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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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변한 시야.
이 정도로 눈에 집중한 적도 드물었다.
분신을 바라보는 유원의 세상이 잠시지만 멈춘 것처럼 느리게 느껴졌다.
근육의 움직임. 표정의 변화. 감정에 따른 심장의 박동 수.
모든 게 벌거벗겨진 것처럼 보였다. 유원의 눈은 지금, 단순히 분신을 보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첫 수를 던졌다.
이제 다음 싸움이 시작된다.
“손오공?”
눈썹이 꿈틀거렸다.
당황과 의심.
두 가지가 표정 위에 동시에 쓰여졌다.
“네가 그 원숭이의 분신이라고?”
원숭이.
유원은 그 말에서 눈앞에 있는 분신이 어느 시점의 자신인지를 알아차렸다.
자신이 손오공을 대놓고 원숭이라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그 시절쯤의 모습인 모양.
‘이러나저러나 끔찍하긴 마찬가지군.’
그래도 저 당시면 손오공과 제법 친분이 있을 때였다.
말로만 원숭이라고 할 뿐이지 티격태격하며 얼굴을 마주치면 인사를 하곤 했으니까.
매번 혼자 다니던 자신이 친구라고 소개할 수 있는 한 명이 바로 손오공이었다.
“분신술에 변신술인가. 요상한 스킬을 쓰는 건 여전하군.”
손오공의 분신은 손오공과 스킬을 공유한다. 그리고 손오공의 스킬 중에서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특정 인물이나 물체로 변신할 수 있는 스킬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지.”
설명에도 불구하고 분신은 유원을 바라보며 의문 섞인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그 원숭이의 분신이라면 내가 못 알아볼 리가 없는데…….”
말끝이 흐려진다.
유원의 눈에 떠오른 붉은 기운.
화안금정은 아니지만 분명히 화안금정과 닮은 기운이었다.
하지만 분신이 사용한 감각지대는 유원이 변신술 따위를 사용하지 않은 실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헷갈렸다.
손오공과 같은 눈을 가진 사람.
과연 유원이 무엇일지, 그는 헷갈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지금.”
팟-.
스카악-.
유원의 검이 뽑혀지며, 검신에 마력이 흘렀다.
[‘최상급 마력검’이 활성화됩니다.] [‘성화’가 활성화됩니다.]화르륵-!
비싼 포인트를 주고 구입한 최상급 마력검 스킬과 함께, 성화가 검에 둘러졌다.
압축된 불과 마력이 검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깝던 거리에서 유원의 검은 정확히 분신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기습은 별로 좋은 수는…….”
마찬가지로 반쯤 검을 뽑았던 분신이 대응하려는 찰나, 분신의 발끝이 옆으로 움직였다.
스파앗-.
칙-.
분신의 볼이 베어졌다. 핏방울이 몇 개 튀어 바닥에 흘러, 투명한 거울에 붉은 자국이 생겨났다.
어느새 멀찌감치 떨어진 분신은 한 손으로 볼을 만졌다.
손에 피가 묻어 나왔다.
“……네크로맨서였나.”
자신의 등 뒤에서 검을 휘두른 남자.
엑스칼리버를 손에 쥔, 아서가 유원과 손발을 맞췄다.
“하나가 아니었군.”
분신의 눈동자에 두 사람이 비춰졌다.
아서.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양아치 같은 머리와 얼굴을 한 랭커였다.
-첫 전투인가.
뚜둑-.
어색한 몸을 풀며 아레스가 씩 웃었다.
-어떻게 된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패기 딱 좋게 생긴 녀석이군.
아레스는 유원과 똑같이 생긴 분신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얼마 전, 주점에서 만난 랭커의 시체의 몸에 빙의된 그는 유원의 손과 발이 되어 있었다.
‘넌 안 도울 거냐?’
-저 녀석이 아마테라스냐?
유원의 요구에도 스사노오는 완강히 거부했다.
