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26
* * *
손오공은 유원이 아는 랭커들 중에서도 유난히 특이한 성격이었다.
가끔은 변태라는 생각도 들었다. 손오공은 먹는 것만큼이나 싸우는 걸 유난히 즐겼다.
싸우고, 맞고, 그러는 게 대체 뭐가 그리 즐거운 건지.
‘그런 점은 아수라와 잘 어울렸지.’
아수라와 손오공.
두 사람은 거의 매일같이 싸웠다.
승리하는 쪽은 거의 손오공이었지만, 아수라 역시 크게 밀리지 않았다.
전투에 대한 감만큼은 아수라 역시 손오공 못지 않은 천재였으니까.
싸움을 좋아하는 두 사람.
그들 사이에 끼어, 얼마나 피곤했는지 생각하면 절로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건, 분신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부우우웅-.
유원은 근두운의 뒤에 올라탄 채 손오공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손오공의 첫 번째 분신.
분신의 번째 수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건 알고 있었다.
당장 열두 번째 손오공만 하더라도 본체인 손오공에 비해 성격이 꽤 많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왜인지.
저 즐거움에 가득 차 걸어가는 뒷모습에서는, 정말 손오공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첫 번째에 가까울수록 진짜에 더 가깝다…….’
유원은 활화산처럼 들끓는 마력을 갈무리하며 숨을 내뱉었다.
‘힘은 어떨까.’
꽤 기대가 됐다.
첫 번째 분신은 과연 열두 번째 분신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
첫 번째 손오공은 과연 얼마나 본체에 가까울지.
그 답이 이제 곧 나올 예정이었다.
툭-.
가볍게 땅 위에 내려온 손오공은 눈앞에 보이는 벽을 바라보았다.
“이쯤이면 되겠지?”
스윽-.
새까맣고 단단한 벽.
근두운이 향할 수 있는 가장 끝 부분이었다.
“이 정도면 천계의 눈에서도 벗어났을 거다. 많이 멀리 왔으니까.”
근두운을 타고 반나절.
정말 멀리도 왔다 싶었다. 손오공의 근두운은 하루에 세상의 끝과 끝을 넘나들 수 있는 속력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선 마음껏 난동을 부려도 돼. 그러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화륵-.
“그 힘, 마음껏 풀어 봐.”
손오공의 눈동자에 불이 붙었다.
순간, 유원은 라그나로크가 재현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완전 진심이군.’
착각은 순간에 불과했고, 유원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손오공의 마력에 어깨가 짓눌려지는 걸 느꼈다.
이건 팔괘로의 불 따위가 아니었다.
손오공의 눈에 떠오른 화안금정은 유원의 주위에 있는 마력을 자신의 통제 아래로 만들었다.
숨이 막혔다.
하지만 눈을 가지고 있는 건 손오공만이 아니었다.
[‘화안금정’이 ‘화안금정’에 저항합니다.]화르르륵-!
유원의 주위에도 타오르기 시작하는 마력.
두 사람이 서 있는 주위의 마력이 서로 다른 힘에 의해 흔들렸다.
유원의 눈은 손오공에게 밀리지 않았다.
제아무리 손오공이 화안금정을 오랫동안 써 왔다고 한들, 어쨌거나 그는 분신일 뿐.
더군다나 유원은 화안금정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마나의 주인’이 활성화 중입니다.] [‘화안금정’의 지배력이 상승합니다.]화안금정은 대기 중의 마력을 다스리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마나의 주인 역시 마나에 대한 지배력을 얻는 것으로 화안금정과 유사한 효과를 지녔다.
서로 비슷한 힘을 지닌 두 개의 스킬은 상승 효과를 가져왔고, 덕분에 손오공의 화안금정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이제 막 얻은 것치고는 잘 쓰네.”
손오공은 더 이상 화안금정에 집중하지 않았다.
숨을 답답하게 옭아매던 힘이 사라졌다. 유원은 눈에 주고 있던 힘을 풀어낸 채, 손오공과 마찬가지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벅-.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걸어갔다.
