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08
* * *
콰릉-!
검은빛이 지상으로 떨어진다.
빛은 순식간에 땅 위에 있는 모든 걸 집어삼켰다.
원래의 빛도, 색깔도, 소리도.
거대한 마력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까맣게 변한 시야.
아마테라스는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괴물을 보았다.
번쩍-!
암전된 시야 속에 한 줄기 빛이 나타났다.
그때까지도 그는 자신의 눈앞에 있던 시야가 멈춰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런 미치…….”
입밖으로 튀어나오던 욕지거리가 채 끝나기도 전.
콰릉-!
다시 한번, 아마테라스의 몸 위로 짜릿한 전격이 휘감겼다.
콰지지지직-!
살아 있기라도 하듯, 온몸 구석구석을 지지는 전격.
더군다나 그것은 자신의 불과 마찬가지로 어둠 속성의 마력까지 깃들어 있었다.
불과 함께 가장 위력적인 속성으로 꼽히는 전격과 희귀한 어둠 속성의 마력의 결합이라니.
특이한 속성도 속성이지만 문제는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력 스탯이 몇이나 되는…….’
콰릉-!
2차로 떨어진 벼락.
번쩍-!
아마테라스는 서서히 지져지고 부식되어 가는 몸을 느꼈다.
한 번 얻어맞은 충격으로 인해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마테라스는 휘청거리는 몸을 정신력으로 붙잡고는 겨우 마력을 끌어올렸다.
화르르륵-.
머리 위로 펼쳐진 불꽃의 장막.
덕분에 아마테라스는 추가적으로 이어진 벼락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비틀-.
아마테라스의 몸이 흔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스사노오는 벼락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조금 거리를 벌리고 떨어져 있었다.
-내가 뭐라 했냐?
재미있다는 듯이 올라가는 입꼬리.
-후회할 거라 했지.
“모기만 한 소리로 지껄인 주제에, 그런 걸 경고라고 하는 거냐?”
뿌득-.
아마테라스는 이를 갈았다.
자존심이 상하고, 분했다.
하필이면 스사노오와 결착을 지으려는 순간, 이런 귀찮은 방해가 들어오다니.
아마테라스는 방금 전의 그 아찔한 충격을 떠올렸다.
‘무시할 수가 없다.’
지금만 하더라도 온몸이 저릿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의식이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의 힘이었다.
대체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건지.
‘놈을 너무 무시했다.’
더 이상 이건 스사노오와의 일대일 싸움이 아니었다.
스팟-.
토츠카의 검을 움켜쥔 스사노오가 다시 달려들어온다.
날카로운 검으로 화려하지만 더없이 군더더기 없는 검을 뽐내며 녀석은 정확히 목을 베어 왔다.
피해야 한다.
아니.
‘막아야 한다?’
위로 힐끔, 시선이 갔다.
하늘 위에서 장전되고 있는 마력의 요동침.
저것이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모르니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화륵-.
아마테라스의 손에 생겨난 불꽃의 검.
그것이 토츠카의 검과 부딪쳤다.
쩌엉-!
화르륵-.
불꽃의 검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검과 검의 충돌.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스사노오에게 미소를 지었다.
쩡, 쩌저정-!
화르르륵-.
언제 부서질지 모를 만큼 위태로운 불꽃을 두 손으로 휘두르며 아마테라스는 힐끔힐끔 위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저것만 아니었어도…….’
아마테라스의 시선이 자연스레 야마타노 오로치와 싸우고 있는 불의 거인에게로 향했다.
캬아아아-!
콰득, 화르르르르-.
야마타노 오로치의 여덟 개의 머리들이 거인의 몸을 물어뜯는다. 뜨거운 불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은 거인의 불꽃을 집어삼키고 목덜미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박아 넣었다.
‘거인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력이 너무 많다.’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에는 한계가 있다.
불의 거인은 야마타노 오로치를 상대할 수 있는 자신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저만한 덩치의 야마타노 오로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마찬가지로 그에 걸맞은 규모의 힘을 사용해야 했다.
만약 거인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마력이 아니었다면 이 여덟 개의 머리들은 모두 자신에게로 향했을 터.
그리고 그것은 여덟 명의 언데드 스사노오가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것보다 더한 재앙이었다.
-뭐가 마음대로 안 되나 보지?
목소리는 멀리서 들려왔다.
흐릿-.
눈앞에 있던 스사노오의 모습이 잔상이 되어 사라졌다.
순식간에 거리가 멀어졌다.
아차 싶었다.
고개를 들어 올린 아마테라스의 머리 위로, 힘을 장전한 벼락이 떨어졌다.
번쩍-!
콰릉-!
소리보다 먼저 떨어진 벼락.
파지지지지-!
온몸을 반으로 관통하는 벼락의 충격에 아마테라스의 몸이 다시금 한 차례 흔들렸다.
“이런…… 빌어먹을…….”
뿌득-.
화르르륵-.
아마테라스의 피부에서 불길이 솟았다. 몸을 뒤덮는 불길은 곧이어 벼락의 전격을 차단하고, 아마테라스의 몸을 회복시켰다.
파지직-.
위쪽에서는 또다시 유원이 벼락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응축되기 시작하는 마력.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올라가서 녀석을 불태워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뒤쪽에서 저 녀석의 칼이 날아오겠지.’
접근전으로 자신을 묶어 두고, 틈을 만드는 순간 장거리에서 위력적인 벼락을 던진다.
실로 합이 딱 맞는 조합이었다. 심지어 서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타이밍이 척척 들어맞았다.
아니.
‘저 녀석이 맞춰 주고 있는 건가.’
스사노오 역시 유원을 의식한 듯, 타이밍 좋게 벼락에 휘말리지 않도록 발을 뺐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확실하게 살리는 건 유원의 역할.
