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65
* * *
한 번 정신력이 꺾였다고 해서 아레스의 영혼은 바로 소멸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유원이 지속할 수 있는 지옥의 소환 시간에 있었다.
‘이렇게 오래 유지를 한 건 처음이군.’
유원은 아직 다 재생되지 못한 아레스의 영혼을 주먹으로 내려찍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거의 광기에 가까울 만큼 주먹을 휘둘렀다.
당연한 일이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제우스에게 있다 한들, 헤라클레스는 바로 방금 전에 목걸이의 기억을 본 상태였다.
알크메네의 몸을 꿰뚫는 아레스의 검.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이상, 헤라클레스는 아레스를 몇 번이나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것이다.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하지는 않겠지만…….’
거칠어지는 숨소리.
꽈악-.
헤라클레스의 주먹에 다시금 힘이 들어간다.
‘조금은 짐을 덜었으면 좋겠군.’
콰앙-!
아레스의 몸뚱이가 다시금 터져 나간다.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게 찢겨진 영혼.
[‘전쟁과 투쟁의 전사’의 영혼이 위태롭습니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마력이 부족합니다.]슬슬 아레스의 영혼도, 유원의 마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헤라클레스는 가만히 서서 아레스의 영혼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헤라클레스.”
유원이 반쯤 정신을 놓고 있는 헤라클레스에게 다가갔다.
“이제 끝내라.”
“아직 조금…….”
“이제 내가 힘들다.”
츳, 츠츠-.
소환된 공간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제야 헤라클레스는 유원이 계속해서 아레스의 영혼을 유지하고, 그가 이 상태로 있을 수 있게끔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더군다나 유원이 네크로맨서라면 찢겨진 영혼을 다시 복원하는 데에도 유원의 마나가 필요했다.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군.”
“필요하면 나중에 말해라. 또 때리게 해 줄 테니.”
그 말에 조금씩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되던 아레스가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 말에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다. 이만하면.”
“충분하냐?”
“아니. 한참 부족하지.”
헤라클레스의 눈에는 아직도 뜨거운 안광이 흘렀다.
힐끗 몸을 덜덜 떨고 있는 아레스를 돌아본 그는,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때려 줄 놈이 저 녀석 하나는 아니니까.”
“……하긴.”
알크메네를 직접 죽인 건 아레스였지만, 그것은 그녀를 죽게 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에는 수많은 이들이 연관되어 있었다.
아레스, 제우스, 헤라, 그 밖에 제우스의 수족인 올림포스의 여러 랭커들.
“그놈들 머릿통을 다 부숴 놓기 전까지는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저 녀석에게 할 건 다 했어.”
“도와줄까?”
“됐다. 네 실력으로 뭘 돕는다고?”
“내가 좀 아는 게 많아.”
헤라클레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따지고 보면 자신을 도울 방법이 꼭 함께 싸우는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또 뭘 알고 있지?”
“누가 누구에게 붙었는지.”
헤라클레스가 혹할 만한 정보.
“그리고 누가, 알크메네를 죽이는 데 동조했는지.”
물론 그 정보는 모두 헤라클레스 본인의 입을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믿든 말든 그건 네 자유다. 하지만 확인해 볼 가치는 있지 않겠어?”
“……들어나 보지.”
유원은 헤라클레스에게 적과 아군을 설명했다.
눈이 돌아간 헤라클레스가 무작정 올림포스를 공격하게 두면 그건 곤란했다. 실제로 2차 기간토마키아가 끝난 후, 헤라클레스는 알크메네의 죽음을 알고서 올림포스 측 랭커들을 무작정 공격하기도 했다.
지금 헤라클레스에게 필요한 건, 바로 피아 식별이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바로 제우스부터 치러 가진 마라. 그자는 아직 너 혼자는 못 이길 테니까.”
지금으로부터 좀 더 시간이 흐른 뒤라면 모를까, 지금의 헤라클레스는 아직 제우스를 상대로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만약 승부해 볼 만하다 싶더라도 말리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손오공 같은 불사의 육체를 손에 넣지 못한 헤라클레스를 그런 불확실한 싸움에 끼워 넣을 수는 없었으니까.
