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2
* * *
‘그 녀석이다.’
순식간에 올라온 랭킹.
하르간은 2위에 랭크된 ‘김유원’이라는 이름에 눈을 반짝였다.
“올라오고 있나.”
순식간에 랭킹을 치고 올라온다.
이름은 모르지만 확실했다.
이 녀석이었다.
‘한동안 눈에 띄는 녀석이 없어서 그냥 발만 빠른 줄 알았더니만.’
하르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지막 튜토리얼이 시작했던 당일.
그는 자신이 쫓아갈 수 없는 참가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당황했다.
그리고 기대가 됐다.
과연 그가 누구일지. 어떤 힘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적수로서 싸워 줄 수 있을지.
동료가 될 수 있을지.
“뭐가 많이 즐겁나 봅니다?”
하르간의 표정에 뒤에서 따라온 남자가 물었다.
이성윤.
이번에 새로 하르간의 ‘팀’에 들어온 참가자였다.
“꼭 데려오고 싶은 녀석이 있다.”
“김유원?”
“아는 녀석이냐?”
그러고 보니 김유원과 이성윤은 같은 세계의 사람이었다. 듣자 하니 이름도 비슷하고, 재능이 있는 것도 비슷했다.
이성윤.
그는 지구라는 세계선에서 온 참가자들 중, 유별날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육체적인 능력은 그저 그렇지만 마나를 다루는 재능만큼은 탑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
마력을 개방하자마자 마력 스탯이 12에서 시작한 데다, 5번 튜토리얼에서부터 벌써 마나포를 사용할 수 있는 참가자는 역대 튜토리얼을 통틀어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빛나는 재능이다.’
지구.
그 어떤 세계선보다도 약한 인간들이 사는 별.
하지만 하르간은 벌써 그곳에서 두 명의 괴물을 발견했다.
바로 김유원과 이성윤이라는 괴물들을.
“설마요. 같은 국가에서 산 것 같긴 한데,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게 아니어도 새로 바뀐 랭킹만 보고 누구에게 호기심을 느끼는지 바로 알겠던데요?”
이성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 속도면 조만간 랭킹이 뒤집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르간 님과 점수 차이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고요.”
“뭐, 그거야 니들 때문에 그렇고.”
하르간은 그렇게 말하며 뒤따라오던 몇 명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팔라딘테와 엘라도르, 욜체와 이성윤.
그밖에 도합 아홉 명에 달하는 동료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사냥은 이제부터다.”
처음 하루, 하르간의 목적은 사냥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동료를 모아, ‘팀’을 꾸리는 것.
그렇게 만든 팀을 키워, 함께 탑을 오르는 것이다.
‘꽤 괜찮은 팀이야.’
하르간은 지금 만들어진 팀이 꽤 마음에 들었다.
튜토리얼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있고, 레벨도 높았다. 무엇보다 각자의 성향과 포지션이 적절하게 나누어져 있어, 합이 잘 맞는 편이었다.
물론 그들을 한데 모은 건 하르간의 압도적인 무력과 배경에 있었다.
‘이제 남은 한 자리.’
하르간은 이번 튜토리얼에서 딱 10명의 동료를 맞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중 한 자리는 미리 점찍어 둔 상대가 있었다.
‘이름이 김유원이라 이거지.’
다음번엔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랭킹을 확인한 하르간이 그렇게 결심을 굳히고 있을 때.
“저거 맞지, 아저씨?”
옆에서 무미건조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아니라니까, 짜식이.”
하르간은 얼굴을 와락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한쪽을 서성거리던 엘프족 참가자, 팔라딘테가 숲의 바닥에 난 구멍을 발견했다.
근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구멍을 찾는 데 한 반나절이 걸렸다.
그마저도 팔라딘테의 도움이 없었다면 며칠이 더 걸렸을지 모르는 일.
“그래, 어디 보자…….”
쾅-.
하르간은 두 주먹을 부딪쳤다.
충격에 휘말리지 않도록 팀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르간은 황금빛의 장갑을 낀 손을 굳게 쥐고, 손을 번쩍 위로 들어 올렸다.
다음 순간.
콰아앙-!
콰르릉, 쾅-!
하르간이 바닥을 내리찍자, 지면이 내려앉았다.
구구구구-.
무너진 지면 아래,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하르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찾았다.”
튜토리얼의 섬, 바라간다.
이 섬의 중앙부는 위험한 괴물들과 여러 히든피스로 득실거렸다.
