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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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쓰러져 있던 유원이 다시 정신을 차린 건,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난 후였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아직까지 몸은 엉망이었다. 겨우 정신만 차린 거지, 화상은 다 낫지 않은 걸 보면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화상으로 인해 몸이 욱신거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냉기는 여전하군.’
문제는 화상이 아니었다.
빙옥철검을 다룬 데다, 4개나 되는 빙정을 삼킨 탓이 몸속에 남아 있는 냉기였다.
입은 바짝 마르고, 속은 여전히 얼어붙은 듯 차가웠다.
몸이 말이 아니었다.
‘죽을 뻔했군.’
일어나자마자 먼저 든 생각이었다.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갔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위험했을지도 모르겠어.’
몸을 일으킨 유원의 눈에 보인 건 사방에 널려 있는 스컬들의 잔해와 수르트라의 시체였다.
아무래도 스컬들은 수르트라의 죽음과 함께 목숨을 잃은 모양.
자신은 정신을 잃으며 수르트라의 머리 위에서 굴러 떨어진 것 같았다.
“……진짜 잡았네.”
어쨌든 이걸로 ‘화안’은 얻었다.
튜토리얼에서 반드시 얻었어야 했던 목표.
화안금정으로 향하는 중간 지점.
하지만 아직까지 튜토리얼은 끝나지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라니.’
문득 헛웃음이 지어졌다.
“길 한 번 험하다, 이것들아.”
유원은 함께 의견을 모아 자신을 과거로 돌린 동료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이제 고작 튜토리얼 3번일 뿐이었다.
아직 갈 길은 한참 남아 있었다.
저벅-.
유원은 수르트라의 시체 위를 걸어 올라갔다.
불길이 다 꺼진 수르트라의 시체는 볼품이 없었다.
평범한 거인의 시체.
하지만 단순한 시체는 아니었다.
‘악마의 시체는 모든 부산물이 다 아이템이다.’
하급 악마라고는 하지만 수르트라는 수르트의 자식이었다.
악마란 탑의 상층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은 격의 존재.
게다가 수르트의 자식으로 태어나 악마가 된 수르트라는 그중에서도 꽤 특별했다.
콰득, 우드득-.
유원은 수르트라의 시체를 뒤졌다.
가슴 부위의 뼈를 뜯어내고, 가슴을 파자 안으로는 텅 빈 공간이 드러났다.
아니, 딱 하나.
‘있다.’
새빨간 원형의 구체가 보였다.
분명 위치는 심장 부위였는데, 그것은 심장이라기보다는 마치 하나의 ‘보석’같았다.
저것이 바로 수르트라의 심장이자, 힘의 원천이었다.
콱-.
유원은 수르트라의 심장을 꺼내 손에 쥐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거인의 심장]# 구분 : 영약.
# 악마 거인 수르트라의 심장이다. 불의 나라에서 태어난 거인인 수르트라는 이 심장을 통해 거인의 힘과 불의 기운을 뿜어냈다.
# 상당량의 마나가 내재되어 있다.
# 거인의 힘이 내재되어 있다.
붉은 보석은 ‘거인의 심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약’이었다.
‘바로 복용하고 싶지만…….’
유원의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지금은 어렵다.’
거인의 심장은 꽤 위험한 영약이었다.
상당량의 마나를 내포하고 있을뿐더러 복용자의 근골 자체를 뒤바꾸는 영약인 만큼, 그것을 복용하고 힘을 받아들이는데 꽤 많은 체력이 필요했다.
지금 유원의 몸 상태는 수르트라와의 싸움으로 엉망이 되어 있는 상태.
더군다나 빙정과 빙옥철검의 냉기가 몸 안에 남아 있어 영약이 지니고 있는 화기가 희석될 가능성이 컸다.
“볼 일은 다 끝났나?”
유원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거인의 심장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는 대답했다.
“이제 반입니다.”
관리자는 이마를 짚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산 시작해야죠.”
“네놈 때문에 다른 녀석들한테 한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주…….”
관리자는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푹 쉬는 것이, 어지간히 머리가 아픈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번 튜토리얼 벨런스는 완전 망했군.”
그렇게 말하지만 관리자는 유원에게 손을 쓸 수 없었다.
관리자는 철저하게 탑의 법칙에 따르는 존재들.
