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57
* * *
콰아아앙-!
신전의 하늘 위.
구름이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날아가, 하늘이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변했다.
지이익-.
충격에 뒤로 밀려난 아테나는 다행히 여의봉의 충격으로부터 큰 피해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기스의 방패.
올림포스를 상징하는 아이템 중 하나로, 그것은 최강의 방패라는 명성을 지닌 아이템이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아이템인가.”
손오공이 역시란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아다만티움을 섞어 만든 건지, 아이기스는 여의봉에도 부서지지 않는 방어력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보다 더 대단한 건 그 방패를 쥐고서 여의봉을 막아 내고 있는 아테나였지만.
기긱, 기기긱-.
아이기스 위로 전해지는 충격에 아테나의 손이 떨렸다.
타고 있던 태양마차는 이미 산산이 조각났다.
‘뚫리는 순간, 전열이 무너진다.’
아테나는 방패에 쥔 손을 통해 마력을 뿜어냈다.
지금 이 순간.
전쟁터의 중심은 자신이었고, 자신이 뚫리면 싸움은 시작도 전에 의미가 없어진다.
기이이잉-.
[고르곤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전쟁의 가호가 방패에 깃듭니다.]아이기스에 전해지는 마력.
아이템의 효과가 발동하며 아테나는 여의봉을 막고 있던 방패를 위로 힘껏 치켜 올렸다.
투확-!
여의봉의 궤적이 바뀌고.
스카아앗-.
검을 뽑아 든 아테나가 여의봉을 타고서 손오공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쉬이익-.
쩌어어엉-!
“……!”
검을 막아 낸 얇고 기다란 봉.
아테나의 눈이 커졌다.
‘여의봉?’
대체 언제 이렇게 줄어든 걸까.
힐끗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어느새 사라지고 없는 여의봉의 빈자리가 보였다.
쉬익, 쨍-!
아테나는 급히 봉을 빙글 돌린 손오공의 검을 방패로 막아 냈다.
거리가 좁혀지자 손오공은 여의봉을 짧게 줄여 검처럼 휘둘렀다.
쩌엉-!
묵직한 무게감.
단순히 손오공의 힘이 강한 것만이 아니라 무기 자체가 지닌 무게도 상당했다.
‘단순히 크기를 늘리고 줄이는 것만 아니라 그 속도까지 빠르다.’
자유자재로 늘이고 줄일 수 있는 봉.
그것을 다루는 손오공의 솜씨는 귀신처럼 느껴졌다.
단숨에 크기를 키워 먼 거리에서 상대를 가격하기도 하고, 상대와의 거리에 따라 봉의 길이를 조절해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을 이어 나간다.
무수히 많은 전쟁을 겪은 아테나였지만 이런 무기술을 상대해 보는 건 생전 처음이었다.
그때였다.
“커져라-.”
바로 코앞으로 보이는 여의봉의 봉 끝.
‘아차.’
아테나는 다급히 아이기스를 들어 올렸다.
“여의.”
투콰앙-!
순식간에 하늘로 솟아오른 여의봉과 함께, 아테나의 몸이 위로 날아갔다.
하늘 높이 치솟는 여의봉.
손오공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막았나.”
순간적으로 방패를 들어 올리고 몸을 보호한 판단은 꽤 유효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여의봉을 피하는 건 설령 제우스라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다는 투의 목소리와는 달리 손오공의 입꼬리는 점점 위로 올라갔다.
“재밌네, 생각보다.”
화륵-.
손오공의 화안금정이 아이기스로 여의봉을 막은 채, 위에 떠 있는 아테나에게로 향했다.
과연 올림포스의 전쟁을 상징하는 하이랭커였다.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처음과는 달리, 손오공은 이 싸움을 즐기기 시작했다.
스으으-.
하늘에 떠 있던 구름이 내려와 손오공의 발밑에 모였다.
“다른 놈들은 알아서 해라.”
둥실-.
손오공의 몸이 위로 떠올랐다.
“난 저 녀석과 더 싸워야겠으니까.”
화악-!
근두운을 탄 손오공이 아테나를 향해 돌진했다.
콰앙-!
