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60
헤라클레스는 곤봉을 사용했다.
먼 미래에는 그랬다.
그에 반해 현재의 그는 맨 주먹을 사용하거나, 근처에서 나무를 주워 휘두르는 등 무식한 싸움 방식을 보여 주었다.
괜찮은 무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손에 닿는 걸 휘두르는 게 바로 헤라클레스의 싸움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헤라클레스는 어느 날부터인가 이그드라실의 뿌리로 만든 나무 곤봉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헤라클레스가 제우스를 뛰어넘는 하이랭커가 될 재목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던 게.
“이그드라실의?”
오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
한 소리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고 있는 게 보였다.
“나중에 이야기하지.”
“빠를수록 좋다. 가능하면 이번 라그나로크에서 써야 하니까.”
“급하다는 소리냐?”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지.”
그렇게 말하며 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가 찝찝한 말.
오딘은 막 방을 나가려 등을 보이는 유원에게 말했다.
“이그드라실이 어떤 나무인지 모르지는 않겠지?”
걸음을 옮기던 유원이 멈췄다.
거절하려던 오딘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오딘이 짜증스레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내가 이럴 줄 알고 있었지?”
“그건 미안하다.”
“손바닥 위에서 갖고 노는 거냐?”
“이해해 줘라. 그래도 거짓말한 건 없으니까.”
“틀린 말이라도 했으면 재수 없지나 않지.”
절로 새어 나오는 한숨.
잠깐의 고민 끝, 오딘이 결정을 내렸다.
“전달은 브룬힐데를 시켜서 하지. 넌 어서 가 봐.”
허락이 떨어졌다.
누구보다 이그드라실을 아끼는 오딘이었기에, 이 결정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숙제 하나를 공짜로 해결했군.’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얻고, 헤라클레스의 전력을 강화하는 건 근시일 안에 유원이 해결해야 할 숙제였었다.
“고맙다.”
유원은 잠시 멈췄던 걸음을 다시 재촉하기 시작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갈 채비를 서두르기 위해서.
* * *
쿵-.
거인들의 발소리가 땅을 울린다.
콰직-!
짓밟힌 플레이어들의 몸이 핏덩어리로 변했다.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거인들에게 짓밟히고 터져 나가는 플레이어들을 보며 미드가드르의 사령관이 소리쳤다.
“버텨라-!”
촤아아악-!
하이랭커인 미드가르드의 사령관, 돈키호테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증원이 올 것이다!”
거인들을 찢는 거대한 검.
돈키호테는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전황을 살폈다.
‘이건 너무 많다.’
거인들 하나에 대여섯 명의 플레이어들이 달라붙었다.
다행히도 미드가르드의 플레이어들이 한데 집결되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각개격파를 당했을 것이다.
‘다행히 숫자만 많을 뿐, 랭커급은 많이 없어.’
버틸 수 있다.
이 정도면, 최소한 도시로 향하는 길을 지켜 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길 수는 없다.’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은 뚫릴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벌써 무스펠하임의 공격이 시작된 지 몇 시간이 흘렀다.
격렬한 전투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대략 3시간 전후.
발키리들이 있는 발할라의 지원이 오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턱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소수의 발키리들이라도 먼저 지원을 오면 좋으련만…….’
그거 외에는 답이 없었다.
짧은 시간 안에 지원이 오려면 결국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만한 전력을 황금 성에서 빼 낼 수 있느냐였다.
‘무스펠하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다른 쪽도 수비를 신경 써야 한다는 거니까.’
오랫동안 곪아 있던 아스가르드와 무스펠하임의 관계.
이 공격은 그 곪은 상처가 드디어 터졌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쿵-!
남다른 울림이 느껴졌다.
돈키호테는 당장 눈앞에 시야를 가리고 있던 거인을 베어 냈다.
쫘아악-!
그러자 그 사이로 드러나는 모습.
“이런 미친…….”
산처럼 거대한 거인이 하나.