유원이 계속해서 탑의 법칙 안에서 행동하고 움직이는 이상, 이 말도 안 되는 독주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일단, 네 녀석은 마지막 지역으로 가게 될 거다. 4번 튜토리얼은 이미 진행되고 있고, 이미 거의 끝나가는 중이니까.”
“끝나간다고요?”
아무래도 자신이 정신을 잃고 있던 시간이 꽤 길었던 모양이었다.
4번 튜토리얼의 테마는 하루 동안 이어지는 방어.
중간에 4번 튜토리얼에 합류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진행이 빨랐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아직 4시간 정도 남았다. 그때까지는 여유롭게 기다리면 돼.”
“4시간이라…….”
5번 튜토리얼은 탑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당연하게도 난이도도 가장 높고, 머무르는 시간도 가장 길었다.
4시간.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러시겠지.”
“보상은 정해졌습니까? 시간이 꽤 걸린 것 같던데.”
“어떤 걸 줘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이번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과도 같이 의논해야 했으니.”
관리자가 말한 ‘녀석들’이란, 아마 다른 층의 관리자일 것이다.
탑이 부여한 시험에 있어 한 층의 관리자가 정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결정.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제아무리 탑의 개입으로 인해 약해졌다고 해도 아직 튜토리얼도 끝내지 못한 ‘뉴비’가 수르트라를 쓰러뜨렸으니까.
애초에 수르트라는 튜토리얼 구역의 멸망을 위해 준비된 녀석이었지, 사냥하라고 만들어 놓은 녀석이 아닌 것이다.
[10,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천살성(天殺星)’을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스탯이 3 상승하였습니다.]유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의도치 않게 얻은 스킬 때문이었다.
‘천살성?’
하늘을 죽이는 별(天殺星).
참으로 거창한 이름이었다.
무려 튜토리얼의 멸망, 거인 수르트라를 잡았으니 이 정도 거창한 이름의 스킬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유원의 기억에 ‘천살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스킬이라…….’
웬만한 상위 등급의 스킬은 모두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뭐, 상관없나.’
탑은 결코 노력과 행동을 배신하지 않는다.
어려운 시험을 완벽하게 극복해 냈을 때 탑은 그에 맞는 보상을 제공한다.
그것은 유원이 아는 먼 미래까지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
‘기대해 봐도 되려나.’
유원은 서둘러 스킬을 확인했다.
[천살성(天殺星)]# 랭크 : A+
# 완성도 : 0.00%
# 하늘을 죽일 운명과 재능을 가진 자. 앞으로 당신이 죽일 생명의 무게에 따라 당신의 운명과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 죽인 대상과 숫자에 따라 스탯이 상승한다.
# 모든 스탯 3 상승.
A+등급의 스킬.
화안보다 반 단계 높은 등급으로, 당연하지만 튜토리얼 지역에서 얻을 만한 스킬이 아니었다.
그만큼 수르트라를 잡고 멸망을 막아 낸 게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뜻.
등급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효과 자체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스탯의 상승이라는 효과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어중간한 스킬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다.’
스킬이란 단순히 등급이 높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개인의 전투 스타일에 따라 낮은 등급의 스킬이 높은 등급의 스킬보다 더 효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런 걸 감안하면 스탯 포인트를 상승시켜 주는 스킬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릴법한 스킬이었다.
게다가 주목할 만한 건 이게 다가 아니었다.
‘완성도라…….’
유원은 ‘숙련도’ 대신 자리 잡아 있는 ‘완성도’에 주목했다.
‘아직 제대로 완성된 스킬이 아니라는 건가?’
간혹 그런 아이템들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 사용자와 함께 성장해 가는 성장형 아이템.
하지만 숙련도가 아닌 완성도의 개념을 가진 성장형 스킬이 있다는 건 유원도 처음 안 사실이었다.
‘어쨌든 부족한 스탯을 채우기엔 이만한 스킬이 없다.’
1만 포인트라는 보상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작부터 모든 스탯 3포인트.
당연하게도 마력을 포함한 수치였다.
도합 15개의 스탯. 이는 레벨이 5개가 오른 것보다 훨씬 큰 변화였다.
레벨 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비해, 천살성을 얻어 상승된 스탯은 레벨과는 별개로 취급되니까.
꽤 나쁘지 않은 보상이었다.
