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6
* * *
아마테라스는 방의 한가운데를 돌아다녔다.
안절부절,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뿌득-.
이가 갈리며 소리가 났다. 창밖을 돌아보자, 뿌연 하늘만 보였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모습.
“날 가지고 놀아?”
플레이어 키트는 여전히 답장이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야타의 거울을 찾아 나선 김유원이 지금껏 소식이 없었다.
이럴 경우, 둘 중 하나였다.
야타의 거울을 손에 넣고 잠적했거나 아니면 죽었거나.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아마테라스는 유원이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근거 없는 짐작이었지만 감이 그랬다. 첫 만남에서의 김유원은 하이랭커는 물론이고 어쩌면 20위, 10위권까지 올라갈 재목으로 보였다.
그런 놈이 죽었을 리 없다.
연락이 닿지 않는 건 아마, 야타의 거울을 손에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아무리 그렇다 해도 일개 플레이어 주제, 날 배신할 수 있을 리 없다.’
유원의 실력이야 잘 알고 있었다.
소문도 익히 들었고, 아레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직접 만나 본 감상으로도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그렇다 한들 자신에게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한순간의 욕심으로 그릇된 선택을 할 거라고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유라고는 하나뿐이었다.
“아스가르드…….”
뒤의 배경을 믿는 것이다.
아스가르드라는 든든한 방패를 믿고,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겠지.
‘네 마음대로 될 것 같으냐.’
야타의 거울은 반드시 자신의 손에 들어와야 한다.
스사노오의 유물이 있는 위치는 대략적으로나마 파악이 끝났다.
마지막 순간, 그가 1층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걸 알아냈으니 이미 반쯤 찾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야타의 거울이 아스가르드에 넘어간다면.
‘그럴 순 없지.’
틱, 티틱-.
아마테라스는 급히 플레이어 키트를 두드렸다.
그러고는 44층에 위치해 있는, 플레이어 키트에 저장된 다른 플레이어와 랭커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시험장 주위를 감시해라. 절대 김유원이 다음 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해.
김유원은 분명 다음 층으로 올라가려 할 것이다.
빛나는 재능을 가진 그였다. 심지어 랭커는 물론, 하이랭커조차도 우스울 정도의 재능이었다.
아니.
이미 그는 하이랭커급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시험장을 잘 감시하기만 해도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을 터.
‘위에 대한 욕심은 누구나 같지.’
위를 노리는 플레이어의 욕심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과거에는 자신도 그랬고, 모두가 그랬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녀석은 분명, 이 층에 있다.’
* * *
“44층에 간 거 아니었나?”
탁-.
헤라클레스는 차를 내왔다.
유원은 그 큰 손안에 있는 장난감처럼 작은 찻잔을 보며 신기한 듯 물었다.
“어울리지 않게 차를 좋아해.”
“어울리지 않게? 무슨 말이냐?”
“맥주를 한 통씩 들고 마실 것처럼 생겨서 말이야.”
“생긴 걸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
오두막 안의 식탁에 마주 보고 앉은 유원은 헤라클레스가 건넨 차를 마셨다.
조용한 숲 안.
올림포스와의 싸움이 끝난 후, 헤라클레스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나무를 하며 지냈다.
스윽-.
의자 하나를 뒤로 빼며 유원의 옆으로 누군가 다가와 앉았다.
옆을 돌아본 유원은 판도라가 자신이 내려놓은 차를 마시는 걸 보며 물었다.
“판도라는? 좀 괜찮냐?”
판도라는 유원의 옆에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 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판도라를 떨어뜨리기 위해, 유원은 그녀를 헤라클레스에게 맡겼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지금은 떨어질 수 없다는 듯, 판도라는 어김없이 유원의 옆에 붙어 있었다.
“아직은 사람을 만나는 걸 조금 꺼려하는 것 같다. 아마 제우스 때문이겠지.”
헤라클레스는 서둘러 판도라에게도 차를 내왔다.