“올림포스 부수기라…….”
하데스를 주축으로 한 계획.
헤라클레스의 마음을 돌리는 것으로 그 계획은 반 이상 진척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허무맹랑한 이름이었지만 유원의 이야기를 듣고 헤라클레스는 그것이 불가능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계획은 알겠다만, 혹시라도 그것 때문에 참고 기다리라는 말은 아니겠지?”
“설마.”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런 거라면 아마 자신이 먼저 말렸을 것이다.
“이제 마음 내키는 대로 부수고 다녀라. 원 없이, 전부.”
씨익-.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몸을 돌린 헤라클레스는 유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혼자 올라올 수 있겠나?”
“먼저 가라.”
“눈치가 빨라서 좋군.”
콰득-.
땅을 딛고 서 있는 헤라클레스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난 먼저 가마.”
“연락하지.”
콰앙-!
발에 힘을 주고 뛰어오른 헤라클레스가 뚫린 천장 위로 올라갔다.
바닥이 움푹 파이고, 순간 지진처럼 땅이 흔들렸다.
유원이 소환한 지옥을 뚫고 밖으로 나간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뚫고 내려온 천장 위로 올라갔다.
“움직일 때 요란한 건 이때도 똑같네.”
쩍-.
방금 전의 충격 때문일까.
주위를 감싸고 있던 유원의 마나가 흔들렸다. 소환된 지옥이 위태로워지며, 아레스는 안도를 느꼈다.
그때.
“아직 우리끼리는 할 이야기가 남았지?”
스윽-.
유원이 아레스와 눈을 맞추며 몸을 숙였다.
그러자, 아레스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안광이 뿜어졌다.
-네가 네크로맨서였다는 걸 잊고 있었군.
“눈에 힘 풀어라. 좋게 말할 때.”
-감히…….
“야, 헤라클…….”
-잠깐!
아레스가 다급히 소리쳤다.
영혼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정.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그가, 지금 이 순간 잔뜩 몸을 움츠리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헤라클레스에게 몇 번이나 육체가 찢기고 터져 나가는 고통을 느끼던 그였다.
비록 아레스에 대한 복수는 끝났다 여겨 돌아갔지만 헤라클레스는 유원이 부탁만 하면 언제든 아레스를 향해 주먹을 휘두를 것이다.
“잠깐?”
유원은 그게 끝이냐는 듯,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덧붙일 말이 있었다.
망설임은 잠깐이었다.
-……만요.
“옳지.”
원하던 반응이 즉각 나왔다.
아무래도 헤라클레스에게 어지간히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하긴.
단순히 고통만이 아니더라도, 눈이 헷가닥 뒤집어진 헤라클레스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공포심이 들 테니.
“어차피 널 생각 없는 언데드로 쓰려면 그럴 수는 있다.”
아레스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탑에서도 희귀한 네크로맨서란 자들은 상대의 영혼을 구속해 사고가 존재하지 않는 언데드로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유원도 마찬가지.
“그래도 타의로 싸우는 것보다는, 네 의지로 싸우는 게 낫지 않겠냐?”
-충성 맹세를 하라는 거냐?
“그럼 적어도 네 의지로 칼을 휘두를 수는 있을 테니까.”
하이랭커의 영혼은 귀했다.
특히, 아레스처럼 재능 있는 하이랭커는 더더욱.
유원은 가능하면 그를 완전한 상태의 언데드로 만들고 싶었다.
-거절하지.
예상대로의 대답.
-넌 올림포스의 적이다. 헤라클레스가 아무리 무서워도 내 의지로 내 아버지, 어머니에게 칼을 겨눌 수는 없다.
헤라클레스에게는 모두 처죽여도 시원찮은 자들이지만, 아레스에게 제우스와 헤라는 낳아 주고 길러 준 부모였다.
아무리 헤라클레스가 두려워도 아레스 정도 되는 하이랭커가 그들에게 스스로 칼을 겨눈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다.
당연한 결과였다.
이럴 땐 안 되는 협박과 설득을 하기 보단 협상을 해야 했다.
