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29
* * *
하늘에서 여의봉이 떨어져 내렸다.
콰앙-!
구우우웅-.
소리와 충격은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다.
구웅, 구구구구-.
뒤흔들리는 오행산.
그 너머, 이랑진군은 언월도를 휘두르며 입을 열었다.
“분신들이 움직였나 봅니다.”
쩌엉-!
우마왕의 주먹에 공격이 막힌 이랑진군이 재차 몸을 움직이며 언월도를 빙빙 돌렸다.
부우웅-.
콰과과과-!
휘둘러진 언월도의 끝에서 폭풍이 불었다. 그 속에 휘말린 우마왕의 몸 곳곳에 작은 생채기들이 생겨나고, 동시에 그의 손이 앞으로 뻗어졌다.
콱-.
부우우웅-.
폭풍 속에 숨어든 이랑진군의 멱살을 움켜잡은 우마왕이 그대로 그의 몸을 아래로 내리 던졌다.
콰아앙-!
쿠구구구구-.
지면이 내려앉고.
그 속에 처박힌 이랑진군의 몸이 잠시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드르르르-.
내려앉은 지면 속에서 이랑진군이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의 계획입니까?”
수십 명의 분신들.
이 탑 곳곳에 손오공의 분신들이 퍼져 있다는 것쯤은 천계에서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의 힘이 결코 작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천계는 그들의 존재를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숨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분신들이 저렇게나 많이 모였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건지,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네놈들의 감옥에서 빠져 나온 게 고작 한 달 전이다.”
우마왕은 오행산의 건너편, 유원과 손오공이 싸우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저 제멋대로인 놈들을 다 모았겠느냐?”
“그럼…….”
꽈아악-.
언월도를 쥔 이랑진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말 김유원입니까?”
“……잘못 짚었다.”
“대답이 조금 늦으셨습니다.”
이랑진군은 조금 씁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맞나 봅니다, 그가.”
탐나던 인재였다.
아니.
단순히 탐이 나는 걸 넘어, 그라면 어쩌면 천계의 미래를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이 사태의 원인이 그가 아니길 바랐다.
그런데 아무래도, 헛된 바람이었던 모양이었다.
“제천대성은 내어 줄 수 없습니다.”
“원래 너희들의 것이었던 양 말하는구나.”
“그는 천계의 가장 큰 죄인입니다.”
“내게는 둘도 없는 아우다.”
우마왕의 눈에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뚜둑-.
주먹을 활짝 펼쳐 손가락 마디를 풀며, 우마왕은 발에 힘을 주어 이랑진군을 향해 다가갔다.
“앞을 막거든, 네놈의 목을 먼저 분질러 주마.”
쿵-.
아까보다 더 비대해진 존재감.
그 존재감에 이랑진군은 비로소 우마왕의 앞에 붙는 또 다른 수식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대력왕(大力王).’
헤라클레스를 제외하면 이 탑에서 가장 강한 근력을 지닌 하이랭커.
그런 그가, 자신의 힘을 마음껏 뽐내기 시작했다.
* * *
“커져라-.”
“커져라-.”
“커져라-.”
세 명의 손오공들이 동시에 여의봉을 겨눴다.
그런 손오공의 행동에, 천계의 장군들이 앞으로 나섰다.
“막아라-!”
“여의봉이다!”
우르르 몰려드는 장군과 병사들.
수백 명의 병사들이 무기를 손에 쥔 채 여의봉 앞을 막아섰다. 그중 하나가 집채만 한 크기의 망치를 손에 쥔 채, 뻗어 오는 여의봉을 후려쳤다.
떠어엉-!
지이이잉-.
둘의 무기가 부딪치며 시끄러움 굉음을 만들었다. 여의봉을 쳐 낸 랭커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가슴을 펴고는 소리쳤다.
“천하의 제천대성도, 별것 아니로구먼!”
“북천장군 만세!”
“와아-!”
사소한 일로 올라가는 사기.
여의봉을 튕겨 낸 북천장군은 씩 웃으며 망치를 허공에 빙빙 돌렸다.
‘이 싸움에서 공을 세우면 내 랭킹도 더 올라갈 터. 게다가 승진도 가능할…….’
