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55
* * *
퀴네에를 통해 들려온 메시지가 전과 달라졌다.
유원은 활짝 열린 손등의 눈동자를 발견했다.
어딘가 반쯤 잠긴 듯하던 눈동자. 그것이 처음으로 활짝 열리며, 전보다 더 많은 양의 마나가 쏟아져 나온다.
쩌어억-.
퀴네에를 통해 흘러나온 마나가 유원의 몸을 휘감았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유원은 그 마나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빛 한 점 없이 깜깜하던 바닷속.
그 속에 빠졌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한에 가까운 마나.
그 속에서 헤엄치는 기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 차이는 유원이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컸다.
콰지지지직-! 파짓-!
반쯤 무너진 신전의 한가운데.
퀴네에에서 뿜어진 마나가 아레스의 황금빛 마나를 밀어낸다.
퀴네에를 통해 뿜어진 어두운 마력은 순식간에 장내를 뒤덮고, 신전을 가득 메웠다.
‘그저 아이템의 효과에만 의지하는 게 아닌, 힘의 출처를 알고 그것을 끄집어내는 차이니…….’
죽은 자들의 왕.
그 칭호가 가지는 힘은 단순히 언데드를 부릴 수 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뭐냐, 이건?”
아레스는 자신의 마나를 밀어내고 있는 어둠 속성의 힘을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발악인가?’
갑작스레 이렇게 힘이 강해지는 경우는 보통 한 가지뿐이었다.
아껴둔 마나를 전부 쏟아부어,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는 경우.
하긴.
분명 놀랄 만큼 대단한 실력이긴 하나, 유원의 실력은 자신에게 한 수 뒤처졌다.
지금껏 제대로 된 유효타를 먹이지 못했던 게 그 증거였다.
반면, 자신의 검은 자잘하게나마 유원에게 도달했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불리하다는 걸 깨달은 거군.’
거기에 응해 줄 필요는 없었다.
이대로 싸움을 길게 끝나면 십중팔구는 자신의 승리일 터.
하지만 그래서는 구겨진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화아악-!
아레스의 몸에서 뿜어지던 마력이 유원의 마력을 밀어냈다.
태양처럼 강렬히 빛나는 마나.
저벅-.
아레스는 유원을 향해 성큼 걸음을 옮겼다.
“헛된 저항이다.”
스으으-.
유원의 머리를 향한 단창의 창끝이 어둠을 갈랐다.
그와 동시에 아레스의 발끝이 움직였다.
스팟-.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신전 안을 가득 매웠던 어둠이 갈라지고, 그 속으로 드러난 아레스의 두 창칼이 유원의 머리를 내리쳤다.
쫘아아악-!
쩌어엉-!
두 창칼과 유원의 검이 부딪쳤다.
아레스는 곧장 부딪친 검을 떼어 내고, 공격을 이어 가려 했다.
그런데.
“……?”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꿈쩍도 하지 않는 팔.
이상하리만치 몸이 무겁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아레스와 유원의 눈이 마주쳤다.
츠츠츠츠-.
팔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 마력.
아레스는 그제야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깊은 어둠을 마주했다.
분명 자신이 뿜어낸 마력이 유원의 힘을 뚫어 냈을 텐데…….
“수 싸움에 약하군.”
콱-.
유원의 손이 단창을 쥔 아레스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이렇게 쉽게 들어와 주니 말이야.”
“무슨 개소……!”
콰드드득-.
“……!”
깜짝 놀란 아레스가 뒤로 물러났다.
츳-.
어딜 가냐는 듯, 두어 걸음 물러난 아레스의 뒤로 마력으로 이루어진 벽이 생겨났다.
툭-.
바닥에 단창이 떨어졌다.
설마 자신이 무기를 놓친 건가 싶어 그것을 다시 주워드려는 순간, 아레스는 허전한 손을 발견했다.
그 순간.
아레스는 유원의 손에 잡혀 있는 익숙한 손을 발견했다.
‘설마 저건 내…….’
