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198
* * *
유원의 양 옆으로는 두 사람이 따라붙었다.
판도라와 헤라클레스.
두 사람이 옆에 딱 달라붙어 함께 태양마차에 올라탔다. 덕분에 태양마차는 넓고 휑하게 느껴졌다.
“굳이 따라와야겠냐?”
“궁금하잖아. 뭐가 만들어졌을지.”
궁금한 건 당연했다.
유원이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한 아이템에는 벼락이 포함되어 있었다.
올림포스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
더군다나 그 재료들 중 하나는 포세이돈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바다의 돌’도 포함되었다.
그런 아이템을 하나로 합친다?
대체 어떤 아이템이 만들어졌을지 쉽게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유원은 헤라클레스의 궁금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어서 빨리 도착하길 바라는 건 유원도 마찬가지.
유원은 태양마차의 고삐를 움켜쥐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물었다.
“그런데 아폴론 남매는? 어떻게 됐지?”
아폴론 남매는 제우스와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기 전, 제우스에 의해 숙청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동안 행방불명되었던 두 남매에 관한 소식을 들은 게 없었는데 태양마차를 보자 문득 떠오른 것이다.
“제우스의 신전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걸 큰아버지께서 풀어주신 모양이다. 아르테미스 누님은 몰라도 아폴론 형님은 상태가 꽤나 위중한 모양이야.”
“심하게 당했나 보군.”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두 사람 다 목숨 걸고 싸웠을 테니.”
쌍둥이로 태어났음에도 각기 다른 불과 얼음의 속성의 마력을 다루는 두 사람은, 함께 싸우면 삼신과 비견된다 알려져 있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은 제우스의 숙청에 그냥 눈 뜨고 당하지만은 않았다.
“어쨌든 살아는 있다는 거지?”
“그렇지.”
“그럼 됐다.”
유원은 안도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걱정거리 하나를 덜어낸 얼굴이었다.
“두 사람과 안면이 있었나?”
“아니.”
“남 걱정을 다 하니 신기하네, 네가.”
“넌 날 어떻게 본 거냐?”
“일단 피랑 눈물은 없어 보였다. 사람이 좀 계산적이어야지.”
“계산적…….”
유원은 그 말을 입안에서 곱씹다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지. 반 정도는.”
평소 계산적이라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유원은 그래야만 했다. 애초에 모든 계산을 끝내 놓은 상태로 돌아왔다.
누구를 버리고, 누구를 취할 것인지.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릴 것인지.
유원은 그 뜻을 따랐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버려진 자들이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만약 내가 아폴론 남매까지 끌어안고 갔다면…….’
“네가 걱정할 사람들이 아니다.”
헤라클레스의 말에 유원이 고개를 돌렸다.
“그 두 분은 너보다 훨씬 먼저 탑에 들어왔고, 훨씬 먼저 정상에 올랐다. 네가 짊어져야 할 그런 사람들이 아니야.”
마음이 조금씩 녹아든다.
부담으로 무겁게 느껴지던 가슴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네가 너무 부담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 뭘 짊어지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말이야.”
안다.
알고 있다.
원래라면 그래야 했을 것이다.
유원은 아직 랭커조차 되지 못한 플레이어였다. 관리국의 보호를 받아야하고 안전하게 시험을 치러 탑을 올라야 할 것이다.
이런 탑의 큰일에 얽히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다.
하지만 그건, 헤라클레스가 시계태엽의 존재를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널 보면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유원은 팔짱을 낀 채 자신 대신에 태양마차의 고삐를 쥐고 있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아닌, 네가 왔어야 했다고.’
자신이 아닌 헤라클레스였다면, 모두를 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느 누구도 죽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데려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라클레스의 말은 꽤 큰 위로가 됐다.
* * *
1층까지 내려오는 길은 꽤 길었다.
유원의 어깨에는 단풍이 올라와 볼을 잡아당겼다.. 꽤 오랫동안 잠에 들어 있던 녀석은 긴 동면을 끝내고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욱-.
