아무리 인력이 없다고 해도 관리자는 이 튜토리얼의 총 책임자였다.
상점의 이용은 아랫것이라 할 수 있는 심부름꾼의 일.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닌데 관리자가 직접 나타난 건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었다.
“고작 상점이 아니지.”
“그럼 뭡니까?”
“지금 네가 어떤 처지인지 정말 모르는 거냐?”
관리자의 말에 유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 관리 대상.
아마 그게 바로 지금 자신의 처지일 것이다.
특별 관리 대상은 튜토리얼 내에서 유독 눈에 띄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참가자를 관리하는 걸 의미했다.
‘관리자 선에서 밝혀낼 수 없다면 넘어가는 게 보통인데 말이지.’
아무래도 관리자는 유원의 존재를 그냥 넘긴 게 아닌 모양이었다.
미심쩍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
특히나 지금에 와서는 더 그럴 것이다.
“3번 튜토리얼이 끝난 시점에 16만 포인트. 네 레벨도 레벨이지만 이건 튜토리얼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정도의 힘이다.”
이 세계에서 포인트는 곧 힘이나 다름없었다.
부족한 레벨이더라도 포인트를 이용한 상급의 아이템과 스킬이라면 힘의 격차를 메울 수 있었다.
보통 3번 튜토리얼이 끝난 시점에서 참가자들은 적게는 1천 포인트, 많게는 3천 포인트 정도를 얻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점을 이용해 아이템을 사고, 20레벨이 넘어가면 또다시 스킬을 사게 된다.
원래라면 튜토리얼에서 지급하는 포인트는 턱없이 부족해야 한다.
그래야 탑으로 넘어갈 자격을 선별하는 변별력이 생기니까.
하지만 유원이 가진 포인트는 다른 참가자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현질과 마찬가지.
더 큰 문제는 유원의 레벨 또한 비슷한 시기의 튜토리얼 참가자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바로 그겁니다.”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원하는 게요.”
“뭐?”
“그러니까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이게 제가 갈 길입니다.”
“…….”
당당한 말에 관리자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 튜토리얼의 생태계를 무너뜨려 놓겠다.
그게 바로 유원이 원하는 거라니.
“정말 오랫동안 이 튜토리얼을 관리해 왔지만…… 너 같은 녀석은 처음이군.”
“칭찬으로 듣죠.”
유원은 시간을 확인했다.
관리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벌써 10분이 흘러 있었다.
“상점을 이용하겠습니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상점을 이용하길 원하는 참가자.
제아무리 관리자가 이 튜토리얼의 관리자였지만, 탑의 법칙이 존재하는 이상 유원의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필요한 게 있거든 말해라.”
관리자는 유원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머리통만 한 크기의 손바닥이 펴지자, 유원의 시야에 상점의 목록이 쫘르륵 펼쳐졌다.
유원은 상점의 목록을 살펴보았다.
‘여기까지가 튜토리얼에서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의 한계인가.’
30분 동안 상점을 살펴보던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튜토리얼 지역인 만큼 상점에서는 유원이 알고 있는 꽤 많은 스킬이나 아이템들을 취급하지 않았다.
대략적인 구성은 거의 살펴보았다.
어떤 것들을 사야 할지는 대충 머릿속에 그려졌다.
“우선 첫 번째로는…….”
유원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10,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중급 귀속 인벤토리’를 획득하였습니다.] [‘인벤토리’ 명령어를 통해 아이템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무려 1만 포인트.
현재 유원이 가진 돈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금액은 아니었지만, 튜토리얼 지역 내에서 구할 수 있는 포인트는 아니었다.
아이템을 구입했음에도 포인트가 소모되었을 뿐, 별다른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귀속 인벤토리는 애초에 눈에 보이는 아이템이라기보다는 아이템을 저장하는 편리한 주머니의 개념이었다.
“그다음은…….”
유원은 목록을 넘겨, 다음 아이템을 선택했다.
“‘빙옥철검’을 구입하겠습니다.”