아레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앞에 있는 손목과, 비어 있는 자신의 팔이 보인다.
비명은 그렇게 뒤늦게 나왔다.
“아아아악!”
통증보다는 사라진 손에 대한 공포감이 뇌리를 엄습했다.
파짓-.
공포감에 더 뒷걸음질을 쳐 봤지만, 여전히 사방은 벽처럼 단단히 가로막혀 있었다.
퀴네에에서 뿜어진 마력이었다.
“손이 두 개였어도 힘들 텐데, 하나 가지고 괜찮겠어?”
숨이 턱 막혔다.
아레스는 검을 역수로 쥐어 등 뒤를 가로막고 있는 마력을 향해 휘둘렀다.
파스스, 스스슷-!
뚫리지 않는 힘.
강한 반발력으로 튕겨져 나오는 어둠은 다시금 아레스의 몸을 잠식해 왔다.
아레스는 급히 힘을 끌어올려 몸에 달라붙은 어둠을 떨쳐 냈다.
그리고 드는 생각.
‘일부러…… 길을 내 줬던 건가?’
유원은 자신이 달려드는 대로 길을 만들어, 더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 외에는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레스는 신전에 가득 깔린 이 막대한 힘을 방금처럼 손쉽게 뚫어 낼 자신이 없었다.
스으으으-.
퀴네에에서 뿜어진 마력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구름처럼 깔리는 어둠.
그것은 신전 아래로 쏟아지던 햇살을 가리고, 순식간에 하늘을 밤으로 만들었다.
[‘벼락의 조각’이 퀴네에와 반응합니다.]파지직, 파직-!
검게 변한 구름 속에 퍼지는 전격.
그것을 향해 유원은 손을 뻗었다.
“내리쳐라.”
번쩍-!
* * *
아레스 지파의 랭커 중 한 명, 아페세스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온몸을 긴장시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콰르릉, 콰릉-!
신전의 중앙을 온통 어둠 속성의 마나가 가득 채웠다.
그렇게 뭉쳐진 마나 속,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아레스와 유원이 그 속에 들어가 있었다.
아마도 이건, 아레스의 상대인 유원의 힘일 터.
저벅-.
아페세스는 그것을 향해 한 걸음 움직였다.
그러자.
-멈춰라.
스캉-.
함께 그것을 보고 있던 아서의 검이 그를 막아섰다.
아페세스는 투기를 끌어올리며 아서를 노려보았다. 아서의 고개가 돌아가며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비켜라.”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군.
아서는 유원을 주인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유원은 싸움에 끼어드는 자를 막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서는 지금, 그 명령을 따라야만 했다.
“난, 내 주인을 지켜야 한다.”
아페세스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마나를 느꼈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몸이 저려 오는 이 힘은, 제아무리 그의 주인인 아레스라 해도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채앵, 챙-!
신호를 시작으로 싸움을 지켜보던 랭커와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제는 그들 역시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좋은 자세로군.
아서는 그런 그들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깝지 않아하는 자들.
그것은 약자를 보호하며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브리튼의 기사도와 딱 맞아떨어지는 정신이었다.
-나 역시, 거기 응해…….
그렇게 아서가 막 마력을 끌어올리려는 때.
웅, 우우우우-.
유원과 아레스를 감싸고 있던 거대한 마나의 덩어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직후.
쏴아아아아-!
신전의 중앙 자리를 꿰차고 있던 마력은 빠르게 소용돌이치더니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지금껏 보이지 않던 안쪽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둠이 걷히고, 가장 먼저 보인 건 자리에 서 있는 유원의 얼굴이었다.
“설마…….”
아페세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함께 어둠에 가려져 있던 아레스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어둠은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아레스라면 분명 무사할 것이다.
그는 올림포스의 전쟁과 투쟁을 상징하는 하이랭커니까.
아페세스는 그렇게 믿으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아레스를 기다렸다.
번쩍-.
어둠 속에서 보인 한 줄기 황금색 빛.
