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0
* * *
마지막 튜토리얼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마지막?”
“마지막이라고?”
“그럼 이제 끝나는 거야?”
“설마. ‘튜토리얼’이라잖아.”
“닥쳐 봐요, 좀.”
그중에는 주위의 소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다.
메시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섬 ‘바라간다’는 서서히 바다 아래로 침몰하고 있습니다. 섬에서 탈출해 자격을 증명하기 위한 조건은 하나입니다.] [섬의 꼭대기에 있는 보스를 사냥하십시오.] [보스를 사냥하는데 기여한 공적치 따라 점수가 부여됩니다.] [점수와 공략에 걸린 시간에 따라 최종 보상이 결정됩니다.] [제한 시간은 30일입니다.] [제한 시간 초과 시, 섬은 완전히 침몰합니다.] [제한 시간 : 720 : 00 : 00]“뭐?”
“한 달?”
예상보다 너무 긴 제한 시간 때문일까?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는 길어야 사흘, 짧으면 한 시간 만에 끝나던 튜토리얼의 시간이 순식간에 불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위가 아수라장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안도하는 눈치들이 많았다.
지금 당장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칼을 들고 싸울 필요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제한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물론…….
‘몇 명은 눈치챘나.’
유원은 안도한 사람들과는 달리, 심각하게 굳어져 있는 몇 명을 발견했다.
‘이 시간이 왜 주어졌는지.’
한 달이라는 시간.
넘치다 못해 느긋하게까지 느껴질 만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시간은 그냥 주어진 게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든 강해져서, 목적들 달성하라는 뜻.
그런데 고작 보스 하나를 잡는 데 1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대체 보스가 얼마나 강력한 녀석일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마지막 튜토리얼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라 그럴까?
참가자들은 하나둘,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늘,
“다들 들으셨지요?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팀을 꾸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리를 이루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럴까요?
“저도 좋습니다. 이렇게 된 거, 다들 통성명이나 할…….”
“난 거절하지.”
장내에 퍼지는 근엄한 목소리.
시선이 한군데로 모였다. 그 시선 가운데에서는 유원도 섞여 있었다.
‘저 녀석도 여기 있었지.’
금발에 금색 눈동자.
난장판에 가까운 튜토리얼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얀 천을 몸에 두른 남자.
하르간.
그는 오만한 표정을 짓고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누구 마음대로 동료야? 동료란 내 등과 옆을 맡길 존재다. 그러니 내 동료는 내가 선택하겠다.”
하르간은 자신에게로 모여든 시선에 비웃음을 지었다.
“보아하니 너희는 내 동료가 될 자격이 없어 보이는데.”
“뭐라는 거야?”
“뭐, 이런 건방진…….”
옆에 있던 사내가 하르간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간 순간.
번쩍-.
콰아앙-!
“아아악!”
“꺽……!”
노란빛의 전격이 터지며, 하르간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몸이 위로 날아갔다.
“미, 미친!”
“뭐야, 이게?”
“스킬?”
상당한 위력의 전격이었다.
무려 사방 5미터 내를 전부 폭사시킬 정도였으니.
하르간은 한순간에 백 명에 가까운 참가자들을 적으로 돌렸음에도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순 잡병들뿐이로군.”
파직, 파지지-.
하르간의 주위로 막대한 마나의 집약체로 이루어진 전격이 넘실거렸다.
저만한 마력을 가진 자는 탑의 하층에서도 잘 보기 힘들었다.
당연했다.
녀석은 평범한 튜토리얼 참가자가 아니었으니까.
‘자칭 올림포스의 후계자. 제우스의 핏줄.’
녀석은 단순한 튜토리얼의 참가자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였다.
‘저게 고위 순혈의 힘인가.’
순혈(純血).
그것은 탑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더불어 선택을 받아 탑을 오르기 시작한 존재들을 의미했다.
그들은 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탑의 신비를 경험해 왔다.
당연하게도 처음 탑의 선택을 받아 튜토리얼을 시작한 다른 참가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평한 게임은 딱 여기까지라는 거지.’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튜토리얼은 꽤 공평하게 이루어졌다.
