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8
* * *
화륵-.
붉게 달아오른 눈을 통해 보이는 세계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마치 달궈진 용광로처럼, 몸의 감각이 뜨겁게 변하고 한창 전투가 무르익은 때처럼 감각이 확장되어 느껴졌다.
‘이게…… 화안(火眼).’
화안금정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었다.
첫 번째가 바로 화과산의 원숭이 손오공이 가지고 있던 ‘원숭이의 눈’.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용의 불을 집어삼킨 눈, ‘화안’이었다.
화안의 개안 조건은 하나.
튜토리얼의 히든피스와 함께 악마의 불을 집어삼켜 눈에 주입시키는 것이었다.
‘그 멍청이가 존경스러워질 줄이야.’
수르트라의 불은 과연 뜨거웠다.
그냥 뜨거운 정도가 아니었다. 유원은 온몸이 불타 없어지고, 모든 피부가 불살라지는 기분을 여과 없이 느꼈다.
집중력이 낮고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아마 미쳐 버렸을지도 모를 고통이었다.
불주술의 옷을 지닌 자신만 하더라도 이 정도였다.
그런데 손오공은?
‘진짜 무식한 몸뚱이야.’
별다른 아이템도 없이 수르트라를 상대로 화안을 얻을 때까지 버티다니.
불사(不死)의 힘을 얻기 전, 태생부터 차원이 다른 육체를 지녔다더니 그 말이 진짜였다.
[화안]# 랭크 : A
# 숙련도 : 12.14%
# 악마의 불에 동화된 원숭이의 눈이다. 악과 선,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며 불에 대한 강한 내성을 지닌다.
# 불에 대한 강한 내성.
# 감각 극대화.
# 전투 예측.
A등급의 스킬.
관리자의 권능인 ‘마나의 주인’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애초에 S등급 이상의 스킬은 튜토리얼에서 감히 얻을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A등급의 스킬이라면 웬만한 랭커들도 몇 개 가지지 못할 귀한 스킬.
게다가 숙련도도 10퍼센트가 넘어 있는 상태였다.
높은 랭크의 스킬일수록 숙련도를 올리는 게 고역임을 생각해 보면, 10퍼센트가 넘는 숙련도는 가히 사기적인 수준이었다.
‘미리 숙련도를 올려 두길 다행이야.’
화안은 히든피스로 인해 원숭이의 눈이 진화하여 얻게 된 스킬이었다.
당연하게도 진화된 형태의 스킬은 그 이전 단계 스킬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었다.
F등급 스킬인 원숭이의 눈은 숙련도를 올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유원은 스킬을 얻은 이후,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원숭이의 눈을 활성화시킨 채 돌아다녔다.
등급이 낮은 스킬인 만큼 마나 소모량도 크지 않았으니 주어진 시간 동안 충분히 스킬의 숙련도를 올려 둘 생각이었던 것이다.
-시작하자고?
수르트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처음 불구덩이 속에서 걸어나온 유원의 눈을 보고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
이미 유원의 몸에 생겨난 화상과 몸에 쌓인 뜨거운 화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 몸으로 뭘 시작하자는 것이냐?
우스울 것이다.
자신은 여전히 거인 수르트의 자식이었고, 탑을 지배하는 악마종이였다.
비록 튜토리얼의 제약 때문에 힘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지만 이미 잔뜩 부상을 입은 유원이 가소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로 뭘.”
우웅-.
유원이 손을 뻗은 허공이 일렁거렸다.
중급 귀속 인벤토리.
그 속으로 손을 뻗은 유원의 양손이 각각, 하나의 무기와 알약을 꺼내었다.
-그건…….
수르트라는 유원의 손에 쥐어진 검을 보며 눈을 좁혔다.
새하얀 검신과 손잡이.
단순한 모양과 특이한 색을 지닌 검에서는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들 차디찬 냉기가 느껴졌다.
쩍, 쩌적-.
스으으으-.
빙옥철검의 냉기가 유원의 손을 타고 몸속에 스며들었다.
차디찬 냉기는 수르트라의 불에 휘말린 유원의 몸을 식혀 주었다. 그러자 몸속에 쌓인 화기와 냉기가 만나 서로 힘의 상쇄를 시작했다.
준비한 건 그게 끝이 아니었다.
꿀꺽-.
유원은 손에 쥔 두 개의 단약, ‘빙정(氷晶)’을 삼켰다.
그러자.
[빙정(氷晶)을 복용하였습니다.] [빙정(氷晶)을 복용하였습니다.] [체온이 서서히 하락합니다.] [상태 이상 : 화상이 완화됩니다.] [마력에 냉기 속성이 추가됩니다.]온몸을 뒤덮던 뜨거운 열기와 피부를 따갑게 찌르던 화상이 사라졌다.
