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56
아테나.
그녀는 아레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은 랭킹을 지닌 하이랭커였다.
이제 막 하이랭커가 된 아레스와는 달리, 그녀는 하이랭커에 오른 지 수천 년이 넘었으니까.
기간토마키아.
올림포스에는 영광스럽게 기록되어 있는 그 전쟁에서, 그녀는 수없이 많은 거인들을 베어 넘겼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헤라클레스 다음으로 많은 거인을 죽인 건 그녀일 것이다.
“눈부시군.”
다그닥-.
수십 대의 태양마차.
그것이 발하는 빛은 보통 사람은 쳐다보기도 어려운 정도였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옆으로 다가온 아서의 물음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안에 대체 몇 명의 랭커가 타고 있을까.
아마 이 자리에 있는 아레스 휘하의 랭커들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올림포스에는 정말 많은 랭커들이 존재하고, 아테나 지파는 그중에서도 유독 많은 랭커를 보유한 지파였으니까.
‘삼십? 아니, 사십?’
얼추 넉넉하게 오십 명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이다.
물론, 그들을 모두 더한 것보다 더 위험한 게 바로 아테나의 존재였지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서는 이미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어차피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
주위는 이미 아테나의 랭커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기다려 봐라.”
열 대의 태양마차 사이.
“이제 곧, 끝내 주는 아군이 올 거니까.”
그 속을 들여다보며, 유원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언제 이곳은 다시 전쟁터가 될지 모르기에.
화아악-!
신전 가득, 강렬한 햇살이 쏟아졌다.
가장 큰 태양마차가 가까이 아래로 내려왔다. 마차의 가장 앞에는 아레스와 닮은 황금갑옷을 입고, 방패를 쥔 아테나가 서 있었다.
‘아이기스의 방패.’
달리 고르곤의 방패라고도 불리는, 올림포스 최강의 방어구 아이템.
아이기스에 박혀 있는 고르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석화에 걸려 온몸이 돌이 되어 버리는 가공할 신기였다.
스윽-.
아테나의 시선이 신전 곳곳을 훑었다.
신전의 한가운데 서 있는 유원과 아서.
아레스 휘하의 랭커들과 플레이어들. 남아 있는 마나의 잔재.
그리고 아레스가 차고 있던 신발과 장갑과 같은 아이템들.
“……정말인가.”
그녀는 곳곳에 드러나 있는 흔적들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같은 아버지를 두고 있었지만 둘의 성격은 판이하게 달랐으므로.
하지만 단 하나, 두 사람이 똑같이 추구하는 바가 있었다.
올림포스를 위해 한 목숨 바쳐 앞장서 싸우자는.
그리고 그 정신 아래, 두 사람은 남매이기 전에 끈끈한 전우로 등을 맞대고 살아왔다.
“정말, 아레스가 죽었는가?”
구구, 구구구구-.
신전의 벽면이 흔들린다.
쩍, 덜그럭-.
그렇지 않아도 유원과 아레스의 싸움으로 위태롭던 신전이 흔들리며, 떨어진 파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테나의 물음에 아레스의 수하, 아페세스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전쟁과 지혜시여.”
“……그렇군.”
설마 하던 생각.
아니.
부디, 아니길 바라며 했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아테나의 시선이 그제야 유원과 아서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그대가 내 동생의 원수겠군.”
사아아아-.
아이기스의 방패를 통해 얇은 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르곤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석화’가 시작됩니다.] [‘성화’가 ‘석화’에 저항합니다.] [‘화안’이 ‘석화’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눈을 마주한 것도 아니고, 단지 울음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석화를 걸 수 있다니.
‘이건 처음 안 사실인데.’
과연 레플리카가 아닌 원본이었다.
다행히 석화로부터 저항할 수 있는 스킬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눈을 마주한다면 위험하겠다 싶었다.
‘아테나와 아레스는 남매가 아닌 전우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아테나는 분명 아레스를 가리켜 ‘동생’이라 말했다.
대기를 가득 채운 마나를 통해 그녀의 감정이 느껴졌다.
분노와 원한.
그런 그녀의 감정은 남들과는 달리 차갑게 식혀 있었다. 냉혈한이라 알려져 있을 만큼 차갑기로 소문난 그녀였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아레스와 다른 점이었다.
그녀는 절대 흥분하지 않는다.
“김유원이라고 했나?
묵직한 음성이 마나를 통해 전해진다.
유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그래.”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이건 듣던 것 이상이군. 그대의 강함에는 경의를 표하지.”
스칵-.
아테나의 검이 뽑혔다.
방패와 함께 사용하는 비교적 짧은 검.
아테나는 아레스와는 달리, 공수를 모두 신경 쓴 싸움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리고 그에 걸맞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검이 아레스의 것보다 무딘 건 아니었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
쉬익-.
쩍-!
반으로 갈라진 신전의 바닥.
유원은 발끝에 생겨난 깊은 깊은 검흔을 내려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 발짝이었다.
아마 그 짧은 순간, 한 발짝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자신의 몸은 반으로 갈라졌을지도 모른다.
[‘화안’이 ‘검’을 읽습니다.] [‘감각지대’가 활성화 중입니다.]화안과 감각지대의 효과를 최대로 유지한다.
아테나의 검은 한 번이라도 스치면 위험했다.
‘살벌하군.’
정말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려는 모양.
한 번의 칼질 이후, 아테나는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전원-.”
그녀의 손짓에 랭커들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
오십에 달하는 랭커들.
아테나가 그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올림포스의 적을 처단하라.”
그러자.