휘리릭-.
손오공은 손에 쥐고 있던 여의봉을 빙빙 돌렸다.
스캇-.
유원도 마찬가지로 검을 뽑아 들었다.
더 이상 눈으로 하는 싸움은 없었다. 이 다음부터 눈을 쓰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저벅-.
거리가 좁혀졌다.
그리고 그 순간.
쉬이이잇-.
쩌어어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구우우우우-.
여의봉과 검의 충돌.
꽈릉-!
그 충돌로 인해 땅이 깊게 파이고, 두 사람이 부딪친 하늘 위의 구름에 구멍이 뚫렸다.
손오공의 눈이 번쩍 뜨였다. 단 한 번의 충돌이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상대의 기량을 가늠하기에는 충분했다.
‘이것 봐라?’
제법 강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분명 열두 번째 분신의 말로는, 이제 막 하이랭커급의 실력을 지닌 풋내기라고 들었는데.
‘뭐 이렇게 빨라?’
성장하는 속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레벨이 몇이나 되는 건지, 스탯이 몇이나 되는 건지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부웅-.
손오공은 재차 여의봉을 휘둘렀다.
유원의 눈에는 그 여의봉이 순간 수십여 개로 보였다.
떵, 떠더더덩-!
여의봉을 모두 쳐 내는 검.
유원은 봉 끝을 집중해서 보았다.
‘어느 것 하나 가짜가 아니다.’
이렇게 갑자기 무기가 수십 개씩으로 늘어나면 보통 한 개의 진짜를 찾으려 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유원은 손오공과 정말 많은 싸움을 해 왔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감각지대에 화안금정까지 있는 상태.
‘전부 받아친다.’
슈욱-.
떠어엉-!
“……!”
여의봉의 봉 끝이 하늘로 향했다.
당황한 얼굴의 손오공.
유원의 검이 손오공의 목을 찔러 갔다.
“…….”
손오공의 동공에 유원의 검 끝이 비춰졌다.
허공에서 뚝 멈춰 버린 검.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묻듯, 손오공이 유원을 바라보았다.
“네가 사라져 버리면 곤란하니까.”
첫 번째 분신은 확실히 본체와 비슷했다.
단순히 성격이나 성향만이 아니라 그건 싸우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손오공은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는 불사라는 자신의 육체를 믿었다.
죽지 않는 몸.
치트키나 다름없는 그 이점을 이용한 손오공의 전투 방식은, 일견 무식해 보일지는 몰라도 그 이점을 최대한 살린 최고의 효율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분신은 다르다.’
스윽-.
유원은 손오공의 목에 겨눴던 검을 치우고는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죽음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분신은 사라진다. 불사란 오직, 본체만 가지고 있는 이점이니까.’
그리고 그건, 눈앞에 있는 손오공이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너무 무시하지 마라. 봤잖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거.”
“……그래. 확실히 그러네.”
손오공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무시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붙어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무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원은 이미 충분히 강했다.
웬만한 하이랭커들보다도 더.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세다.’
방금 전.
손오공은 목을 찔러 오는 유원의 검을 순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화안금정으로 내다본 움직임이 아니었다. 분명 찌르기가 아닌 베기로 봤는데, 어느새 검은 목젖 가까이 도달해 있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건 명백히 수 싸움에서 졌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짜릿하네.”
손오공의 몸에 감싸여져 있던 마력이 들끓었다.
들썩-.
들썩인 어깨에서 유원은 확신했다.
‘지금부터다.’
지금부터 손오공은 자신이 분신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유원의 실력에 경각심을 갖고 싸움에 임할 것이다.
또한.
‘아마 방금 전처럼, 쉽게 거리를 주지도 않을 테지.’
아니나 다를까.
척-.
“커져라-.”
손오공의 봉 끝이, 유원의 머리로 향했다.
“여의.”
투쾅-!
* * *
구웅-!
땅이 흔들리고, 산의 머리 부분이 날아갔다.
