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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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 도달하는 의자.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황금으로 치장된 갑옷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다.
“무슨 소란이냐?”
황금색 머릿결에 뚜렷한 이목구비, 매끈한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남자.
40층에 거주하는 하이랭커이자, 이 신전의 주인인 아레스는 바깥에서 느껴지는 소란에 눈을 떴다.
“이제 좀 깨셨습니까?”
“아, 그래. 무슨 말하고 있었지?”
“신도들의 복지에 대해…….”
“역시, 재미없는 얘기였군.”
회의 중에 쏟아진 햇살에 기분이 좋아 잠에 들었던 아레스는 늘어져라 하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무슨 소란이냐고.”
“예? 소란이라니요?”
“안 들리냐?”
챙, 챙챙-!
“칼창이 부딪치고-.”
촤아악-.
“피가 쏟아지는 소리.”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회의를 이어 가던 랭커들, 그리고 아레스 신전에 속해 있는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돌렸다.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소리가 점차 선명해졌다. 그제야 바깥의 소란을 알게 된 랭커들이 하나둘 긴장하기 시작했다.
“침입인가?”
“설마, 아스가르드?”
최근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로 인해 삼신 중 한 명인 포세이돈이 아스가르드의 지하 감옥에 갇히기까지 했으니까.
다행히 제우스가 직접 포세이돈을 잡아넣었다는 명분 덕분에 전쟁은 피할 수 있었지만, 상황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폭탄과도 같았다.
“아니.”
아레스는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저었다.
“한 명이다.”
쾅-!
문이 열렸다.
아니, 부서졌다.
부서진 문은 몇 미터를 날아와 안쪽에서 뒹굴었다. 그러자 바깥을 지키고 있던 플레이어들의 시체가 드러나며, 피 비린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저벅-.
부서진 문을 통해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유원과 아서였다.
“두 명……?”
아레스의 말과는 달리 두 명의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자, 몇 명의 신도들이 계단 위에 있는 아레스를 힐끔거렸다.
자신들도 알아차린 숫자를 아레스가 틀리다니.
어딘가 이상했다.
“잘 봐라, 멍청이들아.”
그들의 시선에 아레스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좌중을 훑어보았다.
“한 명, 그리고 언데드 하나다.”
“언데드라니…….”
“아!”
유원의 옆에 서 있는 아서.
그의 몸에 줄줄 흐르고 있는 얼음 속성의 마나 가운데에서 언데드의 악취가 느껴졌다.
그제야 그들은 아레스가 왜 그들을 ‘한 명’이라고 말했는지 알아차렸다.
아서는 그저, 유원이 소환한 소환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군.”
유원을 바라보는 아레스의 눈에 흥미가 돌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란 말이지.”
“말 좀 전해 달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무기를 들이밀어서 말이지.”
유원은 칼에 묻은 피를 툭툭 털어 냈다.
시선은 위로 향했다.
올림포스 신전의 상징인 뻥 뚫린 천장.
그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아레스와 눈이 마주쳤다.
“네가 누군데?”
“김유원.”
이름을 밝힌 유원의 검이 아레스에게로 향했다.
“너와 싸우러 왔다.”
“뭣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김유원이라면 최근, 올림포스에게 싸움을 걸어 온 겁 없는 플레이어가 아닌가?”
“아무리 겁이 없기로서니…….”
자리에 모여 있던 랭커들이 하나둘 마나를 끌어올리고, 유원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그중 몇몇은 의도적으로 마나를 날려, 유원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자.
“그러는 너희야말로 감히 누구 앞이라고!”
콰아아앗-!
쩍, 쩌저적-!
앞으로 성큼 나선 아서의 서릿빛 마나가 그들의 힘을 얼어붙게 만든다. 순식간에 장내가 한겨울처럼 얼어붙고, 순간 침묵이 찾아왔다.
“얼음 속성의 마나…….”
“저 칼!”
“설마, 기사왕인가?”
