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09
* * *
눈앞에서 까만빛이 일렁거렸다.
하늘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창 하나. 4미터 남짓한 길이의 그 창을 마주한 순간, 아마테라스는 전에 없던 위협을 느꼈다.
‘위험하다.’
계속 경계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날아오는 창보다는 역시, 눈앞에 있는 칼이 더 위협적이었다.
그렇기에 창은 되도록 방어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이건 그럴 수 없었다.
‘피해야 한다.’
저건 막아야 한다.
전력을 다해 불꽃을 뿜어내 장막을 펼쳐도 막아 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흐름의 마력.
더군다나 불의 거인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에는 더더욱 막아 내는 게 어려웠다.
게다가…….
-팔척경곡옥은 지금 없나 보군.
스사노오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그의 시선이 야마타노 오로치와 싸우고 있는 거인에게로 향했다.
화르륵-.
검은 불길을 몸에 휘감고, 거대한 검으로 오로치를 베어 가는 거인.
그 거인에게서 익숙한 느낌이 전해졌다.
-저 뱀이 무섭긴 무서운가 봐?
제아무리 아무리 사기적인 스킬이라고 할지라도 계속해서 저만한 힘을 뿜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야마타노 오로치는 전성기 시절의 자신조차도 봉인하는 데에 그친 괴물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아마테라스는 자신과 유원을 함께 상대하고 있었다.
-팔척경곡옥은 저 거인에게 쓰고 있었군.
그렇다면 더 이상 아마테라스에게는 방어를 위한 수단이 남아 있지 않았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나.’
화르르륵-.
아마테라스의 몸에 두꺼운 불길이 둘러졌다.
유원이 날리는 전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함.
아마테라스는 그렇게 위쪽에서 날아올 창에 대비했다.
이렇게 되면 분명, 스사노오 역시 거리를 벌릴 것이다. 저런 것에 휘말리게 되면 스사노오 역시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
그런데.
화아악-.
자신이 몸에 두른 불길을 베어 내며, 스사노오가 온몸에 불을 붙인 채 안으로 뚫고 들어왔다.
스산한 미소를 지은 채.
“뭐 하는 거냐?”
-어차피 난 죽은 자다.
스사노오는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죽는다고 한들, 저 녀석이 부활시켜 줄 테지.
언데드.
죽은 자는 두려울 게 없다는 것.
스사노오는 이번 유원의 일격이 이 싸움의 마지막이 될 거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그러니까…….
스사노오는 뒤로 피하지 않고, 유원의 창이 적중될 수 있도록 도왔다.
-넌 나랑 같이 가자.
곧이어, 귀신의 검이 움직였다.
화아아악-!
순식간에 이루어진 수백 수천 번의 칼질.
그것은 불길을 갈기갈기 베어 내, 힘을 흩어 버렸다.
“미친…….”
아마테라스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
덕분에 뻥 뚫려 버린 사방.
서둘러 마력을 끌어올려, 다시금 몸을 보호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늦었다.
번쩍-!
하늘 위로 검은빛이 터져 나오고.
콰릉-!
소리와 함께 아마테라스의 머리 위로 창이 날아와 박혔다.
* * *
캬아아아아-!
야마타노 오로치가 비명을 질렀다.
몸에 생겨난 거대한 구멍 하나.
그 상처로 인해, 오로치의 머리들은 몸부림치며 괴로워했다.
파직, 파지지직-.
뿐만 아니었다.
땅에 생겨난 거대한 구덩이.
그리고 그 속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막대한 전격의 흐름.
그 안에서 아마테라스가 몸을 꿈틀거렸다.
털썩-.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아마테라스가 다시금 바닥에 쓰러졌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등과 배를 관통하는 구멍과 온몸을 까맣게 부식시킨 마력.
그 힘으로 인해, 아마테라스의 몸은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이런…… 미친…….”
쿨럭-!
입에서 검게 죽은피가 토해졌다. 계속해서 피를 뱉어 내고 싶었지만, 그러다가는 정말 죽지 않을까 싶었다.
‘더 싸울 수 없다.’
이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머리가 몇 개 베어진 야마타노 오로치는 물론이고, 김유원과도 싸울 수 없는 상태였다.
족히 몇 달은 요양해야 회복할 수 있는 상처.
