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41
* * *
카가각, 가각-.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구름 위까지 날아 올라온 옥황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식한 성격은 여전하군.”
우우우웅-.
옥황의 지팡이가 울음을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고오오오-.
하늘 위의 구름들이 들썩이며, 여러 형상을 만들어냈다.
구름으로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용들.
캬아아아오-!
용들이 울음을 토해내고, 그것들이 옥황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때.
“아니.”
투확-!
구름으로 만들어진 용의 입을 찢고, 손오공이 옥황을 향해 달려들었다.
“조금 다를 거다.”
“……?”
옥황은 눈앞에 있던 거대한 여의봉이 사라진 걸 발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라진 여의봉은 처음처럼 손오공의 손안에 있었다.
부우웅-.
쩌어억-!
줄어든 여의봉이 용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예전이었다면 분명, 무식하게 여의봉을 날려 댔을 터였다.
캬아아아-!
쩌억-!
이빨을 들이밀던 용들의 머리가 부서졌다.
“……과연.”
옥황의 지팡이에 마력이 깃들었다. 지팡이에 깃든 마력은 여의봉에 의해 힘을 잃고 부서진 구름에 다시금 힘을 불어넣었다.
“명불허전이로고.”
기이이잉-.
손오공의 실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예전에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게다가 제천대성은 최단기간 내에 랭커가 되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하이랭커가 된 존재였다.
제 아무리 오행산에 갇혀 있었다 한들, 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실력은 아마 전보다 더 일취월장 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리로 오거라.”
고오오오오-.
수많은 용들이 한데 뭉쳐진다.
하늘의 색이 빨갛게 물들고, 멸망의 징조가 시작되듯 세계가 흔들린다.
그리고 그 하늘을 향해, 옥황의 지팡이가 뻗어졌다.
“기린(麒麟)이여.”
콰아아아-.
형체를 갖춘 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온통 뒤덮은 거대한 괴물은 용의 머리에 사슴의 몸을 하고, 말과 같은 발을 하고 있었다.
소리 없는 울음소리를 토해낸 녀석을 올려다보며 손오공은 씩 웃어 보였다.
“벌써부터 끝판왕 등장인가.”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
서서히 그것이 자신을 향해 내려오고 있음을 깨달은 손오공이 아래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네 손으로 천계를 멸망시키기라도 하려는 거냐?”
이 아래는 천계의 땅이었다.
그리고 옥황이 사용한 저 스킬은 그 천계의 땅을 멸망시키기 충분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필요한 희생이라면, 헛된 죽음은 아닌 셈이지.”
“……아, 그래?”
손오공은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내가 오래 돼서 까먹었나 보다. 네가 어떤 놈인지.”
휘리리리릭-.
손오공의 여의봉이 손안에서 빙빙 돌아갔다.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기린의 형상.
손오공은 그 기린의 입 속을 눈으로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아는 놈 중에 무기를 아주 잘 다루는 녀석이 있거든.”
-“그 좋은 무기를, 넌 너무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다. 보검을 가지고 감자나 자르는 격이지.”
아수라.
유원과 손오공이 알고 있는, 가장 무기를 잘 다루는 랭커.
그는 검과 창, 봉은 물론 모든 무기를 자신의 몸처럼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넌 그저 여의봉을 원래의 크기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밖에 할 줄 모르고 있다.”
그날부터, 손오공은 아수라에게서 봉술을 배웠다.
아우터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지금 옥황과 싸우고 있는 손오공은 그런 손오공이었다.
“배우고 나니까 알겠더라고.”
손오공의 여의봉 끝이 기린의 입 속으로 향했다.
“내가 얼마나 이걸 막 다뤘는지.”
손에 쥔 무기를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똑같은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그 효력은 천차만별이었다.
손오공은 아수라를 통해 그걸 배웠다.
또한.
유원과의 싸움을 통해, 그걸 손에 익혔다.
“커져라-.”
척-.
