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89
* * *
유원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반쯤 부서진 의자를 세워 앉았다.
아마테라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불편한 의자에 앉아 테이블도 없이 마주 보고 앉았다.
바닥에는 걸리적거리는 시체들을 두고서.
‘아마테라스. 랭킹 52위. 팔척경곡옥의 주인.’
아마테라스는 삼귀자의 중심이었다. 확실한 길드의 형태가 아닌 그들에게는 길드장이라는 직책이 없었지만 삼귀자를 아는 모두가 아마테라스를 그들의 우두머리로 생각했다.
아마테라스에 관한 소문은 무성했다.
젊은 미청년이라는 둥, 아주 나이가 많은 노인이라는 둥.
그렇게 퍼진 무수히 많은 소문 가운데 진짜는 없었다.
그는 진짜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내가 널 왜 찾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한다.”
“삼신기 때문인가?”
“그래.”
아마테라스는 말을 빙 돌리지 않고 물었다.
“야타의 거울은 어디 있지?”
어지간히도 급한 모양이었다.
삼신기 중 하나인 팔척경곡옥은 그가 지니고 있고, 다른 하나인 쿠사나기의 검은 스사노오가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남은 삼신기는 하나.
아마테라스는 잔뜩 끌어오르는 마력을 꾹 억누르고, 우선은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른다.”
이어진 유원의 대답에 결국, 아마테라스의 마력이 밖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구구구구-.
스아아-.
주점의 건물이 뿌리째 흔들리고, 공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아마테라스는 불 속성의 마력에 있어서는 이 탑에서 한 손에 꼽히는 하이랭커였다.
당연히 그의 마력이 개방되자, 유원은 답답함을 느꼈다.
‘숨이 막힐 정도군.’
아직까지도 아마테라스는 특별히 유원을 위협하거나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이건 단지, 그의 기분이 달라지면서 생긴 변화일 뿐이었다.
뜨거운 용암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 깊이와 위험함을 알기에 숨이 막히는 것이다.
“몰라?”
“모르니 찾고 있지, 알면 이러고 있을까.”
잠시 생각하던 아마테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군.”
“용건은 그게 다냐?”
“아니. 더 있다. 여기 삼신기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근거는 뭐고?”
“43층의 시험 보상이다. 출처는 관리자. 정보는 확실하다.”
“관리자?”
까만 눈썹이 꿈틀거린다. 정보의 진위 여부나 정확성을 판단하려 했는데, 이래서는 진위 여부를 알아내는 게 어려웠다.
관리자라니.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정보의 정확성은 굳이 따지고 들 필요가 없었다.
“의왼데. 순순히 말할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삼신기에 대해서라면 그쪽이 제일 잘 알 테니까.”
“내가 누군지 아나?”
“안다. 아마테라스. 삼신기를 소유한, 삼귀자의 하이랭커지.”
“눈썰미가 좋군.”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면서? 그 얼굴, 네 얼굴이 아니잖아.”
아마테라스는 베일에 감싸여진 랭커였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 베일이야말로 아마테라스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레스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더니, 진짠가 보네.”
유원과 아레스의 싸움은 올림포스에서도 쉬쉬하는 정보였다. 올림포스에서는 길드 내 하이랭커가 플레이어에게 깨졌다는 걸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으니, 가능한 숨기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닌 만큼 어느 정도 정보력이 있는 길드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뭐, 오히려 좋다. 네가 뛰어날수록 삼신기를 찾는 데에는 더 수월할 테니까.”
“내가 찾으면 빼앗으려는 건가?”
“빼앗다니. 그건 원래부터 우리 것인데.”
“한 번도 손에 쥐어 본 적 없으면서 벌써 주인 행세를 하시겠다?”
“불만이 있거든 능력으로 말해라. 그게 이 세계의 규칙 아닌가?”
삼귀자의 방식은 늘 한결같았다.
자유.
그들에게 있어서 자유란 곧 힘의 논리였고, 그것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상하군.”
아마테라스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천마신교를 믿는 건가? 아니면 고작 아레스 따위를 꺾은 알량한 실력을 믿는 건가?”