유원의 볼이 죽 당겨졌다.
며칠 동안 계속 장난을 해 대는 단풍을 보며 유원은 반쯤 포기한 목소리로 물었다.
“재밌냐?”
“아바!”
“그래, 그래. 재밌다는 거겠지…….”
애 다루는 게 이렇게 피곤한 일일 줄이야.
차라리 악마족과 싸우는 게 백배는 덜 피곤할 것 같았다. 새삼 칼질이 편하구나 싶었다.
저벅-.
“여기냐?”
헤라클레스는 유원이 향하는 발걸음 끝에 위치한 한 작은 공방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작네. 시설은 깔끔한 것 같지만.”
헤파이스토스의 공방은 1층의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위치는 나쁘지 않고, 시설도 나쁘지 않았지만 탑 최고의 대장장이가 쓰기에는 볼품이 없었다.
“형님다워, 참.”
덜컹, 끼릭-.
헤라클레스는 앞장서 공방의 문을 열었다.
부자연스러운 소리. 유원은 문틈에서 난 소리에 물었다.
“문, 잠겨 있던 거 아니냐?”
분명 잠겨 있던 문이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잠깐 힘을 주어 문을 열자, 그대로 문고리가 부러진 것이다.
“……수리공부터 불러야겠군.”
멋쩍은 표정의 헤라클레스는 곧 지하로 연결된 계단으로 향했다.
공방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도 후끈했다.
분명 완성이 됐다고 들었는데.
‘인기척이 없다.’
유원은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바닥은 엉망이었다. 대체 도구를 얼마나 쓴 건지, 몇 개나 되는 망치가 망가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헤파이스토스는 그 한가운데 깔려 있었다.
“형님!”
헤라클레스는 서둘러 달려서 헤파이스토스를 일으켰다.
자리에 누워 있던 헤파이스토스는 슬며시 눈을 뜨더니 눈동자를 굴려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유원과 판도라를 훑어보았다.
“아, 니들이냐?”
눈을 비비며 하품하는 헤파이스토스의 모습에 헤라클레스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주위 모습을 봐서는 쓰러지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는데, 아무래도 깊게 잠을 잔 모양이었다.
“왜 이렇게 우르르 몰려왔어? 정신 사납게.”
고개를 한 차례 흔든 헤파이스토스가 주섬주섬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망가진 망치들을 줍기 시작했다.
유원은 그런 헤파이스토스를 도우며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닙니까?”
“무리하긴 했지. 그날 이후 한숨도 안 잤으니까.”
“한숨도? 계속 말입니까?”
“재밌어서 잠이 안 오더라. 나중에는 오기도 생기고.”
헤파이스토스의 눈 밑에는 퀭한 다크서클이 드리웠다. 랭커씩이나 되는 그가 고작 수면 부족으로 이 지경이 될 수 있다니, 신기할 지경이었다.
대체 몇날 며칠씩이나 작업에 몰두한 건지.
“따라와라. 물건은 안쪽에 있다.”
저벅-.
하품을 하며 일어난 헤파이스토스는 곧장 몸을 돌려 창고로 향했다.
아무래도 한 시라도 빨리 유원에게 물건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급하기는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알 수 있다.’
오랜만에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벼락도, 퀴네에도, 트라이앵글도.
모두 유원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탑에 등장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아이템.
무엇보다, 이번에야말로 녀석이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릭-.
굳게 닫혀 있던 창고의 문이 열렸다.
평소라면 어떤 아이템이 널려 있나 구경이라도 했을 텐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유원은 곧장 헤파이스토스를 따라 창고의 중앙에 위치한 장갑을 향해 걸어갔다.
“본디 새로 만들어 낸 아이템에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기 마련이다.”
헤파이스토스는 투명한 유리막에 들어있는 장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이건 그런 게 없었어. 완성과 동시에 새로운 이름이 부여되었다.”
