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5
저벅-.
유원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분신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뭐 하자는 거지?”
스으으-.
뒤쪽에 있던 아서와 아레스가 사라졌다.
3대1에서 다시 1대1이 됐다.
“포기한 건 아니고…….”
꿈틀-.
유원을 바라보는 분신의 근육이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이상함을 느낀 모양.
유원은 항상 확신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분신도 마찬가지였다.
‘너도 이제는 알 거다.’
제아무리 야타의 거울로 만들어진 분신에 불과해도, 유원은 유원이었다.
‘내가 곧 너라는 걸.’
칼을 맞대 보면 알 수 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싸움을 하는지.
스킬의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똑같은 스킬이라 한들, 누가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만약 내가 저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지금쯤 분신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소름이 돋을 만큼 자신과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말 눈앞에 있는 유원이, 자신과 같은 사람인 게 아닐까 하고.
하지만.
‘그래 봤자 넌…….’
그걸 깨달았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날 모른다.’
꾸득-.
[거인의 힘이 전신에 깃듭니다.] [‘마기’가 활성화됩니다.] [‘거인화’가 강화됩니다.]부우웅-.
쿠사나기가 궤적을 그렸다.
날카로운 예기가 날아오자, 분신이 마주 검을 휘둘렀다.
쩡-!
첫 합.
튕겨진 두 개의 검은 또 다시 연달아 부딪쳤다.
쩡, 쩌저저정-!
피잇, 피핏-.
부딪치는 건 검과 검이었지만 베어지는 건 피부였다.
분신의 얼굴과 몸에 상처들이 늘어났다.
유원의 몸에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죽자는 거냐?”
“아니.”
콰과과과-.
유원은 쿠사나기에 주입하던 마력을 더욱 끌어 올렸다.
“죽는 건 너 혼자다.”
콰앗-!
쩌엉-!
분신의 몸이 뒤로 한 걸음 밀려났다.
조금이라도 쿠사나기의 예기로부터 멀어지기 위함이었다.
‘힘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없다.’
분신은 머리를 굴렸다.
자신이 더 나은 점을 찾았다.
판단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가 더 빠르다.’
거인화로 인해 힘은 비슷한 정도. 마력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빠르기만 놓고 보면 자신이 훨씬 우위에 있었다. 싸움의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자신이 우위에 있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스팟-.
분신의 모습이 사라졌다.
스읏-.
유원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거울로 이루어진 동굴 속, 분신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정면이 아닌 측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속도를 이용하겠다라…….’
이쯤 되니 신기할 지경이었다.
제아무리 자기 자신이라지만, 어떻게 생각하는 게 이렇게나 똑같은 건지.
‘나라도 그랬을 테지.’
하지만.
‘넌 모른다.’
화륵-.
[‘화안’이 길을 읽습니다.]쩌엉-!
옆에서 날아온 검을 밀쳐 냈다. 쿠사나기가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며 또 다른 궤적을 그렸다.
피잇, 핏-.
촤악-!
분신의 가슴팍이 베어졌다. 손이나 볼에 난 상처와는 달리, 제대로 된 첫 번째 상처였다.
‘이 눈이, 어떤 힘을 가지는지.’
터벅-.
분신이 뒷걸음질을 쳤다.
반대로 유원은 분신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날, 얼마나 잘 아는지.’
* * *
콰드드득-, 차아앙-!
스카악-.
검 끝이 거울을 베었다.
쿠사나기의 검이 거울로 이루어진 벽면에 상처를 만들고, 이어서 옆으로 도망친 분신의 목을 베어 간다.
쩌엉-!
가까스로 검의 손잡이로 검격을 막아 낸 분신의 눈이 흔들렸다.
그 직후.
부우웅-.
쾅-!
멀찍이 날아간 분신의 몸이 반대쪽 벽에 처박혔다.
휘청거리던 분신은 황급히 검을 휘둘러 곧장 달려 들어오던 유원을 베어 냈다.
스카앗-.
후웅-.
분명 베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말 한 끗 차이.
유원은 분신이 검을 휘두르기 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분신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끊이지 않았다.
분명 속도는 자신이 훨씬 위였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상대가 잡히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움직임을 전부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말, 저 녀석이 나라는 건가?’
겉으로 생긴 것처럼 상대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모를 만큼 자신은 바보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왜, 나는?’
만약 그런 거라면 자신도 마찬가지여야 했다.
상대의 움직임이 예상되고, 거기에 맞춰 수 싸움을 할 수 있어야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만약 저 녀석이 나라면…….’
분신의 눈에 달려 들어오는 유원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다.’
꽈악-.
분신은 손에 쥔 백야에 힘을 주었다.
이 싸움은 장기전으로 가서 좋을 게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의 움직임이 더 많이 읽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콰아앗-!
마력의 개방과 함께, 분신은 몇 개의 검격을 뿌렸다.
감각 지대를 극한까지 활성화시키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 냈다.
눈에 보이는 모습과 근육의 섬세한 움직임, 그리고 상대가 진짜 자신이 맞다는 걸 가정하고 움직였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 잠깐 동안 분신은 유원의 움직임을 계산해 냈다.
그런데.
부웅-.
베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거 봐.”
피잇-.
허리춤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림.
“내가 이긴다니까.”
촤아아악-!
“흐읍…….”
옆구리가 베어지며 피가 쏟아졌다.
제법 깊은 상처였다.
당장에 무리해서 움직이려다간 점점 상처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쨍그랑-.