눈앞에 있는 두 개의 삼신기를 놓치는 건 속이 쓰렸지만, 여기서 계속 싸우는 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화르르륵-.
거인의 형상을 이루고 있던 불이 흩어졌다.
[팔척경곡옥이 회수됩니다.] [체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상처가 일부 지혈됩니다.]동시에 다시 품 안으로 들어온 팔척경곡옥.
팔척경곡옥은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상처와 체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까보다는 편안해지는 걸 느끼며 아마테라스는 다시금 힘을 주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때.
콱-.
퍼어억-!
“컥!”
몸을 일으키던 아마테라스의 등을 누군가 짓밟아 바닥에 내리찍었다.
“김유…….”
당연히 그게 유원일 거라 생각한 아마테라스는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의외의 인물.
“츠쿠…… 요미?”
“꼴이 말이 아니네.”
투명할 정도로 하얀 얼굴에 서리가 내린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차가운 표정.
그녀의 표정에서 아마테라스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마침…… 잘됐다.”
한편으로는 어쩌면, 그녀가 이 상황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김유원이…… 우릴 속였다. 놈은…… 처음부터 우릴 노리고…….”
“우리가 아니라 너겠지.”
“……뭐?”
“아마테라스.”
이름을 부르는 순간만큼은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따뜻해졌다.
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츠쿠요미가 곧이어 아까와 같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스사노오를 왜 죽였어?”
“……!”
아마테라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필이면 지금 이 때, 왜 츠쿠요미가 이런 걸 묻는 걸까.
아니.
그녀는 언제부터 그걸 알고 있었던 걸까.
흔들렸던 아마테라스의 눈빛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뭔가…… 오해가 있는…….”
“아까 다 들었어.”
아마테라스의 눈에 츠쿠요미의 눈동자가 비춰져 보였다.
스사노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신의 모습.
아무래도 츠쿠요미는 그 순간부터 자신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의심하고 있던 건가?’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그녀가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게.
츠쿠요미는 어둠과 얼음 속성의 마력을 다루는 랭커였다. 자신과는 달리 그녀는 은신에 관한 능력에 통탈해 있어, 전투 도중 기척을 감추는 데 능했다.
그녀는자신을 의심했고,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
스사노오의 죽음에 정말 자신이 개입되어 있던 건지.
“말해.”
꽈아아악-.
콰드득-.
등을 짓밟는 힘이 강해지고, 갈비뼈가 부러짐과 함께 상처 부위가 더 크게 벌어졌다.
“끄아아아악!”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아마테라스가 비명을 질렀다.
츠쿠요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모든 걸 다 알았지만, 자신의 발아래에서 죽어 가는 아마테라스를 보며 그녀는 평정심을 찾을 수 없었다.
“말하라고. 왜 그랬는지.”
“크흐, 흐으-.”
아마테라스는 바닥에 피를 토해 내며 웃었다.
츠쿠요미의 뒤쪽으로 유원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런 유원의 뒤로, 아까보다 흐릿한 형체의 스사노오가 걸어오고 있었다.
-또 죽는다고 한들, 저 녀석이 부활시켜 줄 테지.
그는 죽지 않았다.
이미 죽은 자는 또다시 죽을 수 없었다. 스사노오의 형체가 흐릿한 건 유원의 마력이 그만큼 바닥이 났기 때문이지 크게 상처를 입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저벅-.
스사노오가 걸어왔다.
츠쿠요미와 스사노오.
그리고 아마테라스까지.
“삼귀자가 모두 모였군.”
스사노오가 앞으로 걸어왔다.
-이제 끝낼 때가 됐지.
비극이었다.
자신들은 더 이상 친구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연인도 아니었다. 적도 아니고, 아군도 아니었다.
한 명은 죽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곧 죽을 예정이었다.
남아 있는 건 츠쿠요미뿐.
-걱정하지 마라. 죽음 뒤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스칵-.
아마테라스에 의해 소멸한 뒤, 유원에 의해 다시 부활한 스사노오는 다시금 토츠카의 검을 꺼내 들었다.
-물론 넌, 좋은 곳으로는 못 가겠지만.
검 끝이 아마테라스의 목으로 향했다.
그때.
“대답을 못 들었어. 왜 그랬는지.”
츠쿠요미가 스사노오의 앞을 가로막았다.
