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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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륵, 타닥, 타다닥-.
지상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도시의 한가운데 떨어진 아마테라스는 주위를 살폈다.
까맣게 불탄 잔해, 그리고 시체조차 남지 않고 재가 되어 버린 플레이어들.
파짓, 파지지짓-.
몸에 패널티가 흘렀다. 이 많은 수의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죽인 대가였다.
‘짜릿하군.’
이런 패널티를 느끼는 건 오랜만이었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후, 이런 풋내기들과 싸움을 할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너무 난동을 부리는 건 자제해야겠어.’
44층 정도면 그래도 패널티가 꽤 약해질 만한 높이었다. 더군다나 아마테라스는 웬만한 패널티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한순간에 죽인 플레이어의 숫자가 족히 수백이었다.
당연히 탑의 의지는 아마테라스의 이런 행동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집힌 아마테라스의 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냐.’
아마테라스의 시선이 유원이 서 있던 자리로 향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녀석은 저기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 혼란을 틈타 사라져 버렸다.
뿐만 아니었다.
쿠사나기와 야타의 거울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게 사라졌다.
이상했다.
자신의 눈을 피해서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을 텐데.
‘어디로 간…….’
기이잉-.
시커먼 불길 사이로 들어오는 새하얀 빛무리.
그제야 아마테라스는 유원의 손에 있던 또 다른 아이템을 떠올렸다.
“야타의 거울인가.”
삼신기 중 하나.
야타의 거울은 평범한 방패가 아니었다. 팔척경곡옥과 같이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어쩌면 그 아이템을 통해 자리에서 벗어났을지도 모르는 일.
아마테라스의 입꼬리가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떨어져 내렸다.
콰릉-!
지상으로 떨어진 전격의 힘에 아마테라스가 서 있던 구덩이가 한층 더 깊어졌다.
몸을 찌르르 울리는 전격. 양팔을 들어 올려 몸을 보호한 아마테라스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이놈이 감히…….”
아마테라스와 유원의 눈이 마주쳤다.
하늘로 몸을 피한 유원은 또 다른 벼락을 준비해, 아래로 있는 힘껏 내던졌다.
콰릉-!
아마테라스가 자신의 몸을 불길로 감쌌다. 그러자 시커먼 불길은 순식간에 벼락을 집어삼키고, 그 존재를 없던 것으로 만들었다.
‘불과 어둠. 두 가지 속성을 다루는 하이랭커.’
그것은 아마테라스에 대해 알려진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특징이었다.
부식의 힘을 지닌 어둠 속성과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불 속성의 마력.
아마테라스는 그 두 가지 속성의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유원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템에 의존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붉게 변한 하늘.
‘튜토리얼이 생각나네.’
지금과 같은 광경은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
튜토리얼의 멸망으로 설정되어 있던 보스.
수르트의 176번째 자식, 수르트라.
그는 등장과 함께 하늘의 색을 바꿀 정도의 힘을 지닌 존재였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튜토리얼이 아닌 본래의 힘을 지니고 있을 때였다.
본래라면 상위 랭커급의 힘을 지닌 수르트라는 튜토리얼의 보스에 맞춰 측정되었다.
덕분에 유원은 수르트라를 쓰러뜨릴 수 있었고, 그로부터 거인의 심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경우가 완전히 달랐다.
‘저건 수르트라보다 훨씬 더한 괴물이다.’
아마테라스는 탑에서 손꼽히는 불을 다스리는 하이랭커였다.
그의 불은 수르트라는 물론, 아폴론의 것보다도 훨씬 뜨겁다.
더군다나.
‘불 속성의 마력은 감정의 상태에 따라 더 강해진다. 그렇기에 불 속성의 마력을 지닌 랭커들은 대부분, 크든 작든 싸울 때면 욱 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지.’
그리고 아마테라스는 그런 불 속성의 마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런 성질을 이용해야 한다.
‘한 번 움직인 아마테라스는 절대 멈추지 않을 거다. 아마도…….’
화르르륵-.
눈이 마주친 아마테라스의 발밑으로 불길이 솟아오른다.