분신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놓았다.
회복이 필요했다.
[‘초재생’이 활성화됩니다.] [회복할 수 없습니다.]분신의 눈이 커졌다.
‘왜…….’
회복이 되지 않는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회복을 방해하는 어둠 속성의 마력이라 해도 회복이 가능한 스킬이었다. 하루에 단 한 번이지만 초재생은 단기간에 빠른 회복이 가능했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분신의 눈에 유원의 손에 쥐어진 검이 보였다.
‘저 검 때문인가.’
기분 나쁜 마력을 흘리는 붉은색의 검신.
저 검은 분명 범상치 않았다.
검을 다루는 사용자마저 베어 버릴 만큼 막대한 예기를 뿜어내는 검은 그조차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분신은 깨달았다.
이 싸움은 자신이 이길 수 없었다.
“……한 가지만 묻자.”
“뭐냐.”
“넌 정말 나냐?”
줄곧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분신은 끝내 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꺼내 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너니까…….”
콱-.
유원의 손이 또 다른 칼의 손잡이를 잡았다.
“이런 것도 알고 있지.”
“……!”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칼자루.
그것은 분신이 바닥에 떨어뜨렸던 백야였다.
[이기어검]꽤나 어려운 기술이었다.
무림계의 기술 중 하나로, 마력을 이용해 검을 허공에 띄워 의지대로 움직이는 기술이었다.
마력의 소모가 너무 큰 탓에 효율은 좋지 않지만 암살에는 나쁘지 않은 스킬.
그렇기에 유원은 항상, 이 스킬을 마지막 한 수로 남겨 두었다.
까앙-!
유원의 손을 떠난 백야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분신.
마지막 한 수조차 통하지 않는다. 분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이내 진정되었다.
“진짜였군.”
분신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유원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내가…… 가짜였나.”
그 중얼거림에 유원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과연 자신이다 싶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게 시험이라는 걸 알아차리다니.
“한쪽이 가짜라는 건 알고 있었다. 처음엔 당연히 그게 너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중간부터는 이상하더군.”
분신은 허리춤에서 흐르는 피를 막지 않았다.
쿠사나기에 당한 상처는 지혈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벌어졌다. 그는 더 이상 상처를 막지 않았다.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
스윽-.
분신은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 들었다.
유원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더 이상 분신에게서는 싸움에 대한 어떤 투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분신의 검이 역수로 쥐어졌다.
그 순간.
푸욱-.
가슴 정중앙, 자신의 심장을 꿰뚫은 그가 입을 열었다.
“네가 진짜다.”
분신의 눈동자 속에 유원의 얼굴이 비춰졌다.
그리 길지 않은 싸움을 통해 그는 분명하게 알아차렸다.
이 싸움은 자신이 진 싸움이라는 걸. 또한, 져야만 하는 싸움이라는 걸.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눈빛이 서서히 흐려졌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힘을 잃어 간다.
“이겨라, 꼭.”
눈은 감기지 않았다.
흐려지는 초점. 분신의 눈동자가 탁해지며 그의 모습이 점점 투명하게 변해 갔다.
유원은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거울 속으로 또다시 자신의 모습이 비춰졌다.
[‘야타의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구구, 구구구구-.
동굴이 흔들렸다.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리는 땅과 벽.
유원은 그 속에서 거울들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았다.
‘시험이 끝났다.’
거울의 시험은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분신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지금의 자신이 아닌, 과거의 자신이 나타나 당황했다.
과연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을까. 제아무리 완벽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모든 능력치가 지금의 자신보다 강한 녀석이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만약 거울을 통해 나온 상대가 지금의 자신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길 확률도 질 확률도 반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보다 확실하게 승부를 걸 수 있었다.
더욱이 이번 일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아직 못 받아들이고 있었나.’
시계태엽을 이용해 과거로 온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간 꽤 분주히 움직였고, 현재에 충실했다고 생각했다.
헤파이스토스, 멀린, 헤라클레스, 분신이라고는 하나 손오공도 만났다.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한 번 돌아간다면 다시 되돌아올 방법은 없다.”
크로노스.
오딘과 함께 시계태엽을 만들어 낸, 제우스를 비롯한 삼신을 낳은 올림포스의 아버지.
-“그러니까 누가 돌아가든, 거기서 최선을 다해 살아라. 여기에 미련 따위는 두지 말고.”
그것은 그가 시계태엽을 처음 모두에게 공개했을 때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착각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유원은 그때 크로노스가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을 받았다.
어쩌면 그때부터 그는, 자신을 점찍어 놓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쉽지 않네.’
아무래도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회귀 전에 살았던 시간은 천년처럼 길었고, 돌아온 이후의 삶은 아직 그것과 비교하기엔 턱없이 짧았다.
그걸 다 버리기엔 미련이 너무 많았다.
기분이 말랑말랑해졌다.
시계태엽을 사용해 돌아온 후,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동떨어짐이었다.
묘한 기분.
그 기분이 깨어진 건,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 때문이었다.
땡그랑-.
투명해지던 분신의 자리에서 들려온 소리.
유원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야타의 거울’을 획득하였습니다.]투명한 거울로 이루어진, 원형의 방패.
우웅-.
그것의 등장에 손에 쥐어진 쿠사나기가 잘게 떨렸다.
‘드디어 찾았나.’
쿠사나기의 검.
팔척경곡옥.
그리고 삼신기 중 마지막.
동굴의 형태가 원래대로 돌아오며, ‘야타의 거울’이 눈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