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7
* * *
부우우우웅-.
콰아앙-!
헤라클레스의 주먹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바닥이 갈라지며 유원의 몸이 휘청거리고, 뒤이어 그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졌다.
쩌억-!
그대로 헤라클레스의 턱을 가격.
거인화까지 사용한 주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라클레스의 목은 조금도 돌아가지 않았다.
욱신-.
아픈 건 오히려 유원의 손이었다.
‘단단하다.’
사람의 몸뚱이가 대체 어떻게 이렇게나 단단한 건지.
“그 눈은 역시 성가시군.”
화륵-.
유원의 눈에 피어오른 화안.
유원은 그것을 이용해 헤라클레스의 주먹을 피해 냈다.
한 방 한 방이 위협적인 만큼, 헤라클레스의 주먹은 피해 내는 수밖에 없었다.
콱-.
그때, 헤라클레스의 손이 유원의 팔을 붙잡았다.
동시에, 다시 거리를 벌리려던 유원의 눈이 커졌다.
부우웅-.
뻗어 오는 주먹.
이건 피할 수 없다.
콰아앙-!
주먹과 주먹이 부딪쳤다.
주먹은 물론, 휘두른 오른팔 전체에 충격이 전해졌다.
[‘거인화’가 비명을 지릅니다.]찌르르르-.
팔 전체가 떨린다.
무식하게 저 주먹을 받아 내는 건 역시 능사가 아니었다.
터엉-!
유원의 몸이 날아가며, 헤라클레스가 주먹을 거두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제대로 된 첫 번째 격돌이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격돌만으로도 유원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헤라클레스의 거인화는 유원의 몸이 버텨 낼 만한 스킬이 아니었다.
“좀 더 할 수 있다.”
“지금의 네 체력으로는 내 주먹을 견뎌 낼 수 없다. 다음번에는 팔 하나로 안 끝나.”
“……쳇.”
유원은 혀를 찼다.
오기는 잠깐이었고, 전투의 흥분감은 금세 차갑게 식었다.
맞는 말이었다.
지금 자신의 상태로는 헤라클레스의 주먹을 견뎌 낼 수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거인화의 숙련도뿐만이 아닌, 근력과 체력 스탯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대체 근력과 체력이 몇이나 되는 건지…….’
따지고 보면 헤라클레스의 마력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웬만한 하이랭커들과 비교해도 특출날 게 없는 정도.
그럼에도 헤라클레스는 훗날 10위권 안쪽의 최상위 하이랭커로 꼽혔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 무식한 근력과 체력.
탑 최강의 몸뚱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헤라클레스의 육체는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거인화’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거인화’가 한 단계 진화합니다.]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유원은 헤라클레스와의 대련이 끝나고 나면 그에게 거인화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거인화는 근육을 쓰는 거다.”
“근육을?”
“그래.”
“어떻게?”
“여기에 힘을 주고 이렇게…… 빡! 하고, 흡! 하고.”
“…….”
도통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
거인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그였지만, 가르치는 데 있어서는 별반 소질이 없었다.
하나 결국 유원은 헤라클레스가 말하는 그 어떤 ‘느낌’대로 거인화를 익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 썩 훌륭한 스승은 아니었지만…….
‘꽝이네, 완전.’
유원은 한숨을 쉬었다.
벌써 한 달째였다.
헤라클레스의 집에 들어와 그와 함께 먹고 자며 생활을 한 게.
좋은 스승은 아니더라도 보통은 할 거라 생각했던 헤라클레스는 스승으로서는 완전 엉망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와의 싸움에서 얻는 게 적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늘도 세 판이냐?”
뚜둑, 뚝-.
헤라클레스는 손을 풀었다.
처음에는 저 모습을 보며 섬뜩했지만, 이제는 그래도 꽤 익숙해졌다.
“별로 는 게 없군.”
한 달.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유원은 헤라클레스의 주먹을 한 번도 제대로 받아 내지 못했다.
“그래도 요령은 제법 알았다.”
