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17
* * *
계단은 깊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계의 감옥은 역사가 그리 깊지 않아.”
“막아-!”
“젠장, 침입은 뭔 놈의 침입자야?”
“몇 명이야?”
“하나!”
뒤에서 쫓아오는 목소리에 유원이 속삭였다.
“아레스. 아서.”
스으으-.
횃불에 비친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입구로 가서,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라.”
사아아-.
두 언데드가 움직였다. 이제 안쪽에서 밖으로 누군가 빠져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만들어져, 죄인들을 가두기 시작했지. 그것도 아주 부자연스럽게 말이야.”
그 말을 할 때의 손오공은 어딘가 평소와는 달랐다.
조금은 똑똑해 보였달까.
아무래도 대력왕을 찾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공부나 조사 따위를 했던 모양이었다.
“난 그 감옥이, 큰형님 때문에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다!”
“잡아!”
지하로 내려가던 중 마주친 간수들.
화안으로 시야를 밝힌 유원의 눈에 그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전부 랭커인가.’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모두 랭커였다.
이런 감옥에서 썩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고급 인력인 셈.
‘역시 부자연스럽다.’
점점 손오공의 말에도 힘이 실렸다.
여긴 평범한 감옥이 아니었다.
이곳은 손오공의 말대로 대력왕을 가두기 위한 숲이었다. 감옥에 갇힌 죄인들은 숲을 만들기 위한 나무였고, 이곳에 있는 랭커들은 그 숲을 지키기 위한 맹수들이었다.
화르르륵-.
감옥의 안쪽이 환하게 밝아졌다.
계단 아래를 향해, 보랏빛 불길이 파도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 어어?”
“막아!”
화아아악-!
간수들이 뿜어낸 마력과 성화가 부딪쳤다.
거대한 해일에 밀려나듯, 간수들의 몸이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불길에 휩싸인 간수들이 정신을 잃고, 몇몇 간수들이 놀라 소리쳤다.
“이 녀석 장난 아니야! 지원을 불러!”
“플레이어 키트가 작동을 안 해!”
“이 난리 통에 플레이어 키트가 작동을 하겠어? 한 명이라도 밖에 나가서 누구든 불러 와!”
“젠장, 이 새끼 목적이 뭐야?”
죄수들 중에 이 난리를 칠 만큼 대단한 죄인은 없었다. 때문에 감옥을 공격할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간수들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것도 상황은 그리 여의치 않았다.
“이, 이 녀석들은 또 뭐…….”
“문이 얼어붙었다!”
푸욱-.
쩌적, 쩌저저저-.
아레스가 문 앞을 가로막고, 아서는 그 주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문 밖으로 나가 지원을 청하려던 간수들은 두 사람을 뚫어 내지 못하고 목이 베어졌다.
“썅,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혼란의 상황.
유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대체 지하 몇 층이나 되는 걸까.
‘10층은 넘게 내려왔다.’
이렇게 지하 깊숙한 곳까지 감옥이 펼쳐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손오공에게 들은 건 이 감옥 가장 아래쪽에 대력왕이 갇혀 있다는 것뿐, 몇 층씩이나 되는 건지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더 내려가야 하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땅 아래를 부수고 내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의 마력을 사용하면 그만큼 밖에서 더 빨리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쯤 몇 명 정도는 감옥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시간 싸움.”
꾸욱-.
유원은 우라노스의 심장을 착용한 주먹을 움켜쥐었다.
“모르겠다.”
지금은 고민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파지지지-!
손안에서 전격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어둡던 감옥의 안쪽이 환해졌다.
그리고 그 직후.
번쩍-!
콰릉-!
바닥을 내리친 충격으로 인해 지면이 움푹 내려앉았다.
죄인들을 가둔 철창이 부서지고, 몇 개의 층을 아래로 떨어져 내려왔다.
“난 자유다!”
“으아아아-!”
“뭣들 해, 도망쳐-!”
부서진 철창 밖으로 빠져 나오는 죄인들.
유원은 그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대력왕을 숨기기 위한 나무들일 뿐이다. 진짜로 죄목이 대단한 자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거라면 아마 곧 천계가 다시 잡아들일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차피 밖으로는 못 나간다.’
밖으로 나가는 입구는 아레스와 아서가 지키고 서 있었다.
상위 랭커인 아서와 하이랭커인 아레스가 버티고 서 있는 이상, 여기 갇힌 죄인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뚫어 낼 수 없을 터.
문제는 이 안쪽이 아니었다.
파지지직-.
[‘우라노스의 심장’이 ‘벼락’을 생성합니다.]유원의 손안에서 터져 나오는 벼락.
그 힘이 주먹에 감기며, 다시 한번 땅 아래로 향했다.
“한번…….”
부우우웅-.
“더.”
콰릉-!
우르르르, 콰과광-!
몇 개의 층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총 40여 개의 층.
만약 이 지하를 거꾸로 뒤집어 놨다면 천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었을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깊은 감옥을 만든 건지.
그러던 중.
쿵-.
유원의 주먹에 단단한 무언가가 걸렸다.
‘철창?’
지금껏 두부마냥 손쉽게 부서지던 바닥과 다른 철창들과는 달리, 유원의 아래에 깔린 철창은 단단해서 부서지질 않았다.
자연스레 유원의 시선이 촘촘한 철창 속에 갇혀 있던 죄인에게로 향했다.
다른 죄인들과는 달리 과도할 만큼 단단한 철창.
그 철창보다 더 촘촘한 사슬로 온몸이 묶여 있는 장신의 남자.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해서인지 하얗다 못해 투명해질 지경인 피부와 머리에 솟아 있는 하나의 뿔.
남자를 보는 순간, 유원은 확신했다.