문제는 그 중앙부로 들어가는 입구가 섬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파지지-.
손안에 전격이 맺히며 어두컴컴한 구덩이 안쪽이 밝혀졌다.
하르간은 구덩이 안으로 몸을 던졌다. 벽을 긁으며 아래로 내려오자, 천장에 점점이 밝은 돌멩이들이 박혀 있었다.
“오, 여깁니까? 그렇게 찾던 곳이.”
“꽤 넓은 것 같은데…….”
“동굴 같기도 하고.”
하르간의 팀원은 그를 뒤따라오더니 동굴 안은 두리번거렸다.
하나의 거대한 섬인 줄로만 알았더니, 이렇게 거대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니.
입구를 발견한 팔라딘테는 정령을 부려 주위를 살펴보게 하고는 하르간을 돌아보았다.
“먼저 주위를 살펴보고 움직…… 아저씨, 왜 그래?”
분명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즐거운 듯 웃고 있던 하르간의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하르간은 팔라딘테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크게 떠오른 의문 때문이었다.
‘이상하다.’
분명 메시지가 나와야 할 텐데.
기다려 봤지만 너무 조용했다. 잠시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즉.
“누가…… 이미 발견한 건가?”
자신들이 들어온 입구에는 아직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던전에 들어오는 입구는 하나가 아니었다.
섬 아래에 위치한 던전. 이 거대한 던전에 들어오는 입구는 몇 개나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 이 며칠 사이에…….’
“팀장!”
이성윤의 목소리.
“랭킹, 랭킹 확인해 봐요!”
“랭킹?”
갑자기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하던 하르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렇게 랭킹을 확인하자.
[1위 : 김유원 : 5679p] [2위 : 하르간 : 5539p]그 짧은 사이, 순식간에 뒤집힌 포인트 결과가 보였다.
* * *
쾅, 콰앙-!
쿠르르르-.
전격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동굴을 뒤흔들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기다란 지네를 닮은 괴물들은 순식간에 몸이 터져 나가고, 짓이겨졌다.
콰릉-!
하르간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졌다.
천둥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땅과 동굴이 흔들렸다.
“어지간히 화났나 보네.”
뒤따라가던 팔라딘테와 엘라도르는 팔짱을 낀 채 터져 나오는 전격을 바라보았다.
실로 무시무시한 전격과 육체 능력이었다.
그 힘이 자신들에게 직접 향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온몸이 저릿해질 정도라니.
“화난 것보다는 의욕이 끓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성윤의 말에 엘라도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회색빛을 띈 피부색에 푸른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이성윤을 바라보았다.
“경쟁심?”
“뭐, 그런 거죠.”
이성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까이서 그녀의 얼굴을 볼 때면 매번 이렇게 가슴이 철렁거렸다.
엘라도르는 엘프였다. 그것도 하얀 피부를 가진 엘프와 다크엘프의 혼열인, 특이한 존재였다.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와 이질적인 푸른 눈과 기다란 귀, 그녀는 이성윤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아름다운 사람보다도 더 완벽한 미인이었다.
“하지만 이래서는 제대로 사냥은 안 되겠네요.”
허리 아래까지 길게 기른 검은 머리에 눈을 감고 있는 여인, 욜체의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이성윤을 비롯한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 의욕이 넘쳐 저 많은 괴물들을 다 사냥해 버리니, 제대로 사냥이 될 리가 없었다.
“팀을 반으로 나누지.”
순식간에 사냥을 끝낸 하르간은 이마에 난 땀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욜체, 이성윤, 엘라도르, 페일, 타이푼.”
하르간이 호명한 팀원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마침 두 갈래 길이다. 너흰 오른쪽으로 가라. 엘라도르와 팔라딘테가 길을 찾고, 연락책을 담당해라.”
“다섯 명이서 괜찮겠어?”
팔라딘테의 물음에 하르간은 고개를 저었다.
“저쪽에도 욜체가 있잖아.”
“음…… 하긴, 그러네.”
팔라딘테는 그렇게 대답하며 벌써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욜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하르간과 같은 탑의 순혈로, 마법을 다루는 일족의 용병이었다. 팀에서는 하르간 다음가는 실력자였으니, 충분히 믿을 만했다.
욜체를 비롯한 다섯 명은 오른쪽 길로 빠져 사냥을 시작했다.
하르간이 빠졌다지만 사냥에는 무리가 없었다.
하르간의 무식한 전격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빠져 있던 욜체는 쌍검을 빼어 들더니 순식간에 괴물들 사이로 파고들어갔다.
