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ing with the Gods RAW novel - Chapter 267
파직-.
노란빛의 전류와 푸른빛의 전류가 가운데서 부딪친다.
제우스가 아스가르드의 감옥에 갇히기 전, 그를 데려왔던 토르는 제우스에게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는 명백한 아스가르드의 죄인이었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그는 분명 감옥에 갇혀 있었을 터.
그 증거로 제우스의 팔과 다리에는 아직 구속구가 남아 있었다.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한 무거운 철구를 주렁주렁 단 채, 그는 토르를 바라보았다.
“왜냐니. 너희들이 데리고 오지 않았나?”
가시 돋힌 말에 토르는 전의를 불태웠다.
그렇지 않아도 그는 이 싸움에 목숨을 걸 생각을 하고 있던 바.
상대가 한 명 더 늘어난다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시간 없다.”
파지지지-.
푸른 전격이 황금빛의 물결을 밀어낸다.
“어서 시작하지.”
토르가 금방이라도 출수할 듯, 묠니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때.
“지금은 너희와 싸우려는 게 아니다.”
토르는 제우스의 시선이 이제는 제법 가까워진 하늘의 천사들에게로 향해 있는 걸 발견했다.
“부탁 받은 게 있어서 말이지.”
그렇게 말한 제우스의 미간이 구겨졌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지만, 역시나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왕이 우리 편에 서면, 하늘은 아마 무스펠하임에 붙을 거다.”
유원의 예측은 정확했다.
제우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천사라는 족속들이 그렇지. 놈들이 마왕에게 품은 적개심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어리석은 혼돈은 황금 성을 무너뜨리려 할 거다.”
어리석은 혼돈.
그 말에 제우스의 눈빛이 돌변했다.
오래전부터 제우스와 올림포스를 흔들고, 그에게 아우터의 힘을 주었던 존재.
하지만 그는 이미 오래전, 제우스와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였다.
“오딘을 흔들기 위해서인가?”
“황금 성은 아스가르드 그 자체니까. 그 상징성을 건드리면 아스가르드를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지.”
“그 녀석도 여기 나타나나?”
유원은 고개를 저었다.
가능성이 0이라고 볼 순 없지만, 그건 너무 희박했다.
“라그나로크는 녀석의 무대가 아니다. 이 무대의 마지막은 수르트의 목을 치는 것이 될 거다.”
“그렇군.”
“녀석을 잡고 싶나?”
“이용당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결과가 좋을 거라 생각해서 참고 있었다만…….”
제우스의 눈이 비좁고 어두운 감옥 안을 훑었다.
“이래서는 참을 이유가 없지.”
어리석은 혼돈에 대한 적개심.
단순히 ‘결과가 나빠서’라는 이유만으로는 납득하기가 어려웠으나, 어쨌거나 적어도 유원에게는 좋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토르로서는 이런 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부탁?”
대체 누구의?
아직 확실히 믿을 수는 없지만, 만약 제우스가 자신들의 편에 선다면 그건 엄청난 지원이었다.
그는 거대 길드 중에서도 손꼽히는 세력을 지녔던 올림포스의 수장이자, 10위권 안쪽의 하이랭커였으니.
비록 벼락을 잃어버린 지금은 그때만은 못할지언정, 그가 제우스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누구인지는 알 거 없고…….”
파즈즈즈-.
황금빛의 물결이 토르의 전격을 밀어낸다.
묠니르를 손에 쥐고 제우스의 힘에 대항하던 토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별로 힘을 들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
제우스는 너무나도 손쉽게 자신의 힘을 압도하고 있었다.
“너무 건방 떨지 마라. 저놈들을 막아 달라는 부탁에, 네 도움은 필요치 않으니.”
콰릉, 쿠르르르-.
하늘을 뒤덮는 먹구름.
제우스의 뒤로 거대한 뇌룡의 모습이 떠오른다. 같은 전격 속성의 마력을 다루는 토르조차 그 위압감에 몸이 온통 마비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꿀꺽-.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감전되어 몸이 마비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원이 다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마력의 크기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벼락을 잃어 허수아비가 다 됐구나, 하고.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빨을 잃었어도 호랑이다. 그 덩치와 날카로운 발톱은 어디 가지 않고 남아 있다.
치칙, 치치치-.