-재미있어 보이기는 한다만, 관심 없다. 차라리 난 여기서 네가 죽고 삼신기들이 영원히 묻히는 게 낫거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스사노오에게 있어서는 유원이나 아마테라스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유원은 자신의 영혼을 구속하고 있는 네크로맨서였고, 아마테라스는 자신의 죽음에 관여한 원수였다.
당연히 스사노오의 입장에서는 여기서 유원이 죽는 게 최고의 결과였다.
그렇게 되면 유원도 죽고, 아마테라스 역시 영영 삼신기를 모을 수 없을 테니 엿을 먹게 되는 셈이다.
‘넌 어떻게 하면 날 인정할 거지?’
-나보다 강해져라. 그럼 널 주인으로 모시지.
랭킹 57위의 하이랭커.
제우스를 제외한 두 삼신보다도 높은 랭킹의 하이랭커였던 그가, 자신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뭐, 어려운 건 아니네.’
그런 거라면 시간이 해결해 줄 일.
지금 당장은 눈앞에 있는 나 자신부터 넘어서야 할 판이었다.
“그래도 이걸로 확실히 알았다.”
스윽-.
볼에 난 피를 손으로 닦아낸 분신의 상처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넌 그 원숭이의 분신이 아니야.”
작은 생채기 정도는 금세 회복할 정도의 능력.
‘초재생인가.’
그것은 유원이 본래 가지고 있던 스킬 중 하나였다.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그리 대단한 회복 스킬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어떤 상처든’ 회복한다는 것이었다.
잘려 나간 팔이라 해도 결국 재생해 내는 스킬. 대신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전투 중간보다는 전투가 끝난 후 후유증을 없애는 효과가 있던 스킬이었다.
‘그래도 저 정도 상처를 회복하는 건 어렵지 않지.’
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스킬이었는데 지금 보니 새삼 탐이 났다.
‘삼 대 일…….’
우우우웅-.
분신의 마력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방에 펼쳐진 감각지대. 그 영역 속에 자신이 들어와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유원은 마찬가지로 감각지대를 사용했다. 화안과 감각지대, 두 개의 스킬을 사용해 눈앞에 있는 분신의 움직임을 살폈다.
분신의 눈에 또다시 놀람이 어렸다.
“반쪽짜리지만 화안금정에 감각지대라…….”
유원이 가진 낯익은 스킬들.
“너, 진짜 뭐냐?”
분신은 유원에게 호기심을 느꼈다.
감각지대는 탑에서 유원만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다.
아니, 그건 화안금정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명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스킬.
그런데 유원은 그중 두 가지나 가지고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그게 알 게 뭐냐!
스칵-.
콰가가가각-!
아레스의 검이 분신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피분수가 뿜어질 것처럼 보였던 분신의 모습은 그 자리에서 흩어지듯 사라져 아레스의 뒤에서 나타났다.
쩌저적-.
거울의 바닥이 얼어붙었다.
“이분은…….”
그때, 미끄러지듯 날아온 아서의 검이 분신의 목을 꿰뚫었다.
쉬이익-.
“내 주인이시다.”
푹-.
분신의 머리에 엑스칼리버가 박혔다. 하나 그것도 잠시, 아서는 검 끝에 별다른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이번엔 엑스칼리버인가.”
“……!”
투쾅-!
쾅-!
아서의 몸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야타의 거울은 신기하게도 그 어떤 금속보다도 단단해 제법 강하게 날아가 박혔음에도 불구하고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녀석이군.”
화안에 감각지대, 엑스칼리버.
하나같이 모두 이 탑에서 이름을 떨친 스킬이고, 아이템이었다.
이쯤 되니 분신은 유원을 처음과 같은 눈으로 보지 않았다.
자신과 똑같이 생겨 수상하다 여겼던 그가, 이제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강제로 말하게 해야 하나 그럼?”
꾸욱-.
주먹으로 아서의 옆구리를 쳐서 날려 버린 분신은 무덤덤한 얼굴로 세 사람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런 분신의 반응에 유원은 미간자리를 좁혀 표정을 찡그렸다.
