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59
* * *
유원은 황금 성으로 돌아왔다.
되돌아온 그곳엔 초대받지 않은 두 손님이 찾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 손님으로 인해, 황금 성과 아스가르드는 어느 때보다도 떠들썩해졌다.
“난리통이군.”
“너 때문이잖아.”
와삭-.
잘 익은 이름 모를 과일 하나를 베어 물며 투덜거리는 손오공.
그는 병상에 누워 있다 이제 막 깨어난 상태였다.
“난 네 부탁대로 이 녀석을 황금 성으로 데리고 온 것뿐이다.”
헤라클레스 역시 불만이기는 마찬가지.
황금 성의 랭커들이 자신들을 보는 시선이 어떤지, 두 사람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경계와 불신.
곧 있을 전쟁에서 헤라클레스와 제천대성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제천대성과 거인 학살자라면, 걸어 다니는 핵폭탄이나 다름없지.’
랭킹 10위의 하이랭커인 제천대성이었다.
헤라클레스 역시 마찬가지로 20위 안쪽의 하이랭커. 제우스가 빠진 지금, 그는 자신 있게 올림포스 최강이라 말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두 사람이 아스가르드의 핵심인 황금 성을 방문했다. 앞뒤 사정을 모르는 황금 성의 랭커들로서는 당연히 경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괜찮아질 거다. 네가 무스펠하임에서 세운 공도 있고.”
그래도 다행이라면 손오공이 무스펠하임에서 꽤 많은 수의 거인들을 상대로 분투했다는 점이었다.
그 전공은 아스가르드에서 손오공을 신임하는 데 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테니까.
“회복까지는 얼마나 걸릴 거 같냐?”
“좀 졸리긴 해.”
금세 과일 하나를 씨만 남긴 손오공이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는다.”
“너무 오래 자진 마라.”
“왜?”
“자고 나면 안다.”
“……그래?”
풀썩-.
막 자고 일어났던 손오공이 그대로 침대에 몸을 묻는다. 그렇게 다시 눈을 감은 손오공이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난 좀 잔다.”
“그래.”
손오공은 이제 나오라며 헤라클레스에게 고갯짓으로 말했다.
끼릭-.
문이 닫히고,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황금 성의 복도에서는 유원과 헤라클레스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중에는 몇몇 유원에게 도전했던 발키리도 섞여 있었다.
“경계하는군.”
“상대가 너니까.”
“아직 완전히 아군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건가?”
“올림포스는 아직 라그나로크에 참여하지 않았으니까. 아스가르드가 협조를 요청했지만, 하데스는 거절했지.”
“올림포스는 큰 전쟁이 끝난 직후다. 이런 싸움에 또다시 무게를 쏟을 수는 없어.”
오래전, 올림포스는 라그나로크에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켰다.
이유는 지금과 비슷했다. 2차 기간토마키아를 겪은 올림포스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안다. 그래서 너한테만 따로 부탁한 거고.”
그리고 그게 유원이 헤라클레스에게만 따로 연락을 취한 이유였다.
올림포스는 이 전장에 참여할 여유가 되지 않기에.
그 대신, 올림포스의 가장 큰 전력이자 라그나로크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헤라클레스에게 부탁한 것이다.
“들어 줘서 고맙다.”
“너에겐 빚이 있다.”
“이걸로 갚는다는 거냐?”
“한두 번 도와주는 걸로 갚는다고 치기엔 너무 큰 빚이긴 한데…….”
헤라클레스가 유원을 빤히 바라보았다.
“네가 한 짓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겠더군.”
꼭 불같이 화를 내야만 화가 아니다.
유원은 그가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알고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됐다. 이제 와서 뭘.”
한숨을 쉬며,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언젠가 마주쳤어야 할 일이다. 그게 가까이 당겨진 것뿐이야.”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유원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딜 가는 거지?”
“오딘을 만나러 간다.”
“……오딘을?”
헤라클레스가 흠칫 놀랐다.
그만큼 유원이 만나겠노라 말한 사람은 이 탑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였다.
아스가르드의 통치자 오딘.
그는 헤라클레스가 한 평생 벽이자 하늘처럼 느끼고 있던 제우스보다도 더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는 존재였다.
그런 그를 만나러 가겠다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같이 갈 거냐?”
“됐다. 난 몸 쓰는 일 말고는 생각 없다.”
“너도 좀 쉬고 있어라.”
“왜? 또 무슨 일 있나?”
“있을지도 모르지.”
모호한 대답이었지만 이번에도 헤라클레스는 걱정이 앞섰다.
지금껏 유원이 이런 말을 해서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랑 있으면 매번 일이 생겨서 불안하다.”
그렇게 말하며 헤라클레스는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믿음직하기도 하지만.”
“어디 가냐?”
“싸울 준비다.”
부웅-.
헤라클레스는 있는 힘껏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쉴 틈이 없네, 없어.”
녀석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올림포스 부수기가 끝난 후 한동안 쉬었던 몸을 풀기 위함일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늘 중요한 싸움을 앞두고, 오랫동안 몸을 달궈 놓는 습관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움직일 셈이군.’
기간토마키아가 끝난 후, 나무를 패며 한동안 은거해 있던 녀석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올림포스 부수기 때와는 달랐다.
당시 헤라클레스는 어머니 알크메네의 복수를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그나로크라는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서.
‘조금 더 내가 아는 모습에 가까워졌다.’
거인 학살자.
그 흉흉한 이름으로 불리던 헤라클레스는, 훗날 제우스를 몰아내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영웅 헤라클레스.