그런데 그때.
쩍-.
손안의 망치에서 느껴지던 감각이 달라졌다.
점점 가벼워지는 망치의 무게.
투둑, 투두두-.
산산조각 난 망치의 파편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방금 전, 손오공의 여의봉을 막아 낸 충격으로 부서진 것이다.
“어……?”
당황한 북천장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쉬익-.
스카아악-.
북천장군의 몸에 세로로 된 한 줄기 붉은 선이 그어졌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쫘아악-!
“부, 북천장군!”
“북천장군이 단칼에…….”
“손오공이 아닌데? 누구야, 이 녀석은?”
순식간에 전장 안쪽으로 파고 들어온 유원은 검에 묻은 피를 툭툭 털어 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꽤 깊은 곳까지 안쪽으로 들어왔다. 손오공들의 공세에 천계의 병사들은 버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야 뭐, 너무 쉬운데?”
첫 번째 분신은 여의봉을 어깨에 걸친 채 재미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분산되어 있는 전력.
거기에 천계 최고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이랑진군은 우마왕에게 붙들려 있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전력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손오공의 분신들은 하나하나가 하이랭커에 달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그중, 어느 정도 순번이 높은 분신들은 웬만한 상위권의 하이랭커들만큼이나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전력의 차이가 압도적인 만큼, 당장 이 전장을 뚫어내는 건 어려울 게 없었다.
“주술을 깨는 게 먼저다. 너무 싸움에 집중하지 마라.”
“아, 예.”
첫 번째 분신은 유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도 아니고 잔소리는…….”
하지만 다행히도 손오공은 유원의 말을 꽤 잘 들어 주었다.
저벅-.
그리고 그 복잡한 전장 속.
유원과 손오공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이 넓은 전장 가운데, 누가 핵심인지를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아주 날 봐 주소, 하고 소리라도 지를 기세네.”
“탁탑천왕인가?”
“아마 그렇겠지. 이랑진군이 아니라면 말이야.”
어쩐지 너무 쉽다 싶었다.
천계에서도 손오공의 분신과 우마왕이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이랑진군 한 명으로 안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탁탑천왕.
전대의 투신인 그는 아마, 이랑진군과 함께 우마왕을 잡기 위해 준비한 랭커일 것이다.
“소문이 자자한 제천대성을 만나게 돼서 영광이로군.”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
그런 노인이 용의 비늘을 뜯어 만든 푸른 갑옷을 두른 그는 손오공과 유원을 번갈아보았다.
“이건…… 예정에 없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구먼.”
구구, 구구구-.
자잘한 대화 따위는 사절이라는 듯, 그는 곧장 마력을 일으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뚫어내는 게 어렵지 않아 보였던 길이, 순식간에 꽉 막힌 것처럼 느껴졌다.
손오공을 구해 내려면 오행산 안쪽까지 도달해야 했다. 그리고 탁탑천왕은 그걸 저지하겠다는 듯, 그 앞을 단단히 버티고 서 있었다.
“저 녀석은 내 거다.”
“아까 말 못 들었냐? 네가 할 일은 따로 있다.”
“……끙.”
손오공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짜증스레 머리를 긁어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았다.”
손오공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탁탑천왕을 향해 걸어갔다.
저벅, 저벅-.
두 사람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내, 탁탑천왕과 손오공이 교차되며 손오공이 탁탑천왕의 뒤쪽으로 넘어갔다.
“영감도 감은 좋나 봐?”
“곧 따라갈 테니 걱정 말거라.”
둘은 서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탁탑천왕은 줄곧, 유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유원은 탁탑천왕을 향해 다가갔다.
그의 주위로, 세 명의 손오공들이 달라붙었다. 아무래도 다른 손오공들도 탁탑천왕과 한 번 싸워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유원은 그런 손오공들을 굳이 말리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탁탑천왕은 지금의 자신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으니까.
탁탑천왕은 유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어깨에 메고 있던 창대를 손안에 움켜잡았다.
“못 보던 얼굴인데, 누구신가?”
“굳이 알아야 하나?”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 말이 좀 짧구나.”
“어차피 곧 서로 죽고 죽이려 할 텐데, 굳이 예의까지야.”
“흠, 하긴.”