시작이다.
퍼어엉-!
폭발과 함께 아마테라스의 몸이 위로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유원의 몸 주위로 거울이 둘러졌다.
[‘야타의 거울’이 반사됩니다.] [지정된 장소로 이동합니다.]스팟-.
퍼어엉-!
유원이 서 있던 장소를 불길이 집어삼킨다. 순식간에 시야가 뒤바뀌고, 얼굴 위를 후끈한 열기가 뒤덮는다.
무작정 피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범위가 넓은 공격.
한 건물 위에서 나타난 유원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거울의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쓸 만한 아이템이다.’
이런 즉발적인 이동기가 있는 아이템은 흔치 않았다.
무수히 많은 아이템을 다뤄 온 유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이 날 만했다.
거울에 비춰진 장소로 이동하는 아이템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원은 자신의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한 플레이어 들을 돌아보았다.
‘쉴 틈이 없군.’
카앗-.
쩌억-!
서 있던 건물이 반으로 베어졌다. 아래에서 유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녀석들이었다.
‘랭커인가.’
유원은 플레이어 무리에 섞여 있는 랭커들의 무기를 피해 움직였다.
이미 저들은 아마테라스를 돕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아마 이 자리에서 유원을 잡는데 도움을 주면, 한몫 단단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사실상 길드를 상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마테라스 하나만 하더라도 감당 못할 적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저 많은 숫자까지 가세하다니.
-도와줄까?
믿음직한 목소리.
유원의 머릿속에서 스사노오의 목소리가 울렸다. 녀석이 먼저 돕겠노라 나선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말했잖아? 아마테라스와의 싸움에 한해서는 도와주겠다고.
‘그거 고마운 소리긴 한데…….’
잠시 고민하던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니다.’
스사노오는 최후에 꺼내야 할 패였다.
상황이 급했다면 앞뒤 따질 것 없이 일단 사용해야겠지만 야타의 거울 덕분에 지금 당장은 버틸 만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도대체 언제까지…….
‘시끄럽다.’
화륵-.
유원의 시선이 주위를 훑었다.
[‘화안’이 활성화됩니다.] [‘감각지대’가 활성화됩니다.]‘집중하는 데 방해돼.’
온 신경을 아마테라스에게 집중한 유원은 주위에 떠오른 수천 개의 불의 구체에 집중했다.
그것은 아마테라스가 만들어 낸 스킬이었다.
숫자도 숫자지만, 하나하나가 웬만한 랭커의 스킬보다 더 큰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 피할 수 없을 거다.”
유원이 지닌 야타의 거울을 노려보며 이를 가는 아마테라스.
‘머리를 썼군.’
삼신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당연히 야타의 거울의 능력을 파훼하는 방법 역시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야타의 거울은 거울에 비춰진 공간으로 이동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력을 많이 잡아먹기는 하지만, 그만큼 회피에 한해서는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니 아까운 정도는 아니었다.
‘이만한 숫자를 모두 거울을 이용해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위력은 충분하니 위력을 낮추고 숫자와 속도를 높인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화륵-.
요동치는 마력.
‘온다.’
지천에 깔린 불의 구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펑, 퍼퍼퍼퍼펑-!
쏟아진 불길이 지상을 휩쓸었다. 유원은 화안과 감각지대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후, 비처럼 쏟아지는 불을 피해 냈다.
‘집중해야 한다.’
숫자도 숫자지만 하나하나의 불덩어리가 미치는 범위도 너무 넓었다.
그 범위까지 계산해 피해 내려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간혹 피할 수 없는 건 야타의 거울을 이용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유원은 힐끗, 발아래를 살폈다.
‘아직인가.’
생각보다 반응이 늦었다.
원래라면 지금쯤 바로 반응이 있어야 했는데.
퍼엉-!
그러던 중, 하나의 불이 유원의 발밑에 떨어졌다.
제아무리 잘 피한다 한들, 숫자도 숫자인 데다 넓은 범위를 휩쓰는 불길을 모두 피해 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바다의 가호’가 몸에 깃듭니다.] [‘불의 재해’로부터 저항합니다.]몽글-.