그 대신, 시리디 시린 한기가 유원의 몸을 잠식했다.
“후우우-.”
숨에서 냉기가 뿜어졌다.
사방은 온통 불길로 뒤덮어져 있었지만, 더운 느낌은 없었다.
두 알의 빙정.
그리고 손에 든 ‘빙옥철검(氷玉鐵劍)’ 덕분이었다.
‘오히려 시릴 정도다.’
빙정과 빙옥철검은 불과는 완전히 상극이 되는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거대한 얼음을 제련하여 만든 무기인 빙옥철검은 극한의 냉기를 지닌 무기.
빙옥철검은 어떤 철보다도 날카롭고 강력한 냉기를 지니고 있는 대신, 사용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빙옥철검의 기운에 수르트라가 움찔했다.
녀석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검이, 그리고 유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자신과 상극이라는 것을.
‘해볼 만해.’
하급 악마 수르트라.
화안을 얻었으니 이제는 녀석을 사냥할 때였다.
텅-.
유원의 발이 지면을 밟았다.
수르트라의 검이 유원을 베어 왔다.
화아아악-!
거대한 불길이 유원을 집어삼켰다.
유원은 피하지 않았다.
피하는 대신, 그 불길을 향해 맞서 검을 휘둘렀다.
[‘불주술의 옷’이 ‘수르트라의 멸화’에 저항합니다.] [‘불주술의 옷’이 화염 속성 공격에 대한 추가 마법 저항력을 얻습니다.] [‘화안’이 ‘수르트라의 멸화’에 저항합니다.] [‘화안’이 ‘수르트라의 멸화’를 흡수합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법 무효화의 방패를 앞세우고도 거의 반 죽음 상태까지 갔던 일격이었다.
하지만 시간의 차이는 짧을지언정, 아까와 지금은 큰 차이가 있었다.
[체온이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상태 이상 : 화상에 저항합니다.]불주술의 옷.
화안.
그리고 빙정과 빙옥철검.
온갖 스킬과 아이템들의 힘으로 유원은 수르트라의 불길을 뚫어냈다.
쫘아악-!
불길이 베어져 길이 생겨났다.
높게 도약한 유원의 몸이 수르트라의 허리춤에 도달한 순간.
쫘악-!
불의 갑옷으로 무장한 수르트라의 허리가 베어졌다.
-크아아악!
수르트라가 비명을 질렀다.
통한다.
원래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제아무리 마력 스탯이 높더라도 수르트라가 두르고 있는 불의 갑옷은 웬만한 마력과 근력 스탯으로는 뚫어 낼 수 없었으니까.
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
빙옥철검과 빙정의 힘이었다.
-이노옴……!
빙옥철검의 절삭력은 과연 대단했다.
베어진 수르트라의 허리춤에서 뜨끈한 피가 울컥거리며 뿜어졌다.
사용자마저도 극심한 냉기로 괴롭히는 대신, 강력한 냉기와 절삭력을 가지는 무기가 바로 빙옥철검이었다.
고오오오-.
대노한 수르트라의 몸 색이 검게 물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수르트라의 손 위로 검붉은 염화가 떠올랐다.
화르르르-.
검은색이 섞인 불.
아무리 그래도 저건 위험했다.
‘피한다.’
화안(火眼)의 힘으로 붉게 변한 시야 속.
유원의 시야 안에 하나의 궤적이 그려졌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저기로 움직여야 한다고.
화안의 힘 중 하나.
‘전투 예측’이었다.
화르르륵-.
펑, 퍼퍼펑-!
수르트라의 검은 불길이 사방을 불태웠다.
검붉은 불길은 지금까지 땅을 휩쓸던 다른 불과는 달랐다.
땅을 불태우거나 열기로 지면을 무너뜨리는 대신, 지면 자체가 완전히 녹아내린 것이다.
악마가 가지는 권능.
지옥의 불을 일부 끌어다 사용한 결과였다.
“크으…….”
다행히 검붉은 불길에 적중당하는 건 모면할 수 있었지만, 그 여파가 상당했다.
빙옥철검을 이용해 겨우겨우 열기를 베어 냈지만 소용없었다.
아직까지는 수르트라와 힘으로 부딪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 알로는 부족하다.’
유원은 인벤토리에서 두 알의 빙정을 추가로 복용했다.
[체온이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상태 이상 : 동상이 시작됩니다.]화염에 대한 내성과는 별개로, 빙옥철검의 냉기는 계속해서 유원의 몸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피부 바깥의 외부는 후덥지근하지만 몸속은 이미 차디찬 냉기로 가득해진 것이다.