곧이어 그녀의 시선이 다시금 아마테라스에게로 돌아갔다.
“말해 봐. 왜 그랬는지.”
“……왜라.”
고개를 들어 올린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를 바라보았다.
원망과 질투,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표정.
그것은 아마테라스와 수천 년을 함께해 온 스사노오나 츠쿠요미조차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처음부터 내게 친구는 없었다.”
스사노오와 츠쿠요미.
둘 모두 아마테라스에게는 친구가 아니었다.
“내게 한 명은 여자였고…….”
핏물이 가득 고인 입안.
뿌득-.
아마테라스는 그 속에서 이를 갈며, 스사노오를 노려보았다.
“다른 한 명은 연적이었으니까.”
-…….
“그러니까 내게 친구는 없었다. 그래서였다.”
“하암-.”
옆에서 들려온 하품 소리.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의 시선이 유원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의 시선에 유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손을 저었다.
“신경 쓰지 말고 마저 해라. 관심 없으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 관심이 없었다.
‘뻔하고 짜증 나는 이야기.’
아마테라스가 츠쿠요미를 좋아했다는 건 미래에도 잘 알려지는 이야기였다. 삼신기를 모두 모은 후, 그가 처음 한 일이 바로 츠쿠요미에게 구애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유원은 츠쿠요미와 스사노오의 관계를 알게 된 후 왜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를 배신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사랑에 눈이 멀면, 사람은 어리석어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게 매력적일 때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분명, 그 반대였다.
‘뭐 어쨌든…….’
유원의 시선이 복잡한 얼굴의 츠쿠요미에게로 향했다.
‘파국이긴 해도, 끝은 났군.’
-……잘 알았다.
이야기를 마친 스사노오가 츠쿠요미를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츠쿠요미는 더 이상 스사노오를 막지 않았다.
토츠카의 검에 마력이 맺혔다.
스사노오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너무나도 볼품없고 초라한 검.
하지만 아마테라스는 저항하지 않았다.
푸욱-.
아마테라스의 심장을 스사노오의 검이 꿰뚫었다.
촤아악-!
아마테라스의 몸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스사노오는 심장을 찌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곧이어 아마테라스의 몸을 반으로 베어 냈다.
츠쿠요미는 눈을 돌렸다.
제아무리 스사노오를 죽이는 데 일조했다 해도 아마테라스의 죽음을 멀쩡히 볼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마테라스는 끝났고…….’
캬아아아-!
유원은 상처를 입고 몸부림치고 있는 야마타노 오로치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문제는 저쪽인가.’
아마테라스와의 싸움으로 야마타노 오로치는 여덟 머리 중, 세 개가 잘려 나가고 두 개가 불타고 있었다.
남은 건 세 머리뿐.
몸에는 유원이 던진 창으로 인해 꽤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야마타노 오로치는 더 이상 유원의 편이 아니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야마타노 오로치는 상처 입은 분노를 계속해서 표출하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에 깔린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와 랭커들. 야마타노 오로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분노가 모두 바닥이 날 때까지 계속해서 움직일 것이다.
그는 바로 이곳, 44층의 재앙이었으니까.
‘슬슬 멈춰야 한다.’
아마테라스 다음은 야마타노 오로치였다.
애초에 목적은 토사구팽이었다.
하지만 아마테라스는 야마타노 오로치의 머리들 중, 절반을 베어 내는 데에서 그쳤다.
이제 남은 건…….
주륵-.
“바아아-.”
단풍의 몫이었다.
더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겠던지 유원의 어깨 위에서 군침을 흘리는 녀석.
유원은 그 녀석을 향해 물었다.
“기억 나냐?”
“바아?”
“마시멜로 실험.”
쿠사나기를 탐내던 녀석에게, 유원은 기다리라 말했다.
조금만 참으면 자신이 더 많은 마시멜로를 먹게 해 주겠다면서.
“바앗-!”
단풍은 신이 나서 양팔을 들어 올렸다.
배가 고픈 녀석에게, 눈앞에 있는 거대한 덩치의 뱀은 그저 맛있는 고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 네가 날 좀 도와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단풍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 신력이라는 거…….”
유원의 눈이 단풍의 눈 속을 꿰뚫어 보았다.
“나도 쓸 수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