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64
* * *
멍한 얼굴.
예상과는 달리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헤라클레스는 표정 없이 자리에 서서 주먹을 들어 올렸다.
퍼억-!
헤라클레스가 주먹으로 자신의 얼굴을 쳤다.
바위도 가루로 만들 만큼, 있는 힘껏 힘을 실어서.
쩌억-!
얼굴을 때리고, 또 때렸다.
제아무리 튼튼한 몸이라 해도 제 손으로 얼굴을 때리는데 멀쩡할 리 없었다.
입술이 터지고, 눈이 부어올랐다. 제법 아플 텐데도 헤라클레스는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하지, 이제.”
가까이서 들려온 목소리.
유원이 코앞에 서 있었다. 주먹질을 멈추고 잠시 앞을 바라본 헤라클레스의 눈에 초점이 맞춰졌다.
“마침 잘됐다.”
“뭐가?”
“이거, 아레스에게서 빼앗아 왔다고 했나?”
유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헤라클레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녀석, 지금 어디 있지?”
오랫동안 38층에 머무르며 거인들과 싸워 온 그는 아레스의 신전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보면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죽었어.”
“죽어? 네가 죽였나?”
“그렇지.”
“그 녀석한테 할 복수는 글렀군.”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들어 기간테스를 바라보았다.
“미안합니다.”
스윽-.
헤라클레스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기간테스의 눈이 헤라클레스를 내려다보았다.
“지금껏 혼자 착각에 빠져 당신들의 가족을 죽인 것…… 정말 미안합니다.”
거인족이 알크메네를 죽였다는 잘못된 정보.
헤라클레스는 그것에 속아 지금껏 수많은 거인들을 죽여 왔다. 그로 인해 그는 거인 학살자라는 칭호를 얻었고, 그것을 훈장처럼 여겼다.
하지만 이제.
‘거인 학살자’라는 칭호는 그에게 있어 씻을 수 없는.
『 진심이냐? 』
“목숨을 달라고 하거든 주겠습니다.”
헤라클레스의 눈에 처음 기간테스를 마주했을 때와 같은 광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 제우스를 찾으려는 건가. 』
“예.”
헤라클레스의 눈이 보고 있던 복수의 대상이 바뀌었다.
거인족이 아닌 제우스.
그리고 나아가 올림포스까지.
‘일단은 성공인가.’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지니고 있는 가장 강력한 패였다.
당장 그의 랭킹만 놓고 보고서라도 포세이돈과 하데스보다 높았으니,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또한, 유원이 알고 있는 헤라클레스는 추후 제우스보다 더 높은 랭킹까지 도달했다.
“아버지를 죽이고, 죗값은 그 후에 받으러 오겠습니다.”
『 그렇군. 』
기간테스의 눈이 감겼다.
헤라클레스를 마주한 이후부터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마나가 어느새 잠잠해졌다.
더 이상 그는 헤라클레스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 내 입으로 그대를 용서할 수는 없지. 죽은 동족들이 몇인데. 』
“…….”
『 하지만 그대도, 그대의 어머니도 우리와 같은 피해자더군. 』
올림포스, 그리고 제우스에 의해 흘려진 피.
그 속에는 헤라클레스의 어머니 알크메네도, 그녀의 아들로서 원치 않는 삶을 살아온 헤라클레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 최소한 그 벌을 내가 주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이렇게 된 거, 조금이라도 죗값을 치르고 싶다면 확실하게 해라. 』
“어떤…….”
『 올림포스. 』
쿵-.
몸을 돌린 기간테스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 확실하게 부숴 버려라. 』
말을 마친 기간테스는 더 이상 용건이 없다는 듯 다시 긴 잠에 빠져들었다.
그 말에 헤라클레스는 잠시 무릎을 꿇은 채 멈춰 있었다.
다시 몸을 웅크리고, 높은 산처럼 된 기간테스.
“……알겠습니다.”
그 말에 답한 헤라클레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이어 그는 알크메네의 목걸이를 자신의 목에 둘렀다.
잘각-.
목에 둘러진 붉은색의 목걸이.
헤라클레스가 유원을 돌아봤다.