촤촤작, 스걱-.
키에에엑-!
수십 마리의 지네들이 괴성을 질렀다. 이성윤은 그런 지네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나포]우우우웅-.
마나가 응집되며, 마나포가 생성되었다. 욜체와 엘라도르가 앞에서 시간을 끄는 사이, 이성윤이 한 방을 준비한 것이다.
“피해요!”
콰아아앗-!
마나포가 전방을 휩쓸었다.
지네들의 몸이 터져 나갔다. 마나포는 마나를 많이 잡아먹지만, 그만큼 확실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순식간에 한 무리의 지네들이 휩쓸렸다.
이성윤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우-.”
현재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마나포는 모두 세 발.
그중 한 발을 방금 사용했으니, 이제부터는 슬슬 마나를 아낄 필요가 있었다.
“수고했다.”
“이런 식으로 가자.”
사냥은 순조로웠다.
일행은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같은 방법으로 사냥을 이어 갔다.
지네를 닮은 이름 모를 괴물들은 점점 숫자가 많아지고, 다리의 개수가 늘어났다.
“욜체!”
“뒤쪽에 샌다!”
“전장 이탈하지 마! 포지션 지켜!”
사냥은 점점 격렬해졌다.
그만큼 경험치와 점수도 더 늘어났지만, 지네들은 위쪽에 있는 다른 괴물들과는 질적으로나 수적으로 전혀 달랐다.
“후우-.”
“점점 힘드네, 이거.”
“저쪽에 저 문은 뭐지? 엄청 큰데.”
수십 마리의 지네들 맞은편으로 5미터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철문이 보였다.
던전에 들어오고 반나절이 넘는 시간 만에 처음으로 나온 문이었다.
“보스 룸 같은 거 아닐까요?”
“보스 룸?”
“예전에 했던 게임…… 그러니까 뭐 이런 던전 비슷한 걸 겪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저런 데 들어가면 꼭 보스가 있더라고요.”
이성윤은 오래전에 했던 게임을 떠올렸다.
욜체는 이성윤이 자신과 같은 용병이나 모험가였다고 생각하는지 새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성윤은 숨을 고르며 마나의 회복에 신경 쓰는 한편, 계속해서 랭킹을 확인했다.
[1위 : 김유원 : 7149p] [2위 : 하르간 : 7081p]점수가 빠르게 좁혀졌다.
하르간의 사냥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때에 맞게 많은 괴물이 출몰하는 사냥터까지 만나서인지, 그는 그야말로 포인트를 쓸어 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까부터 갑자기 멈춰 있던 것 같은데…….’
빠르게 올라가던 유원의 점수가 어느 순간 멈춘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벌어지던 점수는 다시 좁혀지기 시작했고, 어느덧 100포인트도 채 남아 있지 않았다.
“뭐해?”
“예?”
욜체의 물음에 이성윤은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아니, 아무것도요.”
“사냥 끝났다고 해서 너무 넋 놓고 있지 마라. 긴장이 풀릴 때야말로 가장 죽음과 맞닿아 있는 순간일 테니까.”
“네…….”
그렇게 대답하던 이성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갑작스러운 그의 표정 변화에 욜체가 물었다.
“왜 그러지?”
“랭킹이…….”
“랭킹?”
구우우웅-!
동굴의 바닥이 흔들렸다.
무언가 거대한 게 떨어진 듯한 흔들림.
“뭐, 뭐야?”
“저쪽인 거 같은데?”
잠시 휴식을 취하던 일행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충격은 분명, 이 앞의 문 너머에서 느껴졌다.
“다들 다시 정신 바짝 차리고, 이성윤. 넌 뒤쪽에서 포지션 잡아라.”
욜체의 지시에 이성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째서인지, 이 충격과 자신의 본 ‘점수’가 무관하지 않다고 느꼈다.
[1위 : 김유원 : 10149p]아니나 다를까.
끼이이이-.
“뭐, 뭐야 이건?”
“대체 누가…….”
서둘러 포지션을 잡은 일행이 문을 열고 들어간 던전의 깊은 곳에 기다리고 있던 건.
[보스룸(Boss room)에 입장하였습니다.] [공략이 완료되었습니다.]바로 수백 마리의 지네들과 수십 미터의 몸길이를 가진 거대한 보스의 시체였다.
“조금 늦었다.”
그리고 그 위로.
“이 녀석, 방금 숨이 끊어졌거든.”
이 많은 지네들을 사냥한 걸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