화르륵-.
주점 안의 공기가 뜨겁게 변한다. 신기하게도 주점은 불타지 않았다. 사방에 붙어 있는 불길을 통해 시선이 느껴졌다.
“태도가 좀 건방져.”
서열 정리라도 하려는 걸까.
자리에서 일어난 아마테라스는 처음과는 달리 유원을 위협하듯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꽉 막힌 듯하던 숨이 목구멍을 더 세게 조여 왔다.
주점에 붙은 불로 인해 공기가 산화되고, 불길은 살아 있는 것처럼 유원을 중심으로 조여 왔다.
‘초장부터 기싸움이라…….’
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 싸움은 칼과 주먹이 오가는 싸움이 아니었다.
[‘성화’가 ‘태양흔’에 저항합니다.] [‘화안’이 ‘태양흔’에 저항합니다.] [‘사대 정령의 옷’이 ‘태양흔’에 저항합니다.]화르르륵-!
유원이 지닌 스킬과 아마테라스의 스킬이 맞부딪쳤다.
유원은 꿩 대신 닭이라고 트라이앵글 대신 여러 속성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주는 ‘사대 정령의 옷’을 입고 있었다.
불에 대한 내성은 모든 속성 중 유원이 가장 자신이 있는 분야였다.
피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대신, 맞서 싸워 오는 유원.
‘이 녀석 봐라.’
아마테라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제법 실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저항을 할 줄이야.
‘끝까지 저항할 생각인가.’
아마테라스의 눈이 반짝였다.
벌써 물러나기에는 그 역시 자존심이 생겼다.
굴복시킨다.
그렇게 마음을 먹는 순간, 아마테라스의 마력이 강해졌다.
치이이-.
주점의 열기가 강해지며, 유원의 몸에 화상 자국이 생겨 나기 시작했다.
[‘태양흔’에 저항을 실패합니다.] [상태이상 : 화상이 시작됩니다.]불에 지져지는 고통.
아마테라스의 불은 역시 듣던 대로 뜨거웠다. 아직 삼신기는 꺼내지도 않았건만, 유원의 스킬을 뚫어낼 정도였다.
꿈틀-.
유원의 품 안에 있던 단풍이 밖으로 나오고자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때였다.
[‘포식자’가 이빨을 드러냅니다.]쩌억-.
입을 벌리기 시작하는 포식자.
아무래도 유원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안 돼.’
꽉-.
유원은 스스로 밖으로 나오려는 포식자를 단풍과 함께 붙잡았다.
‘지금은 아니다.’
싸움을 하더라도 밑천을 다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이건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싸움이었다.
‘이 싸움은 져야 한다.’
그게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을 건 이유였다.
치이이-.
[상태이상 : 화상이 2단계로 상승합니다.]화상은 더 심해지고, 살갗이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삼신기에 대한 단서가 있는 이상, 아마테라스는 끝까지 갈 수 없을 거다.”
삼귀자와 가장 오래 싸워 온 길드는 아스가르드였다.
오딘은 아마테라스와 오랫동안 싸운 만큼 그가 얼마나 삼신기에 집착하는지 또한 알고 있었다.
실제로도 언젠가 삼신기를 모두 모은 아마테라스는 10위권 대의 높은 랭킹에 도달했다.
‘날 죽인다 해도 야타의 거울을 찾은 다음일 테지.’
유원은 관리자를 통해 삼신기의 단서를 얻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긴 시간 동안 야타의 거울을 찾아온 아마테라스에게 유원은 절대로 죽일 수 없는 존재였다.
“네가 알고 있는 단서를 넘겨라. 그럼 살려는 주지.”
파지직, 파짓-.
아마테라스의 몸에 패널티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초에 유원이 44층까지 올라온 만큼 층간의 격차가 크지 않아 패널티는 꽤 약해져 있었다.
50위권의 하이랭커인 아마테라스에게 이 정도 패널티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협조라면 모를까, 이걸 다 넘기라니. 너무 나만 손해를 보는군.”