아페세스의 표정이 환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표정이 절망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아, 아레스 님?”
바깥으로 비춰진 황금색의 빛깔은 아레스의 마력이 아니었다.
그가 입고 있던, 제우스에게서 하사받은 아이템.
그가 입고 있던, 신비한 황금갑옷에서 뿜어진 빛이었다.
그리고 아레스는…….
“아레스 님!”
“안 돼!”
온몸이 까맣게 변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끝났군.
아서는 들어 올렸던 검을 아래로 내렸다.
승부는 났다.
남아 있는 랭커들은 전의를 상실한 듯, 또는 슬픔에 잠긴 듯 보였다.
이 싸움은 자신들의 승리였다.
스으으으-.
어둠은 다시 퀴네에 속으로 돌아갔다.
유원은 잠시 퀴네에를 바라보았다.
막대한 피로감과 함께, 놀라기도 했다.
예상은 했지만 단지 아이템만으로 이 정도의 힘을 빌려 올 수 있다니.
‘쓸 데가 많겠군.’
만약 이 힘에 더 익숙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로 자신의 능력이 뒷받침되기만 한다면 그때 보았던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이랭커 아레스조차도 단숨에 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힘.
유원은 새삼 이 퀴네에라는 아이템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벅-.
싸움이 끝난 유원은 아레스의 시체를 향해 걸어갔다.
황금갑옷을 걸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쓰러져 있는 아레스.
그의 몸은 이미 벼락에 타고 부식되어 검게 변해 있었다. 도무지 살아 있다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유원은 아레스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가 걸친 모든 건 장비는 값비싼 아이템들이었다.
하지만 크게 관심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고작 황금갑옷 따위가 아니었다.
‘있군.’
잘그락-.
유원은 아레스의 목에 걸쳐져 있는 갑옷과 같은 황금색의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목걸이는 생각보다 쉽게 풀려져 나왔다.
그리 정성스레 찬 목걸이는 아닌 모양이었다.
‘이걸로 선결과제는 대충 해결한 셈인가.’
품 안에 목걸이를 챙긴 유원은 잠시 아레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또 하나 모았군.’
목걸이 외에, 또 다른 부가적인 성과.
[‘죽은 자들의 왕’이 ‘아레스’의 영혼을 부릅니다.]퀴네에 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영혼.
그와 동시에 남아 있던 아레스의 육체가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육체까지 모두 취하려던 유원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너무 심했나.”
벼락과 퀴네에의 조합.
부식되는 정도가 너무 심한 탓인지 아레스의 육체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힘을 잃고 바스러졌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더 욕심을 내는 건 금물이었다.
유원은 아레스의 갑옷을 챙겨 인벤토리에 넣고는 고개를 들었다.
‘역시…….’
이대로 별일 없이 넘어갈 수 있다면 좋을 테지만, 아무래도 그럴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온 건가.’
구우우우우-.
뻥 뚫린 신전의 하늘 위.
피라미드처럼 높게 솟은 새로운 천장이 생겨났다.
‘이 소란을 모를 리가 없지.’
아마 자신이 처음 아레스의 신전에 쳐들어왔을 때, 누군가 소식을 전했을 것이다.
두 신전은 상징하는 바도 비슷할뿐더러, 같은 층에 거리도 그리 멀지 않게 위치해 있으니까.
키히히히힝-!
다그닥, 다각-.
하늘에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
아스가르드에 발키리가 있다면, 올림포스에는 태양마차가 있었다.
아폴론이 모는 태양마차의 복제품들.
“전쟁과 지혜의 권좌.”
멀리 하늘 위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태양마차 가운데.
아폴론과 같이 구릿빛의 피부에 황금색의 머리를 한 여인이 휘황찬란한 빛을 뿜으며 내려왔다.
올림포스의 진짜 ‘전쟁’을 상징하는 존재.
헤라클레스가 등장하기 전, 기간토마키아에 가장 앞장서 싸우던 전사.
아레스의 가장 가까운 남매.
“아테나.”
그녀가 이곳에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