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83
* * *
콰득, 콰드득-.
아우터를 씹어 먹는 저 이빨이 무엇인지, 이제는 안다.
포식자.
단풍이 지니고 있던 것이자 이제는 유원의 것이 되기도 한 스킬.
하지만 그럼에도 유원은 저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꼭, 아우터끼리 싸우는 것 같다.’
알의 첫 번째 형태도 그랬다.
보랏빛의 문양.
그리고 부화율이 높아지며 드러나는, 익숙한 색깔.
그걸로 인해 유원은 그 안에서 아우터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물론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고작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꼬맹이가 나올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제우스가 지니고 있던 아우터는 격렬히 저항했다.
이미 죽어 버린 야마타노 오로치의 시체나 다 죽어 가던 랜슬롯, 판도라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열심히 발악한다 한들, 결국 포식자와 피식자의 위치는 바뀌지 않는 법이었다.
콰직-!
머리를 물어뜯기고, 점차 무기력해져 가는 녀석.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유원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저 이빨이 언젠가 자신에게 향하는 날이 올까?
만약 그렇다면 절대 사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싸워야 할 상대가 많은데, 저런 녀석과도 싸우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오도독, 오독-.
이빨은 게걸스럽게 아우터를 먹어치우고는 잠시 멈칫했다.
그것은 잠시 후, 이빨을 유원이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또 다른 먹을 것을 찾는 걸까.
아니면…….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 달라는 건가?’
어쩐지 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질적이고 괴상하기만 하던 녀석이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바앗!”
어깨 위에서 잔뜩 불러 온 배를 두드리며 신나게 떠들고 있는 녀석.
이 녀석이 바로 저 녀석이었다.
부화 이후 첫 끼.
녀석은 만족한 듯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며 떨어지려는 단풍을 받아들며, 유원은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5개의 스탯.
결코 가치가 낮지 않았다. 아니, 지나치게 높은 정도다.
이렇게 쉽게 스탯을 손에 넣어도 되나 싶을 만큼.
하지만 이 순간, 유원은 다섯 개의 스탯 같은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신력이라…….’
그러고 보니 이건 대체 어디에 쓰는 걸까.
유독 하나만 높은 스탯.
애초에 단풍은 직접 앞에서 싸우는 것 같지 않았다. 포식자를 이용해 아우터와 싸우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녀석이 지니고 있는 스킬 중 하나일 뿐이다.
신력(神力).
직역해 보면 신의 힘이다.
아우터 갓이 지닌 기운일까? 아직은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차차 확인해 봐야 한다.
어차피 앞으로 이 녀석과 지낼 시간은 많았다. 어떤 스킬을 지니고 있을지, 신력은 무엇일지.
성장이 모두 끝나고 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모두 시간이 지나면 차차 알게 될 것들이었다.
‘뭐, 덕분에…….’
스르르륵-.
보랏빛으로 변했던 세상의 장막이 걷힌다.
‘가장 큰 난관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제우스가 지니고 있던 아우터.
녀석의 이름은 ‘꿈을 먹는 절망’이었다.
웬만한 하이랭커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덩치도, 힘도 큰 녀석.
그런 만큼 현재의 유원이 녀석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제 아무리 아우터와 싸워 온 경험이 많다 해도 말이다.
원래라면 헤라클레스와 손을 잡고 함께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 얻은 힘 덕에, 보다 손쉽게 아우터와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물론, 지금까지 만난 녀석들은 어디까지나 아주 미미한 일부일 뿐이지만…….
‘시험은 성공이다.’
확인을 했으니 이제 마음이 놓였다.
이 힘은 확실히 녀석들의 심장을 꿰뚫을 창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스르르르-.
제우스와 마주쳤던 눈.
그 눈으로 인해 바뀐 세상이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그리고 이내.
한쪽 눈에서 검은 물이 흐르고 있는 제우스의 모습이 유원의 시야에 들어왔다.
“너도 가지고 있었군.”
제우스의 목소리는 고저가 없이 평온했다.
하지만 노란색의 머리카락은 탈색이라도 온 것처럼 희끗해지고, 얼굴색도 마찬가지로 창백해져갔다.
-이 위에서 온 힘.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유원은 제우스가 말하는 ‘위’가 어디인지 알고는 고개를 저었다.
“……?”
제우스의 표정 위에 의문이 어렸다.
분명 그는 유원과 함께 포식자를 보았다. 아우터를 잡아먹는 더 큰 아우터를, 제우스는 그 누구보다 똑똑히 보고 느낀 것이다.
그런데도 유원은 부정을 하니.
‘위가 아니라…….’
유원은 입술을 달싹여 대답했다.
‘밖이다.’
“밖……?”
아무래도 제우스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힘을 위에서 온 힘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리석은 혼돈이 건네 준 아우터의 조각.
제우스가 그토록 바랐던 위쪽의 힘이란, 먼 미래에 자신들을 멸망으로 몰아놓을 힘이었다.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바스락-.
제우스의 머리카락이 말라비틀어지듯 힘없이 바스라졌다.
“다 끝났군.”
주위의 시선이 모두 제우스에게로 꽂혔다.
포세이돈, 하데스, 판도라.
그리고 헤라클레스.
그들의 시선을 하나하나 마주하며 제우스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내가 미우냐?”
빠득-.
그 질문에 헤라클레스가 이를 갈았다.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움켜쥐었고, 판도라는 고개를 저었다.
각자가 다른 이유를 가지고 이곳에 와 있었다. 제우스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저들은 모두 자신의 적이었다.
“그럼 한꺼번에 와라.”
콰릉-!
제우스의 손에서 전격이 뿜어졌다.