“어차피 그건 내 것이다. 네가 거울을 손에 넣는다면 천마신교를 전부 쓸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걸 빼앗을 거다.”
“내 뒤가 천마신교 하나뿐일까?”
“넌 어떤 길드에도 들지 않았다. 그 정도쯤은…….”
아마테라스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유원이 꺼내든 뱃지 때문이었다.
화악-.
주점 안을 가득 메운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들끓던 마력이 잠잠해졌다.
“아스가르드를 믿었던 건가.”
황금 성의 증표.
그것은 아스가르드의 플레이어들조차 가지지 못하는 귀한 물건이었다.
오딘에게 인정받은, 특별한 손님에게 주어지는 선물.
일종의 초대장.
그것이 유원의 손안에 있는 이상, 아마테라스는 유원과 아스가르드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스가르드가 뒤에 있으면 귀찮아진다. 이 녀석을 지금 죽일 수도 없고, 이래서는 강압적으로 정보를 캐내는 것도 어렵고…….’
이래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야타의 거울은 양보할 수 없다.”
협상.
아마테라스는 더 이상 눈앞에 있는 유원을 강압적으로 무언가를 빼앗을 상대로 보지 않았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조금 협력이 필요했다.
“원하는 걸 말해 봐라.”
“내게 삼신기에 버금하는 무언가를 줄 수 있나?”
“네가 원하는 자 백 명을 죽여 주겠다. 그동안 네 칼이 되어 주지.”
꽤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 어떤 귀한 아이템이나 포인트로도 아마테라스 정도 되는 최상위권 하이랭커를 살 순 없었다.
하이랭커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할 수밖에 없는 조건.
잠시 고민하던 유원이 물었다.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것도 되나?”
“대신 살리는 건 열 명으로 치지. 난 그런 건 질색이라.”
“상관없다. 그럼 받아들이지.”
“잘 생각했다.”
아마테라스는 유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로 다른 속내를 가지고서,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 * *
아마테라스는 유원과 손을 잡았다.
유원은 최소한의 정보를 아마테라스에게 전했다. 그 이상은 패를 감춰 두었다.
곧이어 자리를 벗어난 아마테라스.
유원이 다시 숙소로 돌아오자, 아까까지 계속 꿈틀거리던 영혼이 말을 걸어왔다.
-저 말을 믿나?
스사노오.
녀석이 입을 연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죽은 자들의 왕’ 칭호를 얻은 덕분인지 유원은 퀴네에 없어도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안 믿는다.”
-그런데도 손을 잡았다?
“안 잡을 이유가 있나. 저 녀석이나 나나, 가면을 쓰는 건 마찬가지니.”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필요에 의해 잡은 손이다.
그렇기에 유원은 그 손을 잡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스사노오는 이번 유원과 아마테라스의 만남을 통해, 지금껏 그가 무엇을 해 왔는지를 깨달았다.
-일부러 저 녀석을 부른 거군. 삼신기라는 가상의 미끼로 말이야.
삼신기는 삼귀자를 끌어내기 위한 먹음직한 미끼였다.
관리자라는 핑계도, 열흘 동안 삼신기를 찾아 나서던 것도.
모두 이 만남을 위한 것이었다.
-원하는 게 뭐지? 이번에도 올림포스 부수기 때처럼 뭔가 큰 그림을 그리는 거냐?
삼신기는 삼귀자들의 숙원 같은 것이다. 그들이 삼신기를 찾고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세상 물정을 아는 플레이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스사노오는 유원이 삼신기를 미끼로 뿌린 게 그들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대체 유원은 무슨 그림을 그리는 걸까.
올림포스 부수기를 계획했던 만큼, 유원은 또다시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 틀린 게 있다.”
바로 옆에서 모든 걸 지켜봐 온 스사노오였지만, 그가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었다.
-틀린 거?
“미끼 없는 낚시는 실패하기 마련이거든.”
유원의 대답에 스사노오의 영혼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럼 설마…….
미끼 없는 낚시가 아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야타의 거울, 진짜 있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