‘이자다.’
유원은 서둘러 철창 위에서 내려왔다.
유원이 앞에 서자, 잠들어 있던 남자가 눈을 떴다.
“……소란스럽군.”
“나오실 때가 됐습니다.”
유원은 고개를 든 남자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우마왕.”
우마왕의 눈이 유원을 바라보았다.
그저 눈이 마주친 것뿐인데, 유원은 그의 눈이 단지 자신을 보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겉을 보는 게 아닌,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왔나?”
“예.”
“여기 있다는 건 어떻게 알고?”
“손오공이 알려 줬습니다.”
“오공이가?”
가늘게 휘어지는 눈.
분명 동요할 만한 이야기임에도 우마왕의 반응은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이상했다.
분명 온몸이 꽁꽁 묶이고 마력이라고는 한 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눈앞에 있는 우마왕의 모습이 거대하게 보였다.
‘대력왕의 기세라는 건가.’
꿀꺽-.
우마왕을 만나는 건 유원도 처음이었다.
그는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는 랭커였다. 또한, 미래에 존재해야만 하는 랭커이기도 했다.
“살려야 하는 사람? 여럿 있긴 하겠지만 평천대성, 그는 반드시 구해야겠지.”
“평천대성? 맞아. 잊고 있었군. 평천대성, 진짜 대단했지. 천계와의 전쟁이 아니더라도 고대 시절부터 그가 이 탑에 끼친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니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헤라클레스가 등장하기 전, 최강의 괴력가라고.”
“주술에 있어서도 최고였고.”
오딘, 크로노스, 비슈누.
이 탑에서 가장 오래된 랭커들이 우마왕을 떠올리며 다들 한 마디씩을 거들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당연히 유원도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우마왕이 어떤 자인지.
얼마나 강했기에 그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것인지.
대체 왜, 이런 곳에 갇힌 것인지.
“내가 여기 있는 걸 녀석이 알 리가 없다.”
고개를 들어 올려 유원을 바라본 우마왕의 눈빛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말대로였다.
손오공은 우마왕이 여기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적어도 지금 시점의 손오공이라면 그랬다.
더군다나.
“그리고 녀석은 이미 죽었어.”
아무래도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말대로다. 천계와의 전쟁에서 녀석이 살아남았을 리 없다. 녀석이 이겼다면 이미 천계는 쑥대밭이 됐을 테고, 졌다면 죽었을 테니.”
“천계가 그렇게 말합니까? 손오공이 죽었다고?”
유원의 물음에 우마왕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대답하는 대신, 전과 조금 달라진 눈빛으로 유원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맞는 모양이었다.
‘머리 굴리는 건 여전하군.’
하지만 분명 꽤 그럴듯한 말이었다.
손오공과 천계의 싸움에 대해서는 우마왕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제아무리 깊은 지하라고 한들, 천계에 쳐들어온 손오공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을 리 없을 테니까.
천계와 손오공은 둘도 없는 숙적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싸움에서 패한 쪽은 살아남을 수 없는 법이다.
원래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불사입니다.”
“불사?”
우마왕도, 그리고 얼마 전까지의 손오공 본인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사실.
그 때문에 우마왕은 손오공이 죽었다는 천계의 말을 믿고 있었다.
실제로도 천계는 손오공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창칼로도, 팔괘로의 뜨거운 불길로도, 손오공의 숨통을 끊어 놓지는 못했다.
결국 천계는 손오공을 영원히 봉인시키는 쪽을 택했다.
“정확한 이유는 본인도 모르는 것 같지만, 반도가 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반도원, 불사…….”
우마왕은 유원의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유원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손오공은 봉인됐습니다. 장소는 오행산. 녀석이 태어난 장소입니다.”
“오행산…….”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주술을 먼저 풀어 내야 합니다. 주술에 있어서는 이 탑의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유원이 고개를 숙였다.
“그 친구를 구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말해도 말이다.”
철그럭-.
우마왕이 몸을 흔들자, 그 몸을 구속하고 있는 사슬이 흔들렸다.
“나도 이것 때문에 나갈 수가 없구나. 잘 끊어지지가 않아서.”
다른 누구도 아닌, 우마왕을 봉인하고 있는 사슬이었다.
그것은 몸을 구속하고 있는 상대의 마력을 빨아들였다. 덕분에 우마왕의 몸에는 한 줌의 마력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팔과 다리 등, 몸의 핏줄을 다 끊어 놓아 제대로 힘도 줄 수 없는 상태.
게다가 마력을 회복할 수 없으니 그렇게 끊어진 힘줄을 회복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대력왕이라 불리는 그라 해도, 저런 상태로 사슬을 끊어 내고 탈출하는 건 불가능했다.
물론.
“몸이 조금 나아지면 어떻겠습니까?”
“몸이?”
“여기 오면서 슬쩍한 게 하나 있습니다.”
유원은 인벤토리 속에 손을 넣어, 감옥에 오기 전에 챙겨 두었던 물건을 꺼냈다.
뽀얗고 새하얀 과실.
아직 덜 익은 채 수확된 것이지만, 그것을 알아본 우마왕의 눈이 반짝였다.
“네 녀석도 실로 간이 크구나.”
반도.
고작 천 년 정도 된 것으로 보일 뿐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마력의 양은 상당했다.
아마 이 감옥을 탈출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터.
하지만 그것에 손을 댄 순간부터 유원은 천계와 완전히 척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여기서 이 난리를 친 것만으로도 사형감입니다.”
그렇게 반도를 손에 쥔 유원이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우마왕을 만난 후.
처음으로 그의 눈빛에, 강렬한 힘이 돌아왔다.
“막내를 구하러 가 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