가지고 있는 스탯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최소한 그들은 모두 같은 세계에서 비슷한 환경 아래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 마지막 튜토리얼, 그리고 나아가 탑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순혈로서 미리부터 탑의 신비를 경험하고, 누군가는 평범한 인간은 가질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능력을 가지고서 탑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하르간은 올림포스의 힘을 이어받은 존재.
순혈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힘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5번 튜토리얼이 시작된 시점에서 저 정도라…….’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주목받을 만해.’
하르간은 유원이 겪었던 튜토리얼 회차에서 탑의 주목을 끌었던 참가자였다.
올림포스의 순혈이자 제우스의 핏줄이며, 천둥의 힘을 이어받았다 알려진 참가자.
실제로 그가 튜토리얼을 끝마쳤을 때, 탑의 여러 길드에서는 그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랭커가 될지를 주목했다.
‘실제로 지난 회차의 보스를 잡는 데 가장 큰 공헌도를 올린 게 저 녀석이기도 하고.’
옛날 일을 떠올리던 유원은 곧 하르간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어차피 그와는 크게 얽힐 생각이 없었다.
“응?”
전격의 힘을 뿜어내며 사방을 위협하던 하르간이 유원을 발견했다.
모두가 하르간을 바라보며 멈춰 있던 가운데, 유원은 혼자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야, 거기!”
하르간이 유원을 보며 소리쳤다.
걸음을 옮기던 유원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하르간은 성큼성큼 걸어와 유원의 앞에 서 있었다.
“나 말이냐?”
“넌 뭐지?”
“뭐가?”
“그 옷. 불주술의 옷 아닌가?”
아무래도 오랫동안 탑에 거주하고 있던 하르간은 불주술의 옷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올림포스라면 온갖 랭커들이 다 모여 있는 집단이었다. 하르간이라면 그 안에서 불주술의 옷을 보았던 걸지도 모른다.
유원은 괜히 귀찮아졌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맞다.”
“어떻게 얻었지? 튜토리얼에서 구할 만한 아이템이 아닌데.”
“샀다. 포인트 주고.”
“사……?”
너무나도 간단하고 당연한 대답에 하르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그게 얼마짜린데 포인트를 주고 샀느냐는 표정.
물론, 하르간이 두르고 있는 아이템 역시 평범한 참가자가 가질 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불주술의 옷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지.’
하르간은 유원을 향해 흥미로운 표정을 보였다.
아무래도 불주술의 옷을 지닌 유원이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르게 보인 모양이었다.
“레벨이 몇이지?”
“레벨을 묻는 건 실례 아닌가?”
“어…… 그건 맞지만…… 튜토리얼에서 벌써 그런 개념이 잡혔나?”
하르간은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겠다. 그건 더 묻지 않도록 하지. 그럼 너, 나와 팀을 꾸릴 생각 있나?”
아무래도 불주술의 옷을 가진 유원에게 흥미가 생긴 모양.
하르간의 표정은 마치 정해진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아마 방금 전 자신이 실력을 보였으니 당연히 유원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실제로도 하르간을 아는 순혈이라면 이 제안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는 탑을 오르지 않아 ‘시스템의 축복’을 받지 않았다지만 그는 무려 올림포스의 순혈.
타고난 재능의 씨앗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없다. 그럼 수고해.”
당연하게도 유원에게는 별로 흥미가 없는 제안이었다.
“……?”
하르간은 잠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눈을 깜박였다. 설마하니 자신이 실력을 보였음에도 제안을 거절할 줄이야.
유원은 대답과 동시에 하르간의 옆을 슥 지나쳐갔다.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나?’
하르간은 고개를 돌려 유원을 돌아보았다.
“잠깐 기다려라. 나는…….”
그런데 어느새 유원은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뭐 이런…….”
무시당했다고 생각해 자존심이 상한 하르간은 눈살을 찌푸리며 장딴지에 힘을 주었다.
쿠르르-.
다리에 천둥의 힘이 실렸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유원을 쫓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쾅-!
“거기 잠깐 서라-!”
* * *
하르간은 한동안 유원을 쫓아 내달렸다.
대체 얼마나 숲을 달렸을까.
중간 중간, 산짐승처럼 달려드는 괴물이 나타났지만 하르간은 그런 녀석들을 단숨에 터뜨려 죽이고는 유원을 쫓아갔다.
그런데…….
“허억, 헉-.”