그것은 알크메네의 복수라는 껍질에서 벗어나 날개를 피며 일어난 헤라클레스의 본모습이었다.
유원은 그런 헤라클레스의 모습은 존경했다.
그렇기에 유원은 헤라클레스가 돌아와야 한다고 투표했다.
그야말로 탑을 이끌 영웅으로 가장 어울린다 생각했기에.
* * *
오딘은 자신의 집무실에 있었다.
더 이상 그는 이그드라실이 있는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갑옷을 입고, 뒤쪽에는 기다란 창을 준비해 뒀다.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은 무장 상태.
언제든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유원은 달라진 그의 눈빛에 물었다.
“결심은 완전히 굳힌 모양이군.”
“역시 너랑 만나면 속이 다 읽히는 기분이다.”
오딘은 한숨을 쉬며 한쪽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가리킨 자리에 앉는 유원을 보며 오딘은 굴리고 있던 펜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그만큼 나를 잘 안다는 뜻이겠지.”
“마왕의 협력을 얻어 냈다.”
“들었다.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했지만.”
오딘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렇게 되면 하늘에서는 이쪽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메타트론의 자존심도 어지간하군.”
“마왕의 협력은 확실하겠지?”
“애초에 싸우는 것 자체가 목적인 녀석들이다. 이쪽에 천사족이 붙어 있지 않다면 더 거슬릴 것도 없지.”
“그럼 저쪽의 전력만 줄인 셈이군.”
“그리고 애초에 마왕이 더 강하다.”
“그건 또 어떻게 알지?”
“난 천마대전의 결과를 알거든.”
천마대전.
마왕과 하늘의 싸움.
라그나로크의 영향이 있었다지만 그 싸움은 꽤 일방적인 결과로 끝이 났다.
그 이유는 하나.
디아블로의 힘이 탑에 알려져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디아블로의 랭킹도 몇 단계나 더 올랐지.’
그 역사를 알고 있는 유원으로서는 설령 하늘이 아스가르드의 손을 놓는다 하더라도 마왕을 포기할 수 없었다.
소를 얻기 위해 대를 포기하는 건, 어떤 미사여구를 가져와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건 큰 무기군.”
미래를 안다는 것.
그리고 그 미래를 바탕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예측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이 탑에 존재하는 그 어떤 대단한 아이템보다 더 큰 힘이 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래서? 이제 다음은 어떻게 될 것 같지?”
“준비는 끝났으니, 이제 싸워야겠지.”
“이렇게 빨리?”
“빠른 것도 아니지. 라그나로크는 이미 문을 열었어.”
“하긴.”
오딘은 의자에 몸을 묻으며 보고받은 상황을 떠올렸다.
“단순한 다툼이라 보기엔, 저쪽의 피해가 클 테니.”
무려 열흘이 넘는 싸움이었다.
하나의 세계. 그것도 이 탑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세계인 무스펠하임과의 싸움이었다.
수르트가 없는 싸움이었다지만 실로 믿기 힘든 경우였다.
“긴 싸움이 되겠군.”
침음성을 삼키며 오딘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앞으로 이 기나긴 싸움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게 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 그리 길지 않을 거다.”
확신에 찬 유원의 말에 오딘의 눈이 다시 떠졌다.
방심이라도 하는 걸까.
오딘은 유원이 이 싸움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상대는 무스펠하임과 수르트다.”
“알아.”
“뭔가 방법이 있는 거냐?”
“방법도 방법이지만…….”
웅-.
때마침 울리는 메시지.
“아마 싸움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시작될 테니까.”
진동이 울린 건 오딘의 플레이어 키트였다.
웅, 웅, 웅-.
평소와 똑같았으나, 이상하게도 다급하게 느껴지는 진동이었다.
원래라면 중요한 이야기 도중에는 받지 않았을 연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받아야 했다.
“어쩌면 내 예상보다도 빨리 시작됐을지도 모르고.”
“……받겠다.”
오딘이 플레이어 키트를 꺼내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그 속에서.
-큰일 났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딘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표정과는 달리, 그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무, 무스펠하임의 거인들이 내려왔습니다!
“무스펠하임?”
오딘의 눈동자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졌다.
오랫동안 왕으로서 아스가르드를 통치해 오던 그의 눈빛이, 드디어 전사의 것으로 바뀌었다.
“……어느 쪽이냐?”
-미드가드르입니다.
“버티고 있어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뚝-.
오딘은 황급히 전화를 끊고 유원을 바라보았다. 아그가르드의 영향권 안에 있던 세계 하나가 공격받았다. 미드가르드라면 아스가르드 휘하의 세계 중, 가장 힘이 약한 곳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유원이 물었다.
“직접 움직일 거냐?”
“미드가르드가 공격받았다면 다른 곳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난 수르트의 위치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
“네게 부탁을 좀 해야겠다.”
발키리들의 수장인 브룬힐데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유원이었다.
이미 미드가르드를 비롯한 아스가르드 휘하의 세계는 어느 정도 싸울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거기에 유원이 합류한다면 아마, 어느 정도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건 아니지.”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다.
그 대신.
유원은 오딘을 찾아온 목적을 먼저 해결할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가기 전에 부탁 하나만 들어 주라.”
“부탁? 뭐냐?”
“네 방에 있던 이그드라실.”
오딘의 방에서 이그드라실의 수액을 마셨을 때부터 든 생각.
“그거, 헤라클레스한테 한 뿌리만 주라.”
헤라클레스에게 딱 어울리는 무기의 재료가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