“고맙군. 빚을 졌다.”
빚.
무려 탑의 최상위 랭커인 헤라클레스에게 빚을 지게 했다. 그가 방향을 바꾼 건 유원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이 마음은 앞으로 유원에게 더욱 큰 힘이 될 것이다.
“나중에 이 빚은 꼭 갚도록 하지. 네가 아니었다면 멈추지 못할 뻔했다.”
기간테스와의 싸움.
헤라클레스는 그 싸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고 있었다.
올림포스의 삼신과도 같은 위치에 있는 기간테스의 죽음은 2차 기간토마키아로 이어질 확률이 컸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알크메네의 복수를 하고자 그를 찾아왔던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중에 손 좀 빌려 주면 된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군. 괜히 고마워할 필요 없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보다 훨씬 나아.”
“올림포스와 싸울 거냐?”
“그럴 생각이다.”
방향은 확실히 바뀌었다.
아버지가 있는 올림포스와 싸우는 건 갈등되는 모양이지만, 애초에 그는 알크메네의 밑에서 자라왔다.
제우스와의 유대나 부자 간의 정 같은 건, 애초에 제우스 본인에 의해 거세되어 있었다.
제우스는 알크메네의 죽음으로서 헤라클레스의 주먹을 움직이게 하려 했던 것이고, 결국 그 업은 본인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럼 힘내라고 내가 좋은 선물 하나 주지.”
“선물……?”
“여기.”
화아악-.
유원의 그림자를 통해 마력이 뿜어져 올라왔다.
사방을 감싸는 마력.
불길한 마력에 헤라클레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자는 거지?”
“가만히 있어 봐라.”
스으으-.
헤라클레스의 눈앞에 나타나는 아지랑이.
“이게 선물이니까.”
“……?”
크게 경계는 되지 않았다.
어차피 유원의 실력으로는 자신을 해치거나 할 수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이미 그는 유원을 아군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스멀, 스멀-.
꿈틀거리기 시작한 그림자.
얼마 후, 그것은 사람의 모습을 갖춰 나갔다.
“누구냐, 이건?”
색을 가지지 않은 몸뚱이.
검은 갑옷을 입고,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는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아버지를 닮았다.’
제우스.
헤라클레스가 알고 있는, 가장 위대한 존재.
눈앞에 나타난 유원이 만들어 낸 검은 인간은 그를 꼭 닮아 있었다.
“아레스다.”
“뭐?”
헤라클레스가 화들짝 놀랐다.
아레스라니.
초점 없는 눈을 한 그것은 제대로 영혼조차 들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제우스를 닮은 얼굴은 분명, 그가 아레스라는데 설득력을 더해 주었다.
“죽은 자라고 복수를 못하겠어?”
“그게 가능한 거냐?”
“가능하다.”
쩌억-.
퀴네에의 눈이 열린다.
“나는.”
활짝 열린 눈동자.
전처럼 지옥에 직접 들어가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유원의 칭호와 퀴네에의 힘은 그 일부를 소환하는 걸 가능케 만들었다.
[‘죽은 자들의 왕’이 자신의 세계를 마주합니다.] [‘지옥’을 소환합니다.]죽은 자들이 존재하는 거대한 바다.
그 아주 작은 일부가 주위를 감싼다. 헤라클레스가 묘한 섬뜩함에 마력을 끌어올리려는 순간, 아레스의 눈에 초점이 들어오는 걸 발견했다.
고개를 돌려 유원을 발견한 아레스.
-네놈……!
그는 유원을 발견하고는 곧장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검은 들려 있지 않았다.
당황하지 않고 아레스는 유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검이 없거든 주먹으로라도 싸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죽은 자가 당신을 경배합니다.]털썩-.
아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어?
유원의 앞에 무릎을 꿇은 아레스.
아서와는 달리 복종을 한 건 아니라지만, 그의 영혼은 이미 유원의 것이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죽은 자는 ‘죽은 자들의 왕’ 칭호를 지닌 유원을 거스를 수 없었다.
“고통은…….”
스칵-.
유원의 검이 뽑혀졌다.
“내가 정하는 거니까.”
푸욱-.
“……!”