하르간은 더 이상 유원을 쫓는 걸 포기하고 한쪽에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계속해서 거리가 벌어지더니 유원은 어느새 더 이상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어져 버렸다.
‘뭐가 저렇게 빨라?’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전력으로 달렸는데도 쫓아갈 수가 없다니.
이동속도를 올려 주는 특별한 스킬을 쓰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면 분명 마력의 흐름이 감지되었을 거고, 자신이 몰랐을 리가 없을 테니까.
그렇다는 뜻은 하나.
‘대체 스탯이 몇이길래…….’
유원은 온전히 스탯의 힘만으로 달렸다는 것이다.
하르간은 잠시 헛웃음을 지었다.
‘저 녀석도 순혈이었던 건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올림포스의 순혈인 자신보다도 빠르다니.
‘발이 빠른 놈들이 누가 있더라. 엘프라도 출신? 무림계(武林界)의 고수? 아니면 혹시, 헤르메스의 핏줄?’
고민하던 하르간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혼자 생각만 하고 있어서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어쨌든 하나만은 확실했다.
“심심할 줄 알았는데…….”
쿠르르-.
한껏 입매가 벌어진 하르간의 주위로 조금씩 전격이 흘러나왔다.
그는 황금색의 눈을 반짝이며 유원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재밌어지겠어.”
* * *
‘떨어뜨렸나?’
유원은 더 이상 뒤쪽에서 하르간이 쫓아오지 않자 더 이상 달리는 걸 멈췄다.
녀석을 떨어뜨리는 데 5분이 걸렸다. 과연, 제 입으로 제우스의 후계자라 떠벌리고 다닐 만했다.
‘빠르긴 엄청 빠르네.’
다른 참가자들을 향해 보인 전격도 무시무시하지만 달리는 속도도 보통이 아니었다.
이제 막 4번 튜토리얼을 끝내고 온 녀석이 이 정도 육체 능력이라니.
게다가 유원이 알기로 녀석의 장기는 속도가 아닌, 전격을 이용한 무식하기 짝이 없는 괴력에 있었다.
제아무리 순혈이라고는 하나, 튜토리얼의 생태계를 뒤집을 만한 힘.
문득 관리자의 말이 떠올랐다.
“이번 튜토리얼 벨런스는 완전 망했군.”
아무래도 그건 자신만을 두고 한 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올림포스의 순혈, 하르간.
녀석만 하더라도 튜토리얼의 생태계를 어지럽힐 텐데, 유원까지 말썽이었으니 오죽할까.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유원은 숲에 있는 동굴을 찾았다.
동굴 안에는 늑대의 머리를 한 괴물, 놀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수십 마리의 놀들.
유원은 녀석들을 베어 내고, 동굴을 빼앗았다.
[놀을 처치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0.001% 상승하였습니다.] [놀을 처치하였습니다.] [천살성의 완성도가…….] [3p를 획득하였습니다.]몇 마리의 놀을 처치하자 미미하게 천살성의 완성도가 올랐다.
하지만 극히 미미한 수준. 수십 마리의 놀을 죽였지만 천살성의 완성도는 0.01퍼센트도 채 오르지 않았다.
‘제대로 완성도를 높이려면 높은 곳에 있는 녀석들을 사냥해야겠어.’
하지만 애초에 유원이 이 동굴을 찾은 목적은 사냥이 아니었다.
유원은 동굴 앞과 안쪽에 미리 구입해 두었던 ‘무취 가루’를 뿌렸다. 다른 괴물들이 냄새를 맡고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만하면 됐으려나.’
소환단을 복용하고, 몸은 충분히 회복시켜 두었다.
게다가 몸 안에 있던 빙옥철검과 빙정의 냉기도 모두 사라진 상태.
이 정도면 준비는 끝난 셈이었다.
유원은 인벤토리에 손을 넣었다.
그 속에서 유원은 붉은 보석 하나를 꺼냈다.
[거인의 심장]천살성과 함께 수르트라를 잡고 얻은 보상.
사실상 튜토리얼 내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귀한 영약.
“잘 들어라, 김유원.”
유원은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입을 쩍 벌렸다.
이윽고.
“거인의 심장은 반드시-.”
콰직-.
유원은 붉은 보석, 거인의 심장을 씹어 먹었다.
“튜토리얼이 끝나기 전에 복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