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2
* * *
쿠사나기는 특이한 아이템이었다.
다른 두 삼신기에 반응하는 유일한 신기였다.
쿠나사나기가 나침반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하나가 되고자 하는 반응.
쿠사나기는 삼신기의 중심이었고, 그것은 다른 삼신기를 끌어들였다.
아마테라스가 훗날 야타의 거울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먼저 쿠사나기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쿠사나기에 이런 기능이 있는 줄은 몰랐네.
“쿠사나기를 얻고 아마테라스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나?”
-그랬으면 쿠사나기를 빼앗겼겠지.
“그래서 유물을 그런 곳에 숨겨 뒀던 건가? 삼귀자 몰래?”
-내가 두 번 죽는 게 낫지, 쿠사나기가 그놈 손에 들어가는 건 안 된다.
꽤 원한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아마테라스와 사이가 어지간이 좋지 않았던 모양.
-내가 네놈을 응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번만큼은 그래야겠다. 야타의 거울도, 쿠사나기도. 그놈 손에 들어가기만 해 봐, 아주.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죽 쒀서 개 주는 것도 아니고, 기껏 삼신기 중 두 개를 모아 놓고 아마테라스에게 넘기는 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원래라면 몇백 년은 더 걸릴 삼귀자의 전성기를 훨씬 앞당기는 꼴이 될 테니까.
“반대로 내가 빼앗으면 모를까.”
-그건 마음에 드는군.
유원에게 패배한 이후 지금껏 불만을 가지고 있던 녀석이 이번 일로 반응이 꽤 달라졌다.
생각과 달리, 이번 삼귀자와의 싸움에서 스사노오의 반감이 꽤 사라질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럼 혹시.”
유원은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물었다.
“이번 싸움에서 날 도울 수 있나?”
-도와? 내가 널?
“이번 싸움에서만이다. 그 이후에는 강요 안 해.”
언데드의 완성은 영혼을 굴복시켰을 때 이루어진다.
스사노오의 육체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영혼도 유원의 손에 있었다.
하지만 칭호의 힘으로 스사노오를 굴복시킨다 한들, 강제로 언데드로 부리게 되면 그의 실력을 다 끌어 낼 수 없었다.
스사노오 스스로가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최강의 언데드가 만들어질 테니까.
-음…….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여서 그런지, 스사노오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갈 길은 멀었다.
유원은 쿠사나기를 이용해 길을 찾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좋다.
스사노오가 결정을 내렸다.
-이번 한 번 만이다.
유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충분해.”
뜻하지 않게, 최강의 패가 완성되었다.
* * *
콰앙-!
미로의 벽면이 무너졌다.
길을 만들던 유원은 손에 쥔 쿠사나기의 울림이 심해진 걸 느꼈다.
‘멀지 않다.’
며칠 동안 미로를 뚫고, 얇은 벽은 부수며 산맥의 안쪽을 뒤졌다.
길게 이어진 동굴은 끝이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쿠사나기는 급격히 울음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정말 여기 있었군.
이제야 실감이 나는 듯, 스사노오의 목소리가 떨렸다.
삼신기의 첫 번째, 팔척경곡옥을 발견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세 번째…… 아니, 마지막 신기가.
단순히 어디 있는지 아는 것과, 그걸 발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스사노오는 삼신기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아이템에 의지하는 건 검사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하지만 그런 스사노오라 해도 삼신기를 무시할 순 없었다.
삼귀자에게 있어서 삼신기는 아이템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무언가였다.
삼신기.
그것은 어찌 보면 삼귀자가 만들어진 이유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삼신기의 마지막이 눈앞에 있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여기 있다.’
유원은 쿠사나기의 떨림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동굴.
며칠 동안 유원은 자신이 내는 발소리 외에 다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사람이나 괴물, 동물은 물론 벌레 한 마리 살지 않는 동굴이라니.
물론 괴물이 없는 건 좋았다.
44층의 괴물이라면 현재의 유원에게는 경험치조차 거의 되지 않을 것이고, 귀찮기만 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정작 있어야 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쿠사나기의 반응과는 달리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더 가야 하는 건가 싶어 움직여 봤지만 오히려 더 멀어지기만 할 뿐.
장소는 여기가 확실했다.
“아바앗, 바-.”
그때, 유원의 어깨에 있던 단풍이 갑작스레 쿠사나기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분명 유원의 말대로 기다릴 것처럼 보였던 녀석이, 돌연 이상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혹시…….’
유원은 아마테라스가 어떻게 야타의 거울을 찾았는지 알지 못했다.
쿠사나기의 검을 이용했다고만 들었지, 그 과정까지 알려진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장소를 찾았을 뿐, 야타의 거울이 어디에 있는지는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툭툭-.
유원은 걸음을 옮기던 발 아래의 질감이 달라진 걸 느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다.
[‘화안’이 진실을 파악합니다.] [‘감각지대’가 활성화됩니다.] [‘마기’가 활성화됩니다.] [‘화안’이 강화됩니다.] [‘감각지대’가 강화됩니다.]츠츠, 츠츠츠-.
유원의 주위에 검붉은 기운이 올라왔다. 마기와 동시에 스킬을 활성화시키자, 지금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발아래 비춰진 대칭된 자신의 모습.
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야타의 거울’을 발견하였습니다.] [‘야타의 던전’이 활성화됩니다.]기이잉-.
발 아래, 동굴의 벽, 천장.
검고 어둡던 동굴의 벽이 온통 투명하게 바뀐다.
눈이 부실 만큼 환한 빛이 뿜어져 눈을 멀게 만들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원은 눈을 감지 않았다.
환한 빛이 사라질 즈음, 배경이 바뀌었다.