“이게 네 거다. 이거 마셔.”
“……응.”
빤히 헤라클레스가 건넨 찻잔을 바라보던 판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지만 유원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마치 자신을 두고 떠난 걸 원망하는 것 같았다.
“요즘은 표정이 좀 생겼나 봅니다.”
“네가 갑자기 사라지고 나니 저러더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는 모양이야.”
“다행이네, 그건.”
“판도라 때문에라도 그런데, 시간 나면 종종 들려라. 네가 회복제인지, 아니면 네 옆에 있는 그 쪼그만 녀석이 회복제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네가 필요해.”
“안 그래도 당분간은 여기 있을 생각이다.”
드륵-.
예상 못한 대답이었는지 막 자리에 앉으려던 헤라클레스가 멈칫했다.
“여기에? 왜?”
“안 되냐? 돈도 많으면서 입 하나 느는 게 그렇게 아까워?”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잠시 당황하던 헤라클레스는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계속 올라가려던 거 아니었나? 목표가 이 천장의 위쪽이라고 들었는데.”
유원은 다른 랭커들과는 달랐다.
그 정도쯤은 헤라클레스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유원이 계속해서 탑을 올라가리라 생각했다. 올림포스와의 전쟁도 끝난 마당이니 더더욱, 더 쉬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올라가야지. 계속.”
“그런데 왜?”
“작은 싸움이 있어서 말이야.”
“싸움?”
뭘 말하는 거냐는 표정에 유원은 그간 있던 일을 설명했다.
44층.
범죄자들의 세상.
삼귀자와 삼신기.
유원은 쿠사나기와 야타의 거울을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러니까, 이게 그 삼신기 중 두 개라는 거냐?”
헤라클레스는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쿠사나기와 야타의 거울을 만져 보았다.
묘한 감각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분명 평범한 아이템은 아니었다.
“넌 이런 걸 잘도 구해 오는구나.”
“어쩌다 보니까.”
“어쩌다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는 안 보이는데.”
맞는 말이다.
삼신기는 삼귀자들이 힘을 합쳐 찾아다녀도 고작 하나밖에 구하지 못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런 삼신기를, 그것도 두 개나 구했다니.
“삼귀자면 아마테라스랑 츠쿠요미가 남아 있나? 츠쿠요미는 몰라도 아마테라스는 랭킹이 꽤 높은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테라스의 랭킹은 제우스를 제외한 다른 두 삼신보다도 높다.
제아무리 유원의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지금 당장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존재였다.
“도와줄까? 내가.”
헤라클레스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전투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예상 못한 반응.
싸움이라면 분명 질색하던 그가, 스스로 먼저 싸움을 도와주겠다 나서다니.
‘부탁해도 들어 줄까 말깐데 말이야.’
잠깐 고민이 들었다.
헤라클레스의 도움이라면 일은 쉽게 해결된다. 현재 헤라클레스의 랭킹은 20위권으로, 삼귀자들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그의 무력이면 이번 싸움쯤은 그리 어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지금 여기 이대로 있는 게 최상의 상태다.
그에게는 제대로 된 아이템이 필요했다.
아무것도 없이, 어떤 아이템도 없이 맨 몸뚱이로 최상위권의 하이랭커를 찍은 그였다.
그런 그가 10위권 내의 하이랭커가 될 수 있었던 건, 자신에게 어울리는 아이템들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은 당분간 여기 있어야 한다.’
이 일은 자신의 선에서 끝내야 한다.
만약 정말 헤라클레스의 손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적어도 이 일은 아니다.
“됐다. 굳이 네 손까지야.”
“혼자는 힘들 텐데?”
“방법이 없지는 않지.”
유원의 확답에 헤라클레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유원이 물었다.
“왜?”
“분명 말도 안 되는 싸움인데 말이지.”
“그런데?”
“넌 이길 것 같다. 왜인지.”
올림포스와의 전쟁도 결국 승리로 이끌었던 유원이었다.