더군다나 벼락을 던지는 적중률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다.
‘어렵군. 둘의 연계는.’
하지만 그렇다고 돌파구가 없는 건 아니었다.
‘버틴다. 계속.’
유원의 마력은 무한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이만한 위력의 스킬을 무한정 사용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니는 한계는 명확한 바.
제아무리 유원의 스탯이 높다 한들, 스사노오 같은 언데드를 부리는데 소모되는 마력의 양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내 편이다.’
하늘을 바라보는 아마테라스의 눈이 반짝였다.
* * *
유원은 하늘 위에 떠 있었다.
부유가 가능한 스킬은 하늘걸음 외에는 없었지만, 다른 도움이 있었다.
-난리도 아니군.
아레스.
아테나와 함께 올림포스의 전장을 책임지던 전사.
투창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 하늘에 떠서 창을 던지기 위한 부유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그 덕분에, 유원은 위에서 창을 던질 수 있었다.
‘십 분.’
유원은 싸움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계산했다.
너무 많이 시간을 지체했다.
남아 있는 마력은 절반가량.
더군다나 아마테라스는 이미 자신에게서 관심을 끈 지 오래였다.
‘버틸 생각이군.’
이래서는 단순히 벼락을 뿌려 대는 것만으로는 흐름을 가져오기 어려웠다.
‘선택해야 한다. 잠깐 후퇴해 야마타노 오로치를 이용해 장기전으로 끌고 갈지. 아니면 주어진 시간 안에 끝을 볼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전자를 택하는 게 맞다.
애초에 야마타노 오로치를 이용하려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쿠사나기가 녀석의 몸 안에 있는 이상, 아마테라스는 절대 야마타노 오로치를 다른 랭커에게 넘기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째서인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이 상태로는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다.
확신이 아닌 이런 자신감은.
유원은 그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이내.
‘……너냐.’
오른손에 쥐어진 벼락과, 그 벼락을 만들어 내고 있는 우라노스의 심장.
녀석이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이건 좀 위험한데.’
파지직, 파직-.
손안에 들어온 벼락이 점점 커져 간다.
끝도 없이 마력을 잡아먹고, 진짜 창처럼 응축되어간다.
[‘타르타로스’가 개방됩니다.]우라노스의 심장을 통해 흘러나오는 마력.
지옥보다 더 깊은 지하, 타르타로스의 마력이 벼락에 흡수되기 시작한다.
확실히 우라노스의 심장은 퀴네에나 벼락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났다.
타르타로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마력 역시, 퀴네에의 몇 배에 달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꾸욱-.
유원은 벼락을 움켜쥐며 얼마 전의 일을 떠올렸다.
‘이 창은, 헤라클레스의 몸에 상처를 냈다.’
그거가 분명한 자신감.
더군다나 아마테라스는 지금, 야마타노 오로치를 상대하기 위해 상당량의 마력을 다른 곳에 사용하고 있었다.
저런 상태의 아마테라스라면.
어쩌면 꿰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최강의 창을 떠올렸다.
‘궁니르가 어떻게 생겼더라.’
궁니르.
오딘이 사용하던, 탑 최강의 창.
탑 전체를 뒤져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이템으로, 오딘의 창은 세상을 넘어 탑의 다른 층까지 뻗어 나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유원은 그 창이 날아가는 걸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다.
‘확실히 위력적이었지.’
머릿속으로 궁니르의 생김새를 떠올린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벼락의 형상이 점차 제대로 된 창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꽤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우라노스의 심장을 다루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상상력’이었다.
벼락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지금까지 유원은 벼락의 형상을 제우스가 던지던 것을 따라서 만들었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전격의 힘을 타고나 자유자재로 다루던 제우스와는 달리, 난 지금 이걸 투척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한 발을 힘껏 장전해 사용하려면, 그에 걸맞은 형태가 필요할 터.
파직, 파지지지-.
크기가 커지며 제멋대로 날뛰던 전격이 서서히 작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크지만, 4미터 남짓한 길이로 전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
[‘벼락 – 궁니르’를 생성하였습니다.]파직, 파지지-.
미약하게 창대를 통해 흘러나오는 검은빛의 전격.
새까만 빛이 흘러나오는 궁니르는 색이 다르기는 하나, 유원이 아는 것과 겉으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시스템조차 인정할 정도이니 얼마나 궁니르와 닮아 있는지 알 만했다.
‘스킬이 만들어졌다.’
우라노스의 심장을 통해서만 발동이 가능한 스킬이겠지만, 어쨌거나 스킬의 형태로 등록이 된 게 중요했다.
그만큼 위력이 전보다 증가했다는 뜻일 터.
넓은 범위에 힘을 퍼뜨리는 광역기인 벼락과는 달리, 궁니르의 형태는 한 점을 관통하는 창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할 수 있다.’
파슷, 스스스-.
손아귀가 떨려 왔다.
전에 헤라클레스를 향해 힘을 뿜어냈을 대와 비슷한 현상이었다.
타르타로스에서 흘러나온 마력은 유원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유원에게까지 해를 끼쳤다.
그만큼 지금 이 한 방은, 유원의 능력치를 벗어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꽈아악-.
유원은 창을 놓지 않았다.
위에서 느껴진 마력의 흐름에 아마테라스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당장 눈앞에 있는 스사노오보다 유원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 탓이었다.
‘늦었다.’
위기를 느끼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지금, 아마테라스는 딱 한 발이 늦은 상태였다.
파지지직-!
터질 듯이 흔들리는 창.
유원도 더 이상 이걸 쥐고 있을 만한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던진다.’
유원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아마테라스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콰릉-!
궁니르가 유원의 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