마치 다른 거인들이 작은 소인족처럼 느껴지는 덩치였다.
엄청난 크기다.
저 정도 크기의 거인족은 무스펠하임에도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도 하이랭커급의 거인일 터.
‘상대할 수 있을까?’
자신 역시 끄트머리에 걸쳐 있다지만 하이랭커라 불리는 랭커였다.
지금 이곳에 저 녀석을 막을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후움-!”
돈키호테의 검에 마력이 깃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가 거인을 향해 있는 힘껏 내달렸다.
‘내가 막아야 한다.’
쿵-.
“아아아악-!”
“도, 도망쳐라-!”
거인의 한 발에 수하들이 짓밟혀 벌레처럼 터져 나가고,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나밖에 없다.’
꽈아악-.
거대한 검을 위로 치켜 올리며, 손아귀에 있는 힘과 없는 힘까지 모두 집약시켰다.
한 번에 베어 내야 한다.
텅-.
위로 있는 힘껏 뛰어오른 돈키호테의 검이, 아래로 향했다.
쫘아아악-!
무식한 내지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쩌어어억-.
오히려 돈키호테가 생각한 것보다 거인의 몸은 훨씬 더 쉽게 베어졌다.
‘어?’
상대가 생각보다 약했던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쉽게 베어지는 건 이상했다.
더군다나…….
‘베어지는 느낌도 없었다.’
다음 순간.
찌이이익-.
베어진 거인의 시체 너머, 익숙하지 않은 복장을 한 플레이어가 보였다.
“덩치가 크다고 너무 겁먹을 것 없다. 중요한 건 기세니까.”
칼끝에서 거인의 피를 뚝뚝 흘리며 서 있는 남자.
돈키호테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아닌 바로 그가 눈앞에 있는 거인을 베어 냈음을 깨달았다.
‘우리 쪽에 저런 랭커가 있었나?’
미드가르드의 사령관인 만큼, 아군의 랭커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외에 아스가르드의 이름 있는 실력자들은 얼굴을 모두 외워 두었는데, 눈앞에 있는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을 뿐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다.
“누, 누구…….”
“지원이다.”
“지원?”
설마, 아스가르드에서 저 한 명을 지원이라고 보낸 걸까?
‘버려진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럼 저쪽도 그만큼 힘든 상황이라는 소리?’
분명, 오딘은 지원이 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 말대로 지원이 오긴 했지만 단 한 명뿐.
돈키호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 아스가르드 쪽 사람인가?”
“김유원이다.”
“김유원?”
돈키호테의 눈이 크게 떠졌다.
모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400위라고는 하나 하이랭커가 된, 아직 랭커가 되지 못한 플레이어.
김유원의 이름은 최근 하이랭커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거품이니 뭐니 소문은 많지만 어쨌든 하이랭커다.’
더구나 랭킹 400위권이면 자신보다도 더 높은 랭킹이었다.
하이랭커 한 명의 존재는 전장의 승패를 뒤집기에 충분한 바.
지금은 어쨌거나 유원의 도움을 적극 이용해야 했다.
결심을 굳힌 돈키호테는 전장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포지션을 잡아야…….”
“병사들을 뒤로 물려라.”
“뭐?”
무슨 소린가 싶어 돈키호테가 되물었다.
“지금 바로 말인가?”
유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 뱉은 말은 아닌 듯, 유원은 몰려들어오는 무스펠하임의 거인들을 바라보며 재차 말했다.
“할 수 있지?”
“할 수는 있네. 하지만 그랬다간 전열이 무너지게 돼.”
“늦으면 병사들도 휘말린다.”
파직, 파지지지-.
유원의 손에서 전격이 뿜어졌다.
어둠 속성의 마력을 함께 휘감은 검은빛의 전격.
전격은 단순히 유원의 손에서 뿜어지는 것만이 아닌, 하늘 위로 까만 선을 그으며 올라갔다.