동그랗게 구멍이 뚫린 산.
그리고 그 산의 구멍 안쪽으로, 손오공이 유원을 쫓아 달려들었다.
부우우웅-.
콰앙-!
길어진 여의봉이 멀리서 유원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힘에서 밀려난 유원의 몸이 날아가, 구멍이 뚫린 산속에 파묻혔다.
쿠르르르-.
쾅, 콰과과과-.
여의봉이 휘둘러진 충격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산이 무너져 내렸다. 한 차례 벌어진 어지러운 산사태를 내려다보던 손오공이 화안금정을 이용해 그 속을 살폈다.
“어디 숨은 거냐?”
좌우로 굴러 움직이는 서로 다른 색깔의 눈동자.
그 눈이 잠시 유원을 찾아 움직이던 때였다.
번쩍-!
시야를 어지럽히는 빛무리.
잠시 손오공이 눈을 찡그리던 그 순간, 유원의 검이 날아왔다.
쩌어어엉-!
부우웅-.
이번에는 손오공의 몸이 밀려 날아갔다.
거리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우라노스의 심장’이 ‘벼락’을 생성합니다.]파지지지짓-!
유원의 손안에 검은빛의 벼락이 생겨났다.
“커져라-.”
부우웅-.
유원의 손안에서 벼락이 던져지는 그 순간.
“여의.”
투쾅-!
콰르릉-!
여의봉과 벼락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한 점에 집중된 벼락. 그리고 여의봉의 충돌.
언뜻 캐멀롯에 떨어진 벼락과 여의봉의 충돌이 떠올랐다. 당시 유원을 도왔던 분신은 결국 벼락을 막아 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쿠릉, 쿠르르르-.
부딪친 두 개의 힘은 서로가 서로를 이겨 내지 못하고 적잖은 시간 동안 힘겨루기를 이어 갔다.
그리고 그때였다.
손오공이 유원을 향해 가까이 달려든 것이.
부우우웅-.
쩌억-!
손오공의 주먹이 복부에 박혔다.
돌처럼 단단한 주먹에, 유원의 몸이 잠시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왜 안 피한…….’
분명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유원이 피하지 않자, 오히려 손오공이 잠시 멈칫거렸다.
그 순간.
[‘바다의 가호’가 몸에 깃듭니다.]손오공은 주먹에 전해지는 느낌이 예상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공격이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먹이 들어간 게 아니라,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콱-.
유원의 손이 손오공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손오공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썅.”
파지지지지-!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전격에 손오공은 이를 악물었다.
우마왕에게도 꽤 충격을 주었던 스킬이었다. 이대로 이 전격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그대로 싸움에서 패배할 것이다.
“돌아와라.”
슈우욱-.
여의봉이 손오공의 손안으로 돌아왔다.
전격을 몸으로 버텨 내며, 손오공은 유원을 향해 여의봉의 봉 끝을 겨눴다.
“커…… 져라-.”
유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설마, 하는 그 사이.
“여의.”
투쾅-!
여의봉이 하늘까지 솟아오르며, 유원과 손오공을 위로 날려 보냈다.
[‘바다의 가호’가 흔들립니다.]“큭…….”
구름 위까지 올라온 유원은 가슴에서 전해지는 충격에 눈살을 찌푸렸다.
갈빗대가 부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다의 가호가 둘러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온 여의봉은 역시나 너무 위협적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손오공의 공격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어디에…….’
흐릿-.
화안금정을 사용한 유원의 시야에 손오공의 모습이 보였다.
벌어지지 않은, 아주 잠시 뒤의 미래.
유원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콱-.
손오공의 손아귀가 유원의 어깨를 붙잡았다.
“너 설마…….”
“그래, 맞다.”
씩 올라간 입꼬리.
여의봉에 날아올라왔던 두 사람은 서서히,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같이 떨어지자고.”
손오공은 어깨를 붙잡은 유원과 함께, 땅 아래를 향해 돌진을 시작했다.
바로, 근두운을 타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