벼락도, 아우터의 힘도 사라져 버린 지금.
그에게 남은 건 있는 그대로의 맨 몸뚱이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콰앙-!
헤라클레스는 비로소, 완전히 발가벗겨진 제우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 * *
이어진 싸움은 제우스와 헤라클레스의 싸움에 가까웠다.
눈이 뒤집힌 헤라클레스는 더 이상 뒤를 보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어떤 특별한 목적보다는 어머니 알크메네의 복수에 의해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콰직-!
벼락이 없다 한들, 제우스는 제우스였다.
두 눈을 모두 잃어버린 그는 맨 몸뚱이 하나만으로도 헤라클레스에 못지않게 싸웠다.
아니.
아마 몸이 완전히 멀쩡한 상태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헤라클레스 이상 가는 실력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새삼 놀랍군.’
유원은 헤라클레스의 앞에서 비틀거리는 제우스를 바라보았다.
무너져 내린 땅. 지반이 갈라지고 이미 도시의 형태는 온데간데없어진 주위였다.
그 가운데 서 있는 제우스는 두 눈을 감고서 여전히 제왕의 품위를 지켜 보이고 있었다.
“복수를 하고 싶던 게 아니냐?”
그는 분명 패배했다.
유원이 알기로 더 이상 제우스에게 남아 있는 패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진 싸움을 질기게도 이어 가고 있었다.
“그럼 쉴 틈이 없지 않겠느냐, 아들아.”
“당신이 정말 제 아버집니까?”
“네 힘은 내게서부터 왔다.”
이 순간까지도 제우스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
정확히는, 자신이 지닌 힘을.
그 유전자를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넌 내게 고마워할 이유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 당신이 제 아버지라 할 수 있습니까?”
“그 하나를 위해 목숨조차 버릴 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만이라니, 섭섭한 소리군.”
무작정 틀린 말은 아니었다.
괜히 뛰어난 세계에서 선별된 플레이어를 두고 가리켜 순혈(純血)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재능을 물려받았다.
뛰어난 플레이어가, 뛰어난 랭커가 될 재능을.
그리고 단순히 재능만 놓고 보면 헤라클레스는 이 탑에서 손꼽힐 만큼 뛰어난 존재였다.
그것은 그 어떤 천금과도 같은 보물로도 얻지 못할 귀한 재화였다.
하지만.
“확실히 알겠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헤라클레스는 그 말로 인해 마음을 굳혔다.
“당신은 아버지 자격이 없습니다.”
제우스와 자신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부우웅-.
쩌어어억-!
헤라클레스의 주먹이 제우스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우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제우스의 몸이 위로 붕 떠올랐다.
만신창이가 된 건 헤라클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제우스는 그보다 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비틀-.
눈에 힘을 주고, 제우스는 겨우 날아 가던 몸을 버티고 섰다.
그것은 왕으로서 남아 있는 마지막 위엄이었다.
결코 꺾이지 않는 자세.
지금 이 순간, 제우스는 죽음을 받아들인 채 싸우고 있었다.
‘내 싸움은 끝났군.’
유원은 몸을 돌렸다.
지금부터 저 싸움에 자신이 끼어 들 자리는 없었다.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는 싸움이었다.
원했던 벼락은 빼앗았다. 문제가 된다고 여겼던 아우터의 잔재는 포식자가 먹어치웠다.
이제 남은 건 헤라클레스와 제우스, 두 부자(父子)이자 원수(怨讐) 간의 싸움일 뿐이었다.
“잠깐.”
그렇게 유원이 몸을 돌리려는 순간.
“너무 급하게 가는 것 아닌가? 우리, 할 이야기도 많은 것 같은데 말이지.”
곳곳에 솟아 있는 물줄기 사이에서 음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원은 한숨을 쉬었다.
이럴 거라 생각을 못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귀찮은 일은 없길 바랐건만.
‘반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원의 고개가 돌아갔다.
푸석해진 파란 머릿결.
2미터가 넘는 장신에, 저기 싸우고 있는 제우스를 닮은 아름다운 용모.
유원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푸른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우리가 할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포세이돈.
바다의 지배자이자, 올림포스의 삼신 중 한 명인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 오늘 당신을 처음 봅니다만.”
가능하면 이 자리에서 그와 부딪치고 싶지는 않았다.
제 아무리 상처 입었다 한들 상대는 삼신이었다.
그것도 100위권 안쪽의 하이랭커.
아직은 맞붙을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 처음 보겠지. 나도 그러니까.”
포세이돈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깃들었다.
욕심과 원망. 호기심과 두려움.
그것은 모두, 유원을 향한 것들이었다.
“그래도 너한테 내 것이 있으니, 아예 모르는 사이라고 보기는 그렇지.”
“바다의 돌 말입니까?”
“그래. 그거.”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포세이돈은 해신석이 지니는 힘을 겪어보았다.
그 힘은 실로 매력적이었다. 실제로도 해신석은 유원보다는 포세이돈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아이템의 가치는 누가 쓰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
애초부터 해신석이 포세이돈의 손에 들어갔던 건 전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벼락도 주면 더 좋고 말이지.”
포세이돈의 건들거리는 말투에 유원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렴.
삼신 중 제일 양아치 근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그가, 고작 해신석 하나로 만족할 리는 없었다.
아마 싸움이 다 끝났으니 더 이상 유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게 필요하면…….”
유원은 그것을 그리 쉽게 내놓을 생각이 없었다.
파직-.
황금빛으로 일렁거리며 스스로 전격을 뿜어내는 아이템.
꾸욱-.
그것을 손안에 꽉 움켜쥐며, 유원은 포세이돈을 향해 비웃음을 지었다.
“빼앗아 가 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