부우웅-.
탁탑천왕의 창끝이 움직였다.
지이익-.
유원의 볼에 작은 상처가 생겨났다.
그리 깊지 않은 상처. 피조차 나지 않을 만큼 얕은 상처는 거리를 건너 뛴 탁탑천왕의 창끝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렇다면야…….”
화륵-.
유원의 화안금정이 빛을 발했다.
단 한 번 창을 움직였을 뿐인데, 탁탑천왕은 처음보다 더 흥미로운 눈으로 유원을 바라보았다.
“좋은 판단이로다. 그 눈 덕분인가?”
방금 전.
탁탑천왕의 한 수는 유원이 서 있던 자리를 제외한 모든 곳을 베어 낸 수법이었다.
만약 유원이 창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다면 반대로 유일하게 안전한 곳을 벗어나 버리게 되는 것이다.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화안금정을 통해 탁탑천왕의 육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갑옷 속에 감춰져 있는 마나의 흐름.
그 흐름이 말하고 있었다.
탁탑천왕, 그는 위험하다고.
“천계에서 조심해야 할 랭커라면…… 옥황이나 이랑진군, 나타태자는 다들 알 거고.”
천계에 대해 물었을 때, 손오공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따로 세력을 만들거나 복잡하게 머리를 쓰지 않았던 그가 알고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었고, 손오공이 알 만한 정보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도 알 만한 것들뿐이었다.
그래서였다.
탁탑천왕에 대해 오딘이 언급한 이유가.
“탁탑천왕, 그 녀석도 천계에 있을 거다.”
“탁탑천왕?”
“앞서 말한 세 명만큼 대단한 녀석은 아니다. 그래도 다들 이름은 알지?”
“이름은 안다. 그래도 그자는 활동을 접은 거 아니었나?”
“마지막 천계대전 때는 은퇴하고 난 후였지. 그래서 거의 잊힌 랭커가 된 거고.”
잊힌 랭커.
그것은 랭킹에는 남아 있지만, 마땅한 활약이 없어 그 이름이 잊혀 가는 랭커를 뜻했다.
탁탑천왕의 경우가 딱 그랬다.
오래전, 천계의 설립 당시에는 활발히 활동했지만 그 이후에는 대부분의 활동을 나타태자에게 맡기고 은거기인처럼 있어 온 존재.
그리고 그런 탁탑천왕이 지금, 제천대성의 부활을 막기 위해 이곳에 서 있었다.
‘최소 포세이돈급의 강자. 애초에 저자는 내 상대를 하기 위해 여기 온 게 아니다.’
천계는 유원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그가 이곳에 있는 건 단지, 이랑진군과 함께 우마왕을 잡기 위함일 뿐이었다.
삼신 중 한 명, 포세이돈과 비견되는 랭킹.
전대의 투신인 그는 현재의 유원에게는 꽤 벅찬 상대였다.
그렇기에.
꾸득, 꾸드드-.
[거인의 힘이 전신에 깃듭니다.] [거인의 힘이 오른팔에 깃듭니다.] [부분으로나마 ‘완전 거인화’를 성공하였습니다.] [완전한 거인의 오른팔을 구현하였습니다.]겉으로는 평소와 다를 게 없지만, 유원의 팔은 톡 건드리면 터질 풍선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른팔을 통해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막대한 힘이 솟아올랐다.
완전 거인화.
헤라클레스가 터득한 거인화의 최종 단계에 유원은 한 걸음 다가가 있었다.
“화안금정에 거인화라…… 허허, 이거야 원.”
오래 된 랭커답게 탁탑천왕은 유원이 사용한 스킬들을 단박에 알아보았다.
“특이한 녀석이 내 상대로군.”
더 이상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는지, 탁탑천왕은 재차 창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쉬이이이익-!
탁탑천왕의 창이 유원의 머리를 찔러 오고.
쩌엉-!
유원의 검과 탁탑천왕의 창이 부딪치는 그 순간.
파지지지-!
정확히 유원의 머리를 노리고 창을 찔러 온 탁탑천왕의 몸에 패널티의 징조가 시작되었다.
“자네…….”
예상치 못한 패널티의 징조에 탁탑천왕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랭커가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