화상과 동상을 동시에 입다니.
정말 오랫동안 탑에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오래는 못 버텨.’
냉기 속성은 불꽃의 거인인 수르트라에게 천적이 되는 힘이었다.
문제는 지금의 유원이 이만한 냉기를 버틸 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다는 것.
‘빠르게 끝낸다.’
이 정도 냉기면 어지간한 불에는 대항할 수 있다.
유원은 숨을 길게 뱉어 내 목구멍까지 올라온 차가운 냉기를 겨우 뱉어 냈다.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은 만큼 가슴은 더 차가워졌다. 수르트라의 검이 뻗어 온 건 바로 그때였다.
콰아아앗-!
검붉은 불길이 대지를 갈랐다.
유원의 몸이 틀어져 검을 피해 냈다. 불길에 녹아 갈라진 땅을 피해, 유원은 수르트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슈악-.
수르트라의 다리를 향해 빙옥철검이 날아들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더 이상 마나를 아낄 이유가 없었다.
[마력검]우우우, 우우웅-.
한 뼘이 넘게 솟아오른 마력검.
유원은 있는 힘껏, 수르트라의 다리를 향해 빙옥철검을 휘둘렀다.
콰앗-.
수르트라의 다리가 베어졌다.
그것도 꽤 깔끔하게.
-크아앗!
수르트라가 비명을 질렀다.
쿵, 발목 아래가 베어진 수르트라가 균형을 잃고 쓰러져 무릎을 꿇었다.
수르트라는 유원을 찾기 위해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웅, 웅웅-.
고개를 든 수르트라의 눈앞에, 새하얀 냉기로 이루어진 마력의 구체가 떠올랐다.
[마나포]콰아아앗-!
쩍, 쩌저저저-.
수르트라의 안면에 빙정의 힘을 흡수한 마나포가 쏟아졌다.
지옥의 불길로 이루어진 수르트라의 머리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수르트라의 몸이 균형을 잃고 천천히 옆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륵-.
수르트라의 머리에서 불길이 다시금 치솟아 올랐다.
제아무리 불의 상극인 빙정의 힘이 담긴 마나포라고 해도 수르트라와 유원이 가진 힘의 격차가 너무 컸다.
하지만 아주 잠시였다.
아주 잠시만, 녀석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보인다.’
화안을 통해 보이는 시야.
세상이 마치 한 박자 느려진 듯 느껴졌다.
기울어진 수르트라의 몸체는 분명 거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라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유원은 무릎을 꿇고 쓰러졌던 수르트라의 몸 위로 올라탔다.
수르트라는 유원이 자신의 목 뒤로 올라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이놈! 아직 탑에도 오르지 못한 애송이 주제에 감히……!
화르르르-!
수르트라의 몸에 불길이 치솟았다.
미약하지만 지옥불의 상징인 검은색이 섞인, 튜토리얼 지역을 무너뜨릴 멸화(滅火).
유원은 아직 제대로 그 불을 감당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속성 : ‘냉기’가 ‘수르트라의 멸화’에 저항합니다.] [‘불주술의 옷’이 ‘수르트라의 멸화’에 저항합니다.] [‘화안’이 ‘수르트라의 멸화’에 저항합니다.] [‘화안’이 ‘수르트라의 멸화’를 흡수합니다.] [‘수르트라의 멸화’에 저항을 실패합니다.] [상태 이상 : 화상이 2단계로 상승합니다.] [상태 이상 : 화상이 3단계로 상승합니다.] [화염 내성이 1 상승합니다.]수르트라의 상징, ‘불’에 대항하기 위한 여러 수단들.
하지만 그 많은 수단들이 준비되었음에도 유원의 몸은 이미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 정도였다.
3번 튜토리얼의 멸망(滅亡).
수르트라와 유원이 가진 힘의 격차는.
하지만…….
“그래도…….”
유원은 결국 수르트라의 머리 위에 올라섰다.
하급 악마 수르트라.
녀석이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역린(逆鱗).
“이기는 건 나야.”
유원은 빙옥철검을 역수로 쥐었다.
수르트라는 자신의 머리 위에 유원이 올라섰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소리쳤다.
-잠까…….
푸욱-.
머리를 파고든 빙옥철검의 냉기가, 수르트라의 머릿속에 스며들자.
쩍, 쩌저적-.
쨍-!
얼음의 결정으로 만들어진 빙옥철검이 깨어지며, 수르트라의 몸에 붙어 있던 멸화가 소멸되었다.
그 직후.
[튜토리얼의 멸망을 쓰러뜨렸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의 달성으로 보상의 정산이 지연됩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 달콤한 메시지들이 유원의 머릿속을 연달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