척-.
아서가 유원의 앞으로 나섰다.
-도망치십시오.
유원의 시선이 아서의 뒷모습으로 향했다.
검을 들고 버텨 서는 아서.
그는 수십 명의 랭커들을 앞에 두고, 아테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전 죽은 자입니다. 죽어도 죽는 게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아서는 유원의 마력만 충분하다면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는 존재였으니.
네크로맨서는 결코 언데드를 동료로 여기지 않고, 필요하다면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는 말로 여겼다.
하지만…….
“별로 내캐지는 않는군.”
-예?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말이지.”
썩 좋지 않은 기억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싸우면 다 죽는다.”
두 개의 머리를 잃은 아수라.
그는 밀려오는 아우터를 막아서며 유원을 뒤로 보냈다.
아마 그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아수라의 뒷모습을 보았던 게.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은 똑같다.”
그 이후, 유원은 아수라의 앞에 섰다.
그렇게 함께 싸우고, 이겨 냈다.
결국에는 모두 죽었지만.
“사양하지.”
-하지만…….
“아서.”
유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난 나를 지키는 방패는 필요 없다. 넌 검이야. 그러니 맡은 역할에만 집중해라.”
랭커들을 바라보는 유원의 눈이 붉게 이글거렸다.
“그리고 어차피 이번엔 우리 차례가 아니거든.”
차앙, 창-!
뽑혀져 나오는 랭커들의 무기.
그것들이 일제히 유원과 아서에게 겨눠졌다.
활과 창.
그리고 검 따위에 마력이 맺히고, 날카로운 무기의 끝이 두 사람의 몸을 꿰뚫어 왔다.
슈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이제 네 차례다.”
쩡-!
하늘 위를 뒤덮고 있던 마력의 장막을 뚫고, 하나의 기다란 봉이 유원의 앞에 떨어졌다.
투화아악-!
“크악!”
“무, 물러나라!”
신전의 중앙으로부터 사방으로 강렬한 바람이 퍼져 나갔다. 순간 균형을 잃은 랭커들이 주춤거리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뭐가 떨어진 거지?”
“봉 같은데?”
“봉?”
아래로 떨어진 기다란 봉 하나.
그것이, 신전 전체를 감싸는 연기는 일으켰다.
흐릿해진 시야.
유원은 그 연기 속에서 화안을 유지한 채, 눈앞에 떨어진 봉을 바라보았다.
“참 빨리도 오는군.”
[‘화안’이 흔들립니다.]퀴네에를 너무 무리하게 사용한 탓일까.
몸에 부하가 온 건지, 집중력이 흐려지고 시야가 흔들렸다.
한 손으로 뿌옇게 변한 눈을 비비는 유원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주인공은 극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법이지.”
장난스러운 목소리.
누구의 것인지는 궁금해 할 것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녀석은 이미 한참 전부터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스으으-.
연기가 걷히고, 신전의 중앙에 떨어진 기다란 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얇은 팔뚝 정도의 두께에 4미터 남짓한 길이.
재질을 알 수 없는 봉 위에는 발가락 하나로 균형을 유지한 채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백발에 하얗고 고운 피부, 장난스러운 표정과 눈빛.
그를 마주한 순간, 몇몇 랭커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사색으로 변했다.
“서, 설마…….”
“저자가 왜 여기에?”
휘둥그레 커진 눈.
놀란 표정인 건 우두머리인 아테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천대성…….”
천계의 반역자로 알려진, 최상위권의 하이랭커.
그녀 자신의 아버지, 제우스조차 경계하는 적.
“오, 안녕?”
그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한 번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주 오래전이었고, 손오공이 랭커도 되기 전의 일이었다.
아테나.
그녀는 오래전, 올림포스의 랭커로서 한 층의 시험 감독관을 한 적이 있었기에.
“오랜만이네. 본체랑은 아는 사이지? 기억이 날 듯 말 듯한데.”
“……분신인가?”
아테나는 눈을 가늘게 좁힌 채 손오공을 바라보았다.
들은 기억이 있었다.
캐멀롯에 떨어진 벼락.
그것을 막아 내는 데 있어, 제천대성의 분신이 개입되었다고.
하필이면 그곳에 왜 제천대성의 분신 중 하나가 있었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우연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김유원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군.”
“어쩌다 보니 말이야.”
“동료인가?”
아테네의 물음에 손오공은 머리를 긁적였다.
잠깐의 고민.
“아마?”
대답은 두루뭉술했다.
“동료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 녀석이 보통 허접해야 말이지. 더욱이 본체와 비교하기는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고.”
그렇게 말한 손오공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유원을 돌아보았다.
“안 그러냐?”
서글서글 휘어지는 눈매.
한심하다는 얼굴도 잠시, 그의 얼굴에는 금세 장난기가 어렸다.
유원은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멀지 않았다.”
“하여튼 입만 살아서는.”
손오공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랭커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놈들은 네가 맡아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래.”
“좋아.”
팡-.
손오공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때렸다.
투기를 끌어올린 그는 아테나를 바라보며 올라타고 있던 여의봉에서 내려왔다.
여의봉을 손에 쥔 손오공.
그를 노려보며 아테나는 아이기스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올림포스와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 건가?”
“대답은 이걸로 대신하지.”
손오공은 싸움에 괜히 말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았다.
척-.
아테나를 향해 여의봉의 봉 끝이 겨눠진다.
그 순간, 아테나는 아이기스를 앞으로 내밀었다.
방패에 의해 가려진 시야 너머.
“커져라-.”
손오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의(如意).”
투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