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10
* * *
아우터와의 싸움에서 단풍의 존재는 분명 굉장한 이점이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만난 아우터를 상대로 단풍의 존재는 천적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과연, 다른 때에는 어떨까.
‘신력을 쓰는 방법…….’
스탯 하나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하물며 100이 훌쩍 넘는 스탯의 가치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현재 단풍의 신력 스탯은 유원의 마력과 비슷한 정도.
그런 스탯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전력은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신력을 쓰는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왜 내가 고민하고 있는 거지?’
신력은 유원이 아닌 단풍이 지니고 있는 힘이었다.
하다못해 평범한 신수만 하더라도 제 의지로 주인을 돕는 법. 그런데 단풍은 그런 평범한 신수도 아니었다.
제 의지를 지니고, 제 의지대로 움직이는 녀석.
보통의 신수보다 훨씬 특별한 녀석.
그렇기에 유원은 단풍이 자신의 싸움을 충분히 도울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바앗?”
단풍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자신의 말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걸까.
아니.
단풍은 그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당장 눈치만 보더라도 그랬다.
‘이 녀석…….’
유원의 미간이 좁혀졌다.
“귀찮은 거냐, 아니면 피곤한 거냐?”
“바앗, 바아아-!”
뭐라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둘 중 하나가 맞는 것 같았다.
유원은 그런 단풍을 보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애 교육은 때때로 엄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안 도와주면 저거, 못 먹는다?”
“아바아아-.”
볼을 잔뜩 부풀리며 불만을 표출하는 녀석.
하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화륵-.
유원의 몸에 불이 붙었다.
보랏빛으로 이글거리는 불길.
성화가 일어났다.
당황한 유원의 눈이 커졌다.
‘스킬을 사용한 적이 없는데?’
분명 자신은 더 이상 스킬을 사용할 만한 마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은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이 불은 단풍이 사용한 것이다.
‘내 스킬을 공유했다.’
화륵, 화르륵-.
몸에 붙은 불은 유원에게는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스륵, 스르-.
몸에 붙은 불은 유원의 몸에 흡수되었다.
[신력을 흡수하였습니다.] [마력이 일부 회복됩니다.] [신력을 일부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마력이 일부 회복됩…….]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메시지.
성화는 유원의 몸에 스며들며, 바닥난 힘을 다시 회복시켜 주었다.
이런 경우가 있을 줄이야.
‘성화는 본래 아우터의 힘이었다’
유원은 10층의 세계, 무림의 천산에서 성화를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혹시 성화의 주인이……?’
“바앗-.”
양 팔을 허리에 대고,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단풍.
그런 단풍의 모습에 유원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도 싸우겠다고?”
“바으아-.”
“뭐, 대충 비슷한 소리 같네.”
쩌억-.
유원의 속에서 포식자가 입을 벌렸다.
덕분에 힘은 꽤 회복됐다. 마력이 전부 빠져나가 무거워졌던 몸도 다시 가벼워졌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꾸욱-.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야마타노 오로치는 분명 어려운 적이지만, 지금은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처음부터 머리 하나가 없었던 데다, 지금은 아마테라스와의 싸움으로 머리의 반 이상을 잃거나 다친 상태였으니.
“덕분에 몸보신도 했으니, 슬슬 다시 싸워 보려는데…….”
유원의 시선이 츠쿠요미와 스사노오에게로 향했다.
“이제 어쩔 테지?”
“물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츠쿠요미가 고개를 돌렸다.
사아아-.
주위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서늘한 한기와 살기에 뒤덮인 유원은 순간, 계절이 겨울로 바뀐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싸워야지.”
스사노오의 죽음을 계획한 게 아마테라스였다면.
그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건 야마타노 오로치였다.
이대로 두더라도 언젠가 야마타노 오로치는 진압될 것이다. 아스가르드 같은 거대 길드에서 한 층의 세계가 망가지는 걸 두고 볼 리 없으니까.
“저 뱀 새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유원은 새삼, 눈앞에 있는 츠쿠요미가 무섭다 느꼈다.
“내가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 * *
캬아아아-!
오로치의 비명 소리가 구름을 찢었다.
몸부림치던 머리 중 하나가 옆으로 쓰러졌다. 곧이어 다른 하나의 머리가 고개를 돌려, 츠쿠요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쩌적-.
새하얀 얼음이 머리를 뒤덮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머리를 감싸고 있던 수분이 얼어붙은 것이다.
하지만.
쩍-.
얼음은 금세 금이 가고, 머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쩡-!
캬아아아-!
오로치의 머리가 괴성을 지르며 츠쿠요미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하지만 머리가 얼어붙어 있던 그 잠깐 사이, 이미 츠쿠요미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푸욱-.
머리에 박히는 짧은 단검 하나.
지이이익-.
츠쿠요미의 단검이 야마타노 오로치의 머리에 박힌 채, 아래로 내려왔다.
촤아아아-!
머리를 반으로 가르는 칼.
독이 든 피가 하늘에 뿌려졌다. 곧이어 그렇게 갈라진 상처 위로, 벼락 하나가 뻗어 나갔다.
콰릉-!
푸우우욱-.
꿰뚫린 가죽 속으로 파고드는 벼락.
야마타노 오로치의 머리가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쿵-.
또 하나의 머리가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하나의 머리뿐.
츠쿠요미는 그 머리를 향해 다시금 얼음의 마력을 뿜어내며 멀리서 다시금 창을 준비하고 있는 유원을 바라보았다.
