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21
* * *
칼 끝에 힘이 실렸다.
대련이라는 마음가짐이 아니었다.
‘전력(全力)’이라는 건, 단지 열심히 한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쩌어엉-!
그 힘을 우마왕은 맨손으로 받아냈다.
물론, 그렇다 하여 우마왕이 마냥 유원을 봐 주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저 정도 되는 하이랭커에게 ‘몸’이란 그 어떤 무기보다도 잘 사용할 수 있는 흉기나 다름없었으니까.
화르르륵-.
검 끝에 실린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우마왕의 몸을 휩쓰는 보랏빛의 불길.
성화의 등장에 우마왕이 입을 벌렸다.
“……?”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우마왕은 자신의 몸을 덮쳐오는 불길을 빨아들였다.
“후우우웁-!”
다름 아닌, 입으로.
꿀꺽-.
단숨에 불을 삼켜 버린 우마왕은 미간을 구겼다.
속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림 때문이었다.
“뜨거운 불이군.”
하지만 성화를 집어삼킨 것치고 그리 대단한 반응은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몸뚱이인 걸까.
유원은 돌연 헤라클레스를 상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 이제…….”
꽈악-.
우마왕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내 차례다.”
그리고 그 반응에 유원은 오싹, 소름이 돋았다.
주먹에 깃드는 마력.
그것이 앞으로 뻗어오는 순간.
‘이런 미친.’
욕지거리를 내뱉을 만한 시간도 없었다.
유원이 차고 있던 우라노스의 심장이 빛을 발했다.
[‘타르타로스’를 소환합니다.]츠츠츠츠-.
손안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마력.
타르타로스라는 지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손안에 휘감겼다. 싸움이 시작되면서부터 쓰기 시작한 능력이었지만, 지금은 타르타로스로 향하는 문을 더 활짝 넓힌 상태였다.
화아악-!
쩌어어어-!
주먹과 검이 부딪쳤다.
두 사람의 몸이 서로 다른 반대 방향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지이익-.
밀려 나던 두 사람이 바닥에 힘을 주어 멈췄다. 우마왕은 손을 쥐락펴락하며 유원을 바라보았다.
‘신비한 힘이군.’
파짓, 파지지지-.
손을 타고 검까지 전해지는 마력.
자신의 것이 아닌 마력을 저렇게 사용하는 건,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 아이템은 그걸 억제시켜 주고 있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모든 속성의 마력들 중, 가장 위험 부담이 큰 어둠 속성의 마력을 말이다.
‘사용자의 몸을 갉아 먹고 강해지는 힘. 저 힘은 분명…….’
우마왕의 눈이 가늘어졌다.
‘녀석의 거군.’
우라노스.
수많은 랭커들과 함께 싸워 쓰러뜨린, 최악의 괴물.
유원과 싸우고 있으면 문득문득 그가 떠올랐다.
‘저 갑옷도 말이지.’
푸스스-.
유원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물 속성의 마력.
저 스킬은 모두 우라노스에게서도 보였던 것들이었다.
마치, 작은 우라노스와 싸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커질지도 모르겠군.’
싸우다 보면 문득문득 까먹는다.
눈앞에 있는 유원이 랭커가 아니라는 걸.
하지만 바로 지금.
파짓, 파지지-.
우마왕은 자신의 몸에 흐르기 시작한 패널티의 징조에서, 그가 아직 랭커조차 되지 못한 플레이어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탑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 그렇다는 건 랭커가 되지 못한 플레이어라는 건 분명한 건데…….’
우마왕의 고민이 깊어졌다.
‘저게 가능한 건가?’
손오공을 처음 만났을 때.
그때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직 새파랗게 어린 플레이어가 어떻게 이렇게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그 재능에 놀랐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유원은 단순히 그런 ‘재능’으로 따질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우라노스의 힘.
거기에 반쪽짜리나마 손오공의 눈을 지니고 있었고, 헤라클레스의 상징인 거인화까지 터득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아직 끝이 아니군.’
우마왕은 유원이 아직까지 다 끝을 보여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륵-.