유원의 주위로 거품이 펼쳐져 아마테라스의 스킬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바다의 가호.
우라노스의 심장에 붙어 있는, 해신석의 능력 중 하나.
그것은 불에 대해서는 더욱더 뛰어난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군다나 스킬에 완전히 적중당한 것도 아니라, 유원은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좋네.’
가능한 공격은 피해 내는 게 좋지만 그래도 이런 방어 수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격을 피할 반경을 넓혀 주는 효과가 있었다.
바다의 가호가 아마테라스의 스킬로부터 어느 정도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스킬에 적중당하는 것만 피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화르르륵-.
유원은 어느새 몸을 검은 불길로 휘감고 있는 아마테라스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도 그걸 아는 것 같지만.’
유원에게 이런 자잘한 공격을 방어할 수단이 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아마테라스 역시 다른 수단을 선택하는 게 당연했다.
사방에 퍼져 있던 수많은 불의 구덩이들이 아마테라스의 주위에 모여들었다.
하늘이 검게 물들고, 주위의 공기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만한 열기면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뜨, 뜨거워!”
“아마테라스님! 우린 당신 편…….”
“물! 물 계열 스킬 가지고 있는 사람! 제발!”
도시에 혼란이 찾아왔다. 지금까지는 아마테라스의 스킬을 피하기에 급급하던 자들은 순식간에 달아오른 뜨거운 열기로부터 몸을 보호하느라 애를 썼다.
검게 변한 하늘.
새까맣게 타올라 하늘로 솟아오르는 연기와 가만히 있어도 살갗을 태우는 공기의 온도.
그것은 말 그대로 재해였다.
모든 불을 흡수하고 자신의 마력을 일으켜 불길을 뿜어낸 아마테라스의 몸은, 마치 기간테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거대한 거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내.
번뜩-.
그 거인, 아마테라스의 눈이 떠지며 유원을 노려보았다.
-쿠사나기는 어디에 있지?
불의 거인으로 변한 아마테라스의 손에 구름을 뚫고 올라갈 만큼 기다란 불의 검이 쥐어졌다.
그것을 보는 순간, 유원은 확실히 깨달았다.
‘저건 막거나 피할 수 없다.’
아마테라스는 지금 마음만 먹으면 유원을 죽일 수 있었다. 한 번의 칼질로 순식간에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힘이, 그에게는 존재했다.
52위의 하이랭커.
올림포스의 포세이돈이나 하데스보다도 더 높은 랭킹을 지닌 이유가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날 바로 죽이지 않는 건, 쿠사나기의 부재 때문.’
아마 지금쯤 속이 많이 탈 것이다.
눈앞에 나타났던 쿠사나기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쥐어 줬다 도로 빼앗은 것과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쿠사나기와 거울을 내놓는다면, 지금까지의 일은 없던 것으로 해 주마.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다.
그리고 마침, 아마테라스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때가 왔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
구구, 구구구-.
땅이 흔들린다.
심상치 않은 진동.
이런 종류의 진동을 경험한 건, 이 세계에 딱 한 명뿐이었다.
-진짜…… 시작됐군.
스사노오.
이미 몸뚱이가 죽어 버린 영혼일 뿐임에도 그는 다시금 몸이 저려 오는 걸 느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때문이었다.
유원이 스사노오의 던전을 공략하고, 쿠사나기를 손에 넣으려던 이유가.
“쿠사나기는 사라진 게 아니다.”
구구구구-.
점점 가까워지는 진동.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 것뿐이지.”
-원래 있어야 할 곳?
아마테라스의 눈동자가 불안감으로 흔들렸다.
그는 이 도시 위에서, 어떤 싸움이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가지고 싶으면…….”
그 순간.
“졸렬하게 친구나 이용해 먹지 말고, 네가 직접 손에 넣어.”
도시에 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에 공통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야마타노 오로치’가 잠에서 깨어납니다.]이 싸움을 위해 유원이 준비한 최강의 패가, 도시 아래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