‘아까도 봤지만, 저 벼락은 무시할 게 못 되는군.’
그녀는 유원과 아마테라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스사노오와 함께이긴 했지만, 유원이 뿌리는 벼락의 위력은 아마테라스에게도 위협이 되기 충분했다.
대체 마력 스탯은 몇이나 되는 거고, 저 벼락을 구성하는 힘은 대체 어떤 것일지.
유원이 이제 막 44층에 올라온 걸 아는 그녀로서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단순히 위력이 강한 것만이 아닌가.’
파지지직-!
유원의 벼락이 다시 한 발 날아갔다.
번쩍-!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기다란 선을 그리는 창.
단순히 위력이 강한 것뿐이라면 이렇게나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저 정도 위력의 기술은 츠쿠요미 역시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다만, 그것을 던지는 유원의 실력은 츠쿠요미도 따라할 수 없었다.
‘마치 완숙한 하이랭커. 아니…….’
츠쿠요미의 머릿속에 한 명.
정말 오래된 이 탑의 지배자 중 한 명이 떠올랐다.
‘천신, 제우스를 보는 것 같다.’
거대한 탑을 지배하는 최상위 하이랭커.
그런 존재들과 유원의 모습이 겹쳐져 보인다는 것 자체는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100위권 안쪽의 하이랭커인 그녀조차, 저만한 위력의 스킬을 저렇게 정확하게 던질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으니까.
촤아악-!
토츠카의 검이 남아 있는 하나의 머리를 베어 냈다.
스사노오의 힘은 살아생전에 비해 보잘것없었으나, 그 싸움 방식과 검술만큼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머리가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오로치의 힘은 처음보다 월등히 약해져 있었다.
-드디어 끝을 보는군.
꾸욱-.
토츠카의 검을 손에 쥔 스사노오의 안광이 번뜩였다.
-쿠사나기는 받아간다.
푸우욱-.
스사노오의 검 끝이 오로치의 머리에 박혔다. 곧이어 검명이 울리고, 스사노오의 몸이 오로치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쫘아아아악-!
마지막 남은 오로치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촤아아악-!
하늘 위로 뿜어지는 피분수.
독을 품은 핏물이 땅 위에 비처럼 쏟아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근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하였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과연 야마타노 오로치였다.
모든 머리가 쓰러지자, 막대한 경험치가 들어왔다. 그것도 지금껏 멈춰 있던 레벨이 오를 정도의 경험치였다.
‘역시 마력은 오르지 않는 건가.’
모든 플레이어가 그렇지만, 유원에게 가장 필요한 스탯은 마력이었다.
하지만 이미 120이 넘어 버린 마력은 레벨만으로 오르지 않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쿵-.
오로치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시체 속에서 스사노오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온몸이 독을 품은 핏물로 적혀진 스사노오.
그의 손에는 새빨간 검신의 쿠사나기가 들려 있었다.
-이건 앞으로 내 검이다.
탐욕 어린 눈빛.
꾸욱-.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 스사노오는 쿠사나기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유원은 그가 쿠사나기를 쥐고 있는 걸 처음 보았다. 토츠카의 검도 잘 맞았지만, 스사노오 같은 검사에게는 역시 귀검이 잘 어울렸다.
“마음대로 해라.”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그때.
흐릿-.
스사노오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졌다.
쿠사나기 역시 마찬가지.
점차 흐릿한 연기로 변한 스사노오가 다시금 유원의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뭐냐?
“회포는 나중에 풀어.”
아마테라스와의 싸움에 이어 바로 이어진 오로치와의 싸움에 유원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지금은 좀 바쁘다.”
스으으-.
유원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스사노오의 모습에 츠쿠요미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지?”
츠쿠요미는 이 싸움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테라스와도, 야마타노 오로치와도.
모든 싸움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와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그 만남을 유원이 막은 것이다.
“아까 말 했잖아? 회포는 나중에 풀라고.”
유원은 발로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을 유지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라서 말이지.”
처음보다 많이 창백해진 얼굴.
마력이 모두 고갈된 모습이었다. 지금껏 유원은 한계까지 쥐어짜며 싸운 것이다.
“……그렇군.”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츠쿠요미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유원이 모두 회복하기 전까지는 다시 스사노오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기다려라.”
유원이 오로치의 시체를 향해 성큼 걸어갔다.
“조금?”
“오 분이면 된다.”
오 분이라니.
제아무리 회복력이 빠르다 한들, 저렇게 고갈된 마력이 모두 회복되려면 족히 반나절은 걸린다.
스사노오를 겨우 소환할 정도라 하더라도 한 시간 이상은 걸릴 터.
유원이 말한 시간은 갑자기 스탯이 오르기라도 하는 게 아니면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물론, 보통이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꼬르르륵-.
단풍의 배가 울렸다.
어지간히도 배가 고픈 모양.
“잘 참았다.”
“바아-.”
침을 뚝뚝 흘리며 단풍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꽤 참을성이 생긴 녀석을 보며, 유원이 흐뭇하게 웃었다.
“이제, 먹어도 돼.”
떨어진 허락에 단풍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 순간.
스륵, 스르르-.
쩌억-.
[‘포식자’가 군침을 삼킵니다.]거대한 오로치의 시체 주위로, 수천 개의 이빨이 드러났다.
야마타노 오로치라는, 거대한 마시멜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상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