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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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어지간해선 손오공이 쓰지 않는 말이었다.
손오공의 모든 행동은 유원을 비롯한 모두에게 사고였다. 그가 가는 곳에는 늘 사고가 잇따랐고, 유원은 그걸 감수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유원은 손오공이 사고를 치리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를 보낸 것도 있었다.
어디 가서 사고 한 번 제대로 쳐 보라고.
하지만 그걸, 손오공이 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큰 사고를 친 건가.’
문득, 궁금증과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사고를 치라고 보낸 곳이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사고를 쳐 버린 걸까.
물론, 그게 어떤 사고이든 결국 손오공이 일으킨 거라면 종류는 비슷할 것이다.
‘……차라리 잘됐다.’
걱정도 잠시.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오공이 ‘사고’라는 말을 쓸 만큼 일이 커져 버린 건 문제지만, 그게 어떤 사고이든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설령 그게 조금 극단적일지라도 중요한 건 ‘방향’이었다.
방향만 맞으면 그게 얼마든 상관없었다. 그리고 유원이 아는 손오공은 언제나 지나칠지는 몰라도 방향만큼은 틀린 적이 없었다.
“왜 그러지?”
플레이어 키트를 들여다보던 유원의 중얼거림에 오딘이 물었다.
유원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
“무슨 문제?”
“아직은 정확히 모른다.”
웅, 우우웅-.
급히 전화를 걸어 봤지만 받지 않았다.
왜 그런 건지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싸우고 있겠지.’
무스펠하임의 거인들과.
그것도 플레이어 키트를 들여다볼 틈도 없을 만큼 격렬하게.
손오공을 무스펠하임으로 보낸 건 유원이었다.
그곳에서 따로 시킨 일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충돌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은 했다.
어차피 수르트를 만나는 것만 아니라면야 그쪽에서 손오공을 막을 녀석은 없을 테니 크게 걱정하지도 않았고.
말로만 가능한 조용히 다녀오라 한 거지,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래서였다.
손오공을 보낸 이유가.
“설명이 좀 필요하겠는데.”
심상치 않은 유원의 반응에 오딘의 눈이 가늘어졌다.
유원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무스펠하임에 제천대성을 보냈다.”
“……제천대성을?”
유원의 입에서 언급된 거물의 이름에 오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손오공의 성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걱정이 되는 건 당연했다.
“그를 왜?”
“필요한 게 있어서.”
“필요한 거라면…….”
오딘은 그게 뭔지 물어보기보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무스펠하임에 제천대성을 보내야 할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하고.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대체 뭐지?”
답을 찾지 못한 오딘이 묻자,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유원은 손오공에게 온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아스가르드의 입장에서는 이 녀석이 친 사고가 문제일 거다.”
“……하긴.”
오딘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던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 걸 느꼈다.
“작은 싸움은 아니겠군.”
무려 제천대성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2위, 현재는 천계의 옥황상제를 꺾고 랭킹이 10위까지 오른 하이랭커.
관리자조차 제어가 어려울 정도의 하이랭커가 움직였다는 건, 그 장소가 크든 작든 전쟁터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제천대성이 연락을 받지 않을 정도면 아마, 수르만일 거다.”
“수르트의 첫 번째 아들?”
수르트에게는 수많은 자식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하이랭커이거나 랭커이며, 거인족으로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아스가르드에서는 그들을 가리켜 ‘무스펠의 아들’들이라 부르기도 했다.
“수르만이라면 제천대성이라 해도 쉽지 않은 상대다. 어쩌면 지금쯤 붙잡혀 있을지도 모르지. 제천대성은 혼자겠지만, 무스펠의 아들들은 혼자 움직이지 않으니.”
수르만은 손오공보다 낮은 랭킹을 지닌 거인이었지만, 거인족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집단 생활을 이루며 살아간다.
아마 손오공과 거인들의 싸움은 마치 기간토마키아를 연상케 할 정도의 싸움일 것이다.
다만.
“글쎄, 어떨지…….”
맞는 말이라고는 하나, 눈앞에 있는 오딘이 모르고 있는 게 있었다.
“손오공도 한 명은 아니라서 말이야.”
첫 번째는 손오공에게는 ‘분신술’이라는 희대의 사기 스킬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바로, 손오공이 오딘이 알고 있는 손오공과는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 녀석도 시계태엽을 이용해 왔으니까 말이야.’
오딘은 이 탑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런 오딘이 유일하게 모를 수밖에 없는 건 바로 미래의 자신이 만들어 낸 시계태엽뿐이었다.
“제천대성을 얕보지 말라, 그 말이로군.”
“그래.”
“그를 무스펠하임에 보낸 이유가,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 이유가 맞나?”
“이유라면 두 가지가 있으니…….”
유원은 오딘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하나는 맞을 거다.”
“그렇군.”
쿠드득-.
오딘이 앉은 옥좌의 손걸이에 쩍쩍 금이 생겨났다.
구구구구-.
흔들리는 황금 성.
지금껏 차분하게 억누르고 있던 오딘의 분노가 기어이 밖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실로 건방진 짓거릴 했어.”
오딘의 눈에서 흉흉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질식해 버릴 것 같은 무서운 기세. 오딘은 이 와중에도 담담한 유원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내릴 선택이 그렇게도 못 미더웠더냐?”
쿠드득-.
퍼석-!
금이 가던 옥좌가 결국 산산이 부서져 무너져 내렸다.