유원의 손아귀에서 새빨간 피 한 방울이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검과 부딪친 건 우마왕의 손이었지만, 찢어진 건 유원의 손이었다.
‘저 아저씨, 진심인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이 정도 힘이라니.
우마왕은 이번 대련을 대충 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우라노스의 심장이 지닌 성능을 최대치까지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것이리라.
[거인의 힘이 전신에 깃듭니다.] [거인의 피가 왼팔에 깃듭니다.]꾸우욱-.
유원의 몸에 흐르던 마력의 흐름이 오른팔로 향했다.
상대는 우마왕이다.
헤라클레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력왕이라 불리던 존재.
그런 그를 상대로 이 정도 거인화는 당연했다.
쿠직-.
온 몸에 샘솟는 힘에 유원이 앞으로 나섰다.
콰앙-!
발돋움 한 지면이 움푹 꺼지며, 유원의 몸이 앞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아까와는 다른 힘이 느껴진 것인지 우마왕은 눈을 더 가늘게 좁히며 비로소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부딪치려는 순간.
[감각지대가 활성화됩니다.] [‘화안’이 움직임을 읽습니다.]유원의 눈이 우마왕의 움직임을 읽었다.
쩌어억-!
유원의 주먹이 우마왕의 가슴팍을 때렸다.
뒤로 죽 밀려 나가는 우마왕. 유원은 그를 향해 곧장 검을 휘둘렀다.
퍼억, 퍽, 퍼억-!
촤아아악-!
유원의 주먹과 검이 우마왕의 몸을 활짝 열어젖혔다.
타르타로스의 마력을 품은 검은 우마왕의 몸에 새까만 상처를 남기고, 거인화의 힘을 품은 주먹은 우마왕을 뒤로 밀어냈다.
동시에, 유원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이렇게 쉽…….’
유원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큰 키 차이 때문에 보이지 않던 우마왕의 눈빛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부우우웅-.
쩌어엉-!
우마왕의 주먹이 아래로 박히며, 애꿎은 바닥을 뒤집었다.
구구, 구구구구-.
흔들리는 땅.
그리고 주먹의 충격으로 인해 위로 솟아오르는 지면.
쿠지지직-.
우마왕이 만들어 낸 풍경이 흔들렸다. 솟아오른 지면은 더 이상 새하얀 구름이 아니었다.
그렇게 솟아오른 지면의 파편을 보며,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났던 유원은 혀를 내둘렀다.
“헤라클레스가 한 명 더 있었군.”
저것을 피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눈 덕분인가? 아니면 다른 게 더 있는 건가?”
저벅-.
솟아오른 지면 옆으로 우마왕이 돌아왔다.
“피하는 건 잘하는구나.”
새빨갛게 변한 흰자위.
온화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유원을 바라보던 우마왕의 눈은 살기라도 품은 듯 서늘해졌다.
“어디, 이번에도 잘 피할지 보자꾸나.”
“……뭐야, 저 아저씨.”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격하던 쪽은 자신이었다.
거인화의 힘을 집중한 주먹을 몇 방이나 꽂아 넣었고, 칼끝에 베어지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우마왕은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가슴에 난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고, 주먹이 들어간 자리도 작은 멍 두어 개가 보일 뿐이었다.
정말 무식한 몸뚱이였다.
게다가.
‘아까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원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이건 정말 위험했다.
한 번 눈이 돌아버리면 손오공보다도 더 못 말린다던 게, 이걸 말하는 모양이었다.
‘우라노스의 심장 때문인가.’
갑작스러운 우마왕의 살기에 당황한 것도 잠시.
유원은 서둘러 평정심을 찾았다.
당황한다고 해결될 건 없었다.
‘온다.’
부우우웅-.
주먹이 휘둘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감각지대가 펼쳐진 공간. 잔뜩 날카롭게 곤두선 감각에 우마왕의 주먹이 보이고, 느껴졌다.
콰앙-!
한 방, 한 방을 피할 때마다 유원은 생사를 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반격할 만한 틈이 없었다.
