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51
* * *
하르간은 하데스와 유원의 사이에서 눈치를 살폈다.
하데스는 유원을 그리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분명 유원의 실력은 확실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 못한 건 사실이었다.
하긴.
제아무리 제천대성의 분신이 도왔다 해도, 유원은 제우스의 벼락으로부터 살아남은 유일한 플레이어였다.
“이 녀석과 꼭 함께해야겠느냐?”
하데스의 물음에 하르간은 잠시 고민했다.
꼭이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이 일은 올림포스의 일이었다.
외부인이 유원이 반드시 함께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 친구가 그러겠다면, 전 그러고 싶습니다.”
“믿을 만한 친구라, 이거군.”
하데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유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뭔가 숨기는 건 알고 있다. 그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방금 전, 케로베로스와 싸우면서 사용하지 않은 힘은 많았다.
벼락도 사용하지 않았고, 마기, 감각지대, 퀴네에, 트라이앵글…….
그렇지만 정작 유원이 감추려 한 건 하나뿐이었다.
‘포세이돈처럼 하데스도 흑신석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뀌지 않았던 미래에서 포세이돈이 어떻게 해신석을 손에 넣었는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데스는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만큼, 그가 어떻게 흑신석을 손에 넣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가 법칙에 얽매여 있는 이상 갑자기 플레이어를 공격할 리는 없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난 내게 비밀을 만드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자는 믿을 수 없는 법이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원은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흑신석을 보여 주는 모험을 하고, 신뢰를 얻는다? 아니, 설령 보여 준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비밀이라는 게, 꼭 그것만은 아니겠지.’
자신을 바라보는 하데스의 눈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비밀’이란, 유원의 존재 자체를 의미했다.
‘어떻게 한다…….’
삼신 중 한 명인 하데스의 협력.
그것은 유원에게 굉장히 큰 메리트였다.
그것은 당장 올림포스가 내부에서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임과 동시에,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제우스를 바닥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
그런데.
“하지만 실력은 둘째치더라도, 옆에 사람은 잘 뒀군.”
“사람?”
“헤파이스토스. 그놈에게 너에 대해 물어봤다.”
헤파이스토스.
비록 실력은 랭커들 중 그리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그가 이 탑에서 가지는 영향력만큼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탑 최고의 대장장이.
또한, 그는 제우스의 핏줄이기도 했다.
“아저씨가 뭐라고 했습니까?”
“긴말 없이, 한 번 믿어 보라더군. 후회는 안 할 거라며.”
헤파이스토스의 보증.
거기에 더해, 하데스는 하르간을 돌아봤다.
“이 녀석도 같은 말이고 말이지.”
올림포스와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 보증했다.
하데스는 고민을 마쳤다.
“따라와라.”
몸을 돌린 하데스의 몸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네가 할 일을 알려 줄 테니.”
하데스는 그렇게 말하며 동굴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 유원은 하데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럴 거면 시험은 왜 한 거야?’
뭔가를 더 보여 줘야 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더니, 갑자기 이런 반가운 변심이라니.
결국 세상은 인맥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진짜 시작이군.”
손에 땀을 쥐며, 하르간은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올림포스 부수기.”
* * *
미래를 알고 있다는 건, 단순히 ‘사건’을 알고 있다는 것 이상의 힘을 가진다.
각각의 개별적인 사건과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통해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판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하데스가 바로 그랬다.
그는 이번 ‘올림포스 부수기’의 핵심 인물이었다.
“미안하지만 대접할 게 많이 없군. 여기가 이런 곳이라.”
넓고 습한 동굴 안.
그나마 간소한 탁자와 의자 몇 개가 준비된 방 안에, 하데스의 수하로 보이는 음침한 사내가 차를 내어 왔다.
검고 탁한 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꼭 사약이 아닐까 싶었다. 유원은 그것의 냄새를 맡아 보다 하데스를 바라보았다.