[거인의 힘이 전신에 깃듭니다.]꾸우욱-.
어느 순간부터인가 유원은 다른 스킬은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유원은 오직 거인화에만 집중했다.
평소와 달리, 오직 육탄전으로만 육탄전으로만 헤라클레스와 싸웠다.
그동안 유원의 목표는 하나였다.
헤라클레스가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유원은 거인화를 가장 잘 다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조금 다를 거다.”
그동안 유원이 거인화에 대해 깨달은 건 하나뿐이었다.
대부분의 스킬이 그렇듯 거인화를 더 능숙하게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킬을 오랫동안, 많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또한.
거인화는 더 많은 자극을 여러번 가할 때마다 계속해서 진화했다.
[거인의 힘이 전신에 깃듭니다.] [거인의 힘이 오른팔에 깃듭니다.] [거인의 팔을 구현하였습니다.]꾸득, 꾸우욱-.
전신에 퍼졌던 거인화의 마력이 오른팔에 집중된다.
유원의 몸에 흐르던 마력의 변화에 헤라클레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제법 머리를 썼군.”
부분 거인화와는 다르다.
거인화의 시작과도 같은, 부분 거인화는 전신 거인화를 이루지 못해 부분적으로 거인화를 사용하는 경우였다.
하지만 지금, 유원이 사용한 거인화는 그런 초보적인 게 아니었다.
전신에 퍼뜨린 거인화의 힘을 한쪽 팔에 집중한 것으로 적어도 주먹의 힘만큼은 전신 거인화의 몇 배에 달할 것이다.
물론.
꾸득-.
‘그만큼 몸에 가해지는 부담도 클 수밖에 없지만.’
유원의 오른팔에 가해지는 부담은 겉으로 보일 정도였다.
오른팔의 세포들이 비명을 지른다.
지나친 과부하로 인해, 팔이 망가져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간다.”
콰득-.
유원은 헤라클레스를 향해 움직였다.
그렇게 다음 순간.
부우우웅-.
콰앙-!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쳤다.
* * *
유원의 눈이 천장이 보였다.
핏줄이 터지고 뼈가 부러져 너덜너덜해진 팔.
정신은 깨어 있었지만 팔 때문인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식.”
옆에서 유원의 팔에 약을 발라주던 판도라가 입을 열었다.
“단순.”
“……순서가 바뀐 것 같은데.”
단순무식하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달리 반박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근래 들어 유원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정말 단순무식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헤라클레스의 스타일이었다.
탁-.
판도라는 약초와 물약이 담겨 있던 상자를 닫았다.
제법 비싼 약초들을 발랐다. 지난 한 달 동안 함께 있어 보니, 판도라는 제법 의학적인 면에 실력이 있었다.
“사흘.”
“사흘 정도 걸릴 거라고?”
판도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무리 안 돼.”
“……노력해 보마.”
유원은 쥐 죽은 듯이 눈을 감았다.
잠시 유원을 바라보던 판도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약초가 담긴 상자를 들고 나간 판도라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헤라클레스에게 다가갔다.
“상태는? 좀 괜찮나?”
“아니.”
“너무 심했나.”
유원의 부상에 헤라클레스는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어느 정도 힘 조절을 했어야 하는 건데, 아무래도 자신도 모르게 너무 흥분해 버렸던 모양이었다.
스윽-.
판도라는 약초를 담은 상자를 다시 열었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주먹에 난 상처로 향해 있음을 깨달은 헤라클레스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다. 이 정도는 그냥 내버려 두면 나아.”
“그래도.”
“괜찮다니까.”
완강한 거절에 판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헤라클레스 정도 되는 하이랭커에게 이 정도 상처는 별것 아니었다. 체력 스탯이 높아지면 몸이 단단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회복력도 그만큼 올라가기 마련이니까.
헤라클레스는 주먹을 몇 번 쥐락펴락하며 상처를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같은 거인화로 상처까지 입을 줄이야.’