제아무리 이번에는 다른 조력이 없다 한들, 상대가 너무 달랐다.
삼귀자는 올림포스나 제우스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없는 상대였다. 비록 아마테라스가 조금 위험하긴 하나, 어떻게든 이겨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싸움을 하면 하는 거지, 왜 여기서 기다린다는 거지?”
“제대로 싸우려면 시간이 필요하거든.”
“시간?”
“맡겨 놓은 게 있어서. 그게 완성될 때까지는 있어야 한다.”
기다리는 건 하나였다.
헤파이스토스에게 맡겨 놓은 아이템이 완성될 때까지.
그게 며칠이나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길게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유원은 이곳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당분간 신세 좀 지자. 아마도 좀 오래.”
이곳은 헤라클레스의 집이었다.
천하의 삼귀자라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장소.
그러니 이곳이 딱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드륵-.
차를 다 비운 유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나 좀 도와줄래?”
* * *
척-.
유원과 헤라클레스는 오두막에서 멀찍이 떨어진 장소로 달려왔다.
판도라는 두 사람과 멀찍이 떨어져 과자를 먹었다. 아무래도 헤라클레스가 그녀에게 먹이려고 사 놓은 과자 같았다.
“거인화의 연습이라고?”
“어.”
“그걸 어떻게 하는데?”
“알다시피 내 거인화는 아직 애라서 말이야.”
유원은 헤라클레스의 거인화를 처음 마주했을 때를 떠올렸다.
“어른 같은 너한테 좀 배워야지 않겠냐.”
거인화는 이 탑에서 헤라클레스만 가지고 있던 스킬이었다.
당연하게도 거인화에 대한 단서는 그리 많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 당장 유원은 거인을 만날 일도 없었다.
“그렇게 말해도 말이야, 난 뭘 어떻게 가르쳐 줄 게 없는데.”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럼 뭘 어쩌자고?”
“나랑 싸워라.”
유원은 검을 꺼내지 않았다.
맨 몸뚱이 하나만으로 그는 헤라클레스와 맞섰다. 그런 유원의 모습을 보며, 헤라클레스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지금 나랑 주먹으로 싸우자는 거냐?”
“너무 봐 주진 말고. 죽이지만 말고 상대해 주라.”
“죽이지만 말고…….”
잠시 그 말을 곱씹던 헤라클레스는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부우웅-.
헤라클레스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졌다.
쩌저저-.
주먹에서 뻗어진 마력이 몸을 짓누르는 게 느껴졌다.
몸이 붕 떠오르는 걸 간신히 버텨 내자, 다음 순간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다.
울컥-.
“커억!”
유원의 입에서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배 속의 장기들이 온통 터지는 듯한 감각. 그 감각이 이어진 순간, 몸의 윤형이 함께 무너졌다.
콰득, 콰드드득-.
쩌어어어-.
땅이 움푹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지면이 무너지며 그 속으로 유원의 몸이 덩달아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헤라클레스가 주먹을 뻗은 앞.
그 앞으로 거대한 절벽이 생겨났다.
“흠…….”
헤라클레스는 주먹과 절벽 아래를 번갈아보았다.
거인화를 사용한 주먹질.
웬만하면 잘 사용할 필요가 없는 스킬이었다. 기간토마키아나 제우스와의 싸움이 아니고서야, 거인화를 사용할 만한 싸움은 드물었다.
“죽이지만 말고…….”
그는 다시 한번, 유원의 요구 사항을 입안에서 곱씹었다.
“미안하지만 그게 어려운 거다.”
* * *
-현재-
[포세이돈 – 72위] [하데스 – 61위] [스사노오 – 57위(사망)] [아마테라스 – 52위] [헤라클레스 – 21위] [제우스 – 9위] [김유원 – x]-미래-
[포세이돈 – 43위] [하데스 – 34위] [스사노오 – 57위(사망)] [아마테라스 – 13위] [헤라클레스 – 4위] [제우스 – 5위] [김유원 – 4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