‘말하는 거 참 재수 없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
그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래도 이걸로 대충은 알겠다.’
잠깐의 공방.
아레스와 아서를 희생시키긴 했지만, 현재 눈앞에 있는 분신의 능력치를 얼추 알 것 같았다.
아서는 쓰러지지 않고 일어났다.
언데드는 결코 죽지 않는다. 그들은 유원의 마력이 마르지 않는 한 영원히 죽지 않고 부활하는 존재들이었다.
빠져나간 마력.
이 정도가 딱, 방금 전 아서가 분신에게 받은 피해량이었다.
‘승산은…… 그리 높진 않나.’
스사노오가 도와주면 좋긴 할 텐데.
지금 당장도 스사노오를 언데드로 소환할 순 있지만, 그건 마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당장 완전하지도 않은 스사노오의 합류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일뿐더러 그렇게 되면 마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싸움이 얼마나 장기화될지 알 수 없는 지금.
유원은 모험을 택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입이 좀 무거운가 보군.”
슷-.
발놀림이 가벼워진다.
시작이었다.
“그럼 어떻게든 열게 하는 수밖에.”
팟-.
어느새 유원의 옆으로 돌아온 분신이 유원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어 왔다.
그리고 그 순간.
츳-.
사아악-.
유원은 기다렸다는 듯, 몸과 머리를 뒤로 빼며 검을 휘둘렀다.
펑, 퍼퍼퍼펑-!
검격과 함께 뿜어진 불꽃이 분신을 감싸며 폭발을 일으켰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일격에 유원은 언제 뒤로 물러났냐는 듯 앞으로 향했다.
스아악-.
쩌엉-!
검과 검이 부딪쳤다.
하얀 검신과 검은 검신. 둘 모두 헤파이스토스의 작품으로, 강도와 경도는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텅-.
유원의 몸이 뒤로 밀려 날아갔다.
마력에 있어서는 크게 밀리지 않았다.
현재 유원의 마력 스탯은 118.
이 정도면 웬만한 중위권의 하이랭커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만한 수치였다.
하지만.
‘힘이 부족하다.’
비약적으로 높은 마력 스탯과는 달리, 다른 스탯에 있어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저릿, 저릿-.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저릿함.
이 정도 충격이면 힘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차이였다.
쩌엉, 쩡-!
검에 반응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화안과 감각지대 덕분이었다.
하지만 마력을 제외한 모든 게 밀린다.
이럴 때 방법은 역시 하나뿐이었다.
[거인의 힘이 전신에 깃듭니다.] [거인의 힘이 팔에 깃듭니다.] [부분적으로 완전 거인화를 터득하였습니다.]꾸드드득-.
부풀어 오르는 팔.
전신에 깃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활력과 힘.
쩌어엉-!
콰아아아아-.
검과 검이 부딪치며 그 충격이 달려 들어오던 아레스를 밀어낸다.
유원의 발은 전처럼 뒤로 밀리지 않았다.
팽팽하게 버텨내는 검.
놀란 표정의 분신과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은 유원이 검에 힘을 주어 버티고 마주 섰다.
‘이걸로도 부족한가.’
부분적이기는 하나 헤라클레스를 만난 이후 부분 거인화를 터득했다.
그래서 최소한 다른 스탯이라면 모를까, 힘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거인화…….”
믿기지 않는 듯, 분신의 얼굴이 더더욱 굳어진다.
차앙-!
잠깐의 틈에 유원은 서둘러 검을 쳐 내며 거리를 벌렸다.
분신은 더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화안에 거인화까지 본 마당에, 또 무엇을 감추고 있을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키잇-.
유원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무기를 집어넣는 모습에 분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하는 거지?”
“무기 교체다.”
스캇-.
흑야검을 집어넣은 유원은 자신이 지니고 있던 또 다른 검을 꺼냈다.
“조금 반칙이긴 하지만…….”
새빨간 검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손끝이 저려 오는 감각.
기이이잉-.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오랜만에 세상 빛을 본 쿠사나기가, 어서 피를 달라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