아레스의 눈이 커졌다.
오랫동안 단련되어 온 정신력 덕분인지 비명은 지르지 않았지만, 비명을 참아 내고자 입에 힘이 들어갔다.
분명 육체도 없을 터.
하지만 애초에 고통은 육체를 통해서만 느끼는 게 아니었다.
“몸보다 더 약한 게 영혼이지. 하지만 사람에 따라, 영혼은 더 강하고 단단해진다.”
죽은 자들의 왕.
그 칭호를 얻고, 죽은 자와 산 자, 그리고 영혼에 대해 알게 됐다.
“그런 걸 가리켜, 보통 우리는 ‘정신력’이라고 하지.”
정신력.
그것은 영혼의 단단함을 정하는 척도였다.
보통의 사람은 금방 부서질 정신이라도, 아레스 같은 하이랭커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얼마나 더 고통을 가해야 그 정신이 무너질까.
영혼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기에 유원은 헤라클레스의 복수를 도와줄 수 있었다.
“마음껏 패라.”
유원의 말에 아레스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이내, 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헤, 헤라클…….
헤라클레스.
그가 무시무시한 눈을 하고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우스의 명령으로 헤라클레스의 어머니, 알크메네를 죽은 당사자인 만큼 아레스는 지금껏 헤라클레스와의 만남을 피해 왔다.
“이 안에서라면 가능하니까.”
“고맙다.”
뚜둑-.
마음의 준비라도 하듯 헤라클레스가 손을 풀었다.
그리고 이내.
-자, 잠까…….
쩌어어억-!
푸확-!
아레스의 몸이 터져 나가고,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만에.”
* * *
몇 번의 주먹질에 아레스의 영혼은 짓이겨지고 정신력에 의해 다시 복원되기를 반복했다.
몇 번에 걸친 반복.
헤라클레스는 아레스의 눈앞에 주먹을 가져가며 말했다.
“잘못했다고 빌어라.”
-……거절한다.
참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몸이 짓이겨지고 터져 나가는 고통을 반복해서 느끼면서도 사과를 하지 않다니.
옆에서 보고 있는 유원만 해도 역겨워 토악질이 나올 정도였는데, 당사자인 헤라클레스야 오죽할까 싶었다.
“그래?”
부우웅-.
쩌억-!
다시금 아레스의 영혼이 짓이겨졌다.
“그거 다행이군.”
어차피 사과한다고 멈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덕분에 헤라클레스는 더 마음 놓고, 마음껏 아레스를 때릴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쩌억-!
콰직, 퍼어억-!
-으, 으아아…….
이를 악물고 버티던 아레스가 드디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고집하고는.’
어차피 아레스가 도망칠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자인 그는 자살도 할 수 없었고, 유원의 허락 없이는 도망칠 수도 없었다.
결국 이대로 정신력이 무너져 소멸하거나 굴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전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지.’
쩌억-!
유원은 팔짱을 낀 채 구타 현장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소멸은 어떨지…….’
-그, 그만!
아레스의 절규는 헤라클레스의 주먹을 멈추지 못했다.
쩌억-.
푸확-!
다시 한번, 그의 영혼이 터져 나갔다. 처음과는 달리 아레스의 영혼은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고 느릿느릿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진흙처럼 흐느적거리며, 아레스가 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미, 미…….
마지막 남은 전사의 자존심.
-미안하다…….
그것이 꺾인 순간이었다.
[‘전쟁과 투쟁의 전사’의 복종을 이끌어 냅니다.] [‘죽은 자들의 왕’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아서의 충성을 얻어 냈을 때와 비슷한 메시지.
‘이건 또 의왼데.’
이런 단순한 방법으로 복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니.
친구의 속이나 풀어 주자고 시작한 게 기분 좋은 변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미안하다고?”
헤라클레스는 주먹을 내리지 않은 채 물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웠다.
아레스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그래? 그렇다면…….”
고민하는 헤라클레스.
아레스의 표정에 잠시 안도가 어렸다.
그런데.
부웅-.
쩌억-!
주먹질 한 방에 또다시 아레스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그럼 이제 딱, 지금까지 맞은 만큼만 더 맞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