“몸에는 좋을 거다. 마나의 순환을 돕고, 심신의 안정을 돕는 차니까.”
그 말에 유원은 차를 한 모금 입으로 가져갔다.
맛은 영 별로였다. 단순히 쓰기만 한 게 아니라 어딘가 떫은맛도 함께 났다.
하지만 효과 자체는 하데스의 말처럼 확실했다.
[‘지옥에서 자란 풀’을 복용하였습니다.] [1시간 동안 마나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정신이 맑아집니다.]단순한 차에서 이런 효과가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지옥에서 자란 풀.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귀한 걸 대접받았군.’
지옥에서 자란 풀은 포인트로 환산하더라도 아마 적잖은 가격에 거래되는 차였다. 지옥의 척박한 환경에서 싹을 틔운 풀은 굉장한 희소성을 지니고 있었다.
“천마신교의 소교주라지?”
차를 한 모금 마시자, 하데스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천무진을 움직일 수 있나?”
천무진.
천마신교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 할 수 있는 하이랭커.
하데스의 입장에서 유원은 그런 천무진의 조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열쇠이기도 했다.
유원은 단순히 새로 떠오르는 실력 있는 플레이어이기 전에, 천마신교라는 세력을 움직일 수 있는 입장이었다.
“확신은 못합니다.”
“확신은 못한다?”
“제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소교주의 권한 안에서 뿐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도 천마의 말 한 마디만으로 흔들릴 수 있는 자리라서요.”
“그렇군. 그럼 천무진을 제외한 다른 인원은 움직일 수 있다는 건가?”
“가능은 합니다.”
“‘가능은’이라…….”
유원을 바라보는 하데스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이 싸움에 천마신교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였다.
“어차피 이 싸움은 왕을 잡으면 끝나는 싸움이니까요.”
유원은 전쟁을 할 생각이 없었다.
이 싸움은 ‘전쟁’이 아닌 ‘전투’가 되어야 한다. 라그나로크도, 기간토마키아도, 그리고 지금 시작되는 ‘올림포스 부수기’도.
모두 최소한의 피해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야 의미가 있었다.
천마신교가 개입하면 이 싸움은 전투가 아닌 전쟁이 된다. 하데스와 천마신교가 연합하며, 올림포스 내 제우스의 파벌과 전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욕심이 크군.”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럴 능력은 있고?”
하데스의 물음에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제아무리 유원이 빠르게 강해졌다고 한들 상대는 올림포스였고, 제우스였다.
아직 유원의 실력은 제우스에게 닿지 못했다. 시간이 훨씬 더 필요했다.
하지만.
“제게는 없지요.”
“무슨 소리냐?”
“삼신 중 한 명의 부재로, 힘의 균형이 무너진 걸로 압니다.”
반 년 전.
제우스는 포세이돈을 제압해, 그를 데리고 직접 아스가르드를 방문했다.
포세이돈은 아스가르드의 지하 감옥에 갇혔다. 동생의 손에 끌려 간 그는, 오천 년의 형벌을 선고받았다.
벼락을 떨어뜨린 제우스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아스가르드와 크게 충돌하지 않았다.
아마 사건의 주동자인 포세이돈을 자진해서 넘김으로서 아스가르드와 어떤 협상을 한 것이겠지.
“제우스 녀석은 알고 있었던 거다. 이미 나와 포세이돈이 손을 잡은 걸 말이지.”
‘삼신’이라는 이름 아래에 함께 묶여 있기는 하나, 엄밀히 말해 제우스는 다른 둘에 비해 훨씬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부터 그들 셋 중에서 랭킹이 가장 높던 제우스였다. 그런 데다 제우스는 천신석을 손에 넣고, 벼락이라는 아이템을 만듦으로써 그는 더 높은 랭킹으로 치고 올라갔다.
일대일로는 승산이 없다.