구름 위에서 꿈틀거리던 마력이 움직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천둥]번쩍-!
하늘 위로 샛노란 빛이 터져 나오고.
콰릉-!
하늘의 천사들 위로, 제우스의 벼락이 떨어졌다.
* * *
싸움은 잠시 소강에 접어들었다.
무스펠하임의 중심을 향해 진격하던 오딘은 황금 성이 공격받았다는 소식에 회군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우스가 황금 성을 돕는다는 소식에, 오딘은 회군을 취소했다.
진격은 계속 이루어졌다.
꽤 빠른 속도로. 발키리들은 천마를 타고, 병사들은 부유하는 배를 타고 움직였다.
목적이는 정해져 있었다.
‘그곳에서 결판이 난다고 했나.’
오딘은 유원이 정해 준 장소를 떠올렸다.
무스펠하임의 중심.
이 탑에서 뜨거운 용암이 흐르는 장소.
유원은 이 거대한 싸움의 끝이 바로 그곳에서 이루어질 거라고 말했다.
“멀지 않았군.”
무스펠하임에 온 지도 며칠이 흘렀다.
첫날 이후, 생각보다 싸움은 쉽게 이루어졌다.
각 도시마다 남아 있는 거라고는 도망치다 남은 소수의 거인족뿐.
텅 빈 도시가 대부분이었다.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는 건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라그나로크라는 거대한 싸움을 위해 준비한 게 이것뿐이라니.
수르트가 그리 똑똑한 편은 아니더라도, 라그나로크라는 대전쟁을 계획한 것치고는 너무 허술하고 빈약하다 싶었다.
‘이미 이쪽의 전력은 약속된 장소로 모이고 있다.’
지쳐서 쉬고 있던 제천대성도, 거인 학살자도, 마왕도, 발키리들을 비롯한 아스가르드의 군대도.
모든 게 유원이 말한 장소로 집결하고 있었다.
이만한 전력을 막기 위해, 과연 수르트는 무엇을 준비했을 것인지.
아직 무언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캬오오-!
저 하늘의 어딘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천마를 타고 있던 오딘이 고개를 들었다.
고오오오-.
새까만 먹구름 사이로 희끗희끗 까만 그림자가 드리운다.
점차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덩치가 커지고, 숫자가 많아졌다.
수십.
아니, 수백.
“레비아탄들인가.”
놈들의 정체에 오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지간한 상위 랭커들도 버거워한다는 괴물이었다. 심지어 놈들은 용족의 레비아탄 중에서도 하늘을 날 수 있는 종족.
‘레비아탄은 플레이어로서 자격을 얻지 못한 괴물의 일종. 하지만 저 정도 숫자를 이룬 레비아탄 무리는 하나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구구구구-.
키히히히힝-!
오딘이 타고 있는 말을 비롯해, 발키리들의 천마가 울부짖었다.
용족은 이 탑을 지배하는 종족 중 하나. 또한, 플레이어를 제외한 일족들 중 가장 최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존재들이었다.
제아무리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귀한 천마라 한들, 그런 용족의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생쥐나 다름없는 바.
더군다나 지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녀석은 그런 용족 가운데에서도 가장 최정상에 위치한 괴물이었다.
크라아아-!
구우우-.
녀석의 울부짖음 하나에 두꺼운 구름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몇 마리의 천마가 의식을 잃고 땅에 추락하며, 하늘을 날던 배 또한 기능을 잃어버렸다.
찢겨진 구름 속에서 수백 마리의 레비아탄을 비롯한 거대한 용의 모습이 드러난다.
날카롭고 두꺼운 붉은 비늘.
녀석이 손과 발이 없이 하늘을 온통 자신의 몸으로 뒤덮을 듯 고고히 움직인다.
오딘도 녀석을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브리트라…….”
다른 레비아탄들이 작은 물고기라면, 녀석은 고래나 다름없었다.
용족의 정점에 위치한 존재 중 하나.
이 탑에서 가장 위험한 괴물이라 알려진 용.
“네가 수르트의 패였구나.”
캬아아-!
레비아탄들의 울부짖음에 오딘은 미소를 지었다.
베일에 감싸여져 있던 불안감의 정체가 드러났다.
웅, 웅, 웅-.
꽈아악-.