손오공의 입이 열리는 그 순간.
캬아아오-!
붉은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며, 기린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여의.”
투화악-!
* * *
우마왕과의 싸움이 한창인 전장의 중심부.
콰아아앙-!
그곳에서 두 명의 하이랭커가 싸움을 벌였다.
우마왕과 나타태자.
그 둘의 무기가 부딪쳤다.
쩡-!
“……!”
나타태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눈앞에서 깨어지는 검의 파편.
산산히 깨어진 검조각들이 눈앞에서 어지럽게 흩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부우우웅-.
쩌억-!
혼철곤이 다시금 나타태자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쾅-!
쿠직, 콰릉, 콰드드드-.
날아간 나타태자의 몸이 몇 개의 건물은 무너뜨리며 그 잔해 속에 처박혔다. 머리에서 전해지는 충격에 정신이 어지러워진 한편, 나타태자는 손잡이만 남게 된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참요검이…….’
세상의 모든 요괴를 베어낸다는 아이템.
참요검은 대대로 천계의 투신에게 내려오는 상징적인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그런 참요검이 깨어졌다.
꼭, 천계가 이 싸움에서 패배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 때.
부우우웅-.
구우우웅-!
건물의 잔해 속에 파묻혀 있던 나타태자의 몸에 진동이 느껴졌다.
땅을 통해 느껴진 진동.
급하게 깔려 있던 잔해를 손으로 치워내자, 하늘과 땅을 잇고 있는 여의봉이 보였다.
“……제천대성?”
어디론가 사라졌던 녀석.
그렇지 않아도 멀리서 제천대성의 마력이 느껴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평천대성을 상대하는 것만도 벅차,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그 제천대성의 여의봉이 천계의 중심부에 떨어졌다.
‘제천대성은 상제께서 상대하고 있었을 터.’
나타태자는 붉게 변해 있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게 변해 있는 하늘.
그리고 또한, 그 하늘을 날아다니던 기린의 형상까지도 똑똑히 기억났다.
제천대성과 옥황상제가 싸움을 시작했다.
옥황상제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희망을 얻은 게 바로 방금 전이었다.
그런데.
‘전장의 위치를 옮긴 건가?’
이상하게도 까닭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이내.
나타태자는 그 불안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스으으으-.
점차 푸르게 맑아지는 하늘.
기린의 모습도, 붉은 하늘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타태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마?”
깜짝 놀란 나타태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직후, 나타태자가 서둘러 향한 곳은 여의봉이 떨어진 자리였다.
거대한 원형으로 깊게 파인 땅.
그 구덩이를 중심으로 천계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있었다.
“사, 상제 아니야?”
“우리 길드장?”
“지, 진짜야?”
“랭킹이 10등이라며? 제천대성보다 높은 거 아니었어?”
파악-.
수군거리는 병사들의 목소리에 나타태자는 그들을 밀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대화에서 미리 들은 것처럼, 아니나 다를까.
“……맙소사.”
나타태자는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여의봉의 끝에서는 옥황상제가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천계의 신이자 하늘이나 다름없던 그가, 제천대성에 의해 땅바닥 아래로 끌려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사실상 끝난 거나 다름없군.”
툭-.
어느새 그 인파 사이에 섞여 구경하던 우마왕이 손에 쥐고 있던 혼철곤을 어깨에 걸쳤다.
우마왕이 자신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병사들이 깜짝 놀라며 그를 중심으로 멀찍이 떨어졌다.
“펴, 평천대성!”
“수, 순순히 투항…….”
“투항을…….”
말을 더듬으며 자신을 향해 떨리는 창칼을 겨누는 병사들.
우마왕은 그런 병사들을 바라보다 이내 나타태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린 옥황 말고는 관심이 없다. 굳이 여기서 더 싸워서 얻고 싶은 것도 없으니.”
저벅, 저벅-.
뒤로 두 명의 인기척이 다가왔다.
고개를 돌린 우마왕이 손오공과 유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냐?”