“그렇다면 그냥 이대로 널 전쟁에 쓰는 수밖에 없겠군.”
아레스의 눈이 흔들렸다.
아마 자신의 앞날이 떠오른 것이리라.
채찍을 때렸으면 이제 당근을 줄 차례.
“하지만 날 돕겠다면, 적어도 올림포스와의 싸움에서는 널 빼 주지.”
-……정말이냐?
한 박자 늦은 질문이었지만 입질이 왔다.
여기서 잡아야 한다.
“시스템을 걸고 약속하지. 계약을 하자고, 나랑.”
[맹세 계약을 요청하였습니다.] [계약 성사 시, 영혼은 해당 플레이어에게 ‘완전히’ 귀속됩니다.] [계약을 지키지 않을 시, 영혼은 자유가 됩니다.]언데드와 네크로맨서의 계약.
시스템에 의해 묶인, 그 무엇보다 안전한 약속.
“받아들일 거냐?”
* * *
77층.
하이랭커이자 제우스의 첫 번째 아내, 헤라의 신전.
그곳에는 올림포스 내에서도 가장 많은 랭커들이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신전의 호화로움은 올림포스의 지파들 중 최고였으며, 오랫동안 축적해 온 부는 바닥을 몰랐다.
삼신을 제외하면 올림포스에서 가장 많은 힘과 권력을 쥔 존재.
그녀가 바로 헤라였다.
성처럼 넓은 정원과 문.
그곳을 거닐며, 랭커들은 한가로운 날씨와 평화를 즐겼다.
“헤라께서는 아직이신가.”
“소식 없으셔.”
“이번 출타는 좀 길어지시네.”
“요즘 좀 뒤숭숭하잖아. 미꾸라지가 물을 흐려도 단단히 흐렸지.”
김유원에 대한 소문은 꽤 많이 알려져 있었다.
자세한 경위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로 인해 제우스와 포세이돈이 갈라섰다는 것쯤은 알 만한 랭커들은 아는 사실이었다.
삼신의 한 축이 무너졌다.
포세이돈을 따르던 랭커들은 잠적하거나 길드를 탈퇴했고, 다른 삼신인 하데스와 제우스 사이에서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흘렀다.
“삼신이 이렇게 뿔뿔이 흩어질 줄이야…….”
“다른 한 분께서도 이렇게 나오실 줄, 누가 알았겠어.”
“듣기로는 다른 두 분께서 손을 잡아서 미리 손을 쓴 거라던데.”
“맞아. 그런 이야기도 있었지.”
무성하기만 한 소문.
하지만 소문이 사실이라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래도 결과가 뻔한 싸움이지.”
“하긴. 이쪽에는 전쟁 영웅도 있으니까.”
삼신 제우스와 헤라클레스.
거기에 더해, 포세이돈까지 아스가르드의 감옥에 갇힌 상태였다.
제우스의 세력은 여전히 건고했고, 그는 아직 올림포스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만약 싸움이 벌어진다면, 큰 전쟁이 되겠어.”
“그러게.”
한 랭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요히 떠 다니는 구름.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군.”
그 말이 시작이었을까.
콰앙-!
“뭐, 뭐야?”
“침입인가?”
신전을 두르고 있던 울타리의 벽면이 무너지며, 뿌연 연기가 위로 솟아 올랐다.
무너진 울타리 위.
꽤 큰 체격의 남자 한 명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
“겁도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화가 난 랭커가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잠깐.”
가장 나이가 많은 랭커가 그의 앞을 손으로 가로막았다.
“저 실루엣은…….”
잊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한 자루의 곤봉을 들고, 사자의 탈을 쓰고 전쟁터를 누비던 영웅.
콰앙-!
그는 주먹으로 또다시 신전의 울타리를 때려 부수며 소리쳤다.
“어디 있냐, 헤라!”
우우우우-.
고막을 터트릴 듯, 우렁찬 목소리.
그를 아는 헤라 신전 소속의 랭커, 만테우스가 중얼거렸다.
“헤, 헤라클레스?”
기간토마키아의 영웅이, 헤라의 신전에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