[50,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빙옥철검’을 획득하였습니다.]슈욱-.
유원의 손안에 나타난 물건.
그건 한 자루의 새하얀 검이었다.
무려 5만 포인트짜리 검.
처음으로 구입한 제대로 된 아이템이었지만 유원의 다음 행동은 그걸 제대로 쥐어 보는 게 아니었다.
“인벤토리 오픈.”
유원은 서둘러 인벤토리에 검을 집어넣었다.
빙옥철검은 허공에 모습을 감췄다. 귀속 인벤토리는 유원이 원하는 아이템 몇 종류를 모두 보관하고도 남을 만큼의 부피를 가지고 있었다.
“빙옥철검이라…… 꽤 난이도 있는 물건을 선택했군.”
관리자는 눈을 가늘게 좁히고 유원을 바라보았다.
의미심장한 시선이었다.
유원은 어깨를 으쓱였다.
쇼핑은 계속되었다.
“불주술의 옷. 그리고 마법 무효화의 방패.”
[60,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불주술의 옷’을 획득하였습니다.] [20,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마법 무효화의 방패’를 획득하였습니다.]유원의 머리 위로 붉은색 비단으로 만들어진 용포와 푸른빛을 띤 둥근 방패가 나타났다.
유원은 용포를 걸치고, 방패를 손에 쥐었다.
도합 14만 포인트.
꽤 귀한 아이템들이었다.
몇만 포인트짜리 아이템들은 탑에 올라가서도 꽤 높은 층까지 사용할 만했다.
즉, 튜토리얼의 생태계를 어지럽힐 만한 아이템들인 것이다.
“그리고 빙정 4개.”
[20,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빙정’ 4개를 획득하였습니다.]유원의 손에 네 개의 구슬이 나타났다.
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의 구슬은 빙옥철검과 마찬가지로 새하얀 색을 지니고 있었다.
유원은 그것을 마저 인벤토리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남아 있는 건 7천 포인트가 전부였다.
“마지막으로 잘 벼려진 검 하나 부탁합니다.”
[2,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잘 벼려진 검’을 획득하였습니다.]유원의 손에 검정색의 손잡이로 치장된 꽤 멋들어진 검이 나타났다.
평범한 검이었다.
날이 잘 벼려져 있고, 강도가 뛰어나다는 걸 제외하면 어떠한 특징도 없는 검.
그럼에도 이 칼이 2천 포인트나 되는 이유는 그만큼 날카로움과 강도에 집중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기본에 가장 충실한 검이라…… 마법적인 능력으로 덕지덕지 치장된 다른 아이템과는 상반되는군.”
“마음에 드네요, 꽤.”
유원은 붉은 용포를 입고 가볍게 검을 휘둘러보았다.
제법 손에 착 감기는 검이었다.
마나에 대한 전도율도 꽤 나쁘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긴, 2천 포인트 정도의 아이템이라면 기본적인 마나 전도율은 당연했다.
“이로써 널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겠군. 튜토리얼 참가자들은 그 옷을 뚫어 낼 수도 없을 테니까.”
그렇게 말한 관리자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참가자라면 말이지.”
유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관리자는 유원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다 몸을 돌려 균열을 향해 걸어갔다.
“기대하고 있지.”
쩌억-.
다시금 균열이 관리자를 집어삼켰다.
관리자와의 거래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유원은 사라지기 전, 관리자의 표정과 말을 떠올렸다.
‘눈치챘나.’
하긴.
관리자 정도 되는 존재가 지금 자신의 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상관없지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유원은 자리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제부터는 조금이라도 컨디션 관리를 해 놓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째깍-.
초침 소리가 들려왔다.
참으로 잔인한 소리였다.
시간제한이 걸려 있는 튜토리얼은 끝나기 직전에 늘, 시계초침 소리로 참가자를 괴롭혔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초.
유원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작됐나.’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시간이었다.
[3번 튜토리얼이 종료되었습니다.] [튜토리얼에 실패하였습니다.] [해당 구역에 멸망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