이해가 되질 않았다.
분명 충돌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상처를 입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벼락을 비롯한 여러 아이템들, 화안과 같은 여러 스킬들.
그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다면 모를까, 유원이 사용한 건 오직 거인화 하나뿐이었다.
꽈악-.
주먹을 말아 쥔 헤라클레스의 손에 땀이 찼다.
‘거인들과 싸울 때도 상처를 입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주먹 사이에 생긴 멍과 강한 충격에 터진 피부.
유원과 주먹을 부딪친 충격으로 인해 생긴 상처였다.
“내가 괴물을 하나 키우고 있는 건 아닐지 모르겠군.”
“괴물?”
판도라의 목소리에 헤라클레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아무래도 자신이 너무 크게 중얼거린 모양이었다.
“아, 들었나?”
“응.”
“너도 알 거 아니냐. 저 녀석이 탑에 들어온 게 언젠지.”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유원이 탑에 들어온 건 불과 몇 년 전.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10층 전후를 오갈 시간이었다.
“난 제대로 가르친 게 없어. 거인화를 터득한 것도, 그걸 익히고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도. 전부 저 녀석이 터득하고 배운 거야.”
“불안해?”
“조금.”
“뭐가?”
판도라의 물음에 헤라클레스는 유원을 보며 떠오르던 불안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저 녀석이 보고 있는 건 올림포스보다 더 큰 무언가야. 저놈은 더 큰 걸 보고 있어. 올림포스나 삼귀자는 단지 거쳐 가는 문일 뿐이지.”
유원은 분명 대단한 플레이어였다.
지금까지 그 역사가 없을 만큼이나. 자신의 아버지 제우스나 아스가르드의 위대한 랭커 오딘조차도 소싯적 유원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더 이상 헤라클레스는 유원을 단순한 플레이어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정말 먼 곳을 내다보고 있다.
얼마만큼이나 멀리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만큼.
“그럼에도 저 녀석은 대체 뭘 대비하고 있는 건지 말하지도 않아. 무엇과 싸우는지, 난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지.”
헤라클레스는 올림포스와의 싸움을 떠올렸다.
제우스의 앞에서도 그는 주눅이 들지 않았다. 그 거대한 랭커를 상대로 승리했음에도 유원은 목표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헤라클레스는 더더욱 불안했다.
“그냥 강해지려는 게 아니야. 저 녀석에게는 힘에 빠진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욕심이 보이지 않아.”
“그럼?”
“뭔가 목표가 있는 거다. 그것도 하루도 쉬지 못할 만큼 빠듯한 목표가. 그런데 그 목표가 뭔질 모르겠단 말이지.”
김유원 정도나 되는 플레이어조차도 조급해할 목표.
올림포스의 위대한 왕, 제우스조차 거쳐 가는 단계로 여기게 할 만큼 거대한 목표.
헤라클레스는 그 불투명한 무언가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덜컥-.
“그러게. 그게 뭘까.”
닫혀 있던 방문이 열리며, 안쪽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원이 밖으로 나왔다. 한쪽 팔에는 약초를 바르고 붕대를 둘둘 동여 멘 상태로 유원이 움직였다.
“쉬지 않아도 괜찮겠냐? 그 몸으로?”
“다친 건 팔뿐인데, 움직이는 게 뭐 대수라고.”
“안 돼. 회복.”
“너까지 거들기냐?”
회복을 위해서는 쉬어야 하는 게 맞다. 현재 유원의 팔 상태는 제아무리 회복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라 해도 며칠 이상은 요양이 필요했으니까.
당연히 유원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무리해서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됐다. 어디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은 가만히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기다리던 순간이 왔으니까.
유원의 말에 헤라클레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디 가려는 거냐?”
“예상보다 좀 빠르긴 한데…….”
유원은 멀쩡한 왼손으로 플레이어 키트를 꺼내 앞으로 보였다.
“1층에 내려가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위로 떠올라 있는 문자 하나.
[헤파이스토스 :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