아서를 알아본 몇몇 랭커들 덕분에, 장내에 긴장감이 더해졌다.
더군다나 이제 막 새롭게 떠오르는 플레이어인 유원과는 달리, 아서는 브리튼을 건국한 상위 랭커였던 바.
아서가 자신들에게 칼을 겨눈다는 건 충분히 위협적인 일이었다.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브리튼에 아서가 나타났다는 건 꽤 알려진 사실이었다.
당시 원탁에 있던 기사들은 백 명이 훌쩍 넘었고, 그들의 입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미 올림포스를 비롯한 몇몇 정보력이 뛰어난 거대 길드에서는 유원이 아서를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 이건, 원탁의 도전이라고 봐야 하나?”
“원탁이 아스가르드의 밑에 있으니 어쩌면…….”
“아니, 언데드가 된 이상 아서는 별개로 봐야지. 이건 어디까지나 저 겁 없는 녀석의 독단 행동일세.”
“쯧. 아서를 믿고 이러는 건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유원이 올림포스의 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서가 그의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이상 결코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니들 눈은 옹이구멍이냐?”
정작 아레스는 아서가 아닌, 그 뒤에 있는 유원을 보고 있었다.
“저 녀석은 만만해 보이지?”
아레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 때보다 훨씬 밝아 보이는 얼굴. 피 냄새가 나는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 그는 처음보다 훨씬 밝은 얼굴로 유원을 바라보았다.
“여긴 어쩐 일로 왔지? 나와 싸우러 왔나?”
“그래도 넌 말이 빨리 통해서 좋네.”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너와 싸우러 왔다. 올림포스의 전쟁과 투쟁은 결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던데.”
“그래, 맞다. 난 싸움이 아주 좋거든.”
“다행이네. 저기 있는 녀석들은 널 만나지 못하게 막던데 말이지.”
“아랫것들이 괜한 짓을 했군. 잘 안내해 줬으면 상대해 줬을 건데 말이지. 하핫!”
아무래도 아레스는 유원의 방문이 반가운 모양이었다.
수백 명의 수하들이 피를 흘리고 죽었지만 그건 그에게 뒷전이었다.
그는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을 뿐이다.
“그런데 괜찮겠나? 밖에 있는 놈들과는 달리, 여긴 랭커가 꽤 많은데.”
열 명이 넘는 랭커들.
그밖에도 그들이 데리고 온, 사십여 명에 달하는 플레이어들이 장내에 도열해 있다.
숫자도 숫자거니와, 질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자들.
유원은 그들을 둘러보다 어깨를 으쓱여 대답했다.
“잔챙이들은 빼고 싸우자고.”
“뭣……!”
“이놈이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아레스님! 직접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들이…….”
쾅-!
구우웅-.
묵직한 충격에 신전이 들썩였다. 아레스의 수하들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지?”
흰자위가 새빨갛게 변했다.
광기로 번뜩이는 눈으로 장내를 둘러본 아레스가 살기를 넘실거리며 입을 열었다.
“내 싸움에 끼어드는 거다. 다 알잖아?”
“죄, 죄송합니다.”
“그래, 그래. 조심들 하자고.”
뚜벅, 뚜벅-.
아레스가 계단을 내려왔다.
백 개가 넘는 계단을 하나씩 내려올 때마다 장내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졌다.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몇몇은 몸을 숙이고 무릎을 꿇기도 했다.
이미 그는, 싸움을 시작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계단을 모두 내려온 아레스가 문 쪽에 서 있는 유원을 바라보았다. 그 앞에 있던 아서가 옆으로 비켜서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나와 싸우고 싶다고?”
“그냥은 아니고.”
“그럼?”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모든 걸 가지는 걸로.”
“모든 걸?”
아레스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표정이었다.
“난 네게 원하는 게 없는데?”
“듣던 대로 별로 똑똑한 편은 아닌가 보네.”
“뭐?”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설마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네가 뭘 가지고 있는…….”