단지 힘이 실린 것만이 아니라, 우마왕의 주먹은 빠르기도 했다.
화안을 통해 주먹을 집중해서 보고 감각지대에 몸을 맡겨야 겨우 피할 수 있을 정도.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부우웅-.
우마왕의 주먹이 또 다시 유원의 머리 옆을 스쳤다.
웃기는 소리였다.
이길 수 없다? 당연한 소리였다.
애초에 유원은 이 싸움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었다.
상대는 우마왕이었다.
천 년도 더 된 이야기였지만, 그 제천대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하이랭커.
그런 우마왕을 상대로 이기라니…….
“그게 무슨 억집니까?”
“이기지 못하면…….”
오싹-.
목소리가 들려온 건 등 뒤였다.
“넌 죽을 거다.”
꽈아앙-!
지이잉-.
머릿속이 흔들렸다.
중력을 이긴 몸이 날아가는 게 느껴졌다. 도무지 자신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
지이이익-.
간신히 볼품없이 바닥을 뒹구는 걸 피한 유원이 땅을 손으로 짚으며 멈춰 섰다.
눈앞에 보이던 세상이 거꾸로 뒤집혔다.
‘진심인가?’
화악-!
우마왕이 달려 들어왔다.
정면으로 돌진해 오는 우마왕의 모습은 마치 하나의 성난 황소나 다름없었다.
‘진심으로 저러는 건가?’
천계와의 싸움.
그것은 올림포스 부수기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큰 싸움이었다.
그리고 우마왕은 그런 천계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유원이 준비한 가장 중요한 패 중 하나였다.
또한.
그를 그리워하는 손오공을 위한 유원의 선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바다의 가호’가 몸에 깃듭니다.]투확-!
몸에 둘러진 마력을 뚫고, 우마왕의 주먹이 유원의 배를 강타했다.
“커억!”
순간, 내장이 온통 터져나가는 듯한 충격이 전신을 관통했다.
어느새 바짝 다가와 있는 우마왕.
그리고 그때를 기다리고 있던 유원의 손이 우마왕의 팔을 붙잡았다.
콱-.
번쩍-!
우마왕의 몸에서 새까만 전격이 터져 나왔다. 벼락과 함께 타르타로스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우마왕의 몸을 휘어감았다.
파직, 파지직, 파지지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터진 전격.
그 힘에 영향을 받은 건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이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유원은 우라노스의 심장을 통해 타르타로스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상태였다.
물론, 그 덕분에 유원도 전격의 영향에서 무사할 수는 없었지만…….
휘청-.
충격을 받은 건 직접 영향을 받은 우마왕이 훨씬 컸다.
“역시 이건 꽤 위협적이야.”
온 몸을 휘어감은 전격의 힘에 우마왕의 몸이 잠시 흔들렸다. 그렇지 않아도 지쳐 있던 몸에 상당한 충격이 전해진 탓이었다.
그리고 이내.
스륵-.
털썩-.
우마왕의 주먹에 이어, 타르타로스의 힘에까지 휘말린 유원의 몸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정신력은 정말 대단하군.”
우마왕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음에도 자신의 팔을 놓지 않은 유원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때문인지 유원은 쓰러졌음에도 아직 반쯤은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릎은 땅에 닿았지만 아직 머리까지 바닥에 떨어진 게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 사이.
“바앗-.”
유원의 어깨 위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어린 아이가 낑낑거리며 올라왔다.
“바앗, 바-!”
단풍은 마치 더 이상 건들지 말라는 듯, 우마왕을 올려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듬직하기는커녕 오히려 작고 우스워 보이는 모습.
하지만 그런 겉모습과는 달리 단풍을 바라보는 우마왕은 유원과의 싸움 때에도 느끼지 않았던 긴장감을 내비췄다.
“……너로구나.”
쩌억-.
우마왕은 단풍의 등장과 함께, 유원의 주위로 나타난 수십의 입과 생명체들을 보며 말했다.
“이 녀석의 속에 살고 있던 괴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