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44
* * *
59층.
모든 플레이어들이 사실상 랭커를 꿈꾸는, 사실상 ‘상위 층계’라 불리는 곳.
또한, 높아진 플레이어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기 시작하는 구간.
이 시기의 플레이어들을 가리켜 랭커들은 ‘예비 랭커’라 불렀다.
예비.
말은 좋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바로 이 ‘예비’에 머물러, 결국 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 사실을 깨닫는 건, 좀 더 위로 올라간 후의 일.
선택받은 자만이 랭커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저 녀석이야?”
“누구?”
“김유원.”
“아…….”
한 명을 향해 수군거리는 무수한 목소리.
플레이어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그 랭커도 아닌 랭커?”
“그것도 순위가 엄청 높던데.”
“거의 하이랭커 수준이더라고.”
“하이랭커는 무슨. 아직 위까지 다 올라가지도 못한 녀석이.”
김유원에게 랭킹이 부여된 지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천계의 몰락만큼이나 탑은 떠들썩해졌다. 랭커가 아닌 플레이어에게 랭킹이 부여되는 건, 지금껏 유례가 없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랭킹 관리국의 그 결정은 랭커와 플레이어를 가리지 않고 반감을 일으켰다.
“덕분에 우리 길드 쪽 랭커들은 화가 잔뜩 났단 말이지. 자격도 없는 놈 때문에 랭킹이 하나씩 밀려났다면서.”
랭커에게 있어서 랭킹이란 곧 명예이자 권력이었다.
그런데 아직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플레이어에게 밀려 랭킹이 한 자리씩 낮아졌다.
랭커에게 있어서 김유원의 존재는 스펙도 갖추지 못하고 들어온 낙하산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라고 뭐 달라?”
플레이어 무리의 중심에 있던 남자가 멀리 혼자 떨어져 있는 유원을 노려보았다.
“누군 고생고생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제천대성의 등에 업혀서 업적 하나 잘 세워서 미리 랭커 노릇까지 하고 말이야.”
그것은 김유원을 무시하는 세간의 평가였다.
누군가는 김유원의 업적은 인정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이 제천대성과 평천대성의 공을 나눠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여기서 누구, 나중에 랭커 못 될 녀석 있어?”
“없지.”
“괜히 우리보고 사람들이 ‘예비 랭커’라 부르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자신감이 잔뜩 오른 플레이어들이 유원을 향해 적대감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유원에게 다가가지는 못했다.
그러기에는 지금껏 유원이 기록한 각 층의 랭킹이나 업적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꼭 한 명.
어디에나 그렇듯, 지나치게 겁을 상실한 사람이 있었다.
“저 애송이에게 탑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려 주자고.”
* * *
[1시간 후 시험이 시작됩니다.] [팀은 최대 100명으로 구성됩니다.] [팀은 신체가 접촉한 상대와 함께 구성됩니다.] [팀에는 각각 1개의 깃발이 배정됩니다.] [다른 팀의 깃발을 획득 시, 추가 점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깃발에 따른 점수는 팀원의 숫자에 따라 균등하게 분배됩니다.] [가장 많은 깃발을 획득한 팀이 승리합니다.] [24시간 후 시험은 종료됩니다.] [팀을 구성하십시오.]‘시험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모두 300명.’
시험 참가자 루도르는 서둘러 시험의 핵심을 파악했다.
‘시험에 참가하는 인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고, 보상도 달라진다. 시험에 통과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많은 수의 팀원을 구해야겠지만…….’
그래서는 탑을 올라가기만 할 뿐, 보상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안 부려서도 안 된다. 적당한 숫자가 좋아.’
아마 이 시험에서 바보같이 100명을 꽉꽉 채워 뭉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로 혼자서 팀을 구성하는 바보도 없을 것이고.
‘적당한 인원수는 그 중간? 50명? 아니, 그것도 너무 많…….’
그렇게 루도르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뭐, 이런 미친!”
그의 눈에 한데 뭉쳐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하나, 둘, 셋, 넷…… 계속해서 더 모이잖아? 진짜로 백 명이 모일 생각인가?’
많은 숫자가 모여 다른 팀의 깃발을 모두 차지한다.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다른 플레이어들도 거기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봐, 거기!”
“우리도 머릿수는 맞춰야 하지 않겠어?”
“아직 팀 없지?”
59층까지 올라온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모여드는 플레이어들의 숫자를 확인한 후, 바로 자신들도 머릿수를 맞추기 시작했다.
최대 100명.
그리고 이곳에 있는 시험 참가자들의 숫자 역시 300명이었다.
이렇게 되면 만들어지는 팀은 모두 세 팀.
깃발은 고작, 세 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시험은 아마…….’
힐끗-.
루도르의 시선이 한쪽에 서 있는 유원에게로 향했다.
‘저 녀석을 끌어들이는 쪽이 승리하겠지.’
똑같은 숫자라면 당연히 개개인의 실력이 더 뛰어난 쪽이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시험장 안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를 꼽자면 당연히 김유원이었고.
저벅-.
고민하던 루도르는 곧장 유원에게 다가갔다.
다른 팀에게 선수를 뺏길 수는 없었다.
“혹시 아직 혼자십니까?”
루도르의 물음에 유원이 고개를 돌렸다.
그 질문에 유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도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우리 팀에.”
“미안한데 거절하지.”
유원은 루도르의 말을 자르며 고개를 저었다.
“난 팀을 안 구하거든.”
“……예?”
팀을 안 구한다니.
유원이 팀을 만들지 않고 혼자서 탑을 오른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험 자체가 팀 단위의 시험이었다.