“난 상관없습니다.”
“알아서들 하십시오.”
손오공과 유원이 동의했다.
단 셋이서 천계에 쳐들어 왔던 세 사람의 동의에, 병사들이 흔들렸다.
“이, 이대로 끝?”
“정… 말?”
“어차피 싸워도 못 이길 것 같은데…….”
사기가 꺾인 건 물론, 전투를 이어갈 명분마저도 희미해져버렸다.
나타태자는 우마왕이 노린 바를 깨닫고는 눈에 살기를 띈 채 그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옥황상제도, 대장군도 없는 지금.
이 천계의 최고 결정권자는 바로 나타태자였다.
“결정은 너희가 알아서 해라.”
서글서글 웃는 얼굴로 우마왕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나타태자에게로 향했다.
이제 그가 결정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우리는…….”
나타태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
천계를 위해, 여기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은 아직 뜨거웠다. 원래 성격대로라면 아마 물불 가리지 않고 죽음을 불사하더라도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천계였다.
승리의 가능성이 없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우리는…….”
* * *
천계의 몰락.
그 소식은 그 어떤 소식보다도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리고 그 어떤 길드나 정보 단체보다도 정보가 빠른 곳이 있었다.
“천계의 몰락이라…….”
열 살 남짓한 작은 키와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
50층의 랭킹 관리국의 기관국장은 고민에 빠졌다.
“평천대성과 제천대성. 이 둘의 랭킹을 어떻게 한다.”
그것은 최근 각 층의 랭킹 관리국들에게 내려진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랭킹 10위, 옥황상제의 죽음.
그로 인해 최상위권의 랭킹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또한, 그 옥황상제를 비롯한 투신과 대장군까지 상주해 있는 천계를 무너뜨린 두 하이랭커의 랭킹 역시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각각 두 단계씩 올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평천대성은 두 단계보다는 조금 더 높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제천대성이야 워낙 랭킹이 높다지만, 평천대성은 이번에 보여준 모습에 비해 랭킹이 너무 낮게 측정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옥황을 잡은 건 제천대성인데, 평천대성의 랭킹을 더 높이는 건 조금…….”
며칠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랭킹의 조정은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어려운 사안.
이 회의를 위해 각 층의 랭킹 관리국에서 기관국장들이 모여들어 몇 번의 회의를 진행할 정도였다.
“흠…….”
그리고 50층의 기관국장은 그 과정에서 몇 번이나 같은 자료를 보고, 또 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툭-.
입에 물고 있던 펜을 떨어뜨린 기관국장이 물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구냐?”
“그래서 2단계… 예?”
“누구냐니요?”
무슨 소리냐는 듯한 다른 심부름꾼들의 표정에 기관국장이 혀를 차며 물었다.
“가장 랭킹의 조정이 시급한 녀석 말이다.”
“그거야 평천대성…….”
“그거야 제천대성…….”
대답이 둘로 갈렸다.
대답과 동시에 서로를 노려보는 심부름꾼들.
서로 생각이 다른 만큼 충돌이 일어나는 건 당연했고, 그게 바로 지금까지 랭킹의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였다.
하지만.
“틀렸다.”
투두둑-.
기관국장은 보고서 뭉치를 책상 위에 대충 던져놓았다.
아무렇게나 흩어진 종잇장들.
하지만 기관국장의 손에는 내던지지 않은 보고서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제일 조정이 필요한 건 이 녀석이다. 김유원.”
김유원.
얼마 전, 손오공의 분신이 찾아와 관심을 보였던 플레이어.
이제 막 50층에 올라온 걸로 알려진 그는 제천대성, 평천대성과 함께 천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충분히 랭킹이 올라갈 만한 업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랭커가 되지 않은 플레이어입니다만.”
“그래서 하는 말이다.”
기관국장은 씩 웃으며, 다른 심부름꾼들이 몇날 며칠을 새며 야근을 해야 할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이 녀석은 예외를 좀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