신기하게도 무너진 옥좌 위, 오딘은 허공에 둥둥 뜬 채 앉은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내 결정과 상관없이, 제천대성이 움직인 것만으로 싸움의 전초전은 벌어진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아스가르드 역시 무스펠하임의 움직임을 신경 쓸 수밖에 없지. 애초에 넌 어느 쪽이든 상관없던 거였다.”
흔들리는 성의 천장을 올려다보는 유원에게, 오딘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싸움을 시작하든, 시작하지 않든 말이지.”
“……뭐.”
유원은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네.”
무스펠하임으로 간 손오공.
유원은 그가, 반드시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했다.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의 차이였지, 무스펠하임까지 간 손오공이 곱게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손오공은 유원의 예상대로 잘 움직여 주었다.
어찌 보면 예상보다 더 크게 난리를 피운 지금의 결과가 더 나은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어차피 벌어질 전쟁이라면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였고.
두 번째는…….
“내가 싸우지 않으려 해도, 어떻게든 강제로 아스가르드를 끌어들일 생각이었더냐?”
오딘이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때, 어떻게든 결정을 내리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소 극단적인 방법.
유원은 오딘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손오공이 무스펠하임으로 보내야만 했다.
오딘의 생각대로였다.
절반 정도는.
“비슷하지만 달라.”
“다르다니?”
“싸움은 우리끼리라도 할 생각이었다.”
우리끼리.
유원과 손오공을 비롯한, 현재 유원의 동료들을 뜻했다.
“그 싸움을 보고도 아스가르드가 외면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지.”
“동정심 유발이냐?”
“동정심 같은 건 별로 받아 본 기억이 없어. 네가 그런 걸로 움직일 녀석도 아니고.”
유원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싸우려 한 거다. 아스가르드가 없다면 훨씬 길고 어려웠겠지만 말이야.”
“……끙.”
오딘은 앓는 소리와 함께 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할 말이 없었다. 유원이 라그나로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그들끼리의 싸움까지 자신이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래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라그나로크가 빨라지겠어.”
체념한 듯 오딘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슈륵, 슈르르-.
무너진 황금 조각들이 다시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성의 흔들거림도, 무너진 황금 옥좌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치 지나간 시간이 다시 되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유원은 오딘의 화가 조금 가라앉자 물었다.
“어쨌든, 결정은 내린 거지?”
“넌 내가 안 무서운가?”
“별로.”
“겁 좀 주려 한 건데 말이지.”
깊게 내뱉는 한숨.
오딘은 한 박자 늦게 대답을 꺼냈다.
“……대충은.”
“대충하면 안 된다…… 고 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충분하다니?”
“어차피 아스가르드는 당장 움직일 게 아니니까.”
유원은 플레이어 키트를 다시 품 안에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전쟁 준비. 우선은 준비 운동부터 해야지.”
“준비 운동이라…….”
그 말에 오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군.”
그 말대로, 어차피 당장 라그나로크를 일으키려 해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금껏 아스가르드는 무스펠하임과는 달리 전쟁에 대한 준비보다는 평화를 위한 공존을 선택해 왔다.
제아무리 강대한 세력이라 한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는 제 힘을 낼 수 없는 법.
아직 아스가르드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또한.
“그리고 제일 준비가 필요한 건, 오딘 너다.”
그건, 오딘도 마찬가지였다.
한 방 먹은 얼굴이 된 오딘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흐, 이렇게 남한테 속을 읽힌 게 언젠지…….”
고작 두 번째 만남.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넌 날 어지간히도 잘 아는 모양이구나.”
유원은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도 무서울 만큼이나.
화를 내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지도 안다.
어차피 라그나로크에 대한 결심도 굳혀진 마당. 오딘의 관심사는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넌 나와 무슨 관계였지?”
“친구였다.”
“너와? 내가?”
깜짝 놀란 얼굴.
유원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딘은 황당한 듯, 탄성을 뱉으며 유원을 바라보았다.
너처럼 새파랗게 어린놈과, 자신이 정말 친구가 되었냐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내.
“내가 널 어지간히도 인정한 모양이군.”
탁-.
웃음을 터트린 오딘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좋다. 그 준비라는 걸 시작해 보도록 하지. 아스가르드도, 나도.”
쾌활한 그 표정에 유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드디어였다.
아스가르드가, 자신들의 편에 섰다.
“그럼 준비 잘하고…….”
유원이 몸을 돌렸다.
“난 좀 바빠서.”
“위로 올라가는 건가?”
위.
65층의 세계.
“무스펠하임으로 가려고?”
거인들, 그 중에서도 유원은 악마종들이 사는 세계로 가야 했다.
다 안다는 듯한 그 말투에 유원은 고개를 돌려 오딘을 바라보았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시험을 치러야 하지 않나?”
“그런데?”
“멀리 갈 것 없다.”
무슨 소리냐는 유원의 표정에 오딘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관리자 대행을 맡았거든.”
관리자 대행.
심부름꾼만이 지닐 수 있는 무거운 직책이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플레이어 개개인을 아무 조건 없이도 위로 올려 보낼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직책.
그런데 그 직책을, 오딘이 맡고 있었다.
“강제로 떠안고 난 뒤로 귀찮아서 아직 한 번도 시험을 내려 준 적은 없지만…….”
오딘은 넓은 대전을 둘러보다 물었다.
“어떠냐? 여기서 시험을 치르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