툭-.
유원은 발끝으로 바닥을 다시 건드려 보았다.
처음과 다를 게 없는 질감.
그래.
이것은 돌이 아닌 거울의 매끈한 질감이었다.
‘이 공간 자체가 전부 야타의 거울이었다.’
스윽-.
유원의 고개가 돌아갔다.
붉게 변한 눈동자가 거울로 변한 사방을 살폈다.
‘그런데…….’
수천, 수만 명에 달하는 김유원의 모습이 비춰진다. 같은 자세와 같은 얼굴을 하고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존재했다.
‘거울이 이렇게 큰 거였나.’
동굴과 같은 크기의 거울.
그 거울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야타의 시험’을 시작합니다.]사아아-.
무수히 많은 거울의 벽들에 비춰져 있던 유원의 모습이 사라졌다.
신기한 노릇이었다.
유원은 거울 한쪽을 돌아보았다.
분명 거울일 텐데, 비춰지는 게 없었다. 마치 자신이 귀신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험이라…….’
시험이라면 자신 있다.
한 번 탑의 정상까지 올라본 적이 있었던 유원은 무수히 많은 시험을 통과했다.
무작정 싸우는 것보다, 유원은 룰이 있는 싸움을 선호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시험을 말하는 걸까.
기이잉-.
묘한 마력의 흐름.
그 흐름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거울이 하나 보였다.
3미터 남짓한 크기의 거울.
별다른 꾸밈이나 장식이 없는 평평한 거울 속에는 유일하게 유원의 모습이 비춰져 있었다.
슥-.
거울 속의 유원이 걸음을 옮긴다.
유원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지금껏 비춰지던 유원은 단지 거울 속의 자신일 뿐이라면, 저건 또 다른 무언가였다.
다만.
“뭐냐, 너.”
유원은 이 시험을 인정할 수 없었다.
“왜 ‘내’가 나와?”
유원이 말하는 ‘나’는 지금의 자신이 아니었다.
저벅-.
거울 밖으로 발이 빠져 나온다.
유원은 거울에 비춰졌던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았다.
[‘자신’으로부터 승리하십시오.]분명 이 시험은 자기 스스로를 이겨 내는 시험일 것이다.
그래야 야타의 거울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거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눈앞에 있는 ‘김유원’이 ‘지금’의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뭐야.”
거울 밖으로 걸어 나온 유원의 분신이 유원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플갱어인가?”
새하얀 검신.
백야(白夜)라는 이름을 가진, 헤파이스토스의 명검.
선물을 받은 유원 스스로가 지은 이름이었다.
검을 보면 알 수 있다.
눈앞에 있는 김유원.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래에서 온 존재였다.
‘뭔가 잘못됐다.’
시계태엽을 이용해 과거로 온 이후 처음 느껴 보는 긴장감.
눈앞에 있는 건, 단순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
‘야타의 거울이 비추는 건 나. 이건 나를 쓰러뜨려야 하는 시험이다.’
유원은 눈앞에 나타난 자신의 분신을 바라보며 불상처럼 서 있었다.
‘아마도 이건, 내가 지금의 나 자신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야타의 거울은 단순한 겉모습만을 비추는 게 아니었다.
거울은 속을 비췄다. 유원이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은 그대로 복사해 만들었다.
‘이길 수 있을까.’
눈앞에 있는 분신은 미래의 자신이었다.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
오싹-.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저릿한 기분이 들었다. 풍기는 마력이나 기세보다, 존재 자체에 압도되었다.
제천대성, 헤라클레스, 오딘 같은 괴물들과 함께 아우터 갓과 전쟁을 치른 존재.
그게 바로 미래의 자신이었다. 저 녀석에 비하면 지금의 자신은 한낱 파리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나만큼 강하지는 않을 거다. 제아무리 삼신기인 야타의 거울이라 해도, 10위권 안쪽의 하이랭커의 분신을 만들어 낼 정도는 아닐 테니까.’
단순한 자만이 아니었다.
그만큼 유원은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아마, 야타의 거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한계치에 가깝겠지.’
억울한 시험이었다.
시계태엽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온 탓에 다른 사람들보다 난이도가 훨씬 올라가 버린 것이다.
“넌 뭐냐? 단순한 도플갱어는 아닌 것 같은데.”
기잉-.
분신을 중심으로 퍼지는 익숙한 마력의 흐름.
감각지대가 펼쳐졌다. 분신은 그 스킬을 통해 유원이 도플갱어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넌 사람이다. 그런데 나랑 똑같이 생겼어. 얼굴뿐만 아니라 키도, 체격도, 표정도 말이야.”
분신의 말투는 자신과 다를 게 없었다.
분석적이고 차분하다.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그것도 도플갱어가 아닌 존재로서 나타난다면 당황할 법도 하건만 분신은 이 상황을 그리 낯설어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야타의 거울의 효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유원은 자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말해라. 넌 대체 뭐지?”
스칵-.
분신의 검, 백야가 뽑혀져 나온다.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새하얀 검신.
나 자신인 만큼, 유원은 분신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벤다.’
그게 자신의 방식이었다.
“난…….”
아주 짧은 순간.
유원은 최적의 대답을 떠올렸다.
잠깐의 시간을 수십, 수백 개로 쪼개어 사용했다.
반드시 칼과 스킬이 오가야만 싸움이 아니다. 움직이고 있는 건 말뿐이었지만 이미 싸움은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최선의 대답을 고민하던 유원이, 첫 번째 공격을 날렸다.
“손오공이다.”
화륵-.
[‘화안’이 움직임을 읽습니다.]붉게 변한 유원의 눈동자에 분신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