여의봉과 아이기스가 다시금 격돌하고, 하늘 위에 짙은 마나의 파동을 만들었다.
싸움을 지켜보던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분신이라고는 해도 역시나 성격은 본체와 그리 다를 게 없는 모양이었다.
“이럴 때 저 녀석이 본체면 참 편할 텐데 말이지.”
유원은 오십 명에 달하는 랭커들을 둘러보았다.
“머릿수는 그 녀석 분얀데 말이지.”
수백, 수천의 분신을 만들어 싸우던 제천대성.
그를 떠올린 유원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쨌거나 손오공이 아테나한테 발목이 잡힌 이상, 이들은 자신의 몫이었다.
화륵-.
[‘화안’이 흔들립니다.] [‘감각지대’가 활성화됩니다.]불안정한 화안.
다행히도 감각지대는 별 탈 없이 작동됐다. 앞으로 싸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았다.
“아서.”
-예.
“적을 죽이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탈출을 최우선으로 한다.”
어쨌거나 저들은 랭커였다.
대단한 충성심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아마 올림포스가 무너지면 다른 길드로 들어가게 될 이들.
굳이 그들을 악착같이 죽이면서까지 이곳에서 결판을 지을 필요는 없었다.
물론.
-죽이지 않고 싸우라는 말씀입니까?
“아니.”
그렇다고 해서 싸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죽여야지.”
중요한 건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며 전력을 보존하는 것이지, 아예 싸우지 않는 게 아니니까.
“전쟁 시작이다.”
* * *
오십 명의 랭커.
아니, 기존에 있던 인원까지 더해지면 그 숫자는 육십에 가까웠다.
제천대성의 난입으로 인해 기우나 싶었던 상황은 다행히도 그가 분신인 덕분에 잘 넘길 수 있었다.
‘아레스님의 복수를 할 수 있다.’
아페세스는 유원을 노려보며 성큼 발을 내디뎠다.
플레이어가 되기 전부터 그는 올림포스를 동경했고, 제우스의 아들인 아레스의 휘하에서 자라왔다.
아레스는 자신의 주인이었고, 동료였다.
그런 아레스가 죽었다.
복수를 해야 할 때였다.
그 순간.
스아아아-.
신전 전역에 깔리는 얼음 속성의 마나.
뼛속까지 들어오는 한기에 아페세스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그 직후.
스악-.
아서의 검이 아페세스의 머리를 베어 왔다.
팟-.
몸을 뒤로 틀며, 아페세스가 검을 뽑았다.
마나가 깃든 검.
콰과과괏-!
동시에 검을 크게 휘두르자, 십여 개의 검격이 뿜어져 나간다.
그런데.
쩌저저-.
‘얼었어?’
검격과 함께 뿜어지던 마나가 얼어붙었다.
마나가 얼어붙다니.
이런 경우는 랭커가 되기까지 긴 시간을 살아온 그조차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조심해라!”
스슷-, 쩌엉-!
난입한 동료가 아서의 검을 막아 냈다. 힘에서 밀린 동료가 뒤로 튕겨 듯 날아가며, 동시에 아페세스의 목덜미를 잡아 끌어당겼다.
털썩-.
덕분에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은 아페세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언데드라고?’
내심 그는 아서를 얕보고 있었다.
제아무리 브리튼의 국왕이자 기사왕인 그라 해도, 언데드가 된 이상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아마 평범한 랭커나 그 이하의 실력일 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소문과 다를 게 없잖아?’
오래전부터 들어온 기사왕에 대한 소문.
워낙 원탁이 유명한 탓에 그에 대한 능력은 꽤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서가 보여 주고 있는 실력은 소문을 통해 들은 실력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언데드가 아니었던 건가?’
쩌저저적-.
챙, 촤아아-!
아서는 사방에 얼음의 마나를 흩뿌리며 랭커들을 상대해 나갔다.
그 잠깐 사이, 한 명의 랭커가 얼어붙어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때.
“저쪽이다!”
한 랭커의 외침에 아페세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서걱-.
한 명의 랭커의 목을 베어 넘긴 유원이 신전의 출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리를 벗어나려는 건가?”