파시시싯-!
튕겨져 나온 손.
“보다시피, 자아도 가지고 있고 말이야.”
자아를 가지고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제우스가 가지고 있던 벼락은 스스로 주인을 가리고 있었다. 그것은 자아를 지닌 에고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무의식.’
그것은 마치 무의식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의지를 가지고 있되 불안정한, 그런 아이템.
벼락은 분명 유원도 처음 보는 형태의 아이템이었다.
“내가 한 건 세 가지 형태로 나누어져 있던 걸 하나로 만든 것뿐이었다. 본디 하나였던 아이템이 셋으로 나누어졌다 다시 하나가 되니, 원래의 이름을 찾은 게지.”
예상 못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의 아이템들. 그것이 본래 하나에서 파생되었다는 건 꽤나 진부한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유원은 처음 흑신석을 얻었을 때부터 그것들이 본래 하나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지어 녀석은 전부터 꾸준히 유원에게 말해 왔다.
세 개를 모두 모아야 한다고.
“이름이 뭡니까?”
유원은 장갑의 중앙에 박혀 있는 불투명한 색상의 보석을 바라보았다.
세 개의 색이 합쳐져 색이 사라졌다.
“우라노스의 심장.”
“우라노스?”
유원의 눈이 흔들렸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이 만든 아이템의 주위를 빙빙 돌려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라노스가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상, 시스템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지.”
헤파이스토스의 시선은 그때서야 유원에게로 향했다.
“네가 벼락을 다뤘다지? 다른 두 개도 네가 다뤘고. 이 녀석은 완성된 후, 계속 날 거부했다. 마치 주인은 따로 있다는 듯이 말이야.”
저벅-.
유원은 우라노스의 심장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네가 이 녀석의 주인이다.”
창고의 안쪽이 조용해졌다.
헤파이스토스는 멀찍이 거리를 벌렸다. 헤라클레스는 흥미로운 듯 눈을 빛내며 유원과 우라노스의 심장을 번갈아보았다.
유원은 우라노스의 심장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우라노스…….’
원래부터 정해져 있던 이름.
이 아이템은 본래 누군가의 심장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건가?’
모두가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원은 그 이름을 기억했다.
그에 대해 알려준 건 크로노스였다.
“내 아버지는 폭군이었다.”
그것은 오래 전.
진탕 취한 술자리에서 크로노스가 꺼낸 말이었다.
“그는 자신의 형제들을 잡아먹고 힘을 키웠다. 그는 큰아버지 폰토스를 잡아먹고, 타르타로스에 갇힌 거인들을 집어삼켰지.”
그것은 올림포스에 숨겨져 있던 최악의 역사였다.
올림포스의 깊고 굵은 뿌리 끝에 존재하는 우라노스는 올림포스의 모든 걸 잡아먹고 끝끝내 자신의 자식들마저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난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했다. 그를 잡기 위해 올림포스의 랭커들, 아스가르드의 오딘, 베다의 비슈누…… 고대부터 존재해 온 랭커들을 모두 모았지.”
그것은 한 개인과의 거대한 전쟁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흘러 희미해져 버렸지만 그 싸움에 참여한 자들의 머릿속에는 우라노스의 모습이 분명하게 남아있었다.
“이겼냐고? 결국 이기긴 했지. 내가 살아있고, 오딘이 살아있는 걸 보면 모르냐? 그래도 그 싸움에 참여한 랭커들 중, 반절이 죽어나갔다.”
유원은 우라노스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 존재였다, 내 아버지는.”
슬픈 비화.
하지만 그렇기에 유원은 이 아이템에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제우스? 어림없지. 코흘리개 같은 자식.”
유원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역대 최악이자 최강. 그야말로 진정한 올림포스의 하늘이었다.”
크로노스의 목소리가 들린 듯한, 바로 그 순간.
콱-.
유원의 손이 우라노스의 심장을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