“다른 거 뭐 필요한 게 있냐?”
관리자의 물음에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단(小還丹)’하나만 주십시오.”
“그 귀한 걸 잘도 구입하는군.”
관리자는 툴툴거리며 유원에게 동그란 붉은 단약을 건넸다.
[10,000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소환단(小還丹)’을 획득하였습니다.]유원은 붉은 단약을 건네받았다.
효과 자체는 대환단이 훨씬 나았지만, 그건 당장 지금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상점에서 구입하려고 해도 그건 족히 몇백만 포인트짜리였으니, 엄두도 못 낼 물건이다.
지금은 이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더 볼일은?”
“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라. 그거 먹고, 푹 쉬면서.”
관리자는 그 말과 함께 사라졌다.
주어진 시간은 4시간.
그 시간 동안 부상과 체력을 회복하고, 5번 튜토리얼을 준비해야 한다.
‘5번 튜토리얼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와그작-.
유원은 소환단을 입에 넣고 씹었다.
세상 온갖 쓰디쓴 풀을 다 갈아 넣은 것 같은 맛이 났다.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수르트라의 심장도 복용했어야 하는데…….’
꿀꺽-.
유원은 소환단을 삼키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몸 안에 기분 좋은 청량감이 감돌았다. 눈을 감고, 소환단이 지니고 있는 기운을 심장에 받아들였다.
[마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몸의 상처와 체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소환단은 본래 탑 바깥의 어느 세계에서 꽤 귀한 영약이었다.
마력과 체력을 상승시켜 주는 물건으로, 첫 번째 복용 시에 꽤 많은 스탯을 올려 주는 물건이기도 했다.
‘스탯 두 개. 지금은 이 정도가 한계인가.’
대환단이라면 또 모를까, 소환단에서 더 많은 스탯 포인트를 바라는 건 어려웠다.
만약 더 저 레벨 구간에서 소환단을 복용했다면 추가 스탯을 한두 개쯤은 더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쉬움은 서둘러 거두었다.
어차피 포인트를 모을 방법은 앞으로도 충분히 있었고, 지금 정도 레벨에서 스탯 두 개는 꽤 쓸 만한 성과였다.
더군다나 애초에 소환단을 복용한 건 수르트라와의 전투로 입은 상처를 서둘러 회복하는 용도였다.
원래라면 소환단으로 상처를 회복하는 건, 상위 랭커들이나 할 만한 돈지랄이었지만…….
‘지금은 아쉬운 대로 어쩔 수 없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소환단의 영향 덕분일까? 만신창이가 된 몸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시간이 흘렀다.
4번 튜토리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유원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탑의 의지가 자신을 불러들이고 있음이.
‘시작이군.’
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웅, 우웅-.
몸을 감싸고 있던 대기가 진동했다.
몸이 붕 떠오르고, 눈에 보이던 시야가 어지럽혀졌다.
여러 색의 물감이 섞이든 하늘과 땅이 하나로 뒤섞여 검은색을 만들었다. 홀로 세상과 동떨어진 것처럼 붕 떠 있던 유원의 시야가 바뀌었다.
세상과의 단절.
그리고 또 다른 세상과의 연결.
한데 뭉쳐 검게 변했던 세상이 분열되더니, 전혀 다른 색을 지닌 다른 세계가 나타났다.
수르트라와의 싸움으로 뜨겁게 변해 있던 공기의 흐름이 차게 바뀌었다.
하늘은 맑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다.
눈앞으로는 광활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주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뭐야, 여기는?”
“5번 튜토리얼인가?”
“사람 엄청 많네.”
“얼마나 넓은 거야, 여긴?”
대략 백 명이 넘어 보이는 숫자.
누군가는 그 숫자가 많다고 여기며 서로를 경계했다. 지금까지 겪었던 튜토리얼 중에서는 서로를 공격해야만 했던 미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겪었던 튜토리얼과 이 ‘마지막’ 튜토리얼이 얼마나 다를지.
자신들이 얼마나 작은 세계에서 살아오고 있었는지.
‘여러 세계의 튜토리얼 참가자들이 처음으로 모이는 곳.’
여러 광활한 세계선에서 처음으로 거대한 ‘탑’이라는 세계에 모이는 시작지점.
탑은 이 튜토리얼의 마지막을 이렇게 부른다.
[마지막 튜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모인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