그렇게 돈키호테의 시선이 전격을 타고 올라가.
쿠릉-.
하늘 위에 자욱이 낀 구름을 발견했다.
“……!”
유원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흐름과 심상치 않은 징조에 돈키호테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 순간.
“전열을 뒤로 물린다!”
[사자후]웅-.
스킬을 담은 돈키호테의 목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서둘러라-!”
“전열을?”
“도망치라는 건가?”
“하지만 여기가 뚫리면 미드가르드는…….”
“일단 명령에 따라! 서둘러라!”
미드가드르의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인들을 뒤로하고 도망친다. 한 번 생기기 시작한 구멍은 순식간에 전열을 무너뜨리고, 거인들은 점점 성벽에 가까워졌다.
뒤쪽은 도시였다.
한 번 거인들이 발을 들이면 그때부터 미드가드르의 도시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제발…….’
하지만 정작 명령을 내린 돈키호테는 불안한 눈으로 유원을 바라보았다.
‘뭔가 수가 있어야 할 텐데.’
파직, 파지직-.
유원은 우라노스의 심장을 통해 쉬지 않고 전격을 뿜어냈다.
양 옆을 미드가르드의 병사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인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발키리들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빨리 오기는 했지만…….’
쿵, 쿵, 쿵, 쿵-.
몇 마리의 거인들이 가까워졌다.
놈들 중 하나가 가만히 서 있는 유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번쩍-!
퍼어엉-!
유원이 뻗은 주먹에 거인의 몸이 죽 뒤로 날아갔다.
어수선하던 전장이 잠시 멈췄다. 이목이 집중되고, 유원은 그 사이에서 다시금 전격을 뿜어 내기 시작했다.
‘숫자가 너무 많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숫자.
하지만 다행이라면, 거인들 하나하나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아까 베어 낸 녀석도 하이랭커는 아니야. 단지, 무식하게 덩치만 큰 것뿐이지.’
거인족들의 덩치는 곧 그들이 지닌 힘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크기를 넘어선 후부터 거인들은 더 이상 자신의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마왕 베에모트처럼 압도적인 덩치를 가진 게 아니고서야, 더 이상 덩치만 믿고 싸우는 건 의미가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곳에 진짜배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범위가 넓은,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
유원은 제우스의 벼락을 떠올렸다.
아서의 고향, 브리튼의 캐멀롯에 떨어졌던 거대한 벼락.
단 한 발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지워 버릴 만한 힘과 범위를 지니고 있던 힘.
‘현재의 나로서는 불가능하다.’
마력의 수치도, 벼락을 다루는 기술력도.
아직까지 유원은 당시 제우스에 비하면 너무 많이 부족했다.
게다가 제우스는 그런 벼락을 몇 발이고 뿌려 댈 수 있는 힘을 지녔으니,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실감이 났다.
‘하지만…….’
파직, 파지직-.
쿠르르르-.
유원의 시선이 하늘에 짙게 깔린 새까만 뇌운(雷雲)으로 향했다.
‘그 녀석의 기술을 따라 한다면.’
꼭 스킬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스킬은 그만큼 편리성을 더해지지만, 원리를 알고 있다면 비슷하게 흉내 내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손오공의 근두운.
제우스의 벼락과 마찬가지로 천둥번개를 뿌리며 천계를 휩쓸었던 손오공의 상징.
쿠르르-.
전격을 가득 머금은 유원의 근두운이 점차 덩치를 불려 나갔다.
‘기다린다.’
한 방의 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마력이 필요했다.
더, 더, 더.
캐멀롯을 멸망시킬 뻔했던 그 벼락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기다릴 때였다.
이윽고.
쿵, 쿵쿵-.
거인들이 다시 움직여, 유원을 짓밟기 위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순간.
“쳐라.”
기다림의 시간이 끝났다.
번쩍-!
하늘에 깔려 있던 두꺼운 구름 속에서 새까만빛이 뿜어졌다.
“근두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