대체 그가 어떤 이유로 신전에 들어와 싸움을 걸어왔는지는 몰라도, 아레스를 처치한 것만으로도 그는 목적을 다한 모양이었다.
“도망가게 둘 순 없지.”
빠득-.
아페세스는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아레스의 복수를 해야 했다.
[전광석화]스팟-.
스킬을 발동시킨 아페세스의 신형이 유원의 뒤에 나타났다.
전광석화는 아주 잠시나마 순간적으로 속도를 몇 배로 올려 주는, 아페세스가 가진 스킬 중 가장 높은 랭크의 스킬이었다.
암살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킬이라 아레스 지파가 추구하는 정신과 달라 잘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아레스님의 복수를 할 수 있다면!’
슈아악-.
뒤에서 심장을 찌르는 검.
아페세스는 자신의 검이 유원의 몸을 관통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 순간.
“미안한데 내가 지금은 좀 피곤해서.”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유원의 목소리는 검이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모두 들려왔다.
아니.
‘멈췄어? 검이?’
갑옷에 닿지도 않은 채, 자신의 검이 멈췄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분명 힘을 주고 있는데,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더 이상 검이 들어가질 않았다.
[‘바다의 가호’가 몸에 깃듭니다.]“최선을 다해 도망쳐서, 빨리 쉬어야겠다.”
스걱-.
목 언저리로 화끈한 감각이 전해졌다.
세상이 핑 돌며,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아페세스는 서둘러 양손으로 목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결국 목에 닿지 못했다.
촤아아악-!
날아간 목.
뿜어지는 피분수를 맞으며 유원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방해 좀 안 해 줬으면 좋겠는데…….”
투확-.
화아아악-, 퍼어엉-!
투창되어 날아온 창 하나와 주위를 감싸고 터지는 연쇄적인 폭발.
폭발로 인한 연기가 걷히고, 유원은 바닥에 박힌 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대화로는 안 되나.”
유원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출구가 있는 방향은 이미 열 명이 넘는 랭커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아서는 한쪽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었고, 다른 한쪽 방향인 위쪽은 아테나와 손오공의 싸움이 한창이었다.
길은 하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뚫는 수밖에.’
츠츠츠-.
유원의 몸에서 흐르던 마나의 색이 바뀌었다.
칙칙한 암적색의 마나.
그 색과 느껴지는 기운에 대치하고 있던 랭커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마기?”
“아니, 설마?”
“하지만 이건…….”
그들은 랭커가 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험을 거쳐 왔고, 그동안 몇 번쯤은 악마족은 만난 경험이 있었다.
유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들에게서 느껴지던 마기와 닮아 있었다.
“듀얼 코어라고 들어 봤어?”
무리해서 퀴네에를 사용하고, 아레스와의 싸움을 마무리하느라 소모된 마력을 대신해 줄 힘.
화르륵-.
유원의 몸에서 흐르던 암적색의 마나를 타고 불이 타올랐다.
마기는 마나가 아닌, 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새로운 연료에 불과했다.
[‘화안’이 ‘성화’를 다스립니다.]유원의 뒤에서 솟아오르던 불길이 형체를 갖춰간다.
하늘 높이 솟구친 거대한 보랏빛의 불길.
사방으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 내던 불길은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 내며 팔과 다리, 머리를 만들었다.
“저, 저건 또 무슨 스킬이지?”
“거, 거인인가?”
“설마 저 녀석, 악마족이었나?”
혼란에 빠진 랭커들은 유원의 스킬에 호응하듯, 하나둘씩 각자의 스킬을 사용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몇몇 이들은 유원의 스킬을 방해하려는 듯 또 다른 스킬을 날렸지만, 그것은 유원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불타 없어졌다.
화륵-.
거인의 손에 쥐어진 기다란 검.
스으으-.
완전한 거인의 형상을 갖춘 거인은 유원을 따라 움직였다.
“죽기 싫으면 거기서 비켜라.”
꽈악-.
양손으로 검을 움켜쥔 유원을 따라, 거인이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자세를 취했다.
[‘천마령’이 ‘성화’를 다스립니다.]“뭐, 싫으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