그래서 포세이돈은 하데스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결국, 포세이돈이 아스가르드의 감옥에 갇히면서 두 사람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힘의 불균형은, 꼭 제우스 한 명만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유원이 말하고자 하는 건, 포세이돈이나 제우스가 아니었다.
“헤라클레스.”
“……그래. 그놈도 문제지.”
삼신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올림포스의 영웅.
제천대성과 함께 빠르게 랭킹이 급부상한 하이랭커이자, 기간토마키아를 휩쓴 존재.
그가 제우스의 아들인 이상 힘의 저울추는 결코 쉽게 바꿀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왜?”
“헤라클레스를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뭐라?”
하데스는 그제야 유원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왕을 잡아야 끝나는 싸움.
하지만 정작 유원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너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깜짝 놀란 건 하데스만이 아니었다.
그를 데려온 하르간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
유원은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래.”
“확률은?”
“7할 정도 되려나.”
“……그렇게 높아?”
하르간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가 아는 유원은 결코 무모한 성격이 아니었다. 튜토리얼 때부터 무서울 만큼 치밀하게 움직이던 유원이었다.
그런 그가 7할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정도면, 어지간히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대답을 못 들었습니다.”
유원은 잠시 깊어진 생각에 멈춰 있는 하데스에게 물었다.
“헤라클레스를 이쪽으로 끌어들이면, 승산이 있겠습니까?”
* * *
지옥에는 밤이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밥 때라는 것도 없었다.
졸리면 자고, 배가 고프면 먹는다. 그게 지옥에서의 하루였다.
이야기를 마친 유원은 하데스가 안내한 숙소로 향했다. 며칠 동안 머물게 된 숙소는 깊은 지하에 위치한 한 동굴이었다.
‘구색은 제법 갖췄군.’
꽤 널찍한 침대에 촛불 하나, 탁자와 의자.
숙소에 갖춰진 건 이게 전부였지만, 이 정도면 지옥에서 5성급 호텔이나 다름없다.
‘오래 지낼 생각은 없지만.’
잠시 숙소를 둘러본 유원은 금방 밖으로 나왔다.
높게 보이는 하늘.
아니, 땅.
지옥은 세계의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땅이 하늘이고, 지하가 땅인 곳.
보이지 않는 아래에 존재하는 세계.
지옥.
‘이름이 같은 건, 우연인가.’
유원은 손에 찬 퀴네에를 바라보았다.
지옥이라는 이름을 가진 힘.
처음 스킬의 이름을 봤을 때부터 신경 쓰였다.
42층의 세계와 같은 이름을 가진 스킬이라니.
‘한 번…….’
츠츠-.
‘시험해 볼까.’
퀴네에의 눈이 열린다.
노란 눈동자가 열리며, 그 속에 비춰진 검은자위가 이 세계를 훑는다.
그 순간.
[‘지옥’에 소환됩니다.]쏴아아아-!
유원의 몸이 중력을 잃고 붕 떠올랐다. 퀴네에의 힘이 발현되며, 유원은 지하보다 더 깊은 또 다른 지하로 빨려 들어갔다.
‘갑자기 뭔……!’
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원은 급히 힘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한 박자 늦은 상황이었다.
지하 밑바닥.
아래로, 또 아래로 끝없이 끌려 내려온 유원은 곧 축축한 바다에 빠졌다.
부글-.
숨을 내뱉자, 기포가 위로 솟아올랐다.
다행히 숨은 막히지 않았다.
유원은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흔한 나무나 수풀은 물론, 하늘과 땅, 위와 아래조차도 구분할 수 없는 세계.
그 무엇보다도 순수한 어둠.
아니.
‘이게 전부…….’
유원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바다를 느꼈다.
‘마나?’
바다처럼 보이는 거대한 마나의 물결.
[최초로 ‘지옥’을 마주합니다.] [‘죽은 자들의 왕’이 자신의 세계를 마주합니다.]유원은 그 속에서-.
[죽은 자들이 당신을 경배합니다.]수많은 죽음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