오딘의 손에 쥐어진 궁니르가 떨려 온다.
그 순간.
“오너라.”
오딘의 궁니르가 빛을 뿜어냈다.
* * *
빛 한 점 들지 않는 동굴.
높이도 제법 되고, 넓었지만 거인들에게는 비좁은 공간이었다.
“설마 이런 데 숨어 있으려고.”
“그래도 샅샅이 뒤지라니까…….”
“정신들 차려. 못 찾으면 우리 목이 날아가.”
“목이 문제겠어? 가루도 안 남게 타 버릴걸?”
“에이, 좁아.”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걸음을 옮기는 거인들 무리.
그들은 무스펠하임의 왕, 수르트가 시킨 대로 범인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뭘 찾고 계시는 거지?”
“몰라. 일단 인간이면 다 잡아 오라고 하셨으니깐.”
“어떤 놈 인진 몰라도 왕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큰일 났네.”
수르트는 한 번 화가 나면 풀리기 전까지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걸로 유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오래전 아스가르드에서 추방되었던 걸 아직까지도 앙금을 품은 그였다.
상상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오딘에 대한 복수를 멈추지 않을 정도였으니깐.
쿵, 쿵-.
거인들의 발소리에 동굴이 울렸다.
워낙 구석진 데다 땅 깊숙한 곳까지 이어진 동굴인지라 설마 하던 차였다.
“근데 어째 점점 더워지는 것 같지 않아?”
한 거인의 물음에 지금껏 침묵하고 있던 다른 거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좀 많이 덥네. 좁아서 그런가?”
“야, 좀 옆으로 비켜 봐.”
“너나 좀 비켜 봐라.”
옥신각신하는 거인들.
툭-.
그러던 차, 앞장서 걸어가고 있던 거인이 걸음을 멈춰 뒤쪽의 거인과 부딪쳤다.
“왜?”
“좁아서…… 그런 게 아니야.”
화륵-.
거인의 눈동자에 빛이 들어왔다.
“저거 때문이었어.”
화르르르-.
빛 한 점 없이 새까만 동굴 속에 타오른 불길.
보랏빛의 불길은 작게 보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집어삼켰다. 무스펠하임의 열기에 불에 대한 내성이 강한 거인들조차 견디기 어려운 온도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거인들은 불길 속에 그림자처럼 나타난 한 작은 체구의 인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 찾았다!”
“인간이다!”
“인간이 여기 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봤지만 이미 늦은 상태.
그들의 목소리가 저 위까지 들릴 일은 만무했다.
“생각보다 빨리 들켰네.”
잠에서 막 깨어난 듯 나른한 목소리.
“……상관없나.”
화아악-!
그 목소리 직후, 불길은 거인들을 집어삼켰다.
‘괴물?’
‘왕께서 왜 여기에…….’
‘뭐, 뭐야?’
그 불길을 통해 거인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것을 보았다.
누군가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을.
누군가는 자신들의 왕, 수르트를.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전해 들어온 오딘을.
그렇게 두려움에 잠시 몸이 얼어붙은 순간.
주륵-.
거인들의 몸이 액체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뜨, 뜨거워!”
“살려……!”
저벅-.
유원은 거인들의 사이를 걸어갔다.
그들 중 누구도 유원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거인들의 몸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유원은 걸음을 옮기며 손바닥을 들어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온 보랏빛의 불길을 바라보았다.
“이게 ‘불’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뜨겁고 큰 불길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작은 형태로 존재하지만, 제대로 사용한다면 어디까지 커질지 자신의 것임에도 쉽게 짐작이 되질 않았다.
다른 무엇보다, 이 큰 불을 집어삼킨 성화가 문제였다.
“반대로 잡아먹히지 않게 조심해야겠어.”
“아바-?”
품 안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유원을 올려다보는 단풍.
유원은 픽 웃으며 단풍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래. 고맙다.”
이번에는 단풍의 도움을 꽤 받았다. 유원의 칭찬에 단풍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밖에는 왜 나왔나 했더니, 칭찬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대충 준비는 끝났다.’
불을 얻었고, 이 정도면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소화도 됐다.
마지막 준비라고 할 수 있었던 걸 끝냈으니,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
“나가 보자.”
준비된 전장을 향해.
유원은 걸음을 옮겼다.