아레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것은 자리에 모인 다른 랭커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원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는 하이랭커조차도 탐낼 만한 게 하나 있었다.
해신 포세이돈조차 원하던, 지니기만 하면 신과 같은 힘을 얻을 거라는 소문이 돌던 아이템.
바다의 돌.
해신석.
그것이 유원에게 있다는 건, 이미 올림포스 소속의 랭커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정보였다.
“정말 그걸 걸겠다고?”
“그래.”
“정말 이길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하긴, 어차피 목숨을 걸고 온 이상, 아이템이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아레스의 눈에 처음으로 탐욕이 어렸다.
제우스와 헤라의 적자로 태어나 원하는 건 모두 가지며 살아온 그였다. 하나 그에게조차 바다의 돌은 구하고 싶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 좋다.”
당연히 승낙할 수밖에 없는 조건.
“어차피 전쟁에서는 전리품을 챙기는 게 당연하지. 네놈을 죽이고, 그 증거로 바다의 돌을 빼앗아 주마.”
쿵-.
아레스가 발을 굴렸다.
“전부 물러나 있어라. 난 저놈과 혼자 싸우고 싶으니.”
듣던 대로였다.
호전적이고 자존심이 센 성격.
싸움을 즐기고, 무식하고 용감하다.
아레스의 명령에 잠시 머뭇거리던 수하들이 하나둘씩 움직이며 신전의 가운데에 큰 원을 만들었다.
“좋아. 이만하면 충분하겠어.”
유원은 만족한 듯 웃는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양손에 각각 검과 짧은 단창을 쥔 그는, 여유로운 듯 콧노래를 불렀다.
아레스.
전쟁과 투쟁을 상징하는 올림포스의 하이랭커.
올림포스 내에 하나의 지파를 만들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지만, 그는 하이랭커에 오른 지 십 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그 재능만큼은 올림포스의 랭커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지만, 아직까지 그의 랭킹은 다른 지파의 랭커들에 비해 그리 대단한 정도가 아니었다.
“아서.”
“예.”
“끼어드는 놈들, 다 쳐 내.”
“명을 받듭니다.”
아서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주위에 있는 랭커들을 경계했다. 열 명이 넘는 숫자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서가 감당하지 못할 숫자는 아니었다.
랜슬롯의 육체를 얻은 데다, 영혼을 걸고 완전한 충성까지 맹세한 그였다.
최소한 유원의 마나가 남아 있는 한 아서는 전성기 시절의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뭐야, 기사왕도 함께 싸우는 거 아니었나?”
조금 김이 샌 듯한 아레스.
그의 시선이 한쪽에서 자신의 수하들을 경계하고 서 있는 아서에게로 향했다.
기사왕.
원탁을 세우고, 브리튼을 건국한 역사적인 랭커.
아레스는 그와 한 번 검을 맞대보고 싶었다.
“너 혼자는 조금 아쉬운데.”
유원의 실력이야 이미 더 이상 입증할 것도 없었다.
그가 올림포스에 끼친 피해는 지난 수천 년의 역사상 한 번도 없던 것이니까.
하지만 그 피해와는 별개로, 아직까지 유원이 하이랭커급의 실력을 지녔는지는 의문이었다.
“언데드까지 동원하지 그래? 네크로맨서잖아?”
네크로맨서는 귀한 능력이었다.
아마 이 탑 전체를 뒤져도 열 명이 채 되지 않을 만큼.
그랬기에 처음 유원의 능력이 알려졌을 때, 올림포스는 유원의 잠재 능력을 기존보다 몇 배는 더 높게 칠 수밖에 없었다.
아레스가 유원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아니.”
유원은 이 자리에서 죽은 자들의 왕의 능력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것까지 쓰면 반칙이지.”
이유는 둘이었다.
첫 번째는 굳이 그 능력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엄청난 녀석이 하나 있거든.”
말 그대로, 정말 반칙 같았기 때문이다.
‘녀석’은 아직 감춰 둬야 할 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