혼자서는 치르기 어려운 시험.
그런데도 유원은 혼자서 시험을 치르려 하고 있었다.
“재고의 여지는 없습니까?”
“없어.”
칼 같은 거절에 루도르는 힘이 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반응이라면 더 이상의 설득은 의미가 없었다.
이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팀원을 포섭하는 게 먼저였다.
“알겠습니다.”
몸을 돌리는 루도르.
그의 뒤로 유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능하면 너도 포기해라.”
“……?”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루도르에게, 유원의 말이 이어졌다.
“많이 살수록 좋잖아.”
오싹-.
그 말에, 루도르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팀을 구성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1시간.
하지만 팀의 구성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남은 시간 동안, 유원은 서로의 눈치를 보는 다른 팀을 살폈다.
‘시험장은 삼백 명을 수용하고도 남을 만큼 넓다.’
팀을 구성하는 이런 시험은 질리도록 치러 보았다.
가능하면 많은 팀이 만들어지길 바랐건만, 그러지는 않았다.
유원을 향한 경계 때문이었다.
‘지형지물이 없는 완벽한 평형.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팀은 한 팀뿐.
가장 많은 깃발을 획득한 쪽뿐이었다.
[시험을 시작합니다.]오랜 침묵 끝에 시험이 시작되었다.
팀은 총 세 개.
아니, 유원까지 네 개였다.
꿀꺽-.
팀을 형성한 플레이어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당연하지만 이런 시험은 먼저 움직이는 쪽이 불리함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일단은 탐색전이 기본이다.
원래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저벅-.
시험이 시작되었다는 말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역시.’
‘저럴 줄 알았어.’
유원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유원의 행동을 그리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애초에 이 시험에서 팀을 만들지 않은 것부터가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 싸움의 목적은 하나였다.
개싸움.
여러 개의 팀이 손에 쥐고 있는 깃발을 지키고, 다른 팀의 깃발을 빼앗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런 시험의 내용은 무의미해진다.
“이렇게 혼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유원의 시선이 처음 무리의 중심에 선 플레이어에게로 향했다.
“나머지를 다 한꺼번에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모두가 무의식중에 하고 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랭커가 되지 못했다고는 하나 예비 랭커라 불리는 플레이어가 무려 299명이었다.
제아무리 유원이 최강의 플레이어라 불린다 한들, 이 숫자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올라오면서 말이야. 허접한 애들 짓밟으면서 어깨가 좀 펴진 모양인데.”
스윽-.
남자가 자신의 주위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돌아보았다.
“우리를 그런 놈들이랑 똑같이 취급하면…….”
츄카가가강-.
쩌저저적-!
눈앞으로 펼쳐지는 파란 얼음의 물결.
“안…… 되…….”
말을 더듬으며 남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동료들.
그뿐만이 아니었다.
쩌저저적-.
“아, 아아, 아아악!”
얼음은 순식간에 덩치를 불려 나가, 남자의 팔과 다리를 포함한 몸의 절반을 얼려냈다.
저벅-.
남자는 자신의 눈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플레이어를 바라보았다.
유원이 아니었다.
“너, 너, 넌 또 뭐야?”
-아서.
새파란 안광을 번뜩이는, 창백한 얼굴의 기사.
-원탁의 첫 번째 기사다.
“아, 아서?”
“설마 원탁의?”
“설마…….”
주위가 웅성거렸다.
아서.
그리고 원탁의 기사.
캐멀롯의 왕이자 원탁의 길드장이었던 랭커.
아서는 랭킹 자체는 하이랭커에 도달하지 못했을지언정 원탁의 덩치가 커짐에 따라 그 이름이 점점 더 높아졌다.
그런데 오래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그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죽은 사람이 여기 있을 리가 있나. 그것도 랭커가 말이야.”
“잠깐만. 저 얼굴, 언데드 아니야?”
“언데드?”
“설마, 김유원의?”
“아니야. 속지 마! 속임수다!”
주위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플레이어들이 얼어붙었다. 게다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걸 보면 자력으로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굳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셔서 말이다.
우우우웅-.
아서의 검, 엑스칼리버에 시리디 시린 기운이 깃들었다.
-전부 얼어 줘야겠다.
슈아아악-!
쩌저저정-!
그의 검격과 함께 다시금 플레이어들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사이.
플레이어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격해!”
“진짜 아서일 리 없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과 아서의 싸움.
유원은 팔짱을 낀 채 그 싸움을 지켜보았다.
‘전성기 시절 이상이다.’
분명 아서는 하이랭커에 근접한 상위 랭커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아서의 능력은 그 이상.
그만큼 유원의 마력을 쭉쭉 잡아먹고 있었지만, 이로써 확실히 유원의 능력이 상승할수록 아서의 소환수의 능력도 전성기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었다.
쩌저저정-!
“아아악!”
“근접전으로 유도해!”
“깃발, 깃발부터 확보해야지!”
“지금 깃발이 문제야? 팀이고 뭐고, 저 녀석부터…….”
아서를 상대로 아등바등 싸우는 플레이어들.
하나같이 모두, 랭커가 되기 위해 싸우는 자들이었다.
“랭킹이라…….”
그놈의 랭킹이 대체 뭐길래.
유원은 귀찮은 전투를 아서에게 넘긴 채, 플레이어 키트에 적힌 이름을 살펴보았다.
랭킹 관리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랭킹 사이트.
그 사이트에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었다.
그것도.
[김유원 : 418위(하이랭커)]하이랭커